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r. Magical Girl RAW novel - Chapter (452)
마법소녀 아저씨 452화(452/671)
452. 왜곡(4)
운호의 한마디.
그에 전장에 가득 차 있던 긴장이 다른 것으로 치환되기 시작하였다.
의문 그리고 흥미.
의문은 나에게서 나온 것이고.
흥미는 반대편에 서 있는 검은 촉수 인간에게서 흘러나오고 있다.
여전히 적의가 흘러나오고 있긴 하지만, 움직임에서 느껴지는 흥미가 그것을 압도하고 있다.
존재는 뭔가를 생각하는 듯한 몸짓을 몇 번 취했고, 곧 입을 열었다.
“구분이 가능하다. 이는 힘과는 별개로, 존재로서의 격이 마스코트가 더 높단 뜻.”
무슨 의미일까.
저 녀석이 저리 여유를 부리는 동안 공격하고 싶지만.
적이 몸을 흔들며 딴청을 부리고 있건만, 확실히 공격이 들어갈 만한 빈틈을 찾을 수 없어, 공격이 성공할 가능성이 없어 보인다.
군체형 존재의 강점인가.
형태가 인간 형태고 인간처럼 움직여 착각하기 쉽지만, 실제론 인간과 전혀 다른 생물.
실제로 몸을 이루는 촉수들은 몸 전체의 움직임과 별개로 각각 움직이며 이쪽을 견제한다.
사람도 근육을 개별적으로 조작할 수 있다면 저런 게 가능하려나.
적의 정체가 아닌, 전투에 관한 생각을 그렇게 이어 나가던 와중.
“…먹은 건가요?”
운호는 갑자기 운호답지 않은 분위기를 풍기며, 날카로운 목소리로 그리 내뱉었다.
그리고, 그 말이 흥미로웠던 것일까.
“호오.”
감탄과 흥미가 얽힌 목소리가 촉수에게서 튀어나왔다.
이어, 촉수는 조금이나마 남아있던 적의를 지우며 목소리를 이었으니.
“정답에 가깝다. 그렇지만, 정확하진 않다.”
태평하지만, 적의가 없는 몸집으로 말을 이어 나가는 그것.
“먹은 자가 먹히지 않는다는 보장은 어디 있으며, 먹히는 자가 먹지 않는다는 믿음은 어디 있는가.”
뭐라는 거야.
철학 놀음 하나.
이 의미 없는 대치에 시간을 낭비하는 것도 지겨워졌기에.
“아무튼, 넌 내 대적자가 맞긴 맞다는 거지?”
쿵.
발로 땅을 내려치며, 망치를 한번 고쳐잡았다.
내 싸우자는 투지를 적에게 전하기 위해.
“관점에 따라서는, 그렇다.”
선문답이냐. 아니면 스무고개냐.
그렇다면, 다음 내 질문은 정해져 있다.
“다른 촉수 새끼들처럼 뭔가를 처먹긴 먹고?”
“그것도, 옳다.”
그래, 그럼 마지막 질문이다.
“넌, 침략자냐?”
“부정할 순 없다.”
그래, 그거면 충분하다.
이 녀석이 내 대적자건, 내 대적자를 집어삼킨 무언가건.
이 녀석은 여전히 근본적으론 촉수고, 내 대적자이며.
무언가를, 먹는 촉수다.
그러니.
“뒤져.”
땅을 박차 고속으로 이동한 후, 치켜든 망치를 휘두르기 시작했다.
그와 동시에.
“속박!”
운호가 빛의 마법진을 주변에 흩뿌리며 그리 외쳤고.
키이이잉.
귀에 거슬리는 고주파음과 함께, 비상등에서 새어 나온 빛이 사슬이 되어 검은 촉수를 덮쳤다.
빛으로 이루어진 사슬이라 그런 것일까.
검은 촉수 인간은 그에 반응조차 하지 못하고 구속당했고.
붕.
막대한 힘을 담은 망치를 대적자를 향해 휘둘렀다.
움직임은 없다.
조금 더 정확히 말하자면, 적은 빛의 사슬에서 벗어나고자 발버둥 치고 있지만, 속박이 끊어질 기미는 보이지 않으며, 내 공격을 막을 수 있을 만한 움직임도 보이지 않는다.
공격이 실패할 가능성은, 떠오르지 않는다.
그렇기에, 반격의 가능성을 치워두며, 온 힘을 담아 망치를 휘둘렀고.
철퍽.
적의 몸에서 뻗어 나온 촉수와 내 망치가 충돌했다.
운호의 구속 탓인지, 모래 폭풍 속에서의 만남과 달리 적이 모든 촉수를 충돌 부위로 끌어내진 못하지만, 나와 힘 싸움이 가능한 괴물인 만큼 공격 한 번은 막을 수 있을 만큼의 힘이 망치를 통해 느껴진다.
그래, 나 혼자라면 말이다.
이 공격에 실패는 없다.
아니, 실패해도 상관없다.
이번엔, 운호가 있다.
치명적인 실수를, 좀 아픈 실수로 막아 줄 수 있는 동료.
그러니.
“뒷일 따윈 엿이나 먹어!”
뿌드드드득.
순간, 힘이 부풀어 오른다.
얼티메이트가 이런 능력을 사용한다면, 옷이 찢어지며 부푼 근육이 튀어나오지 않았을까.
그렇지만, 나의 변화는 얼굴과 손발에 힘줄이 돋아나고.
몸 안에서 계속해서 발생하는 충격파로 옷이 크게 펄럭일 뿐.
그렇게, 몸 안에 있는 마법지팡이에 마력을 담아, 힘을 기폭시켰고.
육체를 대가 삼은 출력 상승.
그것은, 대치 상태에 있던 힘의 균형을 아득하게 상회했고.
뿌득.
망치를 붙잡던 촉수가 촉수 인간의 몸에서 뜯겨 나간다.
천천히, 그렇지만 막대한 힘이 담긴 망치가 적의 머리통을 향해 전진한다.
촉수를 으스러트리고, 강제로 뜯어버리며.
시간으로 따지자면, 0.1초도 되지 않는 공방.
막대한 힘이 담긴 망치가 적의 머리통을 후려갈기려는 순간.
키잉.
계속해서 귓가를 울리던 고주파음과는 다른, 또 다른 파열음이 귓가에 울리고.
쨍그랑.
검은 촉수 인간을 구속하던 빛의 사슬이 깨져 나갔다.
동시에, 수많은 검은 촉수가 머리를 향해 몰려오기 시작했지만.
늦었어.
탁.
망치가 적의 머리통에 맞닿았다.
그 감촉을 느낌과 동시에.
“뒤져라! 누군지도 모르는 새꺄!”
쾅.
한 발 앞으로 내디디며, 방어를 내다 버린 온 힘을 망치에 실었다.
망치가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 느껴진다.
이어, 조금씩 무언가가 달라붙으며 망치를 밀어내는 것이 느껴지지만.
이미 가장 큰 저항을 돌파한 망치를 막을 순 없었고.
팡.
풍선이 터지는 듯한 소리와 함께, 망치가 적을 뚫고 나와, 저항 없는 허공을 갈랐다.
대적자의 기척이 사라진다.
투둑. 투두두둑.
머리통이 터짐으로 인해 저들을 하나로 묶던 것이 사라진 것일까.
적의 몸을 유지하던 촉수와.
공격에 휘말려 허공을 날던 촉수가 지면에 비처럼 쏟아져 내린다.
인간의 형태를 유지하지 못하고, 쏟아져 내리는 촉수들.
적은 확실히 무력화되었다.
그렇지만.
쾅. 쾅. 쾅.
방심하지 않고, 지면에 흐트러진 촉수를 망치로 내려찍는다.
실패는 없다.
확실하게 여기서 죽인다.
미친 과학자, 학력 위조범 새끼들 때와는 다르다.
철저하게. 철저하게. 고기 한 점도.
여기서 지워 버린다.
그럴 생각으로, 망치를 내리친다.
그것이 얼마나 이어졌을까.
“하람 님! 멈추세요! 전투는 끝났….”
운호가 그리 말리는 소리가 들려오지만.
나는, 계속해서 내리친다.
검은 촉수를.
땅을 기는 존재를.
얼마나 지났을까.
이미, 전차 플랫폼은 흔적도 남지 않게 되었다.
본래 촉수 인간의 첫 공격으로 인해 만신창이가 된 플랫폼이었지만.
그것을 원형조차 남기지 않고 부숴 버린 것은, 내 망치질이다.
그로서, 검은 촉수를 단 하나도 남기지 않고 짓이겨 버릴 수 있었지만 말이다.
“우웅… 너무 심한 거 아닐까요.”
운호는 이 대참사를 보고, 그런 어수룩한 말을 남겼지만.
“…이 정도는 해야 뒤질 거다.”
이 녀석들의 끈질김은, 이미 몇 번이고 겪어 봐서 알고 있으니까.
아무튼, 그리 땀을 흘린 덕분일까.
내 대적자의 기척이 더는 느껴지지 않는다.
그렇지만, 내 감각만으로는 충분치 않았기에.
“운호야. 그 촉수 녀석 느껴지냐?”
“음. 퇴치한 것 같은데용?”
흐음.
너무 쉽게 가긴 했는데….
“부활 가능성은?”
“저야 모르죵.”
그래.
아무튼, 적어도 현재 세계에 숨어든 촉수는 해치웠다는 뜻.
운호는 탐지 능력과 별개로, 세계에 내 적이 나타났을 때 알아차리는 능력이 있으니 말이다.
“얼마나 지났지?”
“뭐가용?”
“저놈이랑 전투. 얼마나 걸렸냐고.”
“음. 3분 정도요?”
생각보다 짧았구만.
그럼, 계속 작전을 이어나가자.
우연히 간부 녀석을 만나 처리하긴 했지만, 본래 작전 목적은 미친 박사 녀석의 본거지 섬멸전이다.
순간 강제 리미터 해제에, 기폭까지 썼으니 몸 안쪽은 말이 아니지만, 작전을 수행하지 못할 만큼 몸이 망가진 것은 아니다.
만약 내 컨디션이 좋지 않다는 이유로 여기서 멈췄다가 홀쭉이가 이 방향으로 도주하면 어쩌란 말인가.
그렇기에, 천천히 몸 안쪽을 정련하며, 빛 한 점 없는 터널 안쪽으로 발을 내디뎠다.
터벅.
터벅.
후욱.
소리가 울린다.
내 발소리와 운호의 숨소리.
그 소리는 빛 한 점 없는 어둠 속에서, 계속해서 반사되며 귓가에 떠돌고 있다.
어둠이 무서운 것은 아니다.
한없이 모자란 빛이라도 난 앞을 볼 수 있고.
설령 완전한 어둠이라도, 시각 이외의 감각 수단은 잔뜩 있으니까.
그렇지만, 어둠 속에 삼켜진 자신이라는 것은, 언제나 공포를 떠올리게 하기에.
평소보다 긴장하며, 발을 내디뎠다.
타닥. 타닥. 후욱.
몸이 회복되며 발소리도 달라지고, 운호의 호흡도 계속해서 섞여온다.
얼마만큼 달렸을까.
저편에, 작은 빛이 보인다.
이 어둠 속에서 기이하리만큼 눈에 띄는, 보라색 빛.
그 빛은, 반으로 꺽인 플라스틱 막대에서 퍼져 나가고 있었으니.
광원이나, 표식용으로 사용하는 군용 형광봉.
꺾음으로써 효력을 발휘하기 시작하는 그 물건은, 이 주변에 적의 본거지로 향하는 비밀 통로가 있다는 의미였고.
그에, 잠시 멈춰서 그것을 주워들고 주변을 살피려는 순간.
덜컹.
무언가, 전혀 다른 소리가 들렸다.
한없이 익숙해졌던, 내 발소리와 운호의 호흡 소리와도 다른. 금속음.
“운호야.”
“예.”
“저 소리 들었지?”
“예. 저도 들었어용.”
운호 역시 그 소리를 들었는지, 날카로운 긴장 태세 분위기로 이 소리가 내 귓가에만 들리는 환청이 아님을 증명해 주었다.
어둠에 사로잡혀 평소처럼 환청을 들었을 가능성을 생각했건만, 그렇지 않다고 하니.
나 또한 망치를 소환해 고쳐잡고, 소리의 근원을 쫓았다.
덜컹. 덜컹.
소리는 우리가 달려온 터널 저편에서 규칙적으로 들려온다.
마치, 우리를 따라오듯.
덜컹. 덜컹.
점차 커지는 금속음에 더해.
수우욱.
공기가 대량으로 흘러가는 소리가 들려온다.
마치, 거대한 무언가가 고속으로 다가온다는 듯.
그것이 귓가에 들어오자.
곧, 한 가지 의문이 솟아올랐다.
이거, 어디서 많이 들어본 소린데.
어디서 들었지?
그렇게 고민하던 찰나.
덜컹.
금속이 크게 흔들리는 소리는 더욱 크게 울렸고.
그와 동시에.
눈앞이 밝아졌다.
어둠에 익숙해졌던 눈이, 막대한 광원에 반응하여 시야를 잃었다.
인간의 몸을 충실하게 재현하려는 망할 몸뚱어리 덕분에 말이다.
아무튼, 시야를 잃었으나.
그것이 무엇인지는 보지 않아도 잘 알게 되었다.
전철이다.
지하철 터널에 당연히 있어야 하는 물건.
그렇지만, 그건 이상하다.
지금은 지하철 운행이 정지된 상태.
그럼, 지금 이 전철은 무엇이란 말인가.
힘으로 막는 것은 가능하다.
그렇지만, 만에 하나 있을 가능성.
이 전차가, 시험 운행이라도 하고 있을 가능성.
긴급 사태에 대비해, 임시적으로 운행하고 있을 가능성.
그것을 떠올리자, 나는 곧바로 철도 옆으로 뛰어 전철을 피했고.
수왁.
물체의 움직임으로 인해 발생한, 막대한 기류가 나를 잡아당기기 시작했기에.
지면에 발을 붙이고, 점차 빛에 익숙해져 가는 눈으로 전철을 바라보았다.
평범한 전철이다.
다른 나라의 지하철이다 보니, 내가 아는 것과 전혀 다르게 생겼긴 하지만.
적어도 지하철 혹은 전철을 떠올리면, 금세 떠올릴 수 있는 형태의 모양.
그렇지만, 이상한 점이 있다.
정면의 전철은 빛을 밝히며 운행하고 있지만.
전철 안, 승객들이 타고 있을 객실 불이 꺼져있다.
어차피 탈 승객도 없으니, 에너지 절약인가.
잠시 그리 생각했지만.
아니다.
전철 안에는 승객들이 있다.
어둠에 잠긴 탓에, 일렁이는 그림자 정도로만 보이는 이들.
눈이 어둠에 익숙한 상태라면, 그 어둠조차 꿰뚫며 안쪽을 바라볼 수 있었겠지만.
지금은 반대로 빛에 익숙해져, 전철 안보다 이쪽이 더 밝아진 탓에 생겨난, 유리창에 떠오른 내 얼굴만이 보일 뿐이다.
안쪽에 있는 존재들은, 그저 흐늘거리는 그림자 정도로만 보인다.
뭐지 저거.
평범한 전철이 아니다.
왜 평범한 전철이, 전등을 끄고 어둠 속에서 운행한단 말인가.
그런 의문이 피어났지만, 전철을 때릴 수도 없어 가만히 있던 찰나.
덜컹. 철컹. 덜컹.
반복적으로 이어지던 금속의 덜컹거림 사이에서, 무언가 전혀 다른 소리가 들렸고.
탁.
뒤이어, 무언가가 땅에 내려서는 소리가 들렸다.
잘그락.
무언가가 저편에 있다.
발아래 깔린 자갈이 움직이는 소리.
그것을 인지한 순간.
보이지 않음에도, 저편에 누가 있는지 알았다.
목 뒤편이 서늘하다.
운호 또한, 털을 날카롭게 세웠다.
전철 반대편에 있는 존재.
“…대적자.”
그 존재를 중얼거리자.
“파나티시즘이다.”
답하리라고 예상치 못했던, 목소리가 돌아왔다.
…그래, 쉽겐 안 죽는다 이거지.
그에, 망치를 고쳐잡고 전철을 뛰어넘을 준비를 했지만.
“싸울 생각은 없다. 손실 55%. 도저히 싸울 만한 상태가 아니니.”
그래? 그럼 나야 좋네.
여기서, 한 번 더 처리한다.
그리 생각하고, 전철을 뛰어넘고자 땅을 박찼다.
힘은 충분하다.
속도도 충분하다.
전철이 아직 지나가고 있긴 하지만, 그 정도는 쉽게 뛰어넘을 수 있음을 확신할 수 있는 각도.
그렇기에, 공중에 떠 시야에 들어온 적을 노려보았고.
쾅.
무언가에, 부딪혔다.
주르륵.
그리고 부딪힌 무언가를 긁으며, 땅으로 떨어져 내린다.
뭐야.
그에 감각을 넓혔지만.
잡히는 건 아무것도 없다.
난 아무것도 없는 장소에서, 무언가 감지되지 않는 것과 부딪혀 땅으로 미끌어졌다.
그에 놀라, 땅에 착지하고 손을 뻗어 보았다.
뭔가가 있다.
투명한 벽.
촉감 이외의 감각으로는, 거기에 있음을 증명할 수 없는, 부드럽게 반발하는 무언가.
뭐지 이거?
그리고 생각하는 것보다 빠르게.
“운호야! 가라!”
“갑니다!”
운호를 붙잡고 그대로 내던졌다.
운호 또한, 상황을 파악했는지 평소와 다르게 만만의 준비를 갖추고 날아갈 준비를 하였지만.
퍽.
“꾸액.”
운호 또한, 투명 벽에 가로막혀 떨어져 내린다.
…어. 음 뭐 반쯤 예상하긴 했는데.
아무튼.
“뭐야 이거.”
의문을 느끼고 혼잣말을 내뱉자.
“내가 여기 온 것은, 승자에게 권리를 주기 위함이다.”
저편의 적은, 그와 전혀 관련 없는 말을 내뱉었고.
“그럼 자살해 새꺄.”
패자답게 전철에 뛰어들어서 죽어.
그리 독설을 내뱉었지만.
“우리가 먹는 것은 되돌아보라, 거기에 답이 있을지니. 정보 하나. 승자의 권리.”
저편의 적.
무한하게 이어지는 거 아닌가 싶을 정도로, 긴 전철.
전철 사이 작은 틈으로, 거기 존재하는 것을 바라볼 수 있는 적은.
내 말은 귓등으로도 들리지 않는다는 듯, 자신이 할 말만을 이어나갔고.
“그럼, 다음에 보도록 하겠다. 자신을 믿는 자여.”
그리 사라질 기미를 보였기에.
“전차도, 두바이도 네놈 짓이냐!”
그저, 머릿속에 떠돌던.
정리되지 않는 비명을, 적에게 내질렀다.
적당한 질문은 아니었을 것이다.
그렇지만, 무언가 뭐라도 해야 한다는 생각에 떠오른 문장이 저것이었고.
“그걸 왜 나에게 묻지?”
답해 주리라곤 생각도 하지 않았던 답과 함께.
적의 기척이 사라졌다.
덜컹.
그리고, 전철도 마지막 울림과 함께, 터널 저편으로 사라졌다.
그것을 쫓을 생각은 들지 않았다.
어쩐지 절대 따라잡을 수 없으리라는 직감이 있었기에.
그렇게, 땅에 떨어진 보라색 형광봉 외에는 광원이 남지 않게 되었고.
나는 멍하니 땅에 너부러진 형광봉과 운호를 주워든 후.
운호가 있던 자리보다, 조금 더 앞쪽으로 손을 뻗었다.
거기엔, 투명 벽 따윈 없었다.
…뭐야 이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