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r. Magical Girl RAW novel - Chapter (471)
마법소녀 아저씨 470화(471/671)
470. 휴식의 시간.(2)
뭔가 몸이 가뿐하다.
자고 일어났을 뿐인데, 상당히 몸이 회복된 느낌.
계속해서 몸 안의 살점을 갉아 먹던 벌레 같은 통증도 조금 나아졌고, 집중을 흐트러트리던 흐릿한 안개도 조금 옅어진 느낌이다.
다만 몸이 완전히 회복된 것은 아니고, 요 며칠 계속 날 괴롭혔던 악성 뿌리 중 하나가 뽑힌 느낌.
확실하게 나아진 것을 체감하고자, 침대 위에서 허리를 펴고 앉아 굳은 관절을 풀고 있자.
“일어났네.”
깜짝이야.
갑자기 목소리가 들려와 고개를 돌리자, 침대에 누운 상태에선 시선이 닿지 않는 방 한쪽에 자리해있는 뇌신이 시야에 들어왔다.
“뭐 햐냐, 너.”
“일어나길 기다리고 있었어. 몸은 좀 어때?”
몸?
“좀 나아진 것 같긴 한데, 갑자기 그건 왜?”
“…그 인체 실험 비슷한 수술이 효과가 있긴 있었나 보네. 혹시 옥시모론 왔던 거 기억나?”
옥시모론? 걔가 여길 왜 와.
“걔가 왔었다고?”
“응, 너 잠든 동안 와서 진찰하고 치료도 해주고 갔어.”
“그래? 그럼 온 김에 깨워서 이야기 좀 하다 가지.”
아쉽네. 모처럼 왔으니 얼굴 한번 보고 갔어도 되었을 텐데.
음. 아닌가. 어차피 곧 최전선에서 마주칠 테니 상관없을지도.
그렇게 옥시모론을 못 만난 아쉬움과 함께, 어차피 곧 다시 만날 거라는 깨달음을 곱씹던 찰나.
“혹시 자기 전 마지막 기억이 뭐였는지 기억나?”
“자기 전? 갑자기 그건 왜?”
뭐 이상한 일이라도 있었나?
“별건 아닌데, 옥시모론이 기억상실 증세가 재발할지도 모르니 완전히 회복할 때까진 동안 종종 물어봐 달라고 부탁하더라.”
아, 그런 이유인가.
옥시모론이 말했다면 할 수 없지.
그에 나는 머리를 굴리며 마지막 기억을 탐색하기 시작했고.
약 30초 동안 이어진 거대한 고민의 끝자락에서, 잠이 들기 직전 마지막 기억을 떠올릴 수 있었다.
“하테나.”
“하테나?”
“하테나라는 마법소녀 영웅이 결혼한다고 하더라.”
“걘 누구야?”
“나도 모르지.”
“….”
“뉴스에서 봤어.”
“아, 난 또….”
‘약물 부작용인가 했네.’
뇌신이 뭔가 불길한 말을 작게 내뱉었지만, 굳이 약물에 대해 질문하진 않았다.
옥시모론이 왔었다고 했으니, 높은 확률로 옥시모론의 무지개색 맹물 폭격 같은, 정신이 아득해질 이야기임이 분명하니까.
굳이 내가 그걸 물어봐서 정신 건강을 악화시킬 필요는 없는 셈.
세상엔 몰라도 될 지식이 여럿 있는 법이다.
옥시모론의 약물이 실제로는 맹물이라는 것처럼 말이다.
“아무튼, 몸이 좋아진 건 옥시모론이 몸을 뜯… 아니, 여러모로 조정해줘서 좋아진 거야. 그래도 열흘 정도는 쉬어야 할 테니 몸조리 잘하래.”
어째 말이 묘하게 설명조인데.
굳이 말하고 싶지 않지만, 억지로 말하는 느낌.
다만, 그러는 이유는 잘 이해된다.
옥시모론이 내 몸을 뜯었다는 것을 뇌신이 중간에 조정해줬다고 고쳐 말한 것을 보니, 옥시모론 이 녀석이 내 허가도 없이 내 몸뚱어리에 오버홀 수술을 거행한 것 같다.
회복 기간이 열흘이라는 걸 보니 그 결과로 회복 기간을 하루 정도 단축시킨 모양.
그리고, 뇌신은 아마 오버홀 장면을 직접 눈으로 본 것 같다.
저 말을 하는 동안 반쯤 헛구역질을 하는 걸 보니 말이다.
정신 건강상 심히 좋지 않을 장면을 보았으니, 입 밖으로 내기도 꺼림칙했으리라.
“일주일 뒤에 상태를 보러 올 테니, 몸조리 잘하라고 반. 드. 시. 전해 달라더라.”
묘하게 반드시에 악센트가 붙었네.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그나저나, 오버홀이란 말이지.
최전선에서 애들 회복시켜도 모자랄 판에, 시간을 내서 내 몸을 뜯다니.
다음에 만나면 한 소리 늘어놔야겠다.
그리 생각하며, 침대에서 몸을 빼 슬리퍼에 발을 집어넣자.
“…이상하네, 방금 내가 몸조리 잘하라는 옥시모론의 말을 전달해주지 않았던가?”
뇌신은 잔뜩 화가 난 목소리로, 그리 말을 쏘아 냈고.
나는 피식 웃으며, 그 말에 답을 되돌렸다.
“산책이야 산책. 그렇게 몸을 뜯은 직후인데 술 마신다든가 하는 막장 짓은 나도 안 해.”
사실 엄청 마시고 싶지만, 조각조각 분해되었던 신체 부위를 다시 붙여 회복시키는 짧은 휴식 기간 동안 몸 관리는 철저하게 하라는 옥시모론의 말을 귀에 주사기 박히도록 들었으니, 그것만은 철저하게 지킨다.
…솔직히 그 말 안 들었다가 다시 실려 오면, 화가 난 옥시모론이 실수를 가장해 수술 도중 마취제를 제거하고 몸을 난도질할 것 같은 공포감이 있으니 말이다.
아무튼, 내가 그리 진심을 담은 답을 하였건만.
“정말로?”
허공에 금빛 잔상을 남기며 빠르게 내 앞에 도달해, 얼굴을 가까이 붙이고 빤히 날 바라보며 입을 여는 뇌신의 목소리엔 불신감이 가득 담겨있었으니.
“우리 사이에 그 정도 신뢰는 있지 않던가.”
나는 그에 반쯤 농담을 던지며 불신감을 지우려 했지만.
“술 사러 가다가 미아가 될 거라는 신뢰는 있어.”
오히려, 내 신용 등급이 대폭 폭락한 것을 증명하는 비아냥만을 들을 수 있었다.
“아니, 나라고 해도 의사인 옥시모론 말은 듣는다고.”
의료인들 말 안 들으면 고생하는 건 나니까.
물론, 전장의 상황 덕에 의사의 조언을 개무시한 경험이 여럿 있지만, 그때마다 몸으로 교훈을 얻었으니 가급적 조언을 따르려는 하는 노력 정도는 보유하고 있다.
“걔 의사 아냐.”
그런데 어째서일까.
뇌신은 내 말에 더더욱 기분이 나빠진 듯, 가시 돋친 말을 내뱉었고.
“그리고, 내 말은 안 듣는데 옥시모론 말은 듣는다 이거지? 흐응.”
이어, 지금 당장이라도 여기 번개 폭풍이 쏟아질 것 같은 불길함이 방 안을 가득 채우기 시작했으니.
…대체 이건 뭔 일이야?
아니, 지금 내 말 어디에 뇌신이 저렇게 화낼 요소가 있었다고?
그건가? 지금까지 내가 결사 애들 말을 귓등으로도 안 듣고 난리 쳤던 업보가 쌓여서 돌아온 건가?
뇌신도 참다 결국 터져버린 거고?
지금 와서 생각해 보니, 내가 여러모로 많이 잘못한 것 같긴 하다.
그럼, 여기서 난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가.
1. 평소처럼 ‘어? 내가 하고 싶은 거 한다는데!’ 하면서 뻗댄다.
2. 사과한다.
누가 봐도 골라야 할 선택지는 명백하지 않은가.
그렇기에, 나는 고개를 당당히 들어 올리며 선언했으니.
“아니, 내가 지금 중환자도 아니고 움직이는….”
“…흐으으으응.”
밝은색의 노랗고 검은 번개가 귓가를 스쳐 지나갔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죄송합니다. 말 들을게요.”
그 노랑-검정 그러데이션 번개에 무언가 트라우마 수준의 공포가 떠오른 나는 곧바로 고개를 숙이며 패배를 선언하였다.
굴욕감이 느껴지긴 하지만, 저 벼락을 맞았다가는 어마어마하게 엿 될 것 같다는 본능적 직감이 내 머릿속에 미친 듯이 경고를 울렸기에.
“그런데 저도 산책 정도는 하고 싶은데, 감시 역할로 같이 가시는 것은 어떠신가요.”
그래도 침대에 처박히고 싶진 않다.
산책만은 절대로 포기하고 싶지 않았기에, 몸 좀 움직이게 해달라는 어필을 온몸으로 하였고.
“…그 정도라면 괜찮아.”
뇌신께선 번개 폭풍을 몰아내며,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셨다.
“휴….”
안도의 한숨이 입 밖으로 흘러나왔다.
어떻게든 일이 수습된 것에 안심하는 한숨.
그리 안도를 내뱉으며, 나아진 몸과 질질 끌리는 슬리퍼를 이끌고 방을 나와 여기저기 걷기 시작했다.
결사 또한 휴식기를 끝내고 다음 전투를 준비하기 시작했는지, 요 며칠 사이 가장 바쁜 모습.
그렇게 결사도 세계 평화를 위해 나름대로 계속 뛰고 있다는 것을 느끼며, 복도 모퉁이를 돈 순간.
“음. 쥐 할아버지, 허리 좀 더 펴 보세요. 이제 아마 괜찮을걸요?”
“찍. 그래도 말이지, 골격 전체가 뒤틀린 느낌이라 어쩔 수 없다네.”
“흐음. 허리는 고친 것 같은데 말이죠, 전체적으로 손봐야 하려나? 신체 구조가 달라서 그런 건가.”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콤비를 만났다.
링거 폴대를 질질 끌고 다니며 파란색 약물을 맞고 있는 퀼프와.
퀼프의 허리를 쓰다듬으며 의사처럼 말을 걸고 있는 옥시모론.
…뭔데 이거?
옥시모론 갔다고 안 했어?
의문에 답해 달란 의미로 내 옆에 자리한 뇌신을 올려다보았지만.
뇌신은 내 시선을 눈치채지 못한 듯, 경악하는 얼굴을 크게 내보이며 옥시모론을 째려보고 있었다.
뇌신도 몰랐나 보네.
내가 그렇게 상황을 파악할 때쯤.
“너 왜 아직 있어!”
뇌신이 천둥에 가까운 비명과 함께, 옥시모론에게 달라붙었고.
옥시모론 또한 이제야 뇌신이 왔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는지, 놀랐다는 듯 귀를 막았던 손을 내리며 입을 열었다.
“아, 가려고 했었는데요. 중환자가 여기저기 가득 보여서 그것부터 치료해야 할 것 같아서 그만.”
“우리 괴인이거든? 가서 영웅들이나 치료해!”
“지금은 동맹이잖아요?”
“이 일 끝나면 아닐걸?”
“흠. 쥐 할아버지. 저한테 단검 찌르실 예정이 있나요?”
“찟. 자네 사람들이나 괴인 괴롭히는가?”
“아뇨.”
“그럼 나도 안 한다네.”
“그러시다네요. 이제 문제없죠?”
“문제 많거든?!”
소란이 일어났다.
무슨 바보 같은 코미디지 저거.
옥시모론은 왜 결사 애들 치료를 해주….
아, 본래 저런 애였지.
요즘 하도 사이코짓을 많이 해서 까먹고 있었는데, 쟨 자길 죽이려던 사람들도 살리려고 노력하던 애였다.
그럼 적이더라도 중환자가 보인다면, 치료 정도는 해줄 수 있겠지.
그나저나, 퀼프 저 녀석 옥시모론 피 받아먹지 않았었나?
그런데 허리는 못 고쳤었다니.
“집에! 가!”
“본래 파견 기간이 하루 정도였어서 괜찮아요.”
“그냥! 가!”
쟤 둘은 왜 또 바보같이 언성을 높이며 싸우는 걸까.
그것을 멍하니 지켜보던 와중.
저 두 명이 시끄럽게 싸우는 걸 못 견뎠던 것일까.
폴대를 드르륵 끌고 다니는 퀼프가 내 옆에서 허리를 좀 더 크게 펴곤 입을 열었다.
“찍. 착한 아이로군요.”
갑자기 노인네 분위기를 풀풀 풍기기 시작하는 퀼프.
“쟤 저래 보여도 S급이야. 너네 소속 괴인 몇 정도는 썰고 다녔어.”
비전투원 계통이긴 하지만, 그래도 어지간한 상위권 영웅을 골로 보낼 전투력 정도는 가지고 있다.
“압니다. 그렇지만, 그것은 서로의 사정상 어쩔 수 없는 일. 전장에서 벗어나, 사람 대 사람의 관계에선 적이라도 좋은 사람이라는 인상 정도는 가질 수 있는 법이죠.”
그런가.
하긴, 옥시모론이 착한 아이긴 하지.
여러 사건으로 인해 뭔가 조금 뒤틀린 성격이 되긴 했지만, 퀼프를 치료해 준 것도 그렇고, 근본적인 선함이 어디로 사라진 것은 아닐 것이다.
그건 그렇고.
“그래서, 어느 정도 치료된 거냐?”
“찍. 20% 정도 빨라질 것 같습니다. 개인적인 소망이라면 젊은 시절처럼 날뛰고 싶습니다만, 나이는 못 속이는군요.”
…잠깐, 뭐?
퀼프는 기쁜 듯 웃으며 내 질문에 답했지만, 나는 그 답에 놀랄 수밖에 없었다.
20%?
아니 얘 지금도 엄청 빠르잖아.
근데 허리가 다 낫지도 않은 상황인데 여기서 더 빨라진다고?
얘 젊은 시절은 대체 뭐였던 거야.
내가 그렇게 눈앞의 쥐에 대해 깊이 고민하는 동안.
“저분이 괴인에 대해 좀 더 연구하여 지식이 더 깊어진다면, 완치도 가능할 것 같습니다만…. 아무래도 지금 상황에서는 조금 어렵겠군요.”
퀼프는 곧 죽기라도 할 것처럼, 아련하게 먼 미래를 받아보며 헛소리를 내뱉기 시작했다.
솔직히 이 쥐 양반이 죽을 것 같진 않지만, 꼭 저러다 보면 중상이라도 처맞던데.
“아까 우리 약속했었잖아! 그거 지켜!”
“거기에 바로 간다는 약속은 없지 않았나요? 아, 그러고 보니 제 말은 전달하신 것 맞죠?”
“전달했어! 그러니 집에 가! 괴인 뜯을 생각 하지 말고!”
뇌신이 밀리는 것 같네.
그렇게 퀼프와 내가 구석에 박혀서, 도저히 원인을 알 수 없는 싸움을 관전하던 와중.
“흠. 저 갈색 피부 여성분 있잖습니까?”
깜짝이야.
등 뒤에서 들려온 끔찍한 목소리에 놀라 주먹을 날렸건만.
팡.
내 주먹은 끈적한 손에 붙잡혀 더는 나아가지 못했고.
“이제 안 당합니다.”
그것이 만족스러운 듯, 알’셸은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그리 답했다.
마음 같아서는 한 방 더 날리고 싶지만, 절대 안정을 외치는 두 동료가 저 앞에서 싸우고 있기에, 나는 조용히 손을 빼며 입을 열었으니.
“갑자기 뭐냐. 알’셸.”
대답해 줄 테니 빨리 사라져.
훠이 훠이.
“아, 다름이 아니고, 저 영웅분 이름을 혹시 알 수 있을까 해서 말입니다.”
“옥시모론.”
자료도 안 보냐? 멍청한 알’셸.
“영웅명 말고, 실명 말입니다.”
흠? 갑자기 그건 왜.
의문이 피어났지만, 솔직히 그리 중요한 요소는 아닌 것 같은데.
그렇지만, 굳이 내가 그녀의 개인정보를 알려줄 이유는 없었기에.
“야! 옥시모론!”
“왜 그러세요!”
“눈 돌리지 말고, 내 말 들어!”
“이 문어가 네 이름 알려달라는데 알려줘도 되냐!”
“상관없어요!”
옥시모론에게 질문을 던져 허락을 받아낸 후, 알’셸을 향해 고개를 돌리며 입을 열었다.
“알’리브.”
갑자기 이건 왜?
그런 의문을 품은 채, 의도를 알려주길 바라며 답을 되돌렸지만.
“흠. 그렇군요. 감사합니다.”
알’셸은 표정이나 피부색 하나 변하지 않은 채, 그리 답하며 조용히 우리에게서 멀어졌다.
갑자기 쟨 또 왜 저래?
그리 생각하며 멀어져가는 알’셸을 바라보았지만.
솔직히 큰일도 아닌 것 같았기에, 그 의문은 곧 내 안에서 사라졌고.
그 대신, 계속해서 이어지는 두 동료의 싸움을 계속해서 관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