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r. Magical Girl RAW novel - Chapter (495)
마법소녀 아저씨 495화(495/671)
495. 군상(2)
여기저기 돌아다니다 마침내 병실로 돌아가는 와중.
내 병실 앞에는 상당히 특이한 조합이 기다리고 있었으니.
한 명은 이젠 익숙해진 뇌신.
다른 하나는 숨 막힐 것 같은 근육 덩어리. 얼티메이트.
활동 기간이 약간은 겹치기에 서로 안면이 있긴 하지만, 서로 이야기할 만큼 친한지는 의문이 들어, 귀를 열고 그들의 대화를 들으며 가까워졌다.
“그러니까, 전기 계열은 억지로 제어하니까 약하게 느껴지는 거야.”
“흠. 그럼 난폭하게 날뛰도록 내버려 두란 말씀이신지. 전기 계통은 속도가 빠른 대신 그만큼 제어가 어렵다는 것이 통설인데.”
“아니, 번개는 스스로 움직이게 하고, 우리는 그저 유도만 하는 거지. 자연스레 날뛰도록.”
“음전하와 양전하를 이용한 번개의 원리란 말이군. 그렇지만, 그건 자연물에도 퍼져있는 것들인지라 완전한 제어가 불가능하단 문제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지.”
“그건 문제가 안 돼. 어차피 주변 사람들 머리가 조금 타고, 약간 짜릿한 것뿐인데, 그걸 위해 제어에 너무 힘을 쏟으면 본말전도잖아.”
“…그 조금으로 문제를 일으키는 것이 현대 문명이지.”
나름대로 대화가 성립하던 것 같지만, 뇌신의 무데뽀식 발언에 얼티메이트의 이빨 웃음이 무너졌다.
한마디 정도 거들어 볼까.
“뇌신이 하려는 말은 그거지. 어차피 화염이나 냉기 계열도 주변에 뜨겁다거나 차갑다거나 하는 영향을 일으키는데, 그쪽 계통 애들이 그거까지 막겠다고 거기에 제어를 돌리진 않잖냐.”
물론, 여러 이유로 그것까지 제어하는 케이스도 있긴 한데, 일반적인 경우는 아니니까.
그렇게 내가 갑자기 끼어들었지만, 둘은 전혀 당황하는 기색을 보이지 않은 채 날 바라보았다.
아마 이미 내가 오던 것을 알고 있었겠지.
몸이 무뎌진 내가 목소리를 듣기 위해 접근한 거리는 그들이 인지하고도 남을 만큼 가까웠으니 말이다.
아마, 단지 저 이야기에 너무 집중하느라 내게 반응을 보이지 않은 것뿐일 것이다.
“내 말이 그 말이야. 왜 전기 계통만 그리 유별나게 제어에 집착하는지 모르겠어. 순수한 에너지에 가까운 만큼 빠르고 강력한 게 전기의 장점인데.”
뇌신은 내가 자신의 말에 동의해준 게 기쁜 듯, 날 끌고 안고 얼티메이트와 자기 사이에 놓으며 입을 열었다.
…어째 그냥 방패막이로 세운 것 같은데.
“전기란 현대 사회에서 조금이라도 유출이 일어나면 그만큼 피해가 큰 분야기 때문이지. 당장 제어에 실패해 대규모 펄스가 발생하여 광범위한 전자 계통 마비가 일어나는 문제도 있을 것이고, 소량의 전류로 인해 페이스메이커를 사용하던 인물이 심장마비를 일으킬 가능성도 존재하기 때문이라네!”
그렇게 내가 합류하자, 얼티메이트의 목소리가 치솟기 시작했다.
왠지 모르게 주변 기온이 4도는 오른 것 같다.
그나저나 저거 확실히 뇌신이고 시현이고 간에 몇 번이고 일으킨 문제네.
전기 계통 전체의 문제인 줄 알았는데, 뇌신 쪽의 문제였던 것 같다.
백시현도 뇌신의 가르침을 받아 전기 계통을 사용하니 말이다.
음, 근데 그렇다고 치더라도.
“결국, 필요할 때만 제어하면 되는 거 아닌가?”
“내 말이.”
내가 그리 말하며 받아치자.
뇌신 또한 그에 동의하며, 날 끌어안은 채 고개를 끄덕이곤 계속 말을 이었다.
“화염계 마법을 플라즈마화 시킬 때는 조그만 온도도 모두 제어하듯, 그런 상황에서는 제어하고, 평범하게 전투할 때는 속도나 위력을 위해 그런 제어를 최소한으로 하자는 이야기야. 내가 이 이야기를 꺼낸 것도, 얼티메이트가 상대 속도에 맞추기 위해서인지 전기 마법을 사용했는데, 발동이 굉장히 느렸거든.”
발동이 느렸다.
그 말뜻은, 급한 상황에 맞추기 위해, 발동 속도와 적중 속도를 감안하면 가장 빠른 축에 속하는 전기 마법을 사용했건만, 발동 속도가 느려 큰 의미가 없었단 이야기겠지.
희귀한 마법들을 제외하면, 표준적으로 적중까지 필요한 시간이 사실상 없는 공간 마법이나 역장 마법이 가장 빠르지만, 그 두 가지는 발동이 느리고.
마력 그 자체를 변조해 쏘아내는 매직 미사일이나, 화염 계통은 발동은 빠르지만 적중에 시간이 걸리니.
발동 속도와 적중 속도를 종합한 속도는 전기 계통이 가장 최상위.
물론, 이것도 계통 사이에 여러 변주가 있으니 일반적인 상황에서란 의미지만.
아무튼.
“전원이 근접전을 하는 상황이었으니, 어쩔 수 없지. 그 상황에서 제어 없이 쏘아낸다면, 주변 사람이 분산되는 에너지에 휘말리지 않겠는가.”
얼티메이트가 그에 나름대로 변명을 해보지만.
“그럼 그냥 쏴.”
“난 그냥 쏘는데.”
저게 뭔 소리지.
내가 그리 생각한 것처럼 뇌신도 똑같이 생각했는지, 우리 둘은 동시에 의문을 표하며 그리 맞받아쳤다.
아니, 진짜로.
전기 지짐이 조금 당해서 저릿한 게 뭐가 문제란 말인가.
당장 0.01초 때문에 죽고 사네 하는 마당인데.
동료가 자신의 공격에 약간 휘말리는 게 걱정돼서 힘을 조절한다는 개념은, 우리가 싸워 온 전장에서는 너무나도 쓸모없는 생각이다.
동료까지 싹 날려버릴 만큼 주변에 끼치는 영향이 거대하다면 모를까, 피부가 조금 탄다든가 저릿해진다든가 하는 걸 따질 만큼 우리 적들은 만만하지 않다.
살을 주고 뼈를 자른다.
이계와의 전쟁에서는 당연한 이치.
아무튼, 우리 둘이 입을 다문 채 계속해서 얼티메이트를 빤히 쳐다본 지 20초가량 되었을 때쯤.
결국 얼티메이트는 견디지 못하였는지, 한숨을 크게 내쉬며 입을 열었다.
“하아. 알겠습니다. 제가 잘못했군요. 다음부터는 그런 방법도 있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도록 하죠.”
그렇게 얼티메이트의 패배 선언이 이어졌고.
뇌신은 기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래도 잘 풀린 모양이다.
그런데, 궁금한 게 하나 있다.
“그런데 왜 그런 이야기를 내 병실 앞에서 하고 있냐.”
아니, 진짜로.
어디 휴게실에서 우연히 만난 것도 아니고, 왜 내 병실 앞?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입을 열자.
“아…. 그게.”
뇌신은 갑자기 당황하며 말을 더듬었고, 동시에.
“뇌신 영웅께서 신체 전기화를 하신 채, 사방으로 미세전류를 뿜으며 질주하는 걸 제가 따라잡았습니다.”
…음?
“뇌신화?”
“예. 약한 변형이긴 했지만, 병원에서. 미세전류를. 말이죠.”
흠.
그 말에, 나는 고개를 들었다.
그런 내 행동에 날 안고 있던 뇌신은 딴청 부리듯 고개를 들어 올리며 시선을 피했으니.
그 순간, 공수가 교대되었다.
나 또한 얼티메이트로 동맹을 바꾼 것은 덤이고.
* * *
여러 사건을 거친 후. 다음 날.
몰래 맥주를 사고자 휴게실에 들린 나는, 정말로 희귀한 조합을 볼 수 있었다.
내 제자인 백시현과 한아빈이 의자에 앉아있고.
탁자 너머 맞은편에는, 똑같이 의자에 앉아있는 문어 대가리.
즉, 알’셸을 볼 수 있었으니.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야 저 셋이 같이 있을 수 있는 거지.
그에 놀란 나는 맥주고 나발이고 다 때려치운 후.
저 셋 중 가장 문제를 일으킬 확률이 높은 존재인, 문어 대가리에게 빠르게 가까워져 입을 열었다.
“뭐 하냐.”
“인간 세상 밖의 존재에 대한 편견을 풀어 주고 있습니다.”
그에 알’셸은 당장이라도 머리통에 주먹을 박아 넣어지고 싶어지는 어투와 함께, 짜증 나게 실실거리는 웃음기를 내게 돌려왔다.
“저리 꺼져라 문어야. 우리 제자들 오염시키지 말고.”
저리 가. 저리.
순수한 애들한테 무슨 유해 물체를 보여 주는 거야 대체.
그리 말하며, 100,000세 미만 관람 불가 정신오염체를 자리에서 쫓아내려 했지만.
“어…. 음…. 괜찮아요. 선배님.”
가장 내 행동에 동의했을 법한, 한아빈이 내 행동을 말렸고.
“이상한 말은 전혀 안 들었습니다!”
동시에, 활기차신 제자 백시현은 손을 높게 치켜들며 그리 끼어들었다.
그리고, 나는 그 둘의 모습을 보고 이상한 감정을 느끼었다.
분명, 제자를 보지 못한 건 그리 긴 시간이 아니었다.
전쟁 전에도 격려를 위해 이야기를 나누었고.
그전까지는 계속 같이 다녔으니까.
그런데, 어째서인지 굉장히 오랜만에 만난 것 같다는, 기묘한 거리감이, 만나 반갑다는 감상이, 내 안을 떠돌았다.
기억과 일치하지 않는 기묘한 감정.
그것을 잠시 내 말문을 막히게 하였고.
“선배님?”
그 시간은, 가장 먼저 내 이상을 눈치챈 한아빈의 말 한마디로 안개처럼 사라졌다.
“아, 미안. 너희가 반대할 줄 몰라서 당황했지 뭐냐.”
난 그리 말하며 의자에 앉았고, 동시에 알’셸의 옆구리를 탁자 밑으로 꼬집었다.
당장 꺼져 이 문어야.
제자들이 반기든 말든 어딘가로 사라져.
아득히 어두운 심해면 더 좋고.
그런 내 거부에도 불구하고.
“지혜를 기르려는 사람은 타인의 관점도 듣고 받아들일 줄 알아야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스승보단 제자가 더 유망하군요.”
알’셸은 실실 웃으며 날 골리기만 했을 뿐이니.
그런 주고받음에 뭔가 눈치챈 것이 있었던 것일까.
“음? 선배님과 아는 사이신가요?”
아빈이는 꽤나 치명적인 질문을 내게 던져 왔고.
“…아. 음 그 뭐냐.”
내가 뭐라 말해야 문제가 생기지 않을까 고민하며 말을 늘이던 찰나.
“길게 싸워온 사이입니다. 아까 말씀드린, 제가 속한 조직 있잖습니까? 그걸 무너트리시려고 계속 싸워온 사이죠.”
“아, 그렇군요.”
“강하시네요! 스승님이랑 싸워도 안 무너지고!”
알’셸은 나름대로 이야기가 맞는. 그리고, 생각해 보면 표면적으로는 그리 틀리지 않은 원론적인 이야기를 꺼내 날 구원하였다.
물론, 그렇다고 알’셸의 살을 쥐어뜯는 내 손가락이 약해지진 않았지만.
“그럼 이제 알았지? 이 녀석은 적이니까, 가까이 하면 안 돼. 아주 나쁜 녀석들이야. 인신매매는 기본에 마약도 하고, 밀수나 무기상인 짓도 한다니까?”
…내가 말했지만 어째 엉망인데.
어린애들 가르치는 것도 아니고 이게 뭐야.
그렇게, 내가 한 행동이지만 전혀 도움 되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 말을 내뱉은 순간.
“음? 사실인가요!?”
떨떠름한 얼굴의 한아빈과 달리, 백시현은 내가 봐도 이상할 정도로 하이 텐션인 반응을 보이며 알’셸을 돌아보았다.
“인신매매라. 뭐, 대장벽 너머로 오가고 싶은 사람을 위해선 어쩔 수 없이 그런 방법을 취해야 하죠.”
“마약은요!”
“인간 사회에서는 마약이더라도, 괴인에게는 필수 영양소거나 그리 강하지 않은 물질들이 존재합니다.”
“밀수?”
시현아 목소리가 작다.
좀 더 강하게 따져.
“그럼 이 얼굴로 편의점에서 카드라도 긁으란 말씀이십니까?”
“무기상인?”
이제 백시현의 말투는 그냥 궁금해서 묻는 수준이 되고 말았다.
틀렸어, 꿈도 희망도 없어.
문어 놈은 이제 여기 눌러앉을 거야.
“일단은 관리국과 싸우는 입장이니까요. 그냥 죽을 순 없는 노릇이죠. 아, 민간인들에게는 안 팝니다.”
난지도 애들은 민간인이 아닌가 보지이이.
그리 반박하고 싶지만, 내가 생각해도 멍청한 소리였기에 입을 다물었다.
“그렇네요!”
“…그렇지만 결국 불법 조직이죠?”
그런 대답들에 대해, 백시현은 납득한 듯 고개를 끄덕였지만.
한아빈은 약간 싸늘해진 눈초리로 알’셸을 바라보았다.
저기 대화에 대고 지원사격을 해야 하겠지만.
어차피 주먹질 말고는 알’셸의 말빨을 이길 미래가 전혀 보이지 않았기에.
나는 탁자에 고개를 처박고 귀만을 크게 기울이기만을 하였으니.
“부정하진 않겠습니다. 그렇지만, 필요한 조직이죠.”
알’셸은 기이한 웃음소리를 아래에 깔고 목소리를 계속 높였다.
“당장 이번 전쟁만 해도, 저희가 없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요.”
거기서 풍기는 불길함은 나도 반박할 수 없는 이치의 것이었으니.
“이 세계는 아직까진 인류의 것이지만, 저희 또한 이 세계의 거주민이란 사실을, 그리고 저 밖의 존재들보다는 훨씬 인류에게 우호적이란 사실을 잊지 말아 주시길.”
알’셸은 말을 끝내자 자리에서 일어났고.
난 탁자에 머리를 처박고 있어 그 장면을 보진 못했지만, 문어 대가리가 옷매무새를 바로잡으며 떠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아, 그리고 말씀드린 이야기엔 한 점의 거짓도 없었습니다. 불법적인 일들도, 저희가 만드는 일상도. 모두 저희가 만드는 현실입니다.”
그 말을 마지막으로 알’셸은 휴게실을 떠났고.
이 기묘한 만남이 막을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