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r. Magical Girl RAW novel - Chapter (462)
마법소녀 아저씨 461화(462/671)
461. 막간-발퀴레의 기승
이 세계에서 가장 선한 자에게.
처음 세계에 도착하면 항상 찾아가는 대상.
이 선택이 항상 옳은 것은 아니지만, 많은 상황에서 괜찮은 편입니다.
가장 많은 선을 행한 이는 보통 지성체 사회에서 큰 영향력을 지닌 존재이며, 특수한 존재를 보아도 친절히 반응해 주는 편이니까요.
세계를 돌며 악을 지우고 정보를 모으는 제겐 그런 존재가 함께하기 편합니다.
그리고.
그런 존재는 제 다른 모습을 인지하지 않기도 하고요.
지옥으로 끌고 가는 악마의 모습을.
저의 이름은. 흐릿함입니다.
이젠 멸망한 세계의 –1 위계 천사이자 -1 위계 악마.
천상 끝자락의 선별자.
그럼, 이번엔 어떤 사람일까요.
저번처럼 선하긴 해도 꽉 막힌 원리원칙주의자는 아니면 좋겠는데.
그리 생각하며, 입을 엽니다.
“두려워 말거라.”
어떤 세계에서 본 문구.
첫 만남으로서는 더없이 좋은 말.
반응은 둘로 갈리는 편입니다.
기겁하며 놀라거나, 조용히 날 바라보거나.
자. 그럼 이번 사람은 어떨까.
수많은 세계를 돌아보았지만, 첫 만남은 항상 긴장됩니다.
그렇기에, 기대하며 눈을 떴고.
“뭐냐 너.”
적의와 폭력을 생명체로 변환시킨듯한 존재가 눈앞에 나타났습니다.
분명 뜯어보면 귀여운 얼굴일 게 분명하지만, 얼굴을 워낙 찌푸린 나머지 그 귀여움이라곤 조금도 남지 않은 험악한 표정을 가진.
…어린아이?
너무 작네요.
이 정도의 키가 평균인 지성체일 가능성도 있겠지만….
“야, 귀먹었냐? 너 뭐냐고. 반응 안 하면 죽는다. 3.”
잘못 온 건 아니죠?
분명 가장 선한 이에게 왔을 텐데, 어째서 이런 난폭한 존재가.
“2.”
피어나는 의문에 그의 내면을 들여다봅니다.
어마어마한 선이 저울에 오릅니다.
몇 번이고 세계를 구하고, 절망에 빠진 자를 끌어올리며, 배곯는 자를 구한 선행이.
동시에, 이 종족에 대한 정보도 알아나갑니다.
단명하며, 특수한 능력도 없는.
그런 존재가 한 세계의 구세주급에 해당하는 선을 품고 있습니다.
그들이 내려와 엉망이 된 세계라고 해도, 단명하는 존재에게 가능하긴 한 건가 싶은 만큼의 선을요.
그리고, 그 반대편에는 그에 비견할 만큼의 악행이 쌓여 있습니다.
죄 없는 존재를 무수히 죽이고, 절망의 구렁텅이로 밀어 넣었으며, 자신의 행동에서 눈을 돌린.
저울에 올려지는 무게는 악행이 선행보다 무겁다곤 하나, 저만한 선행을 상쇄시킬 만큼의 악행이 저울에 쌓여 있습니다.
대체 이 존재는 뭘까요.
“1. 오냐. 오늘 뒤졌다 악마 새꺄.”
어떤 단어로 인해, 끝없이 이어지던 의문이 끊어집니다.
눈앞의 어린아이가 제 머리보다도 거대한 망치를 들어 올리지만.
그건 그리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
의문을 끊어 버린 것은, 다른 것이죠.
“악마요?”
“뭐야. 말할 줄 아네.”
대화가 통해서인가요, 상대는 망치를 휘두르는 것을 멈추었습니다.
제가 뭔갈 실수하면 곧바로 휘둘러질 것 같은 불길함이 망치에서 피어오르지만, 아마 괜찮겠죠.
인과절단도 있으니까요.
아무튼, 그게 중요한 게 아니죠.
“제가 악마로 보인다구요?”
“엉? 그럼 너네 세계에서는 그 시꺼먼 꼬락서니를 천사라고 하냐?”
아무래도, 정말 제가 악마로 보이는 것 같네요.
그 말뜻은 선행과 죄악 중에서 죄악이 더 무겁다는 뜻.
즉. 죄인.
제가 단죄해야 할 대상입니다.
그렇지만, 정말 이 존재를 단죄해도 괜찮은 것일까요.
올려진 죄악이 무겁긴 하지만, 어마어마한 선을 마음에 품은 존재.
그런 존재가 과연 죄인일까?
고민은 길지 않았고.
전 곧 입을 열었습니다.
“회계하세요. 아직 그대는 천국에 갈 수 있습니다.”
“…요새 교회는 악마도 받아주나? 그 녀석들 진짜 생각이 많이 달라졌네. 악마 괴인 선교사라니.”
눈앞의 존재가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으로 영문 모를 말을 꺼냅니다.
“…사이비? 경찰에 신고하면 잡아가나? 아니 괴인이니까 관리국?”
말에 적의가 담겨있지 않았기에.
너무나도 이상해, 웃었습니다.
제 악마로서의 모습을 보고도 당황하지 않고, 평범히 저에게 말을 걸어주는, 죄인.
“목소리 진짜 안 어울리네.”
실례되는 말을 내뱉는, 선의 절대량이 이 세계에서 가장 많은 존재.
그리고, 그만큼의 악을 지닌 존재.
그래, 이건 제 실수.
단순히 선의 총량으로만 대상을 찾았기에 생겨난 실수.
그래도, 신선한 기분이네요.
“그래서. 싸울 거냐?”
그가, 제게 질문해 옵니다.
적의가 없는 주제에, 싸운다고 말하면 곧바로 망치를 휘두를 모습으로.
그에 전 더욱 크게 웃었습니다.
이상한 사람.
* * *
끝의 시선.
그것을 전혀 다른 의미로 이해하고 있는 지성체가 대부분입니다.
그들의 영향력을 어떤 세계에서 느끼지 못한다면, 그들이 그 세계를 바라보지 못하거나 발견하지 못한 것이기에 안전하다고.
그렇지만 일반 지성체와 달리 선천적으로 세계의 법칙을 품고 태어난 저는 진실을 알고 있습니다.
그들이 세상에 관여하지 않을 때도 있지만, 그것은 그들이 해당 세계를 바라보지 못해서가 아니라, 그저 매번 다른 사소한 이유 때문에 관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그들의 시선이 닿지 않는 안식의 장소는, 극히 적은 장소 외에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그들은 모든 장소와 모든 시간을 바라보며, 세상을 관조합니다.
그렇지만, 우리가 감각을 통해 느끼는 모든 것을 받아들이지 않듯. 그들 또한 의식을 돌려 어떤 특정한 장소와 특정한 시간에 집중하며.
그것이 끝의 시선입니다.
한 번 끝의 세례를 받은 자들은 더욱 민감하게 반응하는 그것.
그리고 그러한 그들의 인지는 세계를 무너트리죠.
저희처럼 이치에 속한 존재는 인지할 수 없을 만큼의 무한한 세계 속에서 무한한 사건을 걸러내고, 그 속에서 피어난 무한한 갈라짐에 내비치는 그들의 관심은.
그것만으로 하나의 힘입니다.
이치 밖의 존재란 그런 것이죠.
그들의 관찰로 세계는 마땅히 지녀야 할 이치와 있어야 할 미래에서 벗어나, 뒤틀리고, 엇나가고, 최후엔 망가져 파탄에 이릅니다.
세계의 규칙을 품은 저이기에, 더욱 선명히 알 수 있는 변화들.
그런 저도 모르는 것이 있습니다.
저와 세계를 만들어 낸 신께서는 그들을 불쌍한 자들이라 하셨습니다.
태어나면서부터 모든 종말을 약속받은 그들은, 끝에서 태어나 끝없는 끝을 추구하며 나아가기에, 그토록 끝에 집착하는 뒤틀린 존재들이라고.
세상의 존재를 성립시키기 위한 무한한 부정을 떠안은 유한한 수의 존재들이기에, 그들은 그토록 뒤틀려 있고 그토록 약한 것이라고.
그들의 이성과 양식은 새벽 없는 아득한 밤의 어둠에 잠겨 보이지 않을 뿐, 여전히 그 자리에서 빛내며 존재하고 있으니.
그들의 행동에 저항할지언정, 그들은 미워하지 말아달라 하셨습니다.
그들은 그저 선택했을 뿐이라며.
그것이 마지막이었습니다.
신과 세계의 마지막.
그 말을 마지막으로 주께서는 친정을 위해 지상에 내리셨고.
전장에 모습을 드러낸 극(㘌), 마(麼), 시(塒)에 의해 그 존재가 사라지셨죠.
그렇기에 저는 주의 마지막 말에 대해 여쭤보지 못하였고, 그 말을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답을 찾고자 평범한 지성체에게 무한한 시간이라 여겨질 여행을 떠났고, 평범한 지성체는 그 숫자를 세는 것만으로도 수명이 다할 만큼의 세계를 마주하였습니다.
그렇지만, 아직 저는 그 말을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수많은 세계를 멸망으로 이끈 저주받은 존재들을 어찌 미워하지 말란 말인가요?
그들의 행동에 어떤 의미가 있기에, 그들을 옹호하십니까?
주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그들에게 정말 선함이 존재한단 말입니까?
만약 그렇다면, 그들은 어찌 그리도 잔혹한 건가요.
어찌 그리 끝없는 파괴를 계속해서 이어나갈 수 있단 말입니까.
수많은 이들과 접하였습니다.
선한 자도, 악한 자도.
승천자라 불리는 존재도, 그 너머에 한없이 가까워진 존재도.
천국과 지옥의 갈림길을 지키는 저이기에 알 수 있는 그들의 내면을 바라보며.
그들을 탐구했죠.
그렇지만, 단 한 명도.
단 하나의 존재도, 그들의 경지에 이르지 못하였습니다.
세계를 제물로 바친 이도.
미쳐버려 푸른 바다의 심연까지 가라앉은 이도.
세계를 집어삼켜 세계 그 자체가 된 이도.
아득한 천상의 광기에 사로잡혀 이치를 파괴함에, 존재함을 허락받지 못하게 된 이조차.
그들에게 이르지 못하였습니다.
그렇다면, 그들은 어떻게 거기에 도달했고, 어떤 것을 바친 건가요.
무수한 질문이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답은 존재치 않았습니다.
그들의 발자취는 어디서나 찾을 수 있지만, 그들의 의도와 증거는, 그것만으로도 파멸을 불러오기에.
저는 살아남아 마지막 말을 이해해야 하기에, 수없이 많은 전장에서 도망쳤습니다.
죽은 자를 이끌 의무가 있는 제가 의무를 저버리며.
그들의 시선을 피해 왔습니다.
그리고, 지금 여기.
종말이 이 장소에 내려앉았습니다.
단 한 번도 느껴본 적 없는 농밀한 밀도의 시선.
앞에 달려가는 대죄인은 어떻게 이만큼의 흥미를 끌어낸 거죠.
큰 소리로 그들을 언급했다곤 하나, 그런 행동이 이렇게까지 시선을 모을 일은 아닐 텐데요.
세계가 망가져 내립니다.
어떻게든 인지할 수 있는 정보를 주워 모아 그들의 영향력을 떨쳐내고자 노력해 보지만, 그들이 세상을 망가트리는 속도가 더 빠르기에, 정보는 무가치해져 갑니다.
일단 이 장소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이대로라면, 부정(不定)됨을 알 수 없는 무언가가 부정되고 맙니다.
그렇기에, 언제나처럼 전장에서 도망치려던 순간.
그가 보입니다.
저와 함께, 적을 쫓던 그가.
흔들리는 천칭 속에서 위태로운 길을 걸어 나가는 전사가.
그는 그들의 시선에, 망가진 세계에 사로잡혀 있습니다.
끝없이 퍼져 나가는 망가짐 속에서, 그는 천천히 걸음을 멈춥니다.
…안타깝습니다.
이미 전 수없이 많은 존재를 버려왔습니다.
더더욱 친한 존재도, 더더욱 긴밀한 존재도, 더더욱 중요한 존재도.
그의 힘은 제가 본 이들 중에서도 특출난 편에 속하지만, 전 아직 여행을 이어나가야 합니다.
아직 저는 주의 마지막 말을 이해하지 못했기에.
그렇지만, 어째서일까요.
누군가가 슬퍼하는 얼굴이 스쳐 지나갑니다.
그것을 떠올린 순간.
저는 이미 망가진 세계에 몸을 던지고 있었습니다.
“정신 차리세요.”
그들의 행동에 관여합니다.
그들의 시선에 저항합니다.
그렇지만, 그들이 너무 강하기에.
전 금지된 말을 내뱉으려 합니다.
가장 위험한 장소에서, 더없이 불길한 말들을.
시선이 한없이 옅은 장소에서 이것을 입 밖으로 내었다면 시선이 조금 더 집중되거나, 약한 피해로 끝날 수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긴 과거 속에서, 이와 비슷한 말을 해본 경험은 존재하니까요.
그땐 화신체가 곧바로 내려왔었죠.
소환 시간은 0.1초 정도였을까요.
하반신을 잃기에는 충분한 시간이었습니다.
그로서 세계 하나를 무너트린 저의 죄를 참회하며, 과연 이리 짙은 시선 속에서는 어떤 일이 일어날지에 대한 의문과 함께, 말을 이어나갑니다.
제 품 안에 있는 그라면, 제가 평생을 걸고 쌓아 올려 준 것을 이어갈 것을 믿으면서.
그에게 전달합니다.
말이 깊어져갑니다.
뚜벅.
구두 소리가 울려퍼집니다.
망가진 세계에 어울리지 않는 명확한 소리.
고개를 돌리지 않은 채, 그 존재를 파악해나갑니다.
파(破).
그것만이 그의 존재를 정의합니다.
그것 외에는 아무런 의미가 없는 존재라는 듯.
처음 느껴보는 끝입니다.
그렇지만, 어쩐지 익숙하기에.
“조금 기다려 주실 수 있나요?”
그에게 말을 걸었습니다.
어쩐지 답해 줄 것 같아서.
-시간은 충분히 주마.
그르르륵.
거기 존재치 않으면서도, 명확하게 존재하는 그 존재는, 망가진 금속음을 울리며 제게 답해 줍니다.
“감사합니다.”
감사를 표하고, 마지막 말을 짜내려 갑니다.
여기서 자아내는 단어 하나가 제 수명임을 알았기에, 그 말은 깊고도 빠르게 쏟아집니다.
그리고, 모든 것이 끝나 갈 때쯤.
-미안하다.
저보다도 먼저 제 말이 끝날 것을 알아차린 그 존재가, 말뚝을 들어 올립니다.
그리고 제 말이 끝남과 동시에.
퉁.
제 최후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가벼운 소리가 귓가를 울려옵니다.
통증이 시작됩니다.
가슴에 생겨난 너무나도 깔끔한 원.
거기서부터 제 존재가 빠져나갑니다.
저는 세계의 법칙.
지성체지만, 생명체가 아니기에, 피를 흘리진 않습니다.
그렇지만 피 대신 저를 구성하는 요소가 흘러나옵니다.
신성력이라고 해야 할까요.
그걸 알고 있음에도, 얼굴엔 미소가 피어납니다.
아아, 그렇군요.
이것이 주께서 말한 의미였나요.
제 여행은 헛되지 않았습니다.
비록 깨달은 것이 너무나도 늦었기에, 전달하지 못하였지만.
아니, 오히려 전달하지 않았기에 좋았던 것일지도요.
어깨에 짊어졌던 짐. 제 의무를 버린 후로부터 너무나도 긴 시간. 이제야 다시 깨달았습니다.
짐은 이리도 무거운 것임을.
그렇기에 이 새로운 짐은 제가 짊어지고 가야 할 물건입니다.
언젠간 제가 알아차린 것과 같은 것을 깨달을지도 모르지만.
조금은 가벼워질 수 있도록.
그렇지만, 아쉽네요.
기나긴 여행에서, 마지막에 떠오르는 것은.
먼 옛날 무너진 신전의 동료들과 결사의 동료들이라니.
한 번 잃은 것을 되찾고, 다시 잃어버리는 과정은.
감사합니다. 세계의 유일한 존재셨기에, 이름 없는, 저의 주.
이 세상에 태어나게 해주셔서.
어찌 그런 말을 남기셔서 홀로 남은 저를 이토록 고통받게 하였느냐고 원망했었습니다.
그렇지만, 그 말이 있었기에 이 장소에 도달할 수 있었겠지요.
신경 쓰이지만, 매번 거부당해 친해질 수 없었던 위태로운 전사를 만날 수 있었겠지요.
예, 좋은 여행이었습니다.
정말.
좋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