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r. Magical Girl RAW novel - Chapter (442)
마법소녀 아저씨 442화(442/671)
442. 변화의 시작(3)
“구어어어억.”
입을 벌리면 계속해서 검은 점액이 쏟아진다.
그 망할 분홍 박쥐와 멀리 떨어진 덕분인지 뇌를 뒤흔들며 속삭이던 정신 지배는 끊어졌지만, 몸 안에 자리한 검은 물질이 계속 남아 속을 뒤집어 버리고 있다.
이거 대체 언제까지 나오려나.
토하며 생겨나는 고통조차 뒤로 미루며 그리 생각하게 할 만큼 계속해서 쏟아지는 검은 물질.
얼핏 보면 검은 점액처럼 보이지만, 땅에 떨어지거나 한 뒤에 보면 조금 특이한 성질을 보여준다.
입에서 쏟아지거나 할 때는 점액처럼 뭉쳐 있지만, 땅에 쏟아지거나 어딘가에 묻으면 종잇장처럼 넓게 퍼져 그림자를 형성하는 무언가.
거기에 증발하는 성질이라도 있는지 잠깐만 놔둬도 빠르게 소멸한다.
어둠 그 자체를 물질로 변화시키면 저런 형태가 되려나. 하고 생각할 법한 물질.
물론, 저런 고찰을 하건 말건.
“구어어어억.”
내 입은 계속해서 저 쓰레기를 뱉어 내고 있지만 말이다.
“좀 참을 순 없어? 다 묻잖아.”
그런 내가 짜증 나는지 날 붙들고 내달리는 뇌신이 그리 말하지만.
“구억. 구어어어억.”
난 그에 제대로 된 답을 되돌리지 못하고, 그저 계속 어둠을 뱉을 뿐.
“…하아.”
뇌신은 한숨을 내뱉긴 하였지만 날 내던지거나 하진 않았고.
“구억. 억?”
시간이 지나 입에서 검은 것과 함께 빨강이 섞여 나오기 시작할 때쯤.
“여기면 되겠지.”
뇌신이 급정지를 걸며 땅에 날 천천히 내려놓았다.
그리 특별한 것은 존재치 않는 평범한 풀밭.
디트로이트로부터 상당히 먼 장소인지, 눈을 강화해도 조금 전까지 싸웠던 전장이 보이지 않는다.
다만, 하늘로 치솟은 빛기둥만은 마치 눈앞에 자리한 것처럼 명확하게 시야 한구석을 차지한다.
마치, 세상의 종말을 알리는 선고처럼.
그에 짜증이 치솟았기에.
“카아아악. 퉷.”
입안에 남은 마지막 어둠을 피가래와 함께 내뱉었다.
그렇게 내 안에 남은 마지막 어둠이 몽실거리며 땅에 떨어져 내렸고.
“으…. 더러워.”
뇌신은 그게 정말로 혐오스러운지, 침이 떨어진 장소로부터 멀리 거리를 벌렸다.
그렇게 어둠을 내뱉고, 운반되는 동안 상처도 회복한 나는 스트레칭 겸 몸 상태 체크를 시작했다.
팔. 다리. 이상 없음.
피부. 벗겨진 다음 새로 돋아나서 그런지 뭔가 위화감이 있지만 문제없음.
내장. …음. 속이 안 좋긴 한데 죄다 한번 갈려 나간 탓인가? 아니면 내장이 오염된 상탠가.
배를 뜯어내서 살펴봐야 하나?
그런 이상한 고민을 했지만, 결국 내 배를 뜯어서 본다 한들 뭐가 잘못되었는지 내가 알 수 있을 리 없다는 진리를 깨달았고.
…옥시모론한테 분해해달라고 부탁해야겠네.
결국, 저런 애처로운 결론에 도달했다.
아무튼, 일단 당장 몸을 움직이는 데에는 문제가 없다는 결론이 났으니.
“야. 그나저나 뭐 하러 나타난….”
전쟁터에 있을 리 없는 뇌신이 왜 갑자기 나타났느냐에 대한 질문을 하려던 순간.
“…흐음? 흠? 어디서 봤는데.”
질문을 받아줄 당사자인 뇌신은, 내가 내뱉은 가래침을 나뭇가지로 콕콕 찌르며 고개를 갸우뚱거리고 있었다.
뭔데 저거.
내 가래침에 무슨 흥미로운 요소가 있다고 저러는 거야.
“…뭐 하냐.”
내가 그리 지적함에 놀란 것일까.
“에? 아니. 별다른 건 아니고. 그 뭐라고 해야 할까….”
뇌신은 가래침을 콕콕 찌르던 나뭇가지를 허공에 내던지며 허둥지둥거리기 시작했으니.
나는 그런 그녀가 진정할 때까지 잠시 기다림의 시간을 가졌고.
“그… 내가 먹었던 검은 구슬 있잖아.”
뇌신은 뭔가 부끄러운 듯, 말하기 껄끄러운 듯.
미묘한 감정이 섞인 목소리와 몸짓으로 그리 말을 이어나갔다.
“그게 저거랑 비슷한 것 같아서 말야….”
아. 그 타락할 때 먹었던 검은 구슬말인가.
그러고 보니 비슷하긴 하….
어라 잠깐.
“…그럼, 그 마법소녀들은 사실상 타락한 상황인 건가?”
“미묘하게 다른 것 같긴 해. 성질도 비슷하고, 느껴지는 것도 같은데…. 뭐라 해야 할까.”
내 질문에 뇌신은 잠시 고민하더니.
“…존재감이 다르다? 뭐라고 말해야 할지 잘 모르겠네. 미안.”
곧 그리 답을 되돌렸다.
존재감이 다르다.
뇌신은 저 답이 정확하지 않다고 생각하여 사과한 것이겠지만.
그 말을 들으니 이해가 되었다.
저 물질과 검은 구슬은 이계의 힘이 응축된 물건이다.
다만, 내가 내뱉은 것은 끝의 존재가 아닌 시안이 만든 물질이기에 급이 떨어지는 것이리라.
끝이 아닌, 수호대급 존재가 만든 타락의 물질.
아마 검은 구슬과 달리 자의적 타락이 아닌, 강제 타락과 명령 복종을 심어 넣은 물건이겠지.
그리 생각하면 되겠군.
저것에 대해 생각하니, 골치가 아파지기 시작했다.
시안 녀석이 수호대급.
제대로 각성한 건 아닌지 육체 능력은 허접하기 그지없지만, 뭔가 다른 방향으로 힘을 얻은 것 같다.
어찌 되었건.
GM이랑 극(㘌)만 해도 골치 아픈데, 거기에 수호대급 하나 추가.
미친 거 아닌가 진짜.
심지어 저 녀석들이 한편이란다.
하나하나는 어떻게든 공략이 가능할 것 같은데. 저런 녀석이 셋이라.
…아니, 아니지.
내 네 번째 간부도 나왔지?
갑자기 사라져서 지금은 어디 있는지 모르겠지만 말이다.
그 녀석도 까고 보니 O급이라던가 하는 일은 없겠지?
“하하….”
그리 대충 상황을 머릿속으로 정리한 후, 미래에 대한 걱정이 가득 담긴 헛웃음을 내뱉었다.
최소 O급 이상인 녀석이 최소 셋.
…뭘 어떻게 때려잡으라는 거야?
절망하거나 포기할 생각은 당연히 없지만, 지옥 같은 건 변하지 않는다.
“애효.”
어떻게든 되겠지.
그렇게 한숨까지 내뱉은 후에야, 갑자기 생각이 떠올랐다.
아, 그러고 보니 뇌신한테 물어보려던 게 있었지.
“야.”
“왜.”
“뭐 하러 왔어?”
퍽.
고통보다 빠른 섬광이 인다.
“구해줘도 뭐 하러 왔냐고 하는 건 좀 너무하지 않아?”
내 질문이 어지간히 뇌신 마음에 안 들었는지, 빛의 속도로 머리에 주먹이 날아오고 나서야 뒤늦게 불만이 내게 접수되었다.
아무래도, 너무 질문을 줄인 모양이다.
“아니, 그건 당연히 고맙지. 그런데 결사랑 있어야 할 네가 왜 관리국 싸움터에 왔느냐는 거지.”
그렇기에 이번엔 정말로 고마워하는 마음과 함께 질문을 던지자.
“음? 못 들었어?”
뇌신은 갸우뚱거리며 고개를 내저었고.
“뭘.”
“아마 관리국 단말기에 전달되었을 텐데?”
“그거 진작 부숴 먹었다.”
그런 게 남아있을 리 없지.
핸드폰은 매지컬 마법소녀 주머니에 넣어뒀지만, 단말기라면 싸우다가 진작 날려 먹었다.
“…아. 그래서 후퇴 사인이 나왔는데 설치고 있던 거구나.”
“엉? 후퇴? 눈앞에 적이 있는데?”
얼티메이트랑 무한성주 영감탱이가 어디 갔나 했더니만 튄 거였나.
이 빌어먹을 겁쟁이 놈들.
남자라면 맞서 싸워, 이 망할 놈들아. 염색체가 부끄럽지도 않으냐.
그리 내가 진정한 남자다움에 대해 뽐내는 동안.
“그래. 그래. 설명해 줄게.”
뇌신은 어쩔 수 없다는 듯 목소리를 높였다.
“일단 관리국은 빛기둥을 후순위로 돌리기로 했어. 관리국이 관리하던 봉인이 한 번에 다 해방되었고, 구멍도 전부 활성화되었거든.”
“그럼 더 싸웠어야지. 그 원흉이 눈앞에 있는데.”
얼티메이트랑 무한성주가 있었으면 어?
일대일 세 번 해서 어?
극(㘌)이고 GM이고 시안이고 나발이고 어?
완벽한 해피엔딩이네!
“…싸우느라 못 본 모양인데. 최소 A급인 이계의 존재가 빛기둥에서 수백은 튀어나왔거든? 빛기둥에 다가가는 것만 해도 어려웠어.”
“넌 왔잖아.”
“나니까 가능하지. 무한성주는 가시다 급성 요통으로 쓰러지셨을걸.”
뇌신이 말하니 신뢰도가 높구만.
그럼 어쩔 수 없지.
결국, 내가 그 자리에서 그것들을 못 쓸어버린 잘못인가.
어휴.
“아무튼, 그래서 관리국은 움직임이 얼마 없는 빛기둥을 후순위로 돌리고, 총력전 체재로 들어가 주변 정리를 시작하기로 한 상황이야. GM이 직접 관리국에 발송한 메시지도 있었고.”
앵무조개가 메시지를 보냈다고?
그 몰골로 컴퓨터라도 두드렸나? 도저히 상상이 안 되네.
“무슨 메시지였는데.”
“다음 공격까지의 시간.”
“…흠?”
“그러니까, 이번 침공의 주력군은 지정된 시간까지 움직이지 않는다고 선전포고를 날린 거야. 공격 위치까지 포함해서. 심지어 해당 공격이 성공하면 다음 공격 일시와 위치를 다시 지정한다는 예고랑 같이.”
내가 헛걸 들었나?
제정신인가?
“다시 한번 말해 줄래?”
“그냥 정확히 뭐라 메시지를 날렸는지 알려 줄게. ‘주력군은 정정당당히 움직인다. 힘과 힘이 부딪혀 화려하게 불타는 불꽃을 보이고, 관객을 만족시키라. 그것이 무대에 오른 배우의 역할일지니.’ 이 문장에 이어서 일시와 장소, 그리고 차후에도 이렇게 한다고 적혀있었지.”
그 말을 듣고 뇌가 정지했다.
뭐라는 거야 저 미친놈들은.
백퍼센트 저건 극(㘌)의 메시지다.
GM이 보냈다곤 하지만, 문구를 작성한 것은 극(㘌)이 분명.
컨셉도 정도가 있지, 무슨 짓을….
잠시 그렇게 그 녀석들의 생각을 이해하려 해보았지만.
응. 모르겠다.
포기하자.
끝 녀석들이 그렇지 뭐.
내 안의 양산형 이하람이 말했듯.
끝은 그런 놈들인 것 같다.
정신병 걸린 컨셉질 관음병자 놈들에게 상식을 따져봐야 아무런 의미가 없을 게 분명하다.
보나 마나 극(㘌)은 저런 기승전결이 확실한 전투가 아니면 흥분하지 못하는 변태임이 틀림없다.
그렇게 스스로 진리를 깨닫고 고개를 끄덕이던 찰나.
팡.
누군가가 내 뒤통수를 후려치는 느낌이 들었다.
“왜 또 패는데?”
“안 쳤어.”
“엉?”
그에 놀라 내 앞에 있는 뇌신을 바라보았고.
이어, 고개를 뒤로 돌려보았지만.
거기엔 아무도 없었다.
…착각인가?
나답지 않게 머리를 너무 굴리다 보니 환상통이라도 생긴 모양이다.
아무튼.
“그럼 관리국은 지정된 일시까지 주변 정리를 하겠단 입장인가?”
“쉽게 말해 주변 정리지. 하나하나가 국가 멸망급 위기긴 하지만.”
“이계 녀석들이랑 싸우는데 이렇게 예의 바른 경우는 처음이네.”
죄다 뒤통수를 치거나 갑자기 튀어나오기 바빴는데 말이지.
“당연히 관리국도 안 믿고 별동대를 준비하고 있긴 해. 그런데 굳이 벌집을 들쑤실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서 선제공격하지 않고 있을 뿐.”
나름 합당한 판단이네.
아무튼, 지정한 침공 일시까지 적의 주력군이 묶인다라.
그런 제약 조건이 적에게 걸리자, 도저히 답이 보이지 않던 세계 멸망의 위기가 갑자기 해볼 만하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어찌어찌 잘 굴러가면 이 위기를 넘길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으로.
…너무 부자연스럽지 않나.
그에 의문을 품고, 저 멀리 떨어진 빛기둥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 아래에 있을 극(㘌)을.
그 존재가 눈에 보일 리는 없지만, 왠지 모르게 극(㘌)이 웃고 있는 느낌이 든다.
그래. 실컷 웃어둬라.
의도적으로 할 만한 수준의 전장을 마련해 줬다고?
막상 나중에 불리해지면 질질 짜면서 물려달라고 하진 말라고.
카악. 퉷.
마음속에 들끓는 분노가 담긴 가래침을, 땅을 향해 내뱉었다.
더 이상 거기엔 검은 어둠은 끼어있지 않았다.
아무튼, 대충 상황은 알았으니.
열심히 뛸 준비를 해야겠네.
“그럼 구해줘서 고맙고. 나중에 또 보자.”
그렇기에, 뇌신과 헤어지고자 작별 인사를 시작했다.
“관리국에 돌아가려고?”
“그래야지.”
“그럼 나도 같이 가.”
음?
막 뛰려는 찰나, 갑자기 뇌신이 옆에 달라붙었다.
“…나 지금 관리국 가는데?”
“아까 들었어.”
“…일단 괴인이지 너?”
“일단은 그렇지?”
“…관리국 가는데?”
“알아.”
뭔가 이야기가 안 맞물린다.
“그러니까, 관리국 가는데 괴인인 네가 따라오면 안 되지.”
결국, 내가 한 질문 전부를 풀어헤쳐 되돌리자.
“아, 그래, 그것도 못 들었겠구나.”
뇌신은 그제야 왜 이야기가 이렇게 돌아가는지 알아차렸다는 듯, 빠르게 고개를 끄덕이더니.
“들켜도 상관없으니, 일단 가자.”
너무나도 태평히 말을 꺼냈다.
오히려, 내가 열이 오를 만큼.
“아니, 괴인 대우 어쩐지 잘 알….”
그렇기에 내가 그리 화내며 목소리를 높인 순간.
“괜찮아.”
뇌신은 내 말을 가로막으며 웃었고, 곧바로 말을 이어나갔다.
“애초에, 내가 관리국 사정을 이리 잘 알고 있는 게 이상하지 않아?”
듣고 보니 그러네.
현 상황이라면 대충 언론을 통해 듣거나 할 수 있겠지만, 별동대니, 봉인 해제니 하는 건 극비 정보라 민간에 노출되지 않을 터.
그럼, 뇌신은 그걸 어떻게 알고 있는 것인가.
그 질문에, 내가 딱딱한 뇌를 굴려 답을 도출하려던 찰나.
“답은 간단해. 결사와 관리국이 동맹을 맺었어.”
뇌신이 웃으며 답을 선수 쳤고.
“물론, 서로 뒤통수칠 생각으로 가득 찬 것 같지만.”
그리 말하며, 높게 웃었다.
정작 그 말을 들은 나는 ‘뭔 화신체가 앵무조개 골뱅이무침 해 먹는 소리지?’라는 생각에 빠져 아무 반응도 못 했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