Mr. Magical Girl RAW novel - Chapter (441)
마법소녀 아저씨 441화(441/671)
441. 변화의 시작(2)
나도 모르는 우연이 겹쳐 겨우 쓰러트렸던 극(㘌)이 부활했다.
그걸로도 충분히 충격적이건만.
절대적인 트라우마를 불러일으키는 적.
앵무조개 대가리, GM이 지금 여기에 있다.
제기랄.
이러면 못 이길 것 같은데.
극(㘌)의 전투 능력은 대충 파악했으니, 여기서 GM이 추가된다 한들 절대 지지 않을 자신은 있다.
그렇지만, 이길 수 있다는 생각도 함께 사라졌다.
GM의 능력이 어지간히 까다로워야지.
그나저나, 정령 녀석들은 대체 뭘 한 거야. GM 녀석의 봉인이 풀린 건 둘째치고, 저게 기어서 여기까지 왔는데도 막질 못했나 보네.
일단 극(㘌)이랑 GM은 그렇다고 치자.
그럼, 저놈은 뭐지.
털이 복슬복슬한 핑크빛 박쥐.
생긴 걸 보면, 아마 마법소녀 마스코트 같기는 한데….
그런 녀석이 왜 여길….
그리 생각하며, 세 존재를 살펴보던 나에게.
“흠. 너. 마법소녀 맞지?”
그 분홍 박쥐가 말을 걸어왔다.
“….”
굳이 답할 이유가 없어, 입을 다물었다.
“느낌이 많이 이상하긴 한데…. 일단은 마법소녀 맞지?”
분홍 박쥐는 내가 대답을 하건 말건 계속 떠들었고.
그사이, 나는 박쥐 녀석의 전투력을 확인해 나갔다.
힘의 총량.
그리 높진 않음.
몸의 움직임.
특별한 무언가가 느껴지진 않음.
대충 종합해보자면…. 최대한 높게 잡아도 운호급.
그렇다면.
문제없다.
“일단 내 소개부터 할게. 내 이름은 시안. 마법 왕국에서 파견된 마스코트야.”
내가 그리 적을 살피는 동안에도, 시안이라 자칭한 분홍 박쥐는 계속해서 입을 놀렸고.
그 쓸모없는 말이 끝남과 동시에.
난 적을 향해 돌진했다.
저것의 정체가 마스코트고 나발이고 뭐고 간에 정상적인 녀석이라면 저들과 함께 움직일 리 없다.
보나 마나 타락한 마스코트.
사실 저 녀석들의 주인인 여왕의 성격에 더해, 저 녀석들의 정체를 생각해보면 타락이 아닌 본성을 이겨내지 못한 존재라 해야겠지만.
어찌 되었건, 우리의 적으로서 나타난 존재란 의미.
그러니, 망설이지 않고 분홍 박쥐에게 망치를 내리친다.
동시에, 내 행동에 간섭할 특수 능력에 반응하고자 신경을 곤두세웠다.
GM의 주사위 혹은 극(㘌)의 부정이 발현될 것이 뻔하기에.
그렇게 신경을 곤두세운 내가 박쥐에게 도달하여 망치를 내리치기 시작했건만, 아무런 반응이 없다.
극(㘌)은 뭔가 부활이 덜 되었는지, 가슴을 두드리며 입에서 피를 쏟아 내고 있고.
GM은 날 보지도 않은 채 부동자세로 꼿꼿이 서서 극(㘌)의 얼굴만을 바라보고 있다.
마치, 자신을 시안이라 자칭한 요정의 생사에 관심이 없다는 듯.
저들의 저런 행동이 나타내는 것은 둘 중 하나일 것이다.
애초에 시안이라는 존재가 저들에게 있어 아무런 가치가 없거나.
시안이 아득히 강하여 걱정할 필요가 없거나.
후자일 리는 없다.
시안의 전투력을 최대로 잡은 것이 운호 급이니. 그 정도라면 나도 충분히 무력화시킬 수 있다.
그렇기에, 망치를 내리쳤고.
공중에 떠서 내 공격을 흥미롭게 바라보는 시안이 입을 열었다.
“해에. 특이하네. 인간 주제에 요구 용량이 대장급이 와도 부족할 만큼 높다니.”
쿵.
그 말과 함께, 충격음이 피어난다.
내 공격이 막힌 충격음이.
내 공격을 막은 것은, 얇은 마법 지팡이였다.
허공의 검은 구멍에서 솟아난, 오물과 같은 검은 그림자가 표면에 치덕치덕 발려있는 마법 지팡이.
마법 지팡이의 본래 디자인은 은빛 금속을 기반으로, 가느다란 금색 링이 여럿 달린 지휘봉이겠지만.
표면에 묻은 검은 액체가 금속을 부식시킨 탓인지, 여기저기 연결이 끊어진 채 군데군데 녹색 녹으로 변하여 썩어 가는 마법 지팡이는 불길한 분위기를 잔뜩 풍겼고.
그 불길함을 더욱 증폭시키는 것은, 녹슨 마법 지팡이를 들고 있는 손이었다.
구멍에서 튀어나온, 마법 지팡이를 들고 있는 사람 형태의 그림자.
설마.
아닐 거야.
내가 그리 생각하는 것도 잠시.
“나와. 실버 컨덕터.”
박쥐의 목소리와 함께 검은 구멍이 열렸고.
구륵.
오물이 쏟아지는 소리와 함께, 마법 지팡이의 주인이 쏟아져 내렸다.
마법소녀다운 프릴투성이 드레스를 입고 마법 지팡이를 든 마법소녀.
키를 보니 나이는 열여섯쯤 되었을까.
음악이나 노래와 관련된 능력을 사용하는 것을 의미하는 듯, 음표 형태의 액세서리가 잔뜩 달린 옷을 입은 그녀는.
검은 오물의 그림자에 잠식된 채 비틀거리며 몸을 일으켰다.
“으. 아. 어?”
이성이 없는지, 인간의 언어라 생각되지 않는 괴성을 내지르며.
“아흐이.”
안구가 사라져 버린 눈에서, 검은 그림자를 쏟아 내며.
피부 여기저기가 문신처럼 검정에 잠식된 그녀는, 비틀거리며 내게 마법 지팡이를 겨눴다.
“흠. 이걸론 모자라나. 나와 핼로 할로윈, 트윈 엔젤, 미라클 쇼타임.”
구륵. 구륵. 구르륵.
박쥐가 목소리를 높일 때마다, 오물과 함께 그녀들이 쏟아진다.
주황색 기반의 마녀 복장을 한 성인 여성.
빨강과 파란색으로 대비되는, 서로의 손을 꽉 잡은 두 어린 여자아이.
드레스보다는 연미복에 가까운 옷을 입고, 실크헷을 쓴 십 대 여자아이.
그런 이들이, 검음에 물들어.
피부에 뻗은 검은 자국을 내보이며.
도저히 사람이라 생각하기 어려운 움직임으로 그 몸을 일으킨다.
그런, 나조차도 충격적인 광경이 펼쳐졌기에.
“…너. 뭐냐.”
결국, 입을 열고 말았다.
배신한 마스코트라면 여럿 보았다.
그렇지만, 그 녀석들이 마법소녀를 버릴지언정, 이 정도로 악랄한 짓을 하진 않았다.
내가 아는 가장 양심적인 케이스는 힘만 빼앗고 도망친 것이었고.
내가 알고 있던 최악은 공중을 날고 있던 파트너의 힘을 빼앗아, 그녀가 떨어져 죽는 것을 웃으며 지켜본 녀석이었다.
그리고, 지금 그 최악이 아득한 점수 차이로 갱신되었다.
눈앞에 나타난 분홍 박쥐.
자신을 시안이라 지칭한 녀석에 의하여.
“뭐긴. 마법 왕국에서 파견된 마스코트지.”
그것은 그리 말하며 손을 흔들었고.
그것이 신호였는지, 마법소녀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살아는 있지만, 이성의 편린도 보이지 않는 마법소녀들이.
주인의 명에 따라, 움직이기 시작한다.
마법이 쏟아진다.
노래와 함께 내리는 충격파.
붉음과 푸름이 얽힌 레이저.
디자인의 본질은 유령이나 해골처럼 공포를 불러일으키는 존재지만, 아기자기하게 꾸며져 귀엽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는 소환물.
사방에서 날아드는 나이프와 트럼프.
그리고, 토끼.
그 모든 마법이, 검은 기운에 오염되어 기괴한 문양을 그리며 내게 쏟아진다.
그 모든 마법을 받아치거나, 피하거나, 분쇄하여, 파훼한다.
공격의 위력도 강하고, 서로의 연계도 뛰어나다.
다만, 날 쓰러트릴 수 있을 만큼 위력이 강한 것도 아니고.
내 진격을 막을 수 있을 만큼 연계가 뛰어난 것도 아니다.
나라면 지금 당장이라도 달려들어 하나씩 짓이겨 버릴 수 있다.
그렇지만, 난 그럴 수 없다.
…제기랄.
그들이 살아 있기에.
심장이 뛰고 있기에.
저걸 정말로 살아 있다고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느끼기에, 그들은 살아 있다.
어쩌면, 그들을 본래대로 되돌릴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 생각이 나를 사로잡아, 공격에 나서지 못하게 하였고.
그저 방어로 일관하던 짧은 시간이 지난 후.
곧, 결단을 내렸다.
쿵.
땅을 박차고, 빠르게 돌진한다.
내게 쏟아지는 모든 마법을 무시하고, 그저 내달린다.
피부를 북 삼아 내부에서 무한하게 공명하는 소리로 인해 몸 안의 살점과 내장이 조각난다.
유머러스한 공포가 내 몸에 달라붙어 살점을 뜯어낸다.
붉고 푸른 광선이 날 꿰뚫고 수많은 마법을 적용시킨다.
나이프가 근육을 끊고, 트럼프가 피부를 벗겨 재생을 방해한다.
그리고, 토끼가 목을 노린다.
상처 사이로 검은 어둠이 스며든다.
그것들이 속삭인다.
무릎 꿇으라고.
멈추라고.
지배를 받아들이라고.
속삭임을 털어난다.
내 재생을 의미하는 빛의 입자와 함께 달려 나간다.
이 모든 일의 원흉.
분홍 박쥐 시안을 향해.
몸의 상태는 엉망이다.
극(㘌)이 한번 회복시켜 주었던 몸은 다시 개판이 났고.
마스코트 시안은 날 흥미롭게 바라보며, 마법소녀를 더 꺼내고 있다.
대체, 얼마나 많은 마법소녀를 저 꼴로 만든 걸까.
그에 분노하며.
기어를 높이며.
“뒈져 쓰레기 새꺄!”
더욱 가속된 몸으로, 시안을 향해 망치를 내리쳤다.
쿵.
망치 충격으로 인한 충돌음이 아닌, 공격하기 위해 땅을 지르밟은 파괴의 소음이 퍼져 나가며, 시안과 시안 주변의 공간이 쪼개져 내린다.
시안은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공격을 받아들였고.
그로 인해, 시안이 깨져 나간다.
파괴되는 공간에 휘말려, 반쯤 웃는 기묘한 표정인 채.
그렇게, 깨진 유리 조각처럼 일그러진 공간 사이에서.
“극(㘌)을 죽일 만하네. 괴물이야.”
깨진 공간 사이에서 분홍 박쥐가 입을 열며 말을 걸어온다.
“그렇지만, 상대가 안 좋았어.”
공간이 복구되지 않는다.
깨진 유리창처럼 공간이 남아있다.
깨진 공간 속 박쥐의 웃음 너머.
깨져나가 검게 변한 세계의 유리 파편 사이에서.
검은 오물의 그림자가 튀어나와 날 꿰뚫었다.
“컥….”
입이 피를 쏟아내기 시작했다.
붉고, 붉은 피를.
그리고, 그것으로 모자란다는 듯.
난 검은 액체를 토해낸다.
붉은 피를 몰아내고, 그 자리를 차지하기 시작한 검은 어둠을.
무릎 꿇어라.
받아들여라.
네 주인이시다.
꿇어라.
어서.
편해져라.
내 뇌가 나에게 속삭인다.
위험하다.
그리 인지하고, 도망가려 하지만.
꾸륵.
몸이 움직이지 않는다.
내가 토해 낸 검은 어둠이 내 몸에 문신처럼 새겨져 나가고, 어둠이 뭉쳐 땅에 만들어진 검은 웅덩이에 날 붙들어 맨다.
속삭임이 강해진다.
귀가 아프다.
그렇지만, 강제로 몸을 움직인다.
환청은 익숙하기에.
뇌보다 더 중요한, 내 의지가 그것을 거부하기에.
“…뇌까지 잡아먹혔는데도 지배에 대해 거부하는 건 좀 너무하네. 점점 손에 넣고 싶어져.”
어느새 멀쩡하게 변한 분홍 박쥐가, 내 머리 위에 걸터앉아 그리 지껄인다.
그에 분노가 다시 솟구쳤고.
“꺼져!”
쾅.
팔에 문신처럼 달라붙은 검음을 피부와 함께 뜯어내며, 머리 위의 박쥐를 후려쳤다.
처음으로, 뭔가를 때린 것 같은 감촉이 손에 들어온다.
“…하는 수 없지. 포기하자.”
얼굴을 돌릴 수 없어 내 주먹이 제대로 적중했는진 알 수 없지만.
내 머리에서 멀어져 다시금 눈앞에 돌아온 분홍 박쥐는 반쯤 뭉개진 상태였다.
하반신은 뜯겨 나가 몸의 아래쪽엔 내장이 주렁주렁 매달렸고.
상반신은 점토처럼 주먹 자국이 남아 일그러져있다.
…운호보다 약하네.
좀만 더 세게 때렸으면 죽일 수 있었을 텐데.
그렇게 자책하던 찰나.
“…이 주먹의 느낌은 어디서 느낀 것 같은데… 어디더라….”
분홍 박쥐는 내장을 땅에 질퍽거리며 혼잣말을 내뱉었고.
“여왕님의 기운. 그래. 여왕님의 인정을 받은 존재네.”
곧, 스스로 그 답을 찾아내며 혼잣말을 내뱉었다.
끼긱.
분홍 박쥐의 주변이 비틀린다.
주변이 검게 물들며, 시안의 등 뒤에 검은 상반신이 출현한다.
흘러넘치는 검은 어둠으로 이루어진, 뭉개진 거인.
그것이 나를 바라보았고.
“그럼, 이것도 알겠지. 내 코드명은 UN-51N.”
그것이, 세계를 뒤틀며 웃었다.
“수호대? 내가 왜 나보다 약한 녀석들을 지켜야 하는 거지? 이런 힘이 있는데? 난. 마음대로 살 거야.”
검은 진흙 거인의 주먹이 들리고.
“내 말 전부. 죽어서 여왕님에게 전해 줘. 사회니, 안정이니, 메르헨이니 그딴 거엔 관심 없다고.”
머리 위에 질퍽이는 어두운 그림자가 쏟아져 내린다.
“이게 더 즐겁거든.”
내리친다.
쏟아지는 검은 진흙과 함께.
몸이 움직이지 않는다.
몸에 잔뜩 박힌 마법소녀들의 공격 탓일까.
아니면, 내 주변에 잔뜩 떨어진 검은 진흙이 날 붙잡은 탓일까.
몸이, 움직이지 않는다.
그렇다고, 포기하진 않는다.
“그아아아아악.”
몸에 달라붙은 그림자를 끊어 내고자, 팔을 뜯어낼 각오로 당기고.
다리를 자를 각오로 뒤틀지만.
검은 진흙이 떨어지는 속도가 더 빨랐고.
“아. 제길.”
나는 마지막을 욕으로 장식했다.
쿵.
주먹이 내리쳤다.
노란 섬광이 인다.
검은 어둠을 밝히는 노란 빛.
떨어져 내리는 한순간을 뚫고, 진흙 사이에서 날 들춰 멘 존재.
“내가 못 살아 진짜!”
익숙한 목소리가 귓가에 울린다.
주먹이 떨어지는 찰나의 순간에 내 손발 일부를 잘라내고, 날 들춰 메 미친 듯이 달리는 존재.
“고맙다.”
나는 그에, 날 구해준 이에게 감사를 표했다.
“뇌신.”
정말로, 다행이라 생각하며.
그리고, 멀어지는 적을 바라보았다.
미친 듯이 달리는 뇌신을 따라잡을 만큼의 속도는 없는지.
이쪽을 멍하니 바라보는 세 존재를.
그리고, 마음속으로 다짐했다.
저것들을 반드시 쳐죽일 거라고.
반드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