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r. Magical Girl RAW novel - Chapter (465)
마법소녀 아저씨 464화(465/671)
464. vs 세계의 파괴자(2)
“죄송합니다! 아가씨!”
이 못난 라이가를 용서해주시길!
내면으로 그리 고뇌하며 주먹을 뻗지만, 한편으로는 이 상황에 기뻐하는 무인으로서의 나 자신이 있다.
내가 의식을 되찾은 계기는 하람 아가…. 회장님과의 혈투.
이계에 잠식되어 이성을 잃은 나를 되찾아 준 것은, 무인으로서의 자부심.
천외천이란 단어는, 하늘에 닿았다 한들 그보다 더 높은 하늘이 있다는 해석이 있었다.
수양의 길엔 결코 끝이 없다는 사실을 의미한다는 해석도 있었다.
어떤 비관적인 이는 그렇다면 끝없이 달려가는 삶에 무슨 의미가 있냐고 스스로 되물은 후, 자신이 만족하면 모두가 하늘 아래이기에 그런 깨달음에 닿도록 충고하는 단어라고 해석하였다.
단 세글자로 이루어진 단어에도 저리 해석이 갈리건만, 단 하나 모두가 부정하지 않는 것이 있다.
그 누구도 하늘을 노리는 것을 부정하지 않는다.
그저 어찌 하늘을 목표로 삼아야 하는지에 대한 차이가 존재할 뿐.
그렇기에 이 드넓은 세계, 이계를 기준으로 뻗어나가는 무한한 세계엔 자신의 격에 맞지 않는 하늘에 오르면 태양에 불타 죽는 것을 알더라도 하늘에 오르는 이가 있는 것이다.
그리고, 나도 그 의견을 지지한다.
무인의 길을 택한 이상, 설령 꿈을 품었기에 죽을지라도 하늘을 노려야 한다는 것을.
그렇기에 존경 아래 감추어두었던 것들이 피어난다.
이성보다 본능이 앞서는 수인으로서의 투쟁심.
본능을 억누르며 수련한, 무인으로서의 이성이 불러일으키는 호승심.
내가 어디까지 강해질 수 있는지.
얼마만큼 강해졌는지 알고 싶다.
그렇기에 손을 뻗었다.
느리다.
압도적으로 느리다.
하람 님의 붉은 쇠 지렛대는 간부들 중 육체 사용에 가장 특화된 나조차도 그 궤적을 쫓기 힘들다.
그렇기에 느린 것은 상대가 아니다.
나 자신.
휘둘러지는 주먹이 너무나도 느리다.
그렇기에 기어를 올린다.
상대는 아득한 하늘에 오른 이.
상대는 스스로 하늘을 만드는 이.
제어되었던 힘을 풀어헤치고, 야성을 해방하며 기어를 올린다.
뿌득.
잔드레드를 덮치던 붉은 쇠 지렛대와 주먹이 맞부딪친다.
가장 약한 간부를 최우선으로 무력화시키려는 움직임.
단 한 번의 공방으로 근육이 찢어지고 뼈에 금이 가는 걸 느낄 수 있지만.
이 정도면 스친 상처다.
그렇기에, 공방을 이어나간다.
캉, 캉, 캉.
살점과 금속이 맞부딪쳐서 나온다고는 상상할 수 없는 소리가 귓가를 간지럽힌다.
하람 님이 나를 바라본다.
나를 해치우지 않으면, 다른 존재를 공격할 수 없다는 듯.
쿠쿠루루나 이이이이 이이이, 주우룽 등이 공방에 끼어들지만, 그중 가장 많이 공격을 이어나가는 것은 나. 라이가.
그에 희열감을 느끼며, 더욱 기어를 높인다.
손이 빠르게 망가지지만, 괜찮다.
그토록 강대한 하람 님과 무기를 맞댈 수 있으니.
이 순간을 위해서라면, 손 하나둘쯤 망가져도.
“방해. 돼.”
목소리가 울려 퍼진다.
뿌득.
검은 안개가 주변을 휩쓸고, 그 사이를 붉음이 가로지른다.
인지하지 못했다.
빛이 지나간 것 아닌가.
무언가 마법 발동처럼 섬광이 인 것 아닌가.
그런 생각이 스쳤지만.
곧, 그것이 틀렸음을 알았다.
“크흑.”
왼손에서 고통이 일었기에.
쇠 지렛대가 왼손을 뭉개버렸다.
그리고, 그 위력을 견디지 못한 왼손이 몸에서 뜯겨나갔다.
진심이 담긴 단 한 번의 휘두름.
그것은 내 팔을 앗아갔으며, 쿠쿠루루의 금속 날개를 부러트렸고. 주우룽을 벽에 처박았으며, 이이이이 이이이를 어둠에서 끌어내었다.
간신히 공격을 피할 수 있었던 것은 샤마니아와 세이니 정도.
근접전을 이어가던 동료들은 휘두름 한 번에 무력화되거나, 크게 회피 자세를 취하며 거리를 벌렸다.
그리하여, 쇠 지렛대의 간격 안에 남은 것은 나 하나뿐.
붉음이 쏟아진다.
세상이 붉게 물들 정도로 빠르게 쏟아지는 금속의 소나기.
이를 악물고 공격을 따라가려 하지만, 수에서 밀리기 시작한다.
양손이 다 있고, 여러 동료가 합공할 때도 겨우겨우 따라갔건만.
지금 내 몸에 있는 것은 손 하나.
이 자리에 서 있는 것은 나 하나.
쇠 지렛대 하나와 주먹 하나지만.
쏟아지는 공격의 숫자는 아득한 차이가 있었고.
온몸을 구타당한다.
통증만이 느껴진다.
위력보다 속도를 중요시한 것인지, 아니면 알’셸 참모장과의 약속으로 죽일 생각이 없어 손대중하는 것인지.
아득한 격차 속에서 마침내 붉은 비가 멈추고.
팡.
내 배를 후려치는, 마지막 고통이 피어난다.
쓰러진다.
땅이 내 몸을 받쳐 준다.
일어날 힘조차도 없다.
그런 나를 하람 님이 바라본다.
무감정한 얼굴로 짧게 한번.
그리고 관심을 잃은 듯, 다른 동료들에게 다가선다.
이 이상 싸울 가치도.
의식을 잃을 만큼 때릴 가치도 없다는 듯.
완전한 무관심이, 내게 쏟아진다.
그에 나는 일어설 수 없게 되었다.
힘을 모두 소모한 것은 아니다.
그저, 압도적인 무력함이 내 안을 맴돌았기에.
쌓아 올린 것이 사라진다.
의지했던 것이 무너진다.
시야 속에서 일어나는 전투조차 더는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의식은 밖이 아닌 안을 바라본다.
압도적인 힘 앞에서는, 모든 것이 무력하단 말인가.
따라잡을 수 없는 하늘을.
오늘 또다시 느꼈다.
한번 하늘을 느낀 후, 쉬지 않고 달렸건만.
저 먼 하늘과 나 사이의 격차는 줄어들지 않았다.
오히려 격차는 더욱 커져 있었다.
이것이 정해진 차이인가.
영원히 하늘에 도달할 수 없는 이와.
언젠간 하늘에 도달할 이.
그렇다면, 나는 거기서 무엇을 할 수 있는가.
사라진 팔은 두렵지 않다.
흘리는 피는 두렵지 않다.
그렇지만, 내가 쌓아온 모든 것이.
아득한 힘에 의하여 부서지는 것이 너무나도 두렵다.
‘하늘에 닿지 못할 주먹에 무슨 의미가 있지?’
‘무인이라는 길을 타기 때문이야. 너의 본질은 야성. 이성을 끊고 힘을 해방해. 그렇다면, 넌 하늘에 닿을 수 있어.’
‘네가 알려줄게. 진정 올바른 길을.’
검음이 속삭인다.
나는 무인이 아니라고.
내가 사라진다.
쌓아 올린 인생이 검음에 삼켜진다.
어떻게든 속삭임에 저항하고 있지만, 이번만큼은 버티기 힘들다.
아니, 이번을 넘길지라도.
이 의심은 내 안에 뿌리박혔다.
언젠가 날 잡아먹을 만큼.
그것이 너무나도 두렵다.
그렇기에, 차라리 피를 흘리며, 불명예가 아닌 죽음을 택하려 한다.
명예롭게 무인으로서 죽을 수 있도록.
‘정말 그게 그리도 두려우냐?’
검은 속삭임 사이로, 꺼질듯한 목소리가 들린다.
‘하늘이 다 뭐란 말이냐. 한 손에 지팡이 하나, 허리에 술병 하나면, 한낱 안줏거리인 것을.’
너무나도 작고 가냘파, 어둠에 묻히는 목소리.
‘어두웠던 그 날에도 달은 그리 밝지 않았더냐.’
그렇지만, 그것은 그 밤의 광경을 떠올리게 하였기에.
정말 목소리를 들은 것인지.
내 본능이 살고자 환청을 짜낸 것인지는 알 수 없다.
그렇지만, 푸르면서도 약한 목소리는 그날을 떠올리게 하였기에.
푸른 거품을 바라보며 일어나, 크게 외쳤다.
“주우룽! 창을 빌려주게!”
가까스로 일어서며 외친 목소리.
공격에 당해 벽에 처박혔던, 같은 무인인 주우룽은 잠시 당황한 기색을 풍겼지만, 금세 정신을 차리고 곧바로 창을 내게 던진다.
주우룽의 신뢰가 담긴 창이 내게 날아온다.
무인이 무기를 타인에게 맡기는 것, 그것이 얼마만큼이나 상대 신뢰하는 증거인지는 잘 알고 있기에.
단 하나 남은 오른팔로 예의를 담아 그것을 잡아낸다.
“아하하하하! 야산군(野山君)! 날 견딜 수 있겠나!”
비취창이 그리 외친다.
정신이 검게 물들며, 의식이 점멸한다.
창에 쌓인, 수많은 금지된 지식이 날 잠식해 온다.
나 자신을 더욱더 강하게 만들어주는, 수없이 많은 지식.
도구는 악의를 지니지 않는다.
악의는 사용하는 자의 문제.
도구에게 의지가 있다면, 이야기가 조금 달라지긴 하겠지만.
의지를 지닌 주우룽의 비취창은 상대를 타락시키지 않는다.
창은 그저 더러운 지식을 집어삼키고, 그것을 보관할 뿐.
상대를 유혹하며 속삭이지도 않고, 지식을 건네지도 않으며, 오히려 정신 차리라며 의지를 북돋아 준다.
이 지독한 지식 공유는, 그저 누군가가 비취창을 이리 제작했기에 생겨난 기능.
이 창이 지닌 악성은 이미 이야기를 들어 알고 있었지만.
이리도 지독한 것이었나.
“견뎌라. 날 사용할 거라면 그만한 정신력을 보여.”
비취창은 평소와 다르게 비장한 목소리로 기운을 북돋아 주지만, 상상을 초월하는 악의적인 지식이 쏟아진다.
단기간에 힘을 얻는 수많은 방법.
지식 그 자체에 오염 효과나 악의가 있는 것이 아님에도, 비취창이 보여주는 지식의 편린은 사용자를 유혹해 오고 있다.
지식을 머금으면, 편해진다는 듯.
이성을 바친다.
운명을 바친다.
검은 불꽃을 불러일으킨다.
영혼을 불사른다.
의식을 나눈다.
이계의 힘으로 뇌를 물들인다.
모든 지식이, 간단한 개요만을 슬쩍 내뱉으며 머리에 스쳐 지나간다.
그러한 지식들은 뇌리에 남지 않고 곧 휘발된다.
단초만을 보여주며, 지식을 갈망하면 지식을 내어주겠다며 유혹한다.
주우룽은 항상 이러한 유혹을 참아내고 있었떤 것인가.
그런데, 나는 고작 손 하나가 꺾였다고.
으득.
이를 악물고, 몸을 일으킨다.
송곳니가 부러지는 것이 느껴진다.
잘려 나간 팔에서 피가 뿜어지는 것이 느껴진다.
고통이 증가할수록 몸이 약해지는 것이 느껴진다.
육체와 정신은 표리일체기에, 몸이 약해지자 정신력도 약해지고.
약해진 정신 사이로, 검은 지식들이 파고든다.
하람 님이 달려온다.
내가 일어섰기에 아직 무력화되지 않았다고 판단하신 것이리라.
막을 수 없는 힘이 달려온다.
수많은 유혹이 내려온다.
창의 사용법, 단시간의 강화.
그렇지만, 그 모든 것을 쳐내고.
하나의 가르침을 마음에 품는다.
무제(無題).
이름 없는 무공.
한 노인이 내게 남겨준 것.
무너져가는 시야는 이제 하람 님의 움직임을 쫓을 수 없다.
팔 하나가 뜯겨나가고 수없이 구타당해 망가진 몸과 흐려지는 의식은, 내가 하람 님과 같은 전장에 서는 것조차 불가능하다고 말한다.
그렇지만.
그 노인께서도 이런 기분이셨겠지.
육체의 차이가 명백하여, 시작하기 전 이미 승패가 갈렸다고 생각한 전투에서 일어난 한 번의 정타.
누군가는 그것을 기적이라 부르겠지만, 그것은 기적이 아니다.
한 지성체가 인생을 바친 결과물.
설령 하늘에 도달하지 못함을 알더라도.
언젠간 이어받은 이가 하늘에 닿을 것을 믿고 써 내려간 문장.
이 무공의 이름은 없다.
그렇지만, 이것을 내게 이어준 노인의 이름은 알고 있다.
인무불살(人武不殺)류 봉술.
흘리기.
창에 무언가가 닿은 감촉에 곧바로 팔과 창을 회전시킨다.
책을 보고 연습해도 깨달을 수 없었던, 이 자세에 남아있던 묘리가 깨달음이 되어 돌아온다.
이 형(形)에서 창에 공격이 닿은 한순간만큼은, 사용자가 설령 약자더라도 상대의 경지에 닿는다.
찰나 동안 약자와 강자를 마주 보게 하는, 노인이 내게 남긴 것.
창이 회전한다. 손잡이가 치솟는다.
빙글.
창날이 어마어마한 속도로 솟구치며 하람 님의 턱으로 날아든다.
노인은 자신의 이름을 인무불살이라 칭하셨다.
그것은 자신의 기술이 살인술이 아님을 의미하는 것이기에, 이런 사용법은 노인의 이름에 먹칠을 하는 것이겠지만.
이번만큼은 용서해주시길.
이리 살의를 가지고 기술을 펼친다고 하더라도.
캉.
저분이, 죽을 리는 없으니.
창날이 쇠 지렛대에 막혔다.
인과관계가 뒤집힌 거 아닐까 싶을 반응속도.
…닿지 못하였는가.
그것을 보고 곧 그리 생각했지만.
곧, 그것이 잘못된 것임을 알았다.
그대로 자신의 힘을 돌려받은 하람 님이 튕겨 나갔다.
그에, 곧바로 자세를 정비한 후 쫓아올 거라 생각했지만.
하람 님은 뒤로 물러선 채, 곤욕스럽다는 분위기를 풍기며, 멍하니 자신의 쇠 지렛대를 바라보셨다.
방금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이해하지 못하셨다는 듯.
그것이 긴 시간은 아니다.
방심이자 의문이 표층에 드러난 것은, 찰나에 불과했으나.
내 짐승으로서의 본능은 그것을 놓치지 않았고.
카랑.
쾅.
“꺼헉….”
땅에 떨어진 창이 울리는 금속음.
주먹으로 생명체를 때렸음에도, 단단한 금속을 때린 듯 크게 울리는 충돌음.
그리고, 입에서 푸름을 뱉어 내는 하람 님의 구토 소리.
일격이. 들어갔다.
이 전투가 시작된 후, 첫 정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