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r. Magical Girl RAW novel - Chapter (469)
마법소녀 아저씨 468화(469/671)
468. 실험실 후일담.
기억이 흐릿하다.
정확히 떠올릴 수 있는 마지막 기억은 코핀 녀석이 분신을 소환해서 그걸 처리하고자 흩어졌던 기억.
그 뒤 뭔가 많은 일이 있었던 것 같긴 한데, 무슨 일이 있었는지 떠올리려 하면 머리에 안개가 낀 것처럼 기억을 떠올릴 수 없다.
다만, 내가 기억을 잃어버렸다는 사실과 그 잃어버린 기억이 굉장히 불길하단 사실은 잘 알고 있다.
정확히 말하자면, 해당 기억을 떠올릴 수 없는 게 아니라, 텔레비전이 망가져서 노이즈가 잔뜩 낀 영화를 보는 느낌이라고 해야 하나.
워낙 노이즈가 심해 알아볼 수 있는 건 거의 없지만, 어쩌다 잘 나오는 장면이 있어 그 장면 정도는 기억할 수 있는 정도.
물론, 그 장면도 노이즈로 왜곡이 심해 정상적인 기억은 아니지만.
어떻게든 기억을 떠올리고자 무언가 방법을 찾으려 하면, 마법 왕국의 여왕 녀석을 만났을 때와 비슷한 본능적인 불길함이 내 행동을 막는다.
흐으으으으으음.
사실 평소라면 기억 좀 날아가도 그런갑다 하겠지만, 수상한 점이 하나둘이 아니다.
내가 모르는 사이 코핀 녀석이 완전히 소멸되어 두바이 지하에 남은 실험실을 정리하고자 관리국 조사단이 파견되었고.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났는진 모르겠는데, 평소와 달리 미친 듯이 강한 결사 간부 녀석들이 날 두들겨 패는 통에 전치 2주가 나와버렸다.
재생 능력을 지닌 내가 전치 2주라니. 그레이 이터 때 수준으로 날 두들겨 팼단 소리 아닌가.
다만 전치 2주는 몸의 손상을 회복시키고자 하는 기간이 아니라, 컨디션 회복 기간이라 해야겠지만.
정확히 설명할 방법이 없으니 무인을 예시로 들자면, 단전을 과하게 사용한 바람에 내상이 생겼다고 하면 그나마 비슷할 것이다.
내 경우는 몸에 깃든 마법 지팡이가 맛이 가버렸다고 하면 되려나.
아무튼, 엔진이 헛도는 기분이라 마력도 제대로 안 나오고, 마력의 흐름도 영 반응이 좋지 않아 육체 강화도 매끄럽지가 않다.
메시아나 구멍 촉수 때처럼 온 힘을 다해 거하게 싸우면 며칠 동안 이런 느낌이 있긴 한데, 그것보다 몇 배 더 심각한 상황.
이 현상에 대해 내 몸을 정밀검사한 잔드레드와 로크리아가 내린 회복 기간이 약 2주.
이것만 봐도 내가 기억을 잃었던 동안 O급 괴물이 갑자기 튀어나와 개판 친 거 아닌가 싶은 의심이 강하게 피어나는데, 그런 거치곤 막상 피해 상황은 두바이에 거대한 구멍이 생긴 것으로 끝.
그리고, 내가 치료받는 동안 결사 소유의 빌딩에서 본 수상쩍은 장면도 한둘이 아니다.
자, 그럼 내가 본 상황을 다시 떠올려 보도록 하자.
* * *
절대 안정이라는 딱지가 온 사방에 붙어있는 병실.
지금 내가 신세를 지고 있는 방이긴 하지만, 내 사전에 절대 안정이라는 단어는 없다.
그렇기에, 침대 아래에 숨긴 맥주를 꺼내 씁쓸함을 즐기려 했지만.
“…….”
지금 내 손에 들린 것은 맥주는 커녕 알콜 한 방울도 들어있지 않은 탄산수 캔.
-X’an 탄산수.
-치유 효과 풍부!
-정신 안정!
-이계 오염 정화 효과!
-상쾌합니다!
-쾌면 보장!
-각성 효과!
아무리 봐도 사기라는 단어가 떠오르는 문장이 캔에 새겨져 있다.
제조회사에 결사 관련 회사 이름이 찍혀있는 걸 봐서는 100% 사기는 아니겠지만.
-개인의 특성과 건강 상태에 따라. 효과가 다를 수 있음.
이딴 문구가 보이지도 않을 정도로 조그맣게 각인된 걸 보아하니, 정상적인 물건은 아닌 것 같다.
-물 99%. 기타 1%.
…아니 그냥 미친 거일 수도.
대체 이거 관리국 식품 검사는 어떻게 통과한 거지.
사실 저 미치광이 안내 문구는 그렇다 치고, 날 더 열 받게 하는 것은 다른 것이다.
캔 위에 손수 붙인 ‘절대 안정’이라 적혀 있는 포스트잇.
즉 이것들이 내 맥주를 털어가고, 그 자리에 사기성 짙은 의약외품 물 99%를 대신 놔뒀단 뜻이다.
그렇기에 심령 스팟 봉인용 부적처럼 문에 덕지덕지 붙은 ‘절대 안정’ 종이를 뜯어내고, 문 앞을 지키던 수인을 죽빵 원펀치로 기절시킨 후, 맥주를 사러 방 밖으로 나섰다.
이어 빌딩 밖으로 나가고자 어두운 복도를 걸었지만, 여기가 비밀 구역이나 격리 구역인지 아무리 빙빙 돌아도 나가는 길을 찾을 수 없었고.
그렇게 10분 정도 길을 헤맬 때쯤, 난 출구 대신 수상쩍은 장면을 목도할 수 있었으니.
“찟. 자, 알’셸 참모장. 솔직하게 털어놓는 게 좋을걸세.”
갑자기 들려온 퀼프의 목소리.
그것은 어두운 복도를 살며시 밝히는 빛과 함께 문틈 사이에서 들려왔으니.
그에 호기심이 생겨, 문틈 사이에 눈을 붙이고 방 안을 훔쳐보았다.
퀼프, 세이니, 로크리아, 쿠쿠루루, 잔드레드, 주우룽이 원을 이루고.
원 가운데에는 뻔뻔한 얼굴의 알’셸이 자리해 있었다.
다만, 뻔뻔한 얼굴을 한 것치곤 알’셸의 상황은 좋아 보이지 않았다.
피부색은 검은 데다가, 얼굴에선 끈적한 점액이 계속 뿜어지고 있다.
알’셸이 명백하게 궁지에 몰려 있다는 뜻.
“음. 저는 모두 털어놨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만.”
그 와중에도 목소리와 어투에서 어떤 흔들림도 느낄 수 없다는 것만큼은 대단하지만 말이다.
그렇지만 알’셸을 둘러싼 간부들은 그의 목소리에 현혹되지 않았으니.
“찟. 주우룽.”
“예.”
“찔러.”
창이 알’셸의 옆구리를 찔렀다.
날카로운 창날 부분이 아닌, 둔한 자루 쪽이긴 했지만.
“으아아아아아! 네크로노미콘!”
알’셸은 옆구리에 비취 창이 찔리자 이상한 소리를 내뱉으며 발광하기 시작했다.
뭐지. 고문 시간인가.
알’셸이 왜 저리 격하게 반응하는지는 잘 모르겠다.
비취 창이랑 상성이 별로 안 좋나.
“자. 알’셸 참모장. 다시 묻겠다. 그대는 이번 작전에서 그런 대사건이 생길 것을 미리 알고 있던 것처럼 움직였는데 말이지….”
“가능성은 있다고 생각했을 뿐입니다. 플랜 중 하나…”
“찔러.”
“예.”
“으아아아아아아! 사해문서!”
대체 이건 무슨 광경일까.
어린이도 할 수 있어요. 피와 유혈 없이 시작하는 동아리 고문 활동.
대충 이런 광경인 것 같은데.
“아니, 알’셸 그대는 명확히 무슨 일이 일어날지 미리 알고 있었다. 다만, 우리 또한 그대가 배신했다곤 생각하지 않아. 궁금한 건 전혀 다른 것이지.”
“무엇이죠?”
여전히 점액을 뻘뻘 흘리면서도 침착한 목소리를 되돌리는 알’셸.
“그런 상황이 일어날 거라고, 누구에게 들었지?”
“여러 정보를 조합한 예측이라고 말씀드렸던 것 같습니다만.”
“찔러.”
“예.”
“으아아아아! 문어와 해녀!”
분명 상황만 보면 정보를 캐내기 위한 고문 시간이지만.
그걸 행하는 녀석들이 머릿속 꽃밭으로 유명한 결사 인원들인 데다가 어투도 적의 없이 평탄해, 도저히 고문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그런 전연령용 고문은 내가 알’셸의 고통을 즐겁게 관람하는 동안 몇 번이고 반복되었다.
처음에는 알’셸의 비명과 그 뒤로 이어지는 헛소리가 나름 즐거웠지만, 그것이 계속 반복되자, 나는 곧 흥미를 잃고 그 자리를 떠났다.
그 뒤 결국 나가는 길을 어떻게든 찾아 술을 사러 떠났지만, 그건 다른 이야기.
* * *
저게 가장 기억에 깊게 남아서 그렇지, 저것 외에도 이상한 사건이 여럿 있다.
다른 간부들은 다 보이는데 블러만 보이지 않아 그에 대해 질문하자, 블러는 급한 일이 생겨 파견 나갔다는 답변을 받은 적도 있었고.
최근 몸매 관리를 잘하던 운호가 갑자기 살이 쪘다든가.
뭔가 엄청나게 굽었던 퀼프 허리가 좀 펴진 것 같다든가.
쿠쿠루루가 자기 몸보다 큰 날개를 달고 둥둥 떠다니다 추락한다든가.
사건 이후 며칠이 지났는데 뇌신을 한 번도 본 적이 없다든가.
기타 등등.
이것저것 수상한 점도 많고, 궁금한 점도 많은 사건임이 분명하지만, 난 도저히 그걸 떠올릴 수 없다.
그리고, 내가 사건을 떠올릴 수 없는 것과 별개로 또 하나 이상한 점이 존재한다.
내게 새로운 힘이 피어났다는 것.
이 힘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진 모르겠다.
그리고 내가 어떻게 이걸 쓸 수 있게 되었는가도.
자고 일어났더니 갑자기 손이 하나 더 생겼는데, 그 손을 태어날때부터 가지고 있었던 것처럼 평범히 사용법을 알고 있다고 해야 할까.
어떠한 대상을 바라보고 집중한다.
사실, 바라보지 않아도 된다.
어떠한 대상을 인지하고, 해당 대상이 거짓되거나, 망가질 대상이라고 의지를 불어넣는다.
그리함으로써, 해당 대상은 소멸, 혹은 망가지게 된다.
“구부러져라… 구부러져라….”
이 힘을 다시 시험해 보고자, 옛날 텔레비전에서 봤던 모 초능력자처럼 숟가락을 바라보며 관자놀이 한쪽을 손가락으로 눌렀다.
그렇게 유리 깨는 것처럼 중얼거린 지 40초쯤 지났을까.
뽀각.
퐁당.
한 손에 쥐고 열심히 염(念)을 불어넣던 숟가락은, 구부러진 게 아니라 목덜미가 잘려 나가 수프 안쪽에 떨어졌다.
“….”
하도 어처구니가 없어, 토마토 크림 해산물 수프로 다이빙한 숟가락 머리를 꺼내 보자 더욱 기괴한 현상을 확인할 수 있었으니.
내가 잡고 있는 자루 쪽 절단면은 공간 절단이라도 한 것처럼 깔끔하게 잘려 나가 있지만, 수프에 떨어진 숟가락 머리 쪽 절단면은 억지로 잡아 뜯은 것처럼 엉망이 되어있다.
“….”
그 두 절단면을 어떻게든 이어보고자 아이처럼 양손에 각각 한 조각씩 쥐고 딱딱 두드려 보았지만, 저딴 상태이니 당연히 절단면끼리 이어지는 것도 불가능했고.
“못 써먹겠네, 이거.”
한숨을 내쉬며, 내 새로운 힘에 대한 결론을 내렸다.
정밀성은 개판인 주제에 시간은 오래 걸리고, 집중력까지 요구한다.
저기까지는 뭐 그렇다고 치자.
일단 염동력 비스름한 게 생긴 시점에서 어떻게든 써먹을 수 있다고 긍정적으로 생각해보려고 해도.
이거 너무 심신 소모가 큰데.
숟가락 하나 뜯어 버렸을 뿐인데 몸이 수면을 호소한다.
두통도 약하게 일고, 피로함이라는 감각이 뇌리에 쏟아진다.
효율성이라고는 눈 씻고 찾아봐도 티끌조차 찾을 수 없을 만큼 연비가 엉망이다.
사용법이 잘못된 건가.
일부 마법이나 형(形) 중에 그러한 종류의 것이 있다.
특정 상황이나 조건하에서 사용하는 것을 전제로 만들어져서, 그 조건을 만족시키지 않으면 극도로 효율이 떨어지는 종류의 기술들.
천하일검의 허섬(虛閃)처럼 말이다.
효과만 보면 단순히 한 번 베는 효과인 주제에 어마어마한 에너지를 소모하고, 천하일검 본인도 반쯤 탈진할 만큼의 막장 기술.
그런 주제에, 해당 기술로 무얼 베든 결과는 동일하다.
오이를 잘라도 절반으로 잘려 나가고, 수박을 잘라도 절반으로, 사람을 잘라도 절반으로.
그럼 저 기술의 효율이 개판인가 하면, 그런 건 아니다.
애초에 저건 베는 것이 불가능한 존재를 베고자 만들어진 기술.
단 한 번의 휘두름에, 수십 개의 형(形), 그 모든 것을 담아 완벽하게 절단한다.
오직 그것만을 목표로 만들어진 기술인데다가, 효과가 극적이기까지 하니, 올바른 상황에서 올바르게 쓴다면 저 기술의 효율에 불만을 표할 이는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즉, 아마 내 새로운 능력도 그런 종류의 기술일 것 같긴 한데….
문제는, 나는 이 기술이 정확히 어떤 원리로 어떻게 작동하는지도 모른다.
어떻게 하면 쓸 수 있고, 어떻게 하면 내 생각대로 움직이느냐 정도만 알고 있을 뿐.
마치 손을 움직이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알고 있다고 했는데.
능력에 대한 이해도도 딱 그 정도.
우린 너무나도 당연하게 손을 움직일 수 있지만, 어떤 원리로 손이 움직이고, 정확히 얼마만큼의 힘을 가졌고, 얼마만큼의 한계를 가졌으며 어떤 숨겨진 기능이 있는지도 알 수 없다.
지금 내가 내 능력에 대해 알고 있는 것도 딱 그 정도.
아마 싸우는 도중 뭔가 새로운 능력에 눈을 뜬 모양인데.
전투에 대한 기억이 어딘가로 뿅 증발해 버렸고, 내 안에 잠든 유사품 녀석들도 평소에는 잘만 튀어나와 내게 말을 걸더니만, 어찌 된 일인지 이 사건에 관해서는 튀어나오지도 않고, 말을 걸어오지도 않는다.
운호에게 물어봐도.
“몰라용.”
알’셸한테 물어봐도.
“그 시간에 주먹으로 패면 되지 않겠습니까?”
이러고 앉아 있으니 나보고 뭐 어쩌라는 건지 모르겠다.
당연히 두 놈 모두에게 정의의 철권 제재를 가하긴 했지만 말이다.
운호는 창밖으로 던져버리고, 알’셸 머리통에는 제 말대로 주먹을 박아넣었지.
흐으으음.
한 번만 더 해볼까.
그런 생각에, 이번엔 포크에 대고 정신을 집중하려던 찰나.
“절대! 안정! 이라고!”
쾅.
“꾸액.”
옆구리에 강렬한 일격이 들어왔다.
내 몸이 정상일 때 처맞더라도 아프다고 느낄 만큼의 주먹.
문제는, 지금 내 몸이 정상이 아니란 점.
그렇기에, 거친 숨을 몰아쉬며 익숙한 목소리의 범인을 바라보았으니.
“…사람 잡을 일 있냐… 뇌신….”
옆구리를 부여잡고 내가 그런 불만을 내뱉었지만.
“이렇게라도 안 하면 말을 전혀 안 듣잖아.”
“내가 짐승도 아니고 말하면 듣지.”
아마도.
“야밤에 맥주 사러 나가서 길을 잃은 바람에 관리국 방위대에게 미아 취급당한 사람 말을 어떻게 믿어.”
…덕분에 그 녀석들한테 맥주랑 보드카도 뺏겼지.
아니 그런데 저 사건에 대해서는 나도 할 말이 있다.
대체 이놈의 도시는 뭐가 문제인지 술을 파는 상점을 도저히 찾을 수 없어, 온종일 도시를 돌아다니다 겨우겨우 외국인용 면세점을 찾아 술을 살 수 있었고, 막상 술을 손에 쥐고 가게 밖으로 나온 뒤에야 여기가 어딘지 모른다는 사실을 알아차렸으니 말이다.
결국, 편의점에서 술을 안 파는 두바이가 모든 원흉이라는 뜻.
…물론 저런 타당한 이유를 입 밖으로 낸다 한들, 변명한다고 더 처맞을 것 같으니 입을 다물었다.
그것 말고도 입 밖으로 내야 할 주제는 쉽게 찾을 수 있었으니까.
“머리 잘랐냐?”
맞나? 뭔가 좀 많이 달라졌는데.
사건 종료 후 처음으로 봐서 생겨난 착각 같진 않은데…. 흠.
“음? 갑자기 무슨 말이야?”
뇌신은 내 말에 의문스러운 목소리를 되돌렸지만, 그 목소리에는 약간의 흥분이 섞여 있었기에, 내 생각이 옳았다고 확신하며 기분을 풀어주고자 말을 이었다.
“음…. 뭔가 전체적으로 분위기가 많이 바뀐 것 같아서. 머리 모양도 조금 날카로워졌고, 얼굴 형태도 조금 달라진 것 같은데…. 음. 자세히 보니 몸….”
‘도 좀 더 호리호리해진 것 같은데.’란 말을 이으려 했지만, 뇌신은 내가 몸이라는 단어를 꺼내자마자 말에 끼어들었다.
“린슈아가 새로 몸을 만들어줘서 그래. 난 똑같다고 생각했는데, 미묘하게 다르긴 한가 보네.”
뇌신은 내 말에 기분이 좋아진 듯, 웃음을 되돌리며 입을 열었다.
“그 실험실 지하에서 여러 사건이 있었거든. 난 어쩌다 보니 육체를 잃어버릴 만큼 힘을 강하게 사용했고, 대신할 육체를 린슈아가 마련해준 거야.”
…정말로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그 말을 듣고 기억을 강하게 떠올리려 했지만.
툭.
약간 저릿한 감각과 함께, 뇌신의 손가락이 내 이마에 닿았다.
“기억하지 않아도 돼. 네 책임이 아니니까.”
그 말은 너무나도 진지했지만, 어딘가 슬픔이 깃들어 있었기에.
나는 얌전히 그 말에 따르며, 조용히 침대에 몸을 뉘었다.
피곤하기도 했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