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r. Magical Girl RAW novel - Chapter (463)
마법소녀 아저씨 462화(463/671)
462. 왜곡 – 시나리오 파괴.
‘왜.’
‘어째서.’
‘무슨 일.’
‘나 때문.’
‘누가.’
‘어쩌다가.’
혼란 속의 존재가 떠올린 질문들.
피어나려는 꽃봉오리는 근본적으로 같은 의미를 지니는 무가치한 질문을 무한히 반복한다.
답을 찾을 수 없는 질문들 속에서, 존재는 하나의 결론에 도달한다.
질문에 대한 답이 아닌, 행동하려는 의지라는 답에.
“결국, 네놈 탓이잖아.”
고개를 까닥 기울인 그것이 어마어마한 분노를 가슴에 품고, 그에 비례하는 힘을 발산하며 허황된 꼭두각시를 향해 뛰어든다.
“아직! 아직입니다! 전 아직 쓰러질 때가 아닙니다! 그것이 세계에 정해진 시나리오!”
도망치며 하나의 세계를 오염시키는 광대는 그리 내뱉으며 다시 발을 움직이기 시작한다.
두 존재 사이의 움직임 차이는 명확하다.
한 존재가 다른 존재보다 수십, 수백 배 빠른 상황.
그렇지만 거리는 유지된다.
비참한 스탠드업 코미디언이 멈춰있다면 거리가 좁혀지겠지만.
이 이야기에 정해진 시나리오상 광신자는 어떤 장소에 도착하여 자신이 해야 할 일을 할 때까지 잡히는 것이 허용되지 않기에.
자신이 세상의 진리를 안다고 믿고 있는, 거짓에 속아 현실을 바라보지 않는 광대가 내뱉는 모든 말을, 청자는 계속 들어주어야 한다.
도망간다는 행동 자체가 그러한 현상을 일으키는 무대 장치. 그렇기에 힘의 차이가 있더라도 이치는 영웅의 복수를 허용하지 않는다.
비참한 광대는 아직 역할이 남아있기에.
그것이 정해진 이치.
그렇지만 기대는 존재한다.
시선을 모아 낸 기대.
이 장소와 이 시간에서 무언가가 바뀔 것이라는 희망.
그것을 충족시킬 수 있을지는, 전지의 영역 밖.
“이제 됐어.”
영웅이 무기를 내려놓고, 허탈한 목소리로 말한다.
뒤쫓던 발걸음이 멈추어.
한 존재가 멈추고 한 존재가 달아남에, 거리가 벌어진다.
“—-!”
거짓을 진실이라 착각하는 광대는 그 어떤 의미도 가지지 못하는 말로 상대를 도발하지만, 포기한 자는 어떠한 반응도 보이지 않는다.
그저, 그 존재는 가만히 서서 공중에 손을 뻗었다.
“네놈들이 잘못한 거야. 난 쓰고 싶지 않았거든.”
검은빛이 흩날린다.
붉음이 존재의 손에 들린다.
“가짜 메시아 때 알았어, 이건 위험하다고.”
누군가에게 들려주는 말이 아닌, 자기 자신을 타이르고자 꺼내는 말.
그것은 애써 숨기고 있던 진실을 드러내는 것.
“힘을 흡수하고, 의지를 전파한다. 그건 내게 아무런 영향을 끼치지 않는 것 같지만, 사실 무언가가 바뀌고 있지.”
검게, 또 검게 물들기 시작한다.
입은 옷도, 머리카락도.
그리고, 존재를 감싸 안는 세계도.
검은 입자 속에서 그것의 혼잣말은 이어진다.
“호수에 떨어지는 물 한 방울은 호수를 넘치게 하지 못해.”
아마 말하고자 하는 것은 호수가 그만큼 넓다는 것이겠지만.
호수는 자연적으로 물이 빠지기에, 그 비유는 어울리지 않을 것이다.
“호수에 떨어지는 잉크 한 방울은 호수를 오염시키지 못해.”
이 또한 마찬가지.
“그렇지만, 언젠간 넘치고, 언젠간 오염되겠지.”
틀린 비유다.
“그것이 이 무기가 가진 힘이고, 내 인간성의 한계야.”
비유로 자신을 다독이는 검은 이.
그것은 자신 주변을 나조차 꿰뚫어 보기 어려운 검은 입자로 감싸며, 표정이 가려진 얼굴로 웃었다.
“메시아의 힘은, 날 끝의 자락에 올려 주었지.”
자신과 다른 존재를.
신으로 태어난, 개체로서 기본적인 격이 다른 이를.
삼키고, 삼키고, 삼킨다.
언젠간 도달할 가능성이 존재하던 장소에, 한발 앞서 진입한다.
자신의 발밑에 쌓아 올려진 타인의 분량만큼.
“인간성과 이성을 상실한, 홀로 걷는 공허한 세계.”
그 세계는 너무나도 차갑기에.
“나중에 정신을 차리고 돌이켜 보면, 너무나도 두려웠거든.”
그 세계는 너무나도 멀리 퍼져 나가기에.
“감정의 폭주로 인한 문제도 있었겠지만, 아마 그건, 폭주 하나만 가지고 그런 건 아니었던 것 같아.”
그 세계는, 영원한 밤은.
“언젠간 그게 필요할지도 모르겠지만, 지금은 아니라고 생각했어.”
….
“조금. 전까지는.”
우드드득.
존재의 마지막 말로 세계가 무너진다.
의지가 퍼져 나가며 힘을 삼킨다.
검은 입자가 퍼져 나가며 부정을 새로이 부정한다.
쯧.
혀를 차는 의미가 퍼져 나간다.
그렇지만, 그 속에서.
괜찮아. 보일 거야.
괴짜가 나타나 입을 엶에.
검은 입자 사이에 보라색 입자가 섞이고.
자색 부정이 세계에 심어진다.
유비무환. 저 세계에선 그러더라.
분위기가 달라진 검은 존재가 달려 나간다.
사냥감을 쫓기 시작한다.
역할을 다하지 못한 광대 또한 도망을 통하여 시나리오를 이어 나가려 하지만.
세계는 그것을 거부한다.
붉은 빠루를 들고 달려가는 의지가 세계로 퍼져 나감에, 의지는 새로이 현상을 짜내려 간다.
지금껏 그러지 않았던 것이 이상하리만큼 시원스레 거리가 좁혀진다.
비록 두 존재의 속도에 걸맞은 간격은 아니지만, 고정되었던 간격은 점차 줄어들기 시작한다.
“이건. 말도. 안 돼.”
불쌍한 사냥감은 현실을 부정하기 시작한다.
“바벨탑으로서, 믿는 자는 늘었다. 그런데. 어떻게. 이걸.”
숨을 헉헉거리며 달려 나가는 꼭두각시 인형.
“…꿈인가. 그래. 꿈이야. 내 계획은. 아직.”
그것은 현실을 부정하며, 발걸음을 멈추었고.
그로서 한 존재가 멈추고, 한 존재가 쫓음에.
“이건, 현실이야. 망할 놈아.”
검은 의지는 끈에 매달린 꼭두각시의 목을 붙잡았다.
무대가 무너지기 시작한다.
실이 끊기고, 지성체는 춤춘다.
새로운 이야기가 시작된다.
“꿈은. 없어.”
“아냐. 그럴 리.”
어둠을 둘러 표정이 보이지 않는 검은 존재는 무가치한 존재를 들어 올리며, 입을 열어 나간다.
“네 녀석들. 부활에 이계의 힘을 아예 안 쓰는 건 아니지?”
미소가 섞인 듯한, 살짝 장난기 서린 말.
그렇지만, 그 목소리는 서릿발처럼 냉정했고.
“….”
타인에게 답을 돌려주는 것을 좋아했던 옛 광대는.
자신의 인지를 뛰어넘는 어둠이 눈앞에 도래함에 입을 다물었고.
“그럼. 다 빨아먹어 주마.”
푸름이 집어 삼켜진다.
세계를 잠식한 힘은 자신의 현 주인인 존재의 명을 받들어, 눈앞의 사냥감을 뜯어 먹는다.
가져야 할 미래도, 쌓아 올린 과거도, 그리고, 마땅히 지녀야 할 본질과 존재도.
모든 것이 철저하게 뜯어 먹힌다.
그리고, 그것은 약간의 색만을 남긴 채 힘으로서 주인에게 흡수된다.
이것이 행해지는 과정은 그리 길지 않지만.
타인에게 뜯어먹히는 당사자는 영원과도 같은 절망 속에서 비참히 외치기 시작한다.
아냐. 이럴 리 없어.
난 도망쳐서 지하에 마련된 기계를 작동시킬, 정해진 미래가 있었단 말이다.
약을 뿌려, 사상을 뿌려, 직접 접촉하여.
수천만, 어쩌면 수억에 해당하는 존재들이 ‘나’로서 각성하는 미래가.
우리 모두가 하나 되어 거대한 의지를 지니고, 심연에 자리한 존재와 소통하는 미래가.
카푸스틴을 되살리고, 알렉산드라와 화해하여, 거대한 힘에 맞선 개인이자 집단이 되는 것이.
그것은 약속된 것이었다.
우리의 힘으로, 보여준 미래로. 짜여나간 세계로, 타인의 의지로.
GM. 네놈이. 우리에게 알려 준.
정해진. 내 미래.
네놈들이. 네놈들이 알려 주었지 않았나.
설령 이야기가 앞서 그려진 것과 조금씩 다를 순 있더라도.
복선이니 빌드업이니 하는 것으로 나아간다면, 반드시 그것은 사용되는 것이 세계의 이치라고.
물론 현실은 그렇지 않지만, 어떠한 방법을 통한다면 복선이라는 과거를 통해 현재를 바꿀 수 있다고.
그렇기에, 우리는 그것을 믿고 움직였다.
그런데. 어째서.
다른 세계를 잘라내면서까지 이야기의 방향을 확정 지었고.
위험을 감수하며 상대를 도발하고 수많은 정보를 남겨 복선을 뿌리며 미래를 쌓아 올렸는데.
어째서.
“이제. 못 살아나지?”
역할이 사라진 지성체의 눈에, 비틀린 미소가 떠오른다.
포식자처럼 입을 떡 벌린, 하나의 짐승.
그것은 푸른 바다의 영향을 받기라도 한 듯, 반쯤 이성을 잃은 멍한 눈으로 말을 이어 나간다.
“아니, 난 애초에 조각. 그러니 날 죽이는 것보단 정보를….”
그 말에 당황한 듯 줄 끊어진 꼭두각시가 발버둥 치지만.
“아냐. 넌 분신이잖아. 대충 1/10? 부활 능력도 가진. 조각.”
눈앞의 사냥감을 이해했다는 듯, 평탄한 어조로 그것이 말해 나간다.
“….”
고기 조각은 섬뜩함에 발버둥 친다.
“그럼. 사라져. 지긋지긋한 녀석.”
“—!”
검음에 붙잡힌 이가 무어라 외치지만.
그 말은 누구에게도 닿지 않은 채.
그대로 땅에 내리꽂힌다.
손에 쥔 창을 땅에 세우듯.
창은 단단하지만.
검음의 손에 들린 것은, 힘을 잃어버린 나약한 단백질이었기에.
그것은 땅의 저항을 이기지 못하고 고기로 변하고.
폭력의 행위자는 피해자의 목덜미를 쥐고 그런 일을 행하였기에.
머리 위쪽만은 그 모든 고통을 인지하며 짧은 죽음을 곱씹어 나간다.
결국, 심장에까지 파괴가 이르자 그 고통은 끝이 났지만.
그와 관계없이 행위는 이어졌기에.
막대한 힘에 피부가 벗겨지긴 했지만, 목 위쪽만은 온전히 남은 대가리가 그자의 손에 남았고.
파직.
대가리는 벽에 대충 내던져져 붉은 물 자국이 되었다.
“….”
붉은색으로 장식된 콘크리트 길.
그 위에서 그것은 잠시 멍하니 서 있었고.
“…아직. 괜찮아. 그래. 아직.”
곧, 혼잣말을 내뱉기 시작했다.
“도망간 게 여덟. 아니. 여섯. 생각보다. 크긴 했는데. 그 정도는 괜찮을 거야. 버틸 수 있어. 그래.”
그것은 불안정한 정신의 끊어지는 말을 내뱉으며 몸을 좌우로 흔들었고.
“그렇게 생각하지? 그렇지?”
웃는 얼굴로 허공을 쳐다보며. 그리 질문했다.
그 누구도 받지 않을 질문을.
그렇지만 그것은 답을 받기라도 한 듯 고개를 끄덕이며 몸을 옮겼고, 붉은 빠루를 질질 끌며 벽 앞에서 멈추었다.
“벽. 뒤에는. 길이 있다.”
순수한 혼잣말을 내뱉지만, 그 내용은 본질적으론 아직 옳지 않다.
이 장소는 특수한 기술로 만들어낸, 공허 상의 건축물.
그러니, 벽을 부순다 한들 나타나는 것은 까마득한 공허.
그렇기에, 벽 너머의 길은 본디 존재치 않아야 이치에 맞지만.
쾅.
내리친 빠루가 콘크리트를 부수고, 풍압이 먼지를 걷어 내자.
거기엔 길이 생겨나 있었다.
그것이 세계의 이치이기에.
“…다음 녀석은. 어디로 갔더라.”
그 길 사이로, 위태로운 존재는 걸어 나가기 시작했다.
나머지를 찾아 집어삼키기 위하여.
검은 의지를 사방으로 흩뿌리며, 세계를 이해하며.
“다섯. 넷. 셋. 열. 다섯. 열여섯, 여덟, 넷. 둘. 하나.”
발걸음에 맞춰 낮아지는 숫자.
“그리고, 마지막으로 제일 큰 거 하나.”
그 말 속에서 푸른 침을 흘리는, 자신이 침을 흘리는지도 모르는 존재는 손가락을 접었다 피며 그리 수를 세어 나갔고.
“괜찮아. 견딜 수 있어. 괜찮아.”
그것만을 반복하며 길을 나아간다.
자신이 어떤 상태인지도.
자신이 타인에게 어찌 비칠지도 이해하지 않은 채.
하나로도 이미 넘쳐 버려 망가지기 시작한 이성을 이해하지 못한 채.
“그래. 걱정 말아. 카푸스틴.”
옛 적을 입에 담으며, 걸어 나갔다.
“견딜 수 있다니까. 괜찮아.”
비틀거리는 걸음걸이로, 빠루를 짊어진 채.
“코핀 따위는 이하람에게 한 입 거리야. 그래. 괜찮아.”
그저 앞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