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r. Magical Girl RAW novel - Chapter (491)
마법소녀 아저씨 490화(491/671)
490. 견진성사(1)
전선의 붕괴는 그리 중요한 내용이 아니다.
관리국이란 이름의 현지 지성체 집단의 수뇌부에서 일어난 대규모 습격 사건, 그리고 지하에 보관되어있던 다수의 공간 전이 물품을 사용하여 전선으로 전이해 온, 최상위 클래스의 존재가 다수 포함된 대규모 군단의 기습.
화신체 하나를 처리하는 기적이 일어난 전장이었지만, 수뇌부가 마비된 상황에서 들이닥친 기습은 균형을 무너트리기에는 충분한 사건.
승리를 외치려는 찰나, 처절한 후퇴전으로 전환된 전장의 참상을 굳이 여기서 말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긴 공방으로 피로가 쌓인 이들 앞에 나타난, 새로운 적과의 사투는 피로 얼룩질 이야기일 뿐이니.
다만 그들의 피해가 궁금할 이들을 위해 이야기하자면, 비록 그들이 패배 후 퇴각하긴 하였지만, 전략적 전멸에 이르는 손해를 입진 않았다.
이 세계의 지성체들은, 개체 각각의 힘보다는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외부 기술에 의존했기에.
다수의 강자가 투입된 전선이 무너진 상황에서도, 빠르게 추가 지원된 대규모 포격을 통해 적의 추격을 막는 효과를 불러일으켰으니.
그럼 이제 우리는 전선의 상황이 아닌, 화신체 패배란 기적을 일으킨 당사자들의 이야기를 바라보도록 하겠다.
* * *
그들은 기쁨에 잠긴 모습이었다.
긴장을 남기긴 하였지만, 살아남아 승리한 기쁨을 감추진 못하였다.
그에 누가 무어라 할 수 있을까.
퇴치할 수 없어 봉인해두었던 인조 괴인을 마침내 쓰러트렸고, 살얼음판을 걷듯 신경이 곤두선 상황에서 승산이 안개와도 같던 불합리한 전투를 승리로 마무리 지었다.
거기서 기뻐하지 않는 것은 둘뿐.
모든 것을 소진하여 스러져 감에도 동료들이 아직 그를 인지하지 못한, 기적을 일으킨 마법소녀.
그리고, 새로운 화신체가 나타나는 장소를 이미 바라보고 있는, 지성체의 인지를 초월한 초능력자 하나.
그러한, 곧 기쁨이 피어날 장소에.
“잘도 아를 쓰러트렸었다.”
화신체 그녀가 허공에 새겨진 붉은 원과 함께 나타난다.
스스로의 힘이 아닌, 손에 들린 기계장치식 전이 기구를 이용하며.
그 자리에 있던 지성체들에게 있어서, 새로운 초월자의 등장은 갑작스럽고 당황스러운 것.
방금 쓰러트렸던 적과 똑같이 생긴 적이 갑자기 허공을 열며 나타난 사실에, 그들 대다수는 당황하나.
곧, 그들은 두 존재가 명확히 다른 존재라는 사실을 인지한다.
똑같이 생겼지만, 두 존재가 육신에 두른 분위기가 전혀 달렸기에.
기쁨과 자신감 그리고 교만을 뿌리던 화신체와 달리.
삐뚤어짐과 고혹 그리고 덧없음이 지배하는 새로운 화신체.
그녀의 등장에 명백한 혼란과 의문이 그들을 지배하지만.
그것을 받아들이는 이들 또한 역전의 용사들.
그들은 곧바로 새로운 적을 향해 공세를 시작한다.
무기와 초능력, 마법이 화신체에게 쏟아지지만.
“인사치고는 화려한 공격이었었지.”
공격을 받아들이는 화신체는 몇 발자국 움직이지 않고 그 모든 공격을 피해 낸다.
수없이 합을 맞춰 온 파트너와 춤을 추듯, 약간만 움직임이 틀어져도 공격에 적중당할 자세로.
그녀의 자세는 다리를 하나 들어 올리고, 허리를 굽힌 채 양팔을 교차한 기묘한 자세.
그 이상한 움직임은, 그들 중 그녀와 가장 가까이 자리한 근접전의 전문가가 보기엔 너무나도 빈틈이 많은 자세이기에, 그는 그에 반응해 곧바로 공격을 이어 나간다.
은빛 참격이 뒤틀린 자세의 화신체에게 몰아닥친다.
지친 몸에서 뿜어진 최고의 일격.
그것은 닿는다면 그녀를 쓰러트릴 힘이 분명하지만.
“닿았었다면 좋았었다.”
참격은 그녀의 옷 위를 스치고 지나갈 뿐. 옷감조차 자르지 못한다.
그녀가 너무나도 불안정한 자세를 취한 덕에, 참격은 균형을 잡지 못하고 뒤로 쓰러지는 그녀의 몸을 아슬아슬하게 스쳐 지나간다.
이 또한 하나의 빈틈.
비록 방금 공격을 가한 그는 추격할 수 없지만.
남은 이들이 화신체의 빈틈을 노려 공격에 참여한다.
마법소녀의 마스코트, 멸망한 세계의 종족, 우로보로스에서 벗어난 기계, 찍혔던 낙인이 지워진 초능력자, 미래를 품은 초능력자.
그 모두가 공격을 가하지만.
“안 될 거야.”
공격에 참여하지 않은 채 상황을 관망하는 초능력자의 말대로.
모든 공격은 무위로 돌아간다.
저건 대처할 수 없는 자세다.
저 상황에선 어떻게 해도 피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그렇지만, 화신체의 움직임은 그들의 모든 예상을 뛰어넘는다.
몸통을 향해 쏘아진 기계 팔을 붙잡고 몸을 들어 올린다.
자신을 구속하려 쏘아진 초능력 역장을 발판 삼아 다리를 굴린다.
그렇게 뒤틀린 자세 위로 검은 레이저와 노란 번갯불, 그리고 화염 폭풍이 스쳐 지나간다.
그리고 그 모든 공격이 지나간 자리에.
폭풍이 몰아친다.
붙잡았던 기계 팔은 염동력 역장이라는 발판을 얻은 화신체가 일어나며 뜯어지고.
극도로 가속해 공격을 몰아치던 전기의 초능력자는 진입과 동시에 턱에 잽을 얻어맞고 의식을 잃는다.
뜯겨나간 기계 팔은 전기를 뿜으며 초능력자에게 던져지고.
다른 이들이 공격을 위해 접근했으니 자신은 영창에 집중해야겠다고 믿은 짐승 마법사는 순식간에 거리를 좁힌 화신체에게 붙잡힌다.
그리고, 붙잡힌 마스코트는 자세를 추스른 검사의 새로운 검격을 막을 방패가 되어 주었으니.
공방은 한순간.
그리고, 쓰러진 것은 지친 역전의 용사들.
그들 중 공격을 받고도 아직 의식을 유지하는 이들은 조금 전의 공방에 의구심을 품는다.
너무 말도 안 되는 공방이라고.
영화에서나 볼 법한, 몇 번이고 합을 맞춰야 나올 수 있는 기괴한 움직임이라고.
그렇지만, 그것이 현실에 일어난 이상 부정할 수만은 없는 노릇.
극한에 이른 예지능력자, 혹은 인과관계 조작.
수많은 추측이 오가지만.
그 추측은 이어지지 않는다.
“모두 도망쳐.”
사태를 관망하던, 한 여성의 말이 그것을 모두 끊어버리니.
고성이 오간다.
도망치면 희생은 다 뭐가 되냐고.
전쟁에 무슨 의미가 있었냐고.
그렇지만, 그 아우성은 그녀에게 닿지 않았고.
그녀는 입을 열어 모두에게 답한다.
“고마웠어. 모두.”
그녀는 빙그레 웃으며, 그리 말하곤.
“기억나지 않지만. 고마웠어.”
이 자리에 있는 모두의 의식을 순간 멈추게 할 한마디.
그와 동시에.
부글.
모두가 의식을 뺏긴 사이, 검은 거품이 모두의 발아래에서 솟아난다.
거품에 감싸인 다수가 그것을 알아차렸지만, 거품이 그들을 집어삼키는 속도가 한발 빨랐으니.
그렇게 전장의 검은 오탁이 흩어짐과 함께 사라지는 검은 거품을 향해 그녀가 입을 연다.
“잘 부탁해. 망치의 딸.”
거기에 답하는 이는 없었으나.
검은 거품은 땅에 남은 약간의 흔적을 제외하곤 다른 이들과 함께 사라지고.
검은 오탁이 흩어진 자리에 남은 찌꺼기는, 찢겨나간 날개를 펄럭이며 저편으로 방황해 사라진다.
시체를 제외한 모든 것이 사라진 공터에는, 두 존재만이 남았다.
화신체와 초능력자.
그들은 서로를 바라보며 입을 열어나간다.
“싸웠었었지?”
“계속. 멈추지 않고.”
“시간상의 간섭이었지. 아가 강림했었을 때부터 이어진.”
그리 말하는 화신체는, 땅에 널브러진 자신과 똑 닮은 화신체를 발로 차며 말을 잇는다.
“이 아도 간섭이 없었었다면, 좀 더 나았었을 텐데.”
그리 말한 화신체는, 자신의 시체를 발로 차 저 멀리 밀어내곤 입을 열었다.
“그럼 이제, 길었던 종지부를.”
펑.
폭발을 시작으로 전투가 이어진다.
타인이 알 수 없을 장소에서.
과거와 미래에서.
엇나간 시간에서 싸워 오며 서로를 간섭했던 그들은.
마침내 지금 만나 싸워 나간다.
그렇지만, 모든 것이 한쪽에 불리한 싸움.
화신체.
그리고 인간.
모든 것이 다르기에.
육체적 능력도, 가진 힘도.
그리고, 대가도.
당기는 방아쇠에.
어린 시절을 잊는다.
총알의 생성에.
결혼식을 잊는다.
간섭해 오는 인과에.
전투의 슬픔을 잊는다.
쏘아 내는 화염에.
전투의 환희를 잊는다.
공격을 막을 염동력 역장에.
생존의 아름다움을 잊는다.
인과의 증폭에.
동반자의 표정을 잊는다.
순간의 미래 예지에.
아이의 얼굴을 잊는다.
적을 구속할 사슬에.
고백의 순간을 잊는다.
자신의 육체 회복에.
동반자의 이름을 잊는다.
단 한 번의 초집중에.
아이의 이름을 잊는다.
쏘아내는 마지막 한 발에.
동료를 잃었다.
“음?”
화신체의 의문과 함께, 갑작스럽게 전투가 멈춘다.
그것은 모든 과정을 이해하는 그녀에게 있어, 특수한 반응.
그것은 일어날 것을 본디 알고 있는 현상이라 하더라도, 화신체 그녀에게 부여된 인격이 의문을 보이며 반응할 만한 현실이라는 의미.
화신체가 보았던 과정이, 지금 결과로 이어진다.
홀로 남아, 모두를 지켰던 그녀.
그녀는 땅 위에 꿇어앉아, 공허한 눈으로 하늘을 바라본다.
계속해 절제된 모습을 보이던 그녀답지 않게, 입에서 침을 흘리며.
“아와의 싸움을 통해 모두 잃어버렸던 거지. 지금.”
그 누구도 듣는 이 주변에 없건만, 화신체는 담담히 설명한다.
그녀가 지닌 힘의 원천이 모두 고갈되었다고.
기억.
지성체가 지니는 개체의 증명.
동시에, 그것은 그녀가 가진 힘의 대가였기에.
모든 것을 소진한 그녀는, 이 자리에서 개인을 잃어버렸다.
그것은 하나의 죽음.
비록, 육체적인 관점에서는 생명 활동이 이어진다고 하더라도.
어떤 힘이 오더라도 복원할 수 없는 기억이 모두 사라진 그것은, 이미 개체로서 죽음을 맞이하였다고 해야 옳으리라.
화신체는 손을 거둔다.
그녀의 목표는 멸망에 있을 뿐.
저항하는 용사의 명예를 더럽히는 데 있지 않았기에.
그렇기에 화신체는 패자에게 다가가, 이 세계 지성체의 보편적인 양식대로 고개를 숙인다.
“이제, 좋은 꿈을.”
허리를 다시 일으키는 화신체는 계속해서 말을 남긴다.
“너는 훌륭했었다. 모든 상황에서.”
그 말을 마지막으로, 화신체는 떠남과 동시에.
자신의 명령이 닿는 범위 내의 존재들에게 명령을 남긴다.
저 존재를 건들지 말라고.
저 멀리 있는 적들을 향하라고.
그리고, 그것을 마지막으로 패자에 대한 관심을 끊는다.
더 이상의 미래를 보지 못할 지성체에게, 화신체가 내줄 관심은 없기에.
과거를 지배하는 그녀는, 길이 완결된 지성체에게 관심이 없기에.
그렇게 모든 이의 인지가 멀어진다.
화신체가 이끄는 군단은 대지를 질주하지만, 모든 것을 잃어버린 존재 주변에는 가까워지지 않은 채 다른 길로 내달린다.
그런 돌진 속에서 미미한 변화가 군단의 흐름 안에 존재하는 공터에 자리한 그녀에게 일어났으니.
정체성을 잃어버린 그녀가 움직인 것은 아니다.
단지, 수많은 이들이 발을 구르며 나아감에 생겨난 대지의 진동이 그녀에게 닥쳤을 뿐.
연속성을 잃은 그녀의 품속에서 자그만 조각이 떨어져 내린다.
낡디낡은, 원색으로 채색된 화학물 덩어리.
그 안에 담긴 기계장치조차 고장 난 지 오래건만, 그녀는 그것을 여러 이유로 소중히 여겼고.
그녀의 몸이 시야에서 갑자기 나타난 고자극에 반응하여 안구를 움직인다.
이것은 그녀가 의식을 되찾아 의도하고 움직인 것이 아니다.
생물체로서 살아있기에 움직인 것.
그렇지만, 그것은.
하나의 시작.
하나의 세상을 불태우는 방화가 작은 불씨로 시작하듯.
불씨를 손에 넣은 그녀는, 천천히 손을 뻗어 그것을 쥔다.
그녀는 이름이 없다.
그녀는 과거가 없다.
그녀는 아무것도 알지 못한다.
그렇지만, 그녀는 움직인다.
새로운 기억으로, 의식을 피운다.
“모든 걸 잃어버려도.”
그녀가 일어선다.
“흠?”
명예스러운 최후라고 생각하여 패자에게 작별 인사를 내렸던 화신체. 그녀가 그녀의 등 뒤에서 새로이 피어나는 기운에 돌아보며 반응한다.
“…싸워야 할 이유는 있지.”
그녀의 손에는 작은 플라스틱 시계가 들려있다.
그녀와 전혀 어울리지 않는, 장난감 싸구려 시계.
그녀에게 있어 그것은 어떠한 가치도 지니지 못한다.
그렇지만, 모든 것을 아는 이들은 그것이 그녀에게 어떤 가치를 지니는지 알고 있다.
그렇다 하더라도 이 현상은 그들이 예상치 못한 상황이기에.
그녀가 시선을 모은다.
시선을 모았기에, 왜곡이 일어나는 것이 아니다.
그녀가 왜곡을 일으켰기에, 시선이 모인다.
그 두 가지는 서로 나눌 수 없는 표리일체이기에.
그렇지만, 그것이 실제로 일어나는 것은 너무나도 드문 일이지만.
그녀는 움직이기 시작한다.
“내가 누구인지도 모르겠어.”
그녀는 이름을 잃었기에.
한 손을 휘둘러 총을 꺼낸다.
영화에서 보았던, 무력의 상징이.
“내가 여기 왜 있는지도 모르겠어.”
그녀는 과거를 잃었기에.
머리 위의 모자를 던져 버린다.
하늘을 가리던, 챙이 달린 모자가.
“눈앞의 너도 누군지 모르겠고.”
그녀는 이유를 잃었기에.
몸을 덮던 검은 코트를 벗는다.
검은 수의로서, 죽은 자를 애도하기 위한 옷이.
“그렇지만, 하나는 알겠어.”
그녀는 모든 것을 잃었기에.
그녀를 옭아매던 족쇄를 끊었다.
개체를 인간으로 남기던 모든 것이.
그로서, 초월이 시작된다.
그녀는 이야기를 끝내지 않았지만, 그 누구의 도움도 없이 길을 연다.
조건이 성립된다.
결정된 미래를 부수고.
지성이 가질 한계를 넘었으며.
악행을 멈추어 줄 관계를 잃는다.
그렇지만 그것으론 충분하지 않다.
저것만으로는 그저 이성 없이 힘을 보유한 짐승이 탄생할 뿐.
무한을 지탱할 신념도.
개체를 유지할 의지도.
미래를 그릴 양심도.
그렇기에 요구한다.
모든 것을 버린 힘의 군집이 아닌.
모든 것을 버리더라도 이루고자 하는 것이 존재하는, 개체를.
무한에 도달할 하나를.
자격 있는 자를.
“넌, 우리의 적이지?”
세상에 흩뿌려진, 농도 짙은 힘이 경배한다.
새로운 지배자를.
모든 것을 놓아주었기에 모든 것을 손에 넣을 자격을 품은 자를.
하늘에 바치는 새끼 양을.
그에, 선언한다.
“그렇지, 아는 네 적이었다.”
앞서 걸은 그녀는, 웃으며 그녀를 마주 본다.
그리고, 환호한다.
“그럼, 결판을.”
웃는 얼굴로.
초월자가 격돌한다.
비록, 그 결말을 알더라도.
가치 있는 과정을 위하여.
걸어온 길에는 의미가 존재하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