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r. Magical Girl RAW novel - Chapter (446)
마법소녀 아저씨 446화(446/671)
446. 오서독스(4)
망치를 드릴로 바꿔 땅속 깊이 파고들어 간 다음, 위쪽을 향해 풀파워 스윙을 갈겨 거대한 크레이터를 만든다.
내가 들어도 이게 뭔 바보 같은 소린가 싶어, 최대한 빠르게 이런 제안이 나왔는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하며 지휘부에 넘긴 결과.
20초도 지나지 않아 그대로 진행하라는 답이 돌아왔다.
실제로 핵폭발급 위력의 폭발이 지하에서 발생한다면 크레이터가 생기는 것은 가능한 이야기고, 파악하지 못한 지질학적 문제가 있어서 그리 큰 크레이터가 생기지 않더라도 어느 정도 돌진을 경감시키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게 지휘부의 설명.
다만, 한 가지 문제가 있었으니.
“난 어떻게 나오고?”
저리 물어본 순간 지휘부의 통신이 끊겼다.
농담이 아니다, 진짜로 그냥 통신이 뚝 끊겼다.
그렇기에.
“그래서 난 어떻게 나오고?”
이 작전의 발안자인 뇌신에게 다시 물어보았지만.
뇌신은 웃는 표정을 조금도 무너트리지 않은 채, 나에게 한 걸음 다가온 후.
양손으로 내 머리를 붙잡으며 말했다.
“자 저길 봐.”
우득.
방금 내 목뼈가 나간 것 같은데.
아무튼, 뇌신이 날 보여준 방향에는 전투준비를 하는 방위대원들이 있었고.
우득.
다시 한번 뇌신이 내 고개를 돌리자, 거기에는 아직 먼 거리지만 여길 향해 몰려오는 버팔로가 있었으니.
“이제 사소한 문제로 느껴지지?”
아마 이 말을 하는 뇌신은 웃고 있겠지.
난 못 보지만.
하지만, 뭐. 사소한 문제로 느껴지는 건 맞다.
그렇기에.
“다녀올게.”
우득.
좌우로 작살난 목을 되돌리며, 적들을 향해 나아갔다.
* * *
“흙에 좀 깔리는게 아니잖아!”
내게 주어진 일을 마치고 관리국으로 복귀한 후, 뇌신에게 한 첫 말.
“어서오세용.”
내 고함에 먼저 반응한 것은 운호였지만, 난 그에 신경 쓰지 않은 채 뇌신에게 가까워졌고.
그 말을 듣는 뇌신은, 뇌신화의 부작용인지 주변에 파직거리는 스파크를 튀기며 날 바라보고 입을 열었으니.
“뭘 당했는데?”
아니, 그걸 설명해야 아나.
그렇지만, 본래 불만이란 좀 입 밖으로 낼 때 해소되는 편이니.
“자, 우선 흙더미에 깔렸어.”
이건 뭐 처음부터 예상한 거니 그렇다고 치자.
문제는 이다음부터.
“거기에 버팔로가 떨어졌지.”
생각해보면 매우 당연한 일인데 막상 그렇게 되는 순간까지 까먹고 있었다.
“그리고 다음엔 폭격이 쏟아졌지.”
흙만 해도 더러운데, 시체 더미를 뚫고 나온 내게 쏟아진 건 버팔로 비와 압도적인 화염의 폭풍.
그래, 여기까지는 그렇다고 치자.
이 새끼들이 내가 있든 말든 폭격을 갈긴 건 그렇다고 치자고.
“근데 거기 번개는 대체 왜 떨어진 거냐.”
뇌신창은 대체 왜 떨어진 건데.
아니, 폭격으로 충분한 거 아니었어?
덕분에 전혀 예상치 못한 뇌신창을 처맞은 나는 사지가 마비되어서 버팔로 시체 위에서 실컷 나뒹굴고 왔다.
사실, 전기에 지져지는 순간까지도 이 정도로 일이 나쁘게 굴러갈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이미 타락한 뇌신의 뇌신창에 한 번 맞아본 경험이 있으니까.
그때의 뇌신창은 내 신경을 모조리 마비시키고 생체 부분을 모조리 작살 내버렸지만, 이계의 힘을 통해 몸을 움직이는 걸 막진 못했다.
그렇지만, 오늘 나와 버팔로들에게 내리친 검게 빛나는 노란 뇌신창은 전혀 다른 물건이었으니.
노란색으로 빛나는 번개에, 검은 자국이 그라데이션 된 새로운 뇌신창.
그것은 뇌신창의 본래 효과인 압도적인 전격량에 더해, 이계의 힘 교란 능력을 가지게 되었으니.
내 안에 흐르는 마력. 즉 이계의 힘을 이용해 움직이는 행동조차도, 꽤 긴 시간 동안 봉인되고 말았다.
본래의 뇌신창도 대 생물이나 대 기계에 대해서는 에너지만 충분하다면 결전 병기 수준의 무언가였는데.
이제 잘못 박히면 능력 봉인까지 더해진 필살 병기가 되고 말았네.
“아. 그거? 생각보다 버팔로가 안 죽길래, 지휘부 허락받고 주변 발전소 빌려서 한 방 날렸지.”
아하. 그러시군요.
지휘부 이 새끼들도 공범이었어.
지휘부 놈들 머릿속에는 준 괴인인 뇌신이 현직 영웅인 나보다 중요하다는 괴상한 부등호가 새워져 있음이 틀림없다.
그 사실도 충격적이지만, 중요한 게 아직 남아있다.
“나 있는 거 알고 있었지?”
“알아.”
“그런데 갈기셨죠?”
“날렸지.”
너무나도 태평하다.
아니 내가 피해자 아닌가?
“내가 잘못되면 어쩌려고?”
아니, 나라 살았지. 보통은 번개는커녕 버팔로에 깔려 죽고 끝이야.
그렇기에, 솟아나는 화를 밖으로 발산하며 그리 따졌건만.
“잘못될 리 없다는 걸 아니까 날린 거야.”
뇌신은 너무나도 당연하다는 이야기라는 듯 어투의 변화 없이 그리 내게 한 마디를 날렸고.
그 의심 한 점 없는 대답에, 내 분노는 갈 곳을 잃고 말았다.
“하아.”
그렇게 분노가 갈 장소를 잃은 채 식어가는 나는 의자에 앉으며 한숨을 내뱉었고.
“맛없, 그억. 꾸어억.”
마침 눈에 띈 푸른 잎을 운호의 입 안에 쑤셔 넣으며 빈손을 달래 나갔다.
“그래도 다 끝냈으면 좀 주워 가주지 그랬어.”
아무리 그래도 버팔로 시체 산에 놔두고 간 건 너무하지 않나 싶다.
“하나하나 찾기엔 시간이 오래 걸릴 것 같기도 했고.”
그렇지 하네. 주변이 죄다 타버린 버팔로 시체 밭이었는데 거기서 날 찾는건 좀 어려웠겠지.
나도 검게 타서 노릇노릇해져 버렸는데 말이다.
“거기다 내 몸 상태가 이래서. 어쩔 수 없었어.”
그리 말하는 뇌신은, 소매를 내리며 자신의 오른손을 들어 올렸다.
반투명해져 비춰 보이는 오른팔.
그 현상이 내게 알려주는 것은, 뇌신이 외부 에너지를 보급받았음에도 생각보다 소모량이 많았다는 뜻.
그에 난 뇌신도 힘들었었음을 다시 한번 인지하고, 조용히 지친 몸을 쉬어나갔다.
잠깐의 휴식 뒤, 또 다른 일을 해결하기 위해서.
…아니 근데 잠깐.
“너 전기장 탐지로 나 어디 있는지 알잖아.”
시야 대신 있는 그거.
다 시체가 넘쳐나는 잿바다에서 혼자 멀쩡히 살아서 퍼덕거리는 마법소녀는 빤히 보일 텐데?
순간 생각이 미쳐, 그리 따진 나였지만.
뇌신은 눈을 감고 조용히 의자에 몸을 누인 뒤였고.
그게 연기건 사실이건, 그 모습을 본 나는 따질 생각이 사라졌기에.
나 또한 조용히 눈을 감았다.
* * *
그로부터 이틀 뒤.
좀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버팔로 떼를 잡는 데 한나절 정도를 사용했으니, 하루하고 반일 정도.
그 시간 동안 우리는 사방을 뛰어다니며 일어나는 돌발 사태를 해결해나갔다.
쪽잠과 이동 중의 휴식.
거의 쉬지 못한 채, 그대로.
나야 이런 게 일상이지만, 나와 달리 능력 자체도 소모성인 데다가 신체 피로도도 정직하게 느끼는 뇌신이 점차 피로해지는 것이 느껴졌으나.
그에 대해 뇌신은 이리 말했다.
“옛날이랑 비교하면 천국이지. 괜찮아.”
그리 말하곤, 계속해서 하나씩 일을 해결해나갔다.
하나하나가 막지 못했을 때 최소도시 멸망급인 일들을.
그렇지만, 그걸 하나하나 설명하기에는 그런 일이 이틀 사이에 너무나도 흔해졌기에, 굳이 이야기를 꺼낼 가치도 없을 일을 넷 해결한 뒤.
작전 결행을 세 시간 남기고, 우리는 잠깐의 휴식을 가졌고.
지금 나와 운호. 그리고 뇌신은.
관리국으로부터 멀리 떨어진 평야에 서 있다.
어디로 가는지 관리국에 탐지되지 않기 위해 멀리 나온 우리는 주변에 우리를 감시하는 누군가가 없는지 확인하고자 잠시 탐지 범위를 넓혔고.
그로부터 약 1분 뒤.
“준비됐어?”
“문제없다.”
뇌신이 담담히 질문했고, 난 답했다.
“자 그럼.”
그렇게 대화가 끝난 뇌신은 품 안에서 앰풀을 꺼냄과 동시에.
“얍.”
빠르게 가속하여 내 등 뒤를 잡았다.
“뭐야.”
이상한 행동이네.
적이었다면 등 뒤로 팔꿈치 찍기를 날려 안면 함몰을 시켜줄 만큼이나 이상한 행동.
그렇지만, 뇌신이기에 그에 경계하지 않고 고개를 돌리자.
“가만히 있어.”
뇌신은 날 꽉 붙잡으며 속삭였고.
“몸 닿는다.”
너무 가까이 붙은 탓인지, 미미한 따끔거림이 느껴지는 스파크와 부드러움보다는 딱딱함이 느껴지는 감촉.
그게 생각보다 강해지기 시작했기에, 답답함을 견디지 못하고 발버둥 쳐 벗어나려는 찰나.
“가만히 있어 좀.”
뇌신은 내 행동이 귀찮다는 듯, 약간 소리를 높였고.
“그럼 달라붙질 말던가.”
내 잘못도 아닌데 소리를 높인 뇌신에게 약간 짜증이 생겨 나도 소리를 높였다.
그렇게 의미 없는 바둥거림과 속박에 토닥이길 약 10여 초.
“이동하려면 붙어있어야 하니까 가만히 좀 있어 봐.”
결국, 약간의 분노를 띤 뇌신의 목소리가 나오고 나서야 난 저항을 멈추었다.
진작 말하지 좀.
그랬으면 시간 낭비도 없었잖아.
마음속으로 그리 생각해 나가자.
뇌신은 내 머리 위에 고개를 올리고, 더 강하게 끌어안으며 소리를 높였다.
“그럼, 간다.”
아파 인마.
그러잖아도 턱을 내 머리에 괸 와중에 말한답시고 입을 여니 괴상한 진동이 느껴진다.
그렇기에, 불만을 담아, 약간 몸을 뒤틀자.
“여자끼린데 가만히 좀 있어.”
뭐야?
내가 화낼 만한 말이 뇌신의 입에서 나왔고.
그에 반응하려는 순간.
키잉.
유리 깨지는 소리보다는, 무언가 금이 가는 소리와 비슷한 소음이 귓가를 울렸고.
꿀렁.
동시에, 검은 어둠이 우리 발밑에 생기더니.
꿀렁.
소리와 함께 시야가 어두워졌다.
어둡다.
질척거린다.
나와 함께 있던, 뇌신도 느껴지지 않는다.
미지근한 점액 속에 붙잡힌 것처럼, 감각도 움직임도 단조롭다.
오감 모두가 마비된 것 같은 공간 속에서.
단 하나, 유일하게 제대로 느껴지는 감각이 있었으니.
향기.
무언가의 다디단 꽃향기.
그렇게 포괄적인 감각은 알겠지만.
좀 더 자세한 범주.
그래서, 이게 무슨 꽃의 향기더라?
그것을 찾고자 기억을 뒤지던 와중.
꿀렁.
나는 빛 안으로 나와 있었다.
“3분 정도. 늦으셨군요.”
나오자마자 비아냥거리며 나를 마주하는 알’셸의 목소리를 들으며.
내 의식은 각성하기 시작했으니.
어. 음. 그러니까.
난 그놈의 이리저리 슬라임을 통해 공간 이동을 한 모양이다.
한 6초 정도 걸렸나.
감각상 긴 시간이었던 것 같은데, 돌이켜 보니 얼마 걸리지 않은 시간.
“흠. 괜찮으신가요? 하긴 처음 겪으면 좀 이상한 느낌….”
그 기묘한 감각에 대해 내가 고찰을 하던 와중, 알’셸이 내 시야에 머리를 들이밀었기에.
“아니 씨발!”
팡.
놀란 나는 고대로 눈앞의 문어에게 주먹을 갈겨버렸다.
“꾸헉.”
그리고, 문어 한 마리가 내 시야를 가로질러 어딘가로 날아간다.
문제는 여기가 실내가 아니라, 하늘이 훤히 보이는 고층 빌딩 옥상이었기에.
잠시 하늘을 날던 문어는 빌딩 아래로 자유낙하를 시작했고.
“부르거그거러거갂.”
거품 이는 소리와 비명이 합쳐진 듯한 소리가 도플러 효과를 내며 멀어져 갔다.
…정적이 인다.
워낙 갑자기 일이 일어난 탓일까.
건물 옥상에 모여있던 존재들은 멍하니 알’셸이 사라진 자리를 눈으로 좇고만 있었고.
나와 함께 온 뇌신이나 운호도 마찬가지였으니.
그로부터 20초 정도 지났을까.
고층 빌딩 특유의 거센 바람이 우리를 핥고 지나갈 때쯤.
“아. 그 뭐냐. 저건 알’셸 참모장 잘못이네요.”
“동의한다.”
“동의.”
“이하 동문.”
빌딩에 모인 존재들은 각자 한마디씩 말을 뱉으며 이 상황을 마무리 지었고.
그 분위기에 양심 있는 가해자인 나도 동참하여.
알’셸이니 괜찮겠지.
하고 생각하고 넘어가게 되었을 때쯤.
마침내, 내가 입을 열었다.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해.
“그래서, 여긴 어디냐.”
“두바이입니다.”
그에, 한 존재가 곧잘 대답했고.
“여기서 그 미친 과학자 놈이랑 내 대적자가 확인된 거 맞지?”
“예.”
“위치 파악은?”
“세세하게 파악은 하지 못했습니다만, 두바이에 남아있는 건 확실합니다.”
이어진 질문에도 그녀가 곧잘 답했으니.
나는 그에 마지막 질문을 던졌다.
“그래서, 너흰 왜 다 나왔냐?”
“무슨 의미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하긴, 내가 생각해도 질문이 애매하긴 해.
좀 더 정확하게 말할까.
“결사 13석. 너희가 왜 다 튀어나왔냐고.”
“필요하니까요.”
그 답을 듣고, 그 자리에 있는 모든 인원을 바라보았다.
자주 봐서 얼굴이 익숙한 인원도.
자주 보지 못해 얼굴이 익숙하지 않은 인원도.
그들 모두는 모래바람을 맞으며 빌딩 옥상에 자리해 있었으니.
이 자리에 없는, 비전투원 엔클루를 제외하면.
O급 둘. A급 열로 이루어진.
결사 최고 간부들의 총집합이었다.
아. 알’셸이 죽어서 없구나.
O급 하나. A급 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