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r. Magical Girl RAW novel - Chapter (458)
마법소녀 아저씨 459화(458/671)
459. 조각난 미래에 대하여(3)
몰려드는 살점 괴물을 처리하며 부활한 코핀에게 다가가던 와중.
“이.하라아아암.”
소름 끼치는 목이 깨진 듯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 목소리의 발원지는 우리가 다가가는 대상에서부터 흘러왔으니.
“나를 이렇. 게 만들고. 아직 모자랐나!”
뭔가 상태가 많이 이상한 코핀에게서 흘러나오는 목소리.
지금 보니 공포에 질린 듯 눈알도 크게 떨리고 있고 숨도 거칠며, 손발도 잔경련이 일어나고 있다.
…본래 저런 녀석이었나?
내 기억상으로는 훨씬 침착한 녀석이었는데.
덩치가 아무 생각 없이 달려드는 막가파였고, 홀쭉이는 상황을 보고 냉정하게 움직이지 않았나.
그런데 그런 녀석이 벌벌 떨고 있다.
물론, 그렇다 한들.
“그럼 얌전히 뒤지면 편하잖냐.”
저렇게 되어 버린 상대에 대해 안쓰러움은 전혀 존재하지 않는다.
그저 빈틈이 훨씬 많아져 잡기 편하겠다는 생각이 들 뿐.
그렇기에, 뇌신의 번개와 운호의 마법이 몰아치는 공간을 내달리며 코핀을 향해 달려 나갔다.
그 와중에도 코핀은 계속해서 저항하며 입을 열어나간다.
“부숴졌어! 어떻게 해야 하지? 미래가 보이지 않아. 카푸스틴은 어디 있지? 날 도와야 할 거 아냐. 하나. 하나. 하나. 복구해야 해. 하나로. 그렇지 않으면.”
뭐라는 거야 대체.
뇌신에게 물어보고 싶을 지경이다.
내가 오기 전에도 저렇게 맛이 가 있었냐고.
만약 그렇다면 이 미친 과학자의 나머지가 뭔가를 특별한 계획을 수행하는 것은 아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피어오른다.
단지 정신이 완전히 망가진 바람에, 공간까지 뒤틀며 쥐구멍을 만들어 꼭꼭 숨어 버린 거 아니냐 하는, 긍정적인 추측.
물론 이것은 희망 사항일 뿐.
그렇지만 세계의 적이 망가진 모습은 아무리 보아도 기분이 좋았기에.
“뒤져.”
망치를 치켜들어, 휘두르기 시작하던 찰나.
“칼날의 숲.”
눈앞에 섬광이 빗발치며 내려왔다.
비처럼 쏟아지는 무수한 은빛 섬광.
백시현이 무기 생성을 통해 쏘는 것과 비슷한 기술이지만.
검 하나하나가 가진 날카로움과 쏟아지는 숫자가 차원이 달랐기에.
하늘에서 쏟아진 은빛 기술은 사람 하나를 다진 고기로 변모시켜 버릴 위력을 자랑하였고.
“이 더러운 새끼가 여기도 있어!”
귀여운 외형에 걸맞지 않게, 험악한 얼굴로 쌍욕을 퍼붓는 요정이 하늘에서 내려왔다.
“뒤져! 뒤져! 내 칼날 날개에 역겨운 살점을 붙인 죗값이다!”
희고 푸른 요정은 코핀이 다진 살점이 되었음에도 화가 풀리지 않은 듯, 더더욱 많은 숫자의 칼날을 쏟아 내었다.
…내 사냥감인데.
두들기려고 치켜든 망치는 어디로 가야 하나.
뭔가 말을 꺼내야 할 것 같지만, 눈앞의 쿠쿠루루가 워낙 화를 내는 통에 뭐라고 말하며 끼어들 각이 보이질 않는다.
쿠쿠루루가 그렇게 다진 고기를 먼지로 만들 때쯤.
쿵.
나는 뒤늦게 공격을 파악해 크게 회피 동작을 수행하였다.
내가 본래 있던 자리에 떨어진 것은, 거대한 고깃덩어리 손.
그것을 일으킨 것은 저 멀리에서 자신이 나온 걸 숨긴 채, 과호흡으로 허덕이는 코핀 한 놈.
그래, 성격이 바뀌었으니 이제 재생되어도 티를 안 낸다 이거지?
치켜든 망치의 원한을 풀어주마.
자세를 잡고 도약한다.
손이 내려친다. 회피한다.
“역겨운 놈들 다 뒤져어어어어!”
칼날이 사방으로 흩날리며, 살점 괴물들이 고기 조각이 되어간다.
그러한 살육 속에서 나는 절반가량 거리를 좁혔고.
망치를 휘두르기 위해 자세를 잡아 나갔으니.
곧이다.
우득.
코핀이 밟힌 음료수 캔처럼 찌그러졌다.
내 망치로 인한 것은 아니다.
아직 거리는 절반이나 남았으니까.
이번에도 누군가의 방해가 들어왔을 뿐인 이야기.
범인은 이칠이.
코핀을 붙잡아 그에게서 높이라는 개념을 제거하고, 그로 인한 악영향은 모두 받도록 조작하여 위에서 아래로 찌그러트려버린 일격.
그로서 코핀은 절명했고.
난 또 사냥감을 놓치고 말았다.
…설마 계속 이러는 건 아니겠지.
* * *
결사 간부들이 한 명씩 도착할수록 전투가 쉬워져 간다.
살점 괴물은 수없이 흩날리는 기술들에 의해 생성과 동시에 전투력을 잃어버리는 처지.
그 와중 코핀은 어떻게든 전투를 이어나가고 있지만, 수많은 간부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어, 재생된다 한들 1분을 넘기지 못하고 다종다양한 방법을 통해 시체로 변한다.
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아파. 내가 왜. 살려 줘. 죄송해요. 미안해요. 이제 안 할게요. 엄마. 살려 줘. 카푸스틴. 카푸스틴. 알렉산드리아. 로안나. 어디 있어 왜 나 혼자만.”
코핀이 완전히 망가져, 이성의 조각도 보이지 못하게 되었다.
한계에 도달한 것일까.
이제 재생도 제대로 되지 않아, 온몸에서 살점이 흘러내리고, 팔 하나나 둘이 손실된 상태로 재생성되고 있다.
그렇게 적이 급격히 약화하는 모습에 우리는 이 전투가 곧 끝나리라 확신하기 시작했고, 적을 계속 약화시키고자 가장 가까이 있던 주우룽이 코핀에게 창을 내지르려던 순간.
“쓸모없군.”
뿌득.
뼈가 바스러는 소리가 울린다.
다 무너져 가던 코핀 옆에 또 다른 코핀이 나타나, 머리통을 손아귀에 넣고 힘을 가하기 시작한다.
“나…?”
부서진 두개골 사이로 뇌수를 흩뿌리는 다 망가진 코핀은 새로이 나타난 코핀을 돌아보며 그런 말을 입에 담지만.
“넌 내가 아니다. 찢겨 나간 세계의 파편.”
멀쩡한 코핀은 그리 말하며 더욱 손아귀에 힘을 넣었고.
파삭.
망치로 수박을 내리친 것처럼, 붉은 파편이 사방으로 튀며 코핀 하나가 절명했다.
…그런 상황 속에서.
“찟. 승천자. 아니. 강제로 끌어올려졌나?”
익숙한 목소리가 울린다.
핑.
익숙한 현 울림과 함께, 어둠에 잠긴 존재가 나타났으니.
“죽어라. 세계의 배신자.”
누더기처럼 보이는 로브를 두른 퀼프가 적의 등 뒤에 자리했고.
콰득.
제대로 다듬어지지 않아, 척 보아도 날이 고르지 않은 우둘투둘한 녹슨 단검이 코핀의 목덜미에 박혀들었다.
톱이라 부를 만큼 잔인한 단검이 목과 가슴팍을 찔러 살점을 헤집었건만, 그걸로 충분치 않다는 듯, 퀼프는 그대로 단검의 각도를 돌리며 강하게 칼날을 뽑아내었다.
시이익.
벌려진 상처 사이로 바람소리가 새어 나오고 있지만.
보글.
바람소리는 금세 잦아들었고, 빈 자리를 거품 소리가 대신한 순간.
콰득. 콰득. 우득. 뿌드득.
퀼프의 난폭한 단검술이 그나마 온전한 형체를 유지하던 코핀의 몸 전체를 난도질해나간다.
살점이 튀고 피가 튄다.
절단부가 엉망인지라 신체 어느 부위인지도 알 수 없을 고깃덩어리가 땅에 쏟아지고 그로써 코핀의 목숨이 다했다.
한순간에 일어난 인간 해체 쇼.
그 모습이 너무나도 빠르고 순식간에 일어났기에, 잔혹함보다는 유혈이 동반된 잔혹한 유머라고 느껴질 지경이었지만, 중요한 것은 그런 게 아니다.
뭔가 훨씬 멀쩡하고 존재감도 강한 코핀이 나타났다는 사실.
그리고, 우리가 지금까지 싸워 왔던 코핀은 약체화 버전이라는 것.
모두가 나처럼 생각한 것일까.
나를 포함한 모두는 곧바로 신경을 곤두세우며 이어질 전투를 준비했지만, 단 한 명 그렇지 않은 존재가 있었으니.
“…그런 방식인가.”
단검을 역수로 잡은 채, 멍하니 살점더미를 바라보던 퀼프가 그런 혼잣말을 중얼거렸고.
“찟.”
핑.
현 울림 소리와 동시에, 퀼프는 한 살점 괴물에 단검을 쑤셔박으며 나타났다.
의문이 피어오른다.
그 살점 괴물은 코핀이 아니다.
어딜 어떻게 보아도 평범한 살점 괴물.
그럼, 어째서 퀼프는 그 존재를 찌른 것인가.
그 의문은 곧 해소되었다.
“…어떻….”
키시익.
빠른 무력화를 위해서일까.
조금 전까지 사용하던 녹슨 단검이 아닌, 푸른빛을 띠는 날카로운 단도가 섬광과 함께 휘둘러졌고.
살점 괴물이 한순간에 참수되었다.
그로 인해, 말의 끝맺음은 목구멍에서 새어 나오는 바람 소리로 치환되었으니.
목 위쪽만이 코핀으로 변한 채 머리가 잘려 무력화된 살점 괴물이었지만, 잘려 나간 몸통도 곧 코핀의 행색으로 변했고.
퀼프는 곧바로 품 안에서 녹슨 톱 단검을 꺼내, 몸을 철저하게 난도질해 나간다.
목이 날아가 무력화된 상태건만, 계속해서 고통을 주겠다는 듯 이어지는 고기 해체.
우연일까.
아니, 그럴 리 없다.
퀼프가 우연을 믿고 행동할 성격은 아니니까.
그리고, 그런 내 짐작은 맞아떨어졌으니.
핑.
현 울림 소리와 함께 퀼프는 또 다른 살점 괴물에게 나타났고.
서걱.
처음으로 퀼프의 단검이 막혔다.
두 번이나 목이 나갔으니, 한 번쯤은 반응하겠다는 듯.
그 대가로 코핀의 손목이 뼈째 절단되어 날아갔지만.
“세계란. 내게 무가치함.”
어디선가 꺼낸, 날이 소용돌이처럼 휘어진 날카로운 단검이 코핀의 가슴팍에 박혀들었다.
찌르기 외에는 전혀 의미가 없어 보이는 단검은 그대로 가슴팍에 구멍을 만들었고, 퀼프가 손목을 뒤틀며 빼내는 것만으로 상처를 크게 벌리며 코핀을 절명에 이르게 하였다.
시체가 쓰러지고, 퀼프가 이동한다.
살육이 이어진다.
쉽게 죽일 수 있다 하더라도, 계속해서 우리에게 공격을 가하며 피로를 누적시켰던 상대가 너무나도 쉽게, 아무것도 못 하고 스러진다.
말할 기운도 없는지, 아니면 목이 잘려 버리면 그 잘난 통일언어도 사용할 수 없는지, 분노를 일으키는 문장 한 번조차 듣지 못한다.
그런 살육은 계속해서 이어졌지만, 어느 순간 균열이 생긴다.
수십 번 이어진 죽음 속에서, 처음으로 두 단검이 모두 막혔다.
그리고, 코핀의 입이 열린다.
“깨어진 세계 속의 조각난 나여! 계획을 수행하라!”
한순간에 수없이 많은 의미를 전달할 수 있는 통일언어를 통해 내뱉어진 말임에도, 다급함이 느껴지는 목소리.
“찟.”
그에 퀼프는 혀를 차는 듯, 짐승의 목소리를 내는 듯한 소리와 함께 두 번째 연격을 가했고, 그로서 또 다른 코핀이 절명했다.
다음 재생을 위한 약간의 시간.
그 짧은 시간 속에서 많은 것이 변하기 시작했다.
온통 순백색이었던 이 장소에, 순백을 오염시키는 공간 오염이 나타나고 코핀이 쏟아지기 시작한다.
모두가 저 코핀들을 뚫고 왔다는 것을 증명하기라도 하듯, 결사 간부들의 얼굴이 험악해진다.
그렇게 쏟아진 코핀은 살점 괴물을 포함한 주변 모든 것을 공격하며 미친 듯이 날뛰기 시작했고.
퀼프가 코핀을 처리하는 동안, 살점 괴물을 처리하던 우리는 그 혼돈 속에서 한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으니.
“가시길! 적 도주!”
언어 능력이 또 고장 나기라도 한 듯, 이상하게 들리는 퀼프의 목소리.
퀼프는 또 다른 코핀의 목을 따내며 그리 외쳤고.
그로써, 우리는 코핀 중 일부가 도망친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무절제한 혼돈을 흩뿌리는 평범한 코핀들과 달리, 명백한 의도를 지니고 지성이 느껴지는 움직임을 행하는 몇몇 코핀들.
그들을 쫓기 위해 우리는 빠르게 혼돈 속을 질주하기 시작했고.
그렇게 전장에서 벗어나는 우리에게 고함이 들려왔다.
“힘의 근원! 통합 세계의 분산된 파편! 세계를 소모하여 재생!”
퀼프가 알려 주는 적의 능력.
퀼프의 언어 능력이 둔화되고 있는지, 간단한 단어로 이루어진 문장이었지만 대략 어떤 의미인지는 이해할 수 있다.
“분신체! 근원 파괴로 인한 부산물! 파편!”
계속해서 이어지는 퀼프의 설명.
그로써 저 코핀들이 어떤 존재인지 알았다.
그리고 왜 저 코핀들이 나타내는 세계가 기시감이 있었는지.
저 세계 중 일부는 내가 관측해 본 적 있는 세계다.
그런 세계 하나하나에서 그 세계에 존재하는 코핀들을 불러온 것이 저 결과물.
종종 보이는 평범한 연구자 코핀은, 이런 상황과 연관이 없는 불운한 개체였으리라.
AO 소장은 그 두 과학자가 모든 세계에 똑같이 존재한다고 말했지만, 그건 인식의 오류가 아니었을까.
모든 세계에 동일하게 존재하는 게 아니라, 동일하게 만든 것이다.
다른 세계에 접하는 능력을 손유하여, 다른 세계의 자신을 오염시킴으로써 하나가 된 개체.
그것이 코핀이고, 저 수많은 코핀은 무언가 그 제어력에 문제가 생겨 하나의 코핀이라는 개념이 깨어짐으로서 생겨난 고장 난 코핀들.
지금 퀼프와 싸우는 것은, 모든 것의 원인인 통합체의 원본.
“나. 세계를 잘라 내는. 허무한 자.”
퀼프의 목소리가 이어진다.
언어 능력 상실로 단순화 된 문장이지만, 지금 이 상황에 지극히 어울리는 말.
【세계는 공허하노니】
소리가 울린다.
세계의 잔가지가 잘려 나가고, 가능성은 하나로 수렴된다.
하나의 세계 속에서 퀼프의 단검이 울부짖는다.
다른 O급과 다르게, 세계를 바꿀 만한 힘을 가지지 못한 존재가.
세계를 집어삼키는 괴물 하나를, 철저하게 고통으로 이끌어간다.
“아아아아악!”
비명이 울려 퍼진다.
수많은 죽음 속에서도 들리지 않던 적의 비명이.
팔과 다리가 잘려나간 채, 배가 난도질당한 코핀은 처절한 비명을 지르지만.
“죽음. 공포 잊은 자. 사람 아니다.”
비명을 내지르는 코핀의 머리에 회오리 형태의 단검이 박혀 든다.
머리통을 내려친 단검이 뽑히자 거기엔 뭉개진 눈알과 끊어지지 않은 신경 줄이 붙어있었으니.
이걸 보라는 듯, 코핀의 남은 눈 하나 앞에서 눈알을 흔들던 퀼프는.
뚝.
갑자기 단검을 잡아당겨, 신경을 끊어 버렸다.
“—–!”
무어라 말할 수 없는 비명이 메아리친다.
“사람. 되돌린다.”
그 목소리를 마지막으로 우리는 흰 공간을 떠났다.
수많은 코핀을 흩뿌리며 도망가는 코핀을 쫓기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