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r. Magical Girl RAW novel - Chapter (485)
마법소녀 아저씨 484화(485/671)
484. UNKNOWN
부활과 검은 창을 보고, 두 가지 생각이 떠오른다.
장기전의 가능성과.
상대를 구할 수 있는 가능성.
머리가 깨져 나간 마법소녀는, 창이 박히기 전까지 잠깐이나마 의식을 되찾았다.
그것을 보고 가장 먼저 목소리를 높인 것은 라이브러리안이었으니.
“다시 한번! 이번에는 창을 막는 것을 목표로!”
그 말이 모두의 귀에 닿자 다들 빠르게 행동을 반복하였다.
같은 장면이 다시금 펼쳐진다.
마법소녀들의 공격이 막히고.
한 존재의 머리가 터져 나간다.
시안 또한 우리의 대화를 들었을 것이기에, 시안의 행동이 달라지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있었지만.
다행히 시안은 다시금 일어나라는 명령을 거슬리는 목소리로 외쳤고.
또다시, 마법소녀 한 명의 몸이 복구된다.
그 순간 망치를 휘둘러 자세를 되찾지 못한 날 대신하여 라이브러리안이 부스터를 켜고 돌진하였다.
기동성을 중시한 형태인 덕에 과거의 라이브러리안보다 아득히 빠른 속도로 날아간 라이브러리안.
지금은 그녀인 그는 빠르게 손을 뻗어 마법소녀의 머리와 창 사이에 손을 던져 넣었고.
검은 창은 라이브러리안의 손을 꿰뚫었지만.
검은 창은 멈추지 않았다.
라이브러리안의 손은 자신을 가로막지 못한다는 듯, 전혀 느려지지 않은 채 나아가 마법소녀의 머리를 꿰뚫었고.
그렇게 부활한 시안의 마법소녀는 또다시 공격을 시작해온다.
라이브러리안의 방어력으로는 창을 막지 못하는 것인가.
그것을 인지하고 다른 방법을 고려해 보려는 순간.
“…빨리! 아무나 제 손을!”
전장에 퍼지는 라이브러리안의 비명 소리는, 모든 생각을 멈추게 할 만큼 갑자기 들려온 것이었고.
모두의 시선이 쏠린 장소.
거기에는 창에 관통되어 구멍이 뚫린 손이 있었으니.
그것만이라면 그리 큰 걱정을 하지 않았겠지만, 한가지 다른 점이 관통상의 심각함을 알려 왔다.
검은 오탁의 문신이 라이브러리안의 손을 타고 오른다.
꿰뚫린 관통상이 검은 오탁에 차오른다.
그리고, 경련하며 제멋대로 움직이기 시작한다.
그것은 오염과 지배를 떠오르게 하는 광경.
거기에 가장 빠르게 반응한 것은 천하일검.
그는 잠깐의 주저조차 없이 검을 휘둘러 라이브러리안의 손을 잘랐고.
잘려 나간 손이 떨어지기 무섭게 얼티메이트와 운호가 떨어진 손에 불을 붙였다.
한순간에 이뤄진 응급 처치.
다른 방법이 있었을지도 모르지만, 검은 오염이 차오르는 속도는 너무나도 빨랐기에 이때만큼은 천하일검의 판단이 옳았다고 해야 하리라.
더욱이, 팔이 잘린 대상이 라이브러리안이니 더더욱.
손이 잘린 뒤, 라이브러리안은 심각한 표정으로 자신의 팔 위에 갑옷을 둘렀고.
그것은 하나의 의수가 되어 라이브러리안의 팔을 되찾게 하였다.
한순간에 이뤄진 회복.
그렇다고 한들, 적이 회복을 기다려 준다는 의미는 아니었기에.
계속해서 쏟아지는 마법소녀의 마법을 틀어막으며 전투가 이어졌지만.
전투의 흐름이 수비로 바뀐 상황.
공격에 나서지 않고, 방어하며 작전을 검토하는 시간.
“생각보다 지배력이 강하군요. 보고서를 통해 정신 오염이 있단 사실은 알았지만, 저 정도로 강할 줄은….”
그리 말하는 라이브러리안은 자신의 손을 잘라내는 것조차 스스로 할 수 없는 지경이었다고 입을 열었다.
“흐음. 난 정신 조작은 막을 수 있을 텐데, 창은 무리야.”
프로히비션의 의견.
“저도…. 저건 좀 많이 꺼림칙하네용….”
운호의 의견.
“나도 저건 힘들겠군.”
얼티메이트의 의견.
“난 둘 다 될 것 같다만.”
천하일검의 의견.
물론, 마지막은 모두가 무시했다.
난 천하일검이 정신 오염을 못 견딘다는 의견이었지만.
나머지는 혹시나 저 오염이 천하일검에도 영향을 끼칠 경우, 육체 재생 능력이 없는 천하일검의 전투력 하락에 따른 반대표.
그렇다면 소거법에 따라 남은 것은 나 하나.
그렇기에, 작전이 바뀌었다.
천하일검이 공격, 내가 돌진.
그만큼 방어하는 인원이 빠지기에, 우리의 몸에 닿는 공격의 숫자가 늘어나지만.
작전은 그것으로 결론지어졌고.
지배의 해방과 시안의 약체화.
그것을 목표로 우리는 움직였다.
* * *
전투가 이어진다.
내 몸은 창을 막을 수 있었고, 지배에도 나름 저항할 수 있었지만.
여러 문제가 있어 작전이 잘 진행되지 않았다.
우선, 창은 하나가 아니었다.
지배에 실패했다고 판단한 순간, 또 다른 창이 나타나 마법소녀의 머리를 노렸고, 그 공격은 몇 번이고 반복되었다.
창을 막는 것은 마법소녀의 의식을 잠깐이나마 되찾게 할 수 있었지만, 계속해서 쏘아진 창 덕분에 그것은 10초 이상 이어지지 못했으니.
이것만 해도 작전 행동에 큰 방해가 되건만, 또 다른 문제가 있었다.
바로, 모든 마법소녀가 지배에서 벗어나는 것이 아니란 사실.
첫 타겟으로 잡았던 실버 컨덕터는 머리가 잘리거나 파괴되면 잠깐이나마 의식을 찾았지만.
다른 마법소녀들은 의식을 되찾는 시간이 짧거나, 창에 맞지 않아도 오염된 상태로 재생되었다.
그렇게 기본적인 작전 행동에 있어 큰 문제가 있어, 다른 방법.
즉, 마법소녀들을 계속 소환하고, 회복시키고, 지배하는 시안 본체를 노리는 것이지만.
살점색의 박쥐가 내지르는 비명은, 단순히 거슬리는 소리가 아니었다.
시안이 내지르는 거슬리는 고주파는 몸에 거무스름한 오염을 남기고, 몸을 움직이지 못하게 하였으니.
소리가 매개체인 능력임을 증명하기라도 하듯, 가까이 다가갈수록 강한 효력을 보였기에, 계속해서 증원되어 수십에 달하는 마법소녀의 탄막 속에서 시안을 향해 다가가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판단되었다.
다만, 승산은 존재한다.
“…확실히. 약해지고 있어용.”
시안의 힘도 무한한 것은 아니라는 것.
마법 소녀를 쓰러트릴 때마다 시안의 목소리가 작아지고, 마법소녀들이 증원되는 속도도 느려진다.
그것은, 이 전투 속에서 발견한 희망이었기에.
그 희망을 따라 서로를 갉아먹는 지루한 전투 와중.
“…너. 왜 저 버러지들을 위해 싸우는 거지?”
갑자기 마법소녀들의 포화가 멈추고, 시안이 목소리를 높였다.
그것은, 대상이 누구인지조차 알 수 없는 질문이었기에.
모두가 잠시 멈춰 시안에게 고개를 돌렸고.
“UN개체. 너 말이다. 너도 알고 있을 텐데? 이런 건 어떤 의미도 없어. 우리는 기본적인 격부터 다르게 태어난 존재야. 여왕 녀석은 그걸 억누를 뿐이지.”
시안은 어쩐지 처음보다 차분해진 목소리로 운호를 향해 말을 걸었다.
“나처럼 되란 말이다. 선함 따위는 버려버려. 그런 건 애초에 존재하지 않아. 피와 살의 본능에 따라….”
이야기를 이어 나가는 시안.
그렇지만 시안의 말은.
“웅? 저는 그런 감정 모르는데용.”
운호의 어리둥절한 목소리로 인해 멈추고 말았다.
“이런 짓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가진 적도 없공, 이분들이 버러지라고 생각해 본적도, 한 번도 없어용.”
그에, 시안의 표정이 뒤틀린다.
“본능이라고 하셨는데, 사실 다들 그렇지 않나용? 저도 매일 배나 긁으면서 과자나 먹고 싶지만, 그러면 안 되는 건 잘 알아용.”
운호야 비유가 이상하다.
그리고, 넌 매일 그러고 살잖아.
그렇지만, 그것은 시안에게 있어 꽤 충격적인 이야기였던 것일까.
시안의 표정이 계속해서 뒤틀려 나간다.
“웅. 물론 저랑 다르게 성격이 기본적으로 좀 폭력적인 분들이 있는 건 알아용. 마법 왕국에서도 그런 분들이 여럿 계셨으니까용. 그런데 그분들도 다들 하고 싶은… 웅. 본성이라고 하셨던가요. 그런 걸 가라앉히고 잘하고 계시는 걸용.”
“…거짓말하지 마. 다들 억지로 참는 거잖아. 그 망할 여왕이 강제로.”
“적어도 저는 아닌 것 같아용. 린이나 아프 대장님, 그리고 제가 만난 다른 분들도용.”
그 말이, 역린이었던 것일까.
“뼛속까지 노예인 망할 놈들이! 린! 린! 린! 그년이 그리 잘났어? 제 언니가 수호대일 뿐인 버러지.”
시안의 목소리는 그리 크지 않다.
전투로 힘이 소모된 것을 증명하기라도 하듯.
그렇기에, 난 뛰어들었다.
망치를 들고 시안을 향해.
적의 목소리에서 뿜어지는 오염도, 행동을 멈추게 하는 힘도, 처음에 비하면 한참 약해져 있다.
그렇기에, 망치를 들어 올리며.
피해망상에 찌든, 충동을 이기지 못하는 존재에게 말을 걸었다.
“그럼 너도 수호대 달아보든가.”
그렇게, 망치를 내리친다.
시안을 향해 망치가 빨려 들어간다.
공격이 적중한다.
살점이 폭발한다.
그리고.
“수호대급이. 만만해 보여?”
터져 나간 시안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깨져 나간 목소리에서 오탁이 퍼져나간다.
퍼져나가는 시안의 목소리에 따른 세계의 왜곡.
“똑같이 놀아나는 저 녀석이 딱하길래, 끝나기 전에 설득이라도 한번 해보려 했는데, 시간 낭비였어.”
창에 닿지 않았음에도, 온몸에 검은 반점이 퍼져 나간다.
“그래. 난 아직 수호대라는 경지에는 도달하지 못했지. 그 녀석들은 진짜 괴물이니까.”
분홍 괴물의 입에서 흘러나온 뒤틀린 웃음이, 거슬리는 고주파가.
끼긱거리며 세계를 잠식한다.
“그렇지만 말이야.”
쿵.
터져나갔던 시안의 살점이 부풀어 오른다.
대량의 살점이 사방으로 증식하며 부피를 불리고, 그 안에서 수많은 마법소녀가 피어난다.
검은 눈물을 흘리는, 고통에 발버둥 치는 마법소녀들은 서로 융합되어 거대한 살점 박쥐의 형상을 취했다.
수백, 어쩌면 수천에 달할지도 모르는 마법소녀.
그것은 지금껏 시안이 내보낸 마법소녀가 별것 아님을 인지하게 만드는 장면이었고.
“나는 수호대가 될 가능성을 품은 존재라고.”
그 말과 함께 거대하게 퍼져 나갔던 살점이 압축된다.
마법소녀들이 뭉쳐서 만들어졌던 살점 박쥐는 사라지고, 거기엔 분홍 털이 복슬거리는, 처음 보았을 때처럼 왜곡 하나 보이지 않는 귀여운 모습의, 그렇지만 표정만큼은 찢겨 나간 입과 공허한 눈으로 남은 시안이 있었으니.
“너에겐 감사해. 네 피와 살은 맛있었거든.”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광기가 느껴지지 않는 얼굴의 시안이 말을 내뱉는다.
“우리가 만든 마법소녀들은 ‘여왕년’의 인자를 지니고 있지.”
시안이 누군가를 입에 담을 때 잠깐 광기가 다시 배어 나왔지만, 그광기는 다시 복슬거리는 털 안쪽으로 사라졌고.
“하나하나는 별 의미가 없지만, 모으면 힘이 되기 마련. 그래도….”
툭.
그 말과 함께, 시안의 몸에서 둥근 물체가 떨어졌다.
“역시 작은 인자는 쓸모가 없어. 버러지에게 기대한 내가 잘못이지.”
그것은 실버 컨덕터라 불렸던 마법소녀의 고통스러운 표정이 담긴 머리였고.
펑.
시안이 그것을 째려보자, 머리는 폭발해 허공으로 사라졌다.
“더욱이, 그것이 아직도 날 거부하는 버러지라면 말이야.”
분노가 끓어오른다.
“그러니, 너에게 고맙다고 말해야겠지.”
시안이 웃는다.
어떤 왕국의 여왕처럼.
“네가 가진, 그만큼 질 좋고 순수한 여왕의 인자.”
시안의 얼굴이 뒤틀린다.
“너의 피와 살이, 날 다시 태어나게 해주었으니까.”
목소리를 타고 왜곡이 넓어진다.
세계를 잠식한 검은 오탁에서부터, 마법소녀가 피어난다.
“상쾌한 기분이야. 내가 지닌 썩을 미치광이들의 피가 나를 더 이상 지배하지 못하는 게 느껴져.”
그 말과 함께 태어난 마법소녀는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모습.
지금까지 튀어나온 마법소녀는 본래의 몸을 지닌 채, 검은 오물에 의해 조종당했다는 느낌이었지만.
그들은 문신처럼 보이는 약간의 검은 자국을 제외하면, 몸이 뒤틀리거나 하는 눈에 띄는 왜곡은 없었다.
그렇기에 얼핏 보면 시안의 지배에서 벗어난 것 같은 모습이었지만.
그 생각은, 그들의 얼굴을 보고 순식간에 사라지고 말았다.
그들은 모두 웃고 있다.
매끄러운 달걀 같은 표정 위에, 찢어진 입과 공허한 눈만을 달고, 시안의 표정을 따라.
그것은, 한 박쥐와의 유대감을 느끼게 하였으니.
직감이 내게 소리친다.
그들을 구하는 것은, 이제 의미가 없는 것이라고.
그녀들은 새로이 태어난 한 최강자에게 집어삼켜졌다고.
그것은, 우리가 노력했던 모든 것이 허사로 돌아감을 의미했으며.
그것은, 적에 또 다른 초월자가 합류했음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수많은 세계에서 마스코트 짓을 한 보람이 있지 뭐야.”
적의 없는 낄낄거림이, 거슬림을 타고 전해진다.
“마침내 이 피에서 벗어났어, 토할 것처럼 귀여운 척을 하면서 인자를 모아온 노력이 보답받았지.”
그것은, 정말로 감회가 깊은 듯 목소리를 높였고.
“그렇지만, 그 긴 시간 동안 모은 수많은 인자보다.”
시안이 내 앞으로 고속이동하며 입을 열었다.
듣기 괴로운, 악몽과도 같은 그것의 목소리가 내 귓가를 울린다.
“수천의 마법소녀보다. 너 하나가. 내게 더 큰 도움이 되었지.”
뒤틀린 표정이, 내 앞에서 웃어나간다.
언젠가 들었던 웃음소리처럼.
“그러니, 정말로.”
으득.
이를 악문다.
“고마워.”
분노가 폭발한다.
리미터가 날아간다.
어떤 왕국에서 그랬던 것처럼.
세계에 끼칠 영향도.
내 몸에 쏟아질 반작용도.
그 모든 것을 무시하고, 풀려나가는 내 의지가.
세계 따위 상관없이, 눈앞의 적을 날려버리라고.
거기서, 망치가 휘둘러진다.
세계를 깨부술 망치가.
한때, 수호대를 짓이긴 힘을.
이것이 주변에 끼칠 영향도 생각하지 않은 채.
그렇게, 망치가 내려치고.
시안에게 망치가 닿은 순간.
모든 것이 하얀색으로 사라졌다.
모든 것을 흡수하여 무로 돌리는 흰색 물감.
【예술은 싸우지 않으니】
그 목소리와 함께.
“검은색만 있는 추상화는 진부해서 싫어.”
오탁의 검음과는 다른 검정이, 거품을 부글거리며 퍼져나가고.
검은 오탁의 세계에서 누군가가 걸어 나왔다.
처음은 허리를 편 채 허리에 단검을 쑤셔 넣은 쥐와 양복 소매를 고치는 문어 대가리.
그 뒤를 이어, 충분한 힘을 지닌 괴인들이 두 열로 걸어 나왔고.
그들이 만든 길을 따라, 한 소녀가 걸어 나온다.
창백한 피부에, 검은 머리를 하고, 눈에 별을 담은 여자아이.
그것은 내가 잘 아는 아이였고.
그녀는 허공에 손을 휘둘러 세계를 집어삼킨 검정을 뜯어내곤, 그 자리에 대신 수많은 색이 섞인 그림을 접붙이며, 입을 열었다.
“모두! 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