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r. Magical Girl RAW novel - Chapter (482)
마법소녀 아저씨 481화(482/671)
481. 보존.
S급 모두가 강한 것은 아니다.
S급 사이에도 전투력엔 큰 차이가 있으니 말이다.
특히나 비전투요원인 옥시모론 같은 케이스를 생각해보면 더더욱.
…어째 옥시모론에게 질 뻔했던 기억이 떠오르지만 그건 넘어가고.
아무튼, 프로히비션이 상대의 멱을 따버리고 넘어온 대성공을 보였으니 남은 사람들도 어느 정도 성공을 거두었을 거라 희망했지만.
멕베스 영감. 이건 아니잖아.
기대는 배신당하는 법이다.
“이건 아니지.”
그리 생각하고 혼잣말을 내뱉을 풍경이 우리 주변에 펼쳐졌다.
멕베스의 S급 기술.
광야의 마녀.
그것은 크게 세 분야의 능력으로 나뉜 기술이다.
과거. 현재. 미래.
과거는 현재를 속이고.
현재는 낙관을 그리며.
미래는 현재를 속박한다.
라고, 학식 있으신 멕베스는 자신의 능력을 그리 설명하였다.
좀 더 자세히 파고들자면.
과거를 제한적으로 조작해 그 영향을 현재에 끼치는 현실 조작.
미래를 예언하여 현재의 인과에 영향을 끼치는 고정 예언.
물론 저건 대략적인 범주일 뿐, 실제로는 저 안에서도 여러 마법이 나뉘기에 저 사이에서도 ‘오픈 운즈-과거-치명상’ ‘매직 미사일-미래-필중’ 같은 여러 변형이 존재하지만, 대략적인 흐름은 그렇다는 뜻.
그럼, 현재라는 계통의 능력 분류에 대해 이야기해보자면.
사실 저 현재라는 영역에 속한 능력은 유용하다면 유용하고, 애매하다면 애매한 능력이다.
비록 과거나 미래에 한계와 대가가 있을지언정, 범위가 무척 넓고 활용법이 많은 능력이지만 현재는 딱 하나의 분류만이 존재한다.
인과정지장.
즉, 해당 지점의 완전한 정지.
과거도 미래도 존재하지 않는, 현재만의 공간을 만들어낸다.
인과정지장에 사로잡힌 모든 것은 외부의 영향도 일절 받지 않는 완전한 정지 상태에 빠지게 된다.
저 인과정지장을 해제하려면, 여러 가지 방법이 있는데.
해제 명령어나 일정 시간 경과 등의 발동할 때 지정했던 해제 조건을 만족시키거나.
해당 능력이 막아내는 간섭 한계치를 아득히 넘긴 거대한 물리력을 때려 박거나.
정말 뛰어난 마법사가 일부나마 해당 마법식을 역산해 전체적인 구조를 흐트러트리거나.
유일하게 인과정지장의 영향을 받지 않는 이계의 힘이 내부에서 지속적으로 분출되거나, 외부에서 주입해 이계의 힘 농도가 일정 이상으로 올라갔을 때 강제로 해제된다.
특정 시간 동안의 준 무적.
얼핏 들으면 굉장히 유용한 듯한 능력이다.
각종 게임에서도 무적 능력은 제한적으로만 나타나는 능력인데, 그걸 적에게도 사용 가능하고 해제 조건도 사용자가 지정할 수 있는 힘.
능력을 발동하기 위해 바치는 대가는 그렇다 치고 설명만으론 확실히 유용하다고 느낄 만한 것이다.
아군에게 사용한다면, 타격타이밍에 맞춘 0.01초 발동은 모든 공격을 막아 내는 무적의 방패가 될 것이며.
적에게 사용한다면, 일정 시간 동안 대상을 완전히 정지시키고 의식조차 끊어 버려 완전한 무력화 상태에 빠지게 만들 수 있다.
물론, 적에게 사용하더라도 무적이라는 효과는 그대로이기에, 직접 타격은 불가능하지만, 몇 초간 의식이 끊김으로 인한 적의 판단 미스와 아군의 재정비에는 탁월한 효과를 가질 것이 분명하지만.
애석하게도, 저 능력은 저런 용도로 사용할 수 없다.
나머지 해제 조건은 그렇다고 쳐도, 이계의 힘 농도라는 마지막 해제 조건 하나가 말도 안 되는 페널티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아군을 지키고자 아군에게 1초가량 인과 정지를 걸었다고 해보자.
그럼, 이 아군은 확실히 1초간 모든 공격을 막느냐 하면….
나 같은 케이스는 효과가 발동조차 되지 않는다.
나 하나만을 대상으로 인과정지장을 펴면, 발동 대가와 마력은 있는 대로 다 빨아먹어 놓곤 발동과 동시에 인과정지장이 해제된다.
한 명을 대상으로 좁은 범위에 펼쳤기에, 대상이 내부에 보유한 이계의 힘 농도로 인한 즉시 해제.
뭐 정밀하게 측정해 보면 1나노초 정도는 멈출지도 모르지만, 그런 발동에 무슨 의미가 있단 말인가.
내가 아닌 평범한 B급 영웅이 대상이라 하더라도, 나와 똑같은 조건으로 사용한다면 1초도 채우지 못하고 해제될 지경.
저런 상황이니, 막대한 힘을 지닌 적을 대상으로 사용하는 것에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그러니 저 조건을 어떻게든 해결하고자, 해당 능력은 이런 식으로 사용된다.
봉인해야 할 대상자 주변의 광범위한 지역 전체를 범위로 삼고, 해당 구역 전체를 집어삼킨다.
범위가 늘어난 만큼 대가와 마력 소모도 매우 증가하지만.
그만큼 내부 이계의 힘 농도가 분산되기에, 거의 완벽에 가까운 봉인이 완성된다.
물론, 안에 집어 삼켜진 적이 정지되었다 한들 이계의 힘은 강한 이계의 힘에 끌려 농도가 상승한다는 법칙에 따라 농도가 천천히 상승해 언젠간 자연스럽게 해제되긴 하겠지만, 그건 사소한 문제일 뿐.
실제로, 몇몇 물건이나 이야기의 최종 보스는 저 능력으로 봉인되어 있고, 나름대로 괜찮은 봉인 능력을 발휘하고 있다.
지역 전체를 오염시키던 큐레이터나 황왕 같은 케이스에는 사용하지 못했지만, 확실한 봉인 수단 중 하나로서 가치를 지닌 능력.
전술적으론 큰 의미가 없더라도 전략적인 가치가 큰 능력을 왜 나는 지금 떠올리고 있는가. 그리고, 왜 지금 그 능력을 되새기고 있는가.
그것은, 눈앞에 검은 구체가 나타나 있기 때문이다.
효과 범위에 자리한 빛조차 사로잡았기에, 내부의 상태를 파악할 수단이 존재하지 않는 검은 구체.
아니, 검정조차도 올바른 단어가 아니다.
한없이 무(無)에 가까운 어둠은 저기에 무언가가 존재하는지 의심될 만큼의 공허함으로 시야의 일부를 둥글게 집어삼키고 있으니.
한때 정말 모든 간섭을 차단한다면 지구의 자전이나 공전이라는 좌표상의 움직임조차도 무시할 거라는 예상과 달리, 어찌 된 이유인지 그 자리에 남아 미동조차 없이 그 자리에 어둡게 자리 잡은 구체는.
조용히 한 자리에서 자신의 공허한 실존을 알리고 있다.
멍하니 고정된 현재와 움직이는 우리의 경계선에 선 나는 멍하니 손가락으로 경계를 두드렸으나
어처구니없이 단단한 것을 두드린 감촉만이 돌아올 뿐, 모든 것을 멈춘 검은 경계는 답을 돌려주지 않았다.
그럼, 이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멕베스와 연락은….”
이미 몇 번이나 입에 담은 질문이기에, 뒷말은 필요 없었고.
“…지휘부도 연락이 되지 않는 상태라고 합니다.”
라이브러리안은 몇 번 되돌려주었던, 연락할 수 없었다는 답에 더해, 지휘부도 멕베스의 현 상황을 파악하지 못했다는 답을 돌려주었다.
그럼, 이 정보로 내릴 수 있는 결론은 무엇인가.
거기서 도출되는 답은, 단 하나뿐이리라.
“이 멍청한 영감탱이가!”
쾅.
강타하는 대상이 고정되어 반응조차 보이지 않기에, 그것을 때리는 내 손의 충격으로 퍼져나가는 소리.
리미터가 다시 걸린 상태이긴 하지만 이미 시동이 상당히 걸린 상태인 내 주먹에도 검은 구체는 반응하지 않았다.
“못 쓰러트릴 것 같으면 버티든가, 아니면 도움을 요청하든가!”
쾅. 쾅. 쾅.
울분을 참지 못하는 주먹이 몇 번이고 허무에 틀어박힌다.
“아니면 그냥 적만 대상으로 삼고 넓게 펴든가!”
이리 내뱉고 있지만, 알고 있다.
그것이 불가능했기에 이랬을 거라는 것 자체는.
대상 하나만 가두는 것은 범위가 너무 좁아 금방이라도 해제되었을 테니, 전쟁이 끝날 때까지 적이 봉인될 충분한 범위를 확보하기 위해 넓게 폈다는 사실 정도는.
전투에 특화되지 않은 멕베스가 자신이 휘말리지 않을 만큼 거리를 벌리는 것이 불가능하단 사실 정도는.
멕베스는 똑똑하기에 내가 생각할 수 있는 모든 것을 고려했을 것이다.
“자기 자신도 포함해서 지르는 게 말이 되냐고 이 영감탱이야!”
똑똑했기에 빠른 판단을 내렸다.
어쩌면, 우리가 겨우겨우 도달한 답을 멕베스는 더 빨리 알아차렸을지도 모른다.
전투 중에도 지휘부로부터 전황을 듣고 있는 멕베스라면.
이과적으로 똑똑한 라이브러리안과 달리, 전쟁과 관련된 똑똑함을 지닌 멕베스라면.
상대가 지휘 개체이며, 이 전쟁을 진흙탕으로 만들기 위해 맞춤 조정된 개체란 사실을 알아차렸을지도 모른다.
그렇기에, 멕베스 자신이 결코 상대를 이길 수 없으며, 지원 또한 늦게 도착할 것이라는 사실을.
아마 그렇기에, 멕베스는 빠른 판단을 내렸으리라.
여섯 인원 중 가장 전투와 거리가 먼 자신이 빠지고, 지휘 개체 하나를 빠르게 무력화하여, 전선 하나만이라도 전황을 안정시킨다.
내가 아는 멕베스라면. 아마, 그렇게 생각했을 것이리라.
그렇기에, 언제 자신의 능력이 해제될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자신을 적과 함께 옭아맸으리라.
“…아쉬 나즈그, 실마릴, 일루바타르, 모르고스….”
라이브러리안이 옆에서 멕베스가 자주 사용하던 해제 키워드를 웅얼거려보지만, 특별한 성과는 없었고.
지휘부 또한 해당 능력을 발동했다는 언질 자체를 듣지 못했는지, 혹시 해제 키워드가 지휘부로 발송되었는가 확인한다는 연락 이후 답이 돌아오지 않는다.
그렇게, 이 상황에서 금 같은 2, 3분가량이 더 낭비된 후.
“…건강과 미용을 위해 식후 한 잔의 홍차….”
이젠 저게 해제 키워드가 맞긴 한 건가 싶을 문장까지 라이브러리안이 중얼거린 뒤에야.
“연락이 왔습니다.”
지휘부와 계속 연락을 하고 있던 얼티메이트로부터 답이 돌아왔다.
“…뭐라든?”
반응조차 돌아오지 않는 공허를 치는 것에 지쳐, 답을 기다리던 나는 그에 곧바로 반응했고.
이 상황에 큰 관심이 없는지, 땅에 기둥처럼 세운 머스킷에 기대어 하품을 내뿜는 프로히비션을 제외한 모두의 시선이 얼티메이트에게 모이자, 그는 한숨을 내쉬며 입을 열었으니.
“전투 시작과 거의 동시에 새 기밀을 작성하고 거기에 시간제한을 걸었다고 합니다. 기밀 해제까지 15시간. 추가로 ‘관리국 통신망이 장악당할 위험성을 고려해 시간 지정 기밀로 남김. 위험한 특수 능력을 가진 적을 여기 봉인한다.’ 라는 코멘트를 남겼다고 합니다.”
그 말을 들은 나와 라이브러리안 은 또다시 허탈함이 담긴 한숨을 내뱉을 수밖에 없었으니.
이 양반은, 자신의 목숨과 해방조차 우리에게 모두 맡긴 셈이다.
전쟁이 패배하면 덩그러니 남겨질 상황에서, 언제 풀릴지도 모르는 봉인을 지른 것이다.
대체 멕베스가 맞닥뜨린 적이 어떤 특수 능력을 지녔기에, 빠르게도 저런 결단을 내렸는지 나는 알 수 없지만 말이다.
똑똑한 멍청이는 이래서 곤란한데.
너무 빨리 포기하고, 너무 빨리 결단을 내렸다.
그 누구와도 이야기를 나누지 않은 채 혼자 결단하며 말이다.
대가를 고려하면 본인 나름의 각오를 하고 능력은 편 것이겠지만, 내 입장에서는 몇 시간 견디지도 못한 민폐나 다름없다.
당장 얼티메이트도 몇 시간을 내리 버텼는데, 이 영감은 무슨 추태란 말인가.
“쯧.”
퉷.
그렇기에 나는 혀를 차고, 침을 뱉으며 자세를 잡았으니.
발 하나를 앞으로 내디디고 팔을 굽히며 허리를 크게 돌린다.
그로서, 지금까지와 헛주먹과 달리, 확실하게 힘이 담긴 주먹이 멈춘 공허를 강타했고.
쾅.
막대한 반작용을 온전히 내 팔로 받아내 올라오는 통증과 함께, 거대한 소리가 주변을 울렸다.
그에 나는 관절이 어긋난 손을 털며 속으로 중얼거렸으니.
나중에 한 방 먹여줄 테니 그리 아쇼 영감.
이 내지름이 의미 없는 헛짓임은 나도 잘 알고 있다.
인과정지장은 그대로고, 아픈 건 내 손뿐이니.
그렇지만, 이 분노를 어딘가에 쏟아내지 않고는 풀어낼 수 없었으니.
“가…” 자.
그렇게 한바탕 화풀이를 끝내고, 내 멍청한 사형인 천하일검에게 향하려는 찰나.
퍽.
“시끄러워. 힘 낭비하지 마. 꼬마.”
머리를 둔탁하게 울리는 소음과 함께, 나에 대한 악담을 내뱉는 프로히비션이 한 손에 머스켓을 든 채 내 흔들리는 시선 너머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쓴웃음을 내뱉으며 그 뒤를 따르는 라이브러리안과 얼티메이트는 덤이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