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r. Magical Girl RAW novel - Chapter (496)
마법소녀 아저씨 494화(496/671)
494. 군상(1)
신체 오버홀의 시작의 이유가 어찌 되었건, 옥시모론이 내 몸을 씹고 뜯고 맛보는 것은 이야기의 시간이 되기도 한다.
그리고, 이번에도 크게 다르진 않았으니.
“우와. 이거 기능도 안 하는데요?”
옥시모론이 내 배때기에서 꺼낸, 색이 바래다 못해 짙은 보랏빛으로 변한 데다가 울퉁불퉁하기까지 한 간.
…이상하다. 금연, 금주 광고에서도 저렇게까지 된 간은 못 봤는데.
“간암 말기 환자가 이것보다 간이 깨끗할 것 같네요. 술 탓인가.”
아니, 아마 그건 아니겠지.
그저 몸이 엉망이라 그럴 것이다.
“심장은 아예 안 뛰네요.”
그리 말하며 옥시모론이 꺼낸 심장은 조용히 잠들어있었으니.
“…나 왜 살아있냐.”
아래가 허한 폐가 숨을 뱉으며, 입이 문을 열었다.
내장을 비우는 동안은 입을 여는 것만으로도 막대한 고통이란 것을 잘 알기에, 입을 다물고 있었건만.
심장이 안 뛰는 건 솔직히 너무한 거 아닐까 싶다.
“그걸 저한테 여쭤보시면 안 될 것 같네요.”
옥시모론은 그리 말하며, 내 심장에 제세동기의 패드를 붙이곤 스위치를 틀었다.
빠지지지직.
그리고 아무리 생각해도 제세동기에서 나서는 안 될, 압도적으로 불길한 소리가 방 안을 가득 채웠으니.
어째 고기 익는 냄새가 나는 것 같지만, 불길하니 입을 다물어야겠다.
아무튼, 옥시모론은 그렇게 익어가는 내 심장을 내버려 두고 내 배에 남은 장기를 꺼내기 시작했으니.
“폐는 왜 또 구멍투성이죠?”
“…뭐야 나 어떻게 말했던 거야.”
목소리는 왜 또 나오고?
“성대도 빼 볼까요?”
“어째 그래도 목소리가 나올 것 같다만.”
이제 그냥 그런가 보다 해야 할 것 같다.
생물학적 법칙이라고는 이미 아득한 저편으로 사라진 것 같으니.
문제는 내가 휴게실에서 맥주를 마시고 있을 때 저런 문제점을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는 것.
몸에 저렇게 수많은 이상이 생겼다면 당장 어마어마한 고통이 일어 제정신을 차리지 못해야 정상인데, 나는 통증이라곤 전혀 느끼지도 못하고 있었으니 말이다.
“본래도 인간을 한참 관두고 계셨는데, 이제 생물이라는 범주에 속하는지도 의심스럽네요.”
“그러게 말이다.”
그 말로, 우리 둘은 웃었다.
비록 통증으로 인해 내 웃음은 약간 일그러지긴 했지만 말이다.
그렇지만, 정말로 웃음이 일그러진 것은 내가 아니다.
옥시모론.
그녀는 평소처럼 농담을 던지고 있지만, 그녀가 슬픔을 참으려는 것을 눈에 띄게 느낄 수 있었다.
그렇지만 그녀가 감정을 표면으로 드러내지 않으려 노력하기에, 나도 그에 반응하지 않았고.
뇌를 포함해 내 모든 장기가 사실상 망가진 것을 알아차린 후에야 그녀는 입을 열었으니.
“사실, 프로히비션 언니는 이미 알고 있었을 거예요.”
내 몸이 조립되기 시작한다.
퍼즐을 맞추듯 필요한 자리에 필요한 것이 존재하는 충족감과 함께.
“갑자기 안부를 물어보시기도 하고, 한 번쯤 속 터놓고 이야기해 보자는 식으로 말하기도 하셨거든요.”
나는 입을 열지 않았다.
“평소와 다르긴 하셨지만, 그것만 가지고 눈치채기는 좀 어려웠죠.”
말과 말로 이어지지 않더라도, 자신의 말을 누군가가 듣는다는 것은 그것만으로도 힘이 되기에.
“이럴 줄 알았으면, 정말 다 터놓고 이야기라도 할 걸 그랬죠.”
그 말을 마지막으로, 그녀는 입을 다물었다.
자신의 안에 쌓인 것을 추스르기 위함일까.
그저 상대의 추스름을 기다리던 침묵을 향해 내가 입을 연 것은, 어째서인지 나도 알 수 없었다.
“다시 만날 수 있을 거야.”
언젠가. 다시.
설령, 그 만남이 우리가 바라는 것은 아니더라도.
“…저승이 있으니까요?”
그에 옥시모론은 반쯤 농담을 담은 듯한 답을 되돌렸지만.
난 침묵했다.
이미 말을 꺼내 버리고 말았지만, 이 이상 말하는 것은 마음을 추스르는 데 방해가 되리라 생각했기에.
“잘 모르겠지만, 아저씨가 그렇게 말하니 왠지 이뤄질 것 같네요.”
옥시모론은 그리 말하며 다시금 슬픔을 내면으로 감추고, 다시금 조립을 이어 나갔다.
그래, 그거면 족하다.
나는 그리 생각하며, 조용히 이 행동의 끝을 기다렸고.
이 시간이 거의 끝나갈 때쯤.
“그러고 보니 이상한 말씀을 하셨었어요.”
옥시모론이 갑자기 입을 열었다.
슬픔 없이, 진중한 목소리로.
“‘찾는 그거. 15년 전이 아니라. 30년 전이야.’ 막상 그 말을 들을 때, 무슨 말인지 이해 못 했었는데.”
깨진 방독면 너머의 옥시모론의 눈에 빛이 깃든다.
“…이제, 알 것 같아요.”
몸이 원상태로 복구되었다.
약간 몸의 연결이 부드러워진 감은 있었지만.
내 몸 상태는 그리 바뀌지 않았다.
* * *
“팔은 좀 괜찮냐?”
돌아가다 만난 라이브러리안에게 곧바로 그리 질문을 던졌다.
그에 라이브러리안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으며 나를 바라보았으니.
“흠? 제가 팔이 박살 난 사실은 어떻게 아셨습니까? 분명 그때 의식을 잃었던 것 같은데.”
그리 말하는 남성 육체의 라이브러리안은 팔을 크게 흔들었다.
마치, ‘전 팔 달려있습니다만?’이라고 말하듯.
“봤으니까.”
그에 나는 거짓말 한 점 없는 답을 되돌렸지만.
“그때 의식이 있다 치더라도, 뒤에 눈이 달리지 않는 한 그 장면을 보는 건 힘들지 않았을까 싶군요. 즉, 거짓말입니다.”
그리 속사포를 내뱉은 라이브러리안은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곧 알았다는 표정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
“아, 옥시모론이 말해 준 거군요. 제 팔에 관해서는 그리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생체 모듈까지 같이 날아간 바람에 경량형 모델은 당분간 못 쓰겠지만, 팔 자체는 생체 배양 중이니 어떻게든 다음 전투까지 복구할 수 있을 겁니다.”
라이브러리안은 모든 것을 알았다는 듯 충실함이 가득한 표정으로 말을 가득 내뱉은 후 고개를 끄덕였다.
그 말에 내가 되돌릴 말은 한 단어뿐이었으니.
“다행이네.”
솔직히 뭐라고 답하란 말인가.
선택지도 몇 개 없는데 말이다.
생체 배양에 대해 물어보기라도 해야 하나.
아니면, 이번에도 여성형 육체냐고 물어봐야 하겠는가.
전자를 택했다가는 보나 마나 내 귀로는 들어올 리 없는 전문 용어가 쏟아질 것이고.
후자는 그냥 내가 안 궁금하다.
아니, 알고 싶지 않다.
거기에 하나 더 선택지를 더해.
잃은 사람에 대한 주제가 있겠지만, 그것은 꺼내고 싶은 주제가 아니었기에.
어떻게 대화를 이을 수 없어, 잠깐의 침묵이 내려앉았다.
이런 상황을 끝낼 가장 좋은 방법.
수고하라는 말과 함께 손을 흔들고 떠나려는 찰나.
“잠시 시간 좀 내주시죠.”
라이브러리안은 진지한 표정으로, 끊어지던 대화를 이었다.
그것은, 내게 있어 거절할 이유가 없는 제안이었고.
나는 진지한 라이브러리안에게 이끌려, 어느 자판기 앞에 섰다.
서로에게 따뜻한 캔 커피 하나씩.
그것으로 이야기할 분위기가 만들어졌고.
캉.
캔 뚜껑을 따는 소리와 함께, 라이브러리안의 말문이 열렸다.
“심장부의 보안이 완전히 뚫렸습니다.”
그것은, 의문이 가득한 이야기.
“여러 이유로 감시 카메라를 사용하지 않은 것이 탈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본래 수많은 보안 절차 중 하나라도 틀리면 곧바로 연락이 온 후 폐쇄되기에, 필요 없다고 생각했던 것도 있겠습니다만….”
라이브러리안은 말을 쏟아 낸다.
내 말을 기다리지 않고.
“차라리 힘으로 뚫렸다면 이해가 됩니다. 아니면, 뭔가 우리가 이해할 수 없는 특수 능력으로 몇 가지 보안 절차를 건너뛰었다면 말이죠.”
내용은 의문에 가까웠지만, 라이브러리안의 말엔 확신이 깃들어있었다.
“그런데, 그들은 기밀 구역에 도달하기 전 모든 감시 카메라를 피했고, 기밀 구역에선 모든 보안 절차를 정상적으로 수행하여 단 하나의 경고도 남기지 않고 심장부에 침입했습니다. 예, 로그를 보면 모든 보안을 정상적으로 통과했습니다.”
수상하긴 하군.
기술적인 건 전혀 모르겠지만, 나도 스파이 노릇 정도는 해본 적이 있어 저 이야기가 정말 이상하다는 사실 정도는 안다.
물론, 이계의 힘 중에는 우리가 이해 못할 개념의 힘을 가진 존재들이 잔뜩 있으니 그러한 일을 가능하게 했을 수도 있겠지만.
라이브러리안의 말을 들어보면 그런 것은 아니다.
올바른 절차를 통해, 정상적인 방법으로 보안을 통과했다는 뜻.
아무리 보안 시설에 대한 정보를 모두 수집하고, 막대한 준비를 한다고 해도 모든 보안을 해제할 수는 없는 노릇.
그렇기에 통과할 수 없는 보안에 대해서는 편법을 사용하거나, 처음부터 들킬 것을 각오하고 빠르게 행동을 진행하건만.
흐음.
그렇지만, 그 수상쩍음에 대해 이야기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라이브러리안은 그에 대해 이미 알고 있어 말을 꺼낸 것이고, 그의 말에 깃든 확신을 보아 무언가 답을 찾은 것 같으니.
그럼 내가 해야 할 것은, 다른 시점의 제안이다.
“그 뭐냐. ‘해방’이라는 개념을 다루는 존재라든가?”
“강력한 현실 고정기도 설치된 마당에, 그걸 부술 만큼의 이계의 힘이 대량으로 유동한다면 진작 감지기가 비명을 내질렀을 겁니다.”
질문에 곧바로 답이 돌아왔지만.
솔직히 부정. 끝의 힘이 있는 이상, 저게 완벽한 답은 아닐 것이다.
그 녀석은 이계의 힘과 별개의 힘 같으니.
다만, 내가 모르는 사이 화신체가 하나 더 떨어졌다든가 하는 대참사가 일어난 게 아닌 이상 그건 아닐 것 같고.
그러니 한 99점짜리 대답이라 치고 토를 달지 말도록 하자.
“그 뭐냐, 이번 적이 뭐 부정이니 뭐니 하면서 시간 계열을 개판쳤잖냐. 그럼 성공할 때까지 반복했다든가?”
뭐 비밀번호 같은 것도 수십조 번쯤 돌리면 되긴 하지 않을까.
그걸 어떻게 견디냐 하겠지만.
그건 우리의 관점이고, 적들에게 있어서는 어쩔지 모르지.
“무작위 대입으론 통과 불가능한 비밀번호가 있습니다. 의도적으로 특정 단계에서 일정 범위 내의 비밀번호는 모두 성공 처리하지만, 몇 단계 후 길이 무제한 비밀번호 입력에서 이전 단계에 정답으로 통과하지 않았을 경우, 모든 비밀번호가 오답으로 처리하는 방식이죠. 마지막 보안도 비슷한 게 걸려 있고 말이죠.”
‘물론…. 이론상으로 불가능한 건 아니긴 합니다만. 까마득하군요.’
자신만만한 앞말과 달리, 뒷말은 작은 목소리로 조용히 사그라들었다.
그렇지만, 뭐.
저런 방식이라면 전 단계가 통과했다고 인지한 시점에서 어지간하면 뒤로 돌아가서 재시도해 보진 않겠지.
가능성은 있지만, 사실상 불가능한 통과법.
아무튼, 나는 이 이상 생각나는 게 없어 조용히 입을 다물었고.
라이브러리안은 내 관점을 모두 처리했다고 생각했는지, 조용히 나를 향해 다가오며 입을 열었다.
“제 생각은 이렇습니다.”
이미 라이브러리안이 수많은 도청이나 정보 취득을 방어하고 있겠지만.
만에 하나 있을 사태를 대비해, 가장 원시적인 수단으로 비밀을 전한다.
목소리를 낮추고, 입을 가리며.
“상층부에 배신자 혹은 정신 지배당한 존재가 있습니다.”
그 말을 끝으로, 라이브러리안은 떨어지며 미소 지었으니.
비밀 이야기를 한 적이 없다는 듯, 상쾌한 그에게.
“나는 어떠냐.”
난 농담 삼아 그리 질문을 날렸고.
“카드 비밀번호도 못 외우실 것 같은 분은 예외로군요. 다른 이유로 믿음직스럽습니다.”
라이브러리안은 나를 향해 쌍욕을 날렸다.
“…거 고맙다.”
아마 농담일 것이다.
날 믿어서 이리 이야기를 꺼낸 거겠지.
…농담이겠지? 아무튼.
사실 그런 건 아무래도 좋다.
농담이건 아니건 어떤 이유에서건 라이브러리안은 나를 믿고 이 이야기를 던졌고.
이제 내가 라이브러리안을 믿을 차례.
그렇기에, 나는 시험을 꺼냈다.
“프로히비션이 죽었는데, 슬퍼 보이진 않네. 한마디도 안 꺼내고.”
타인을 강하게 후벼 파는, 잔혹한 이야기.
거기에 대해, 라이브러리안은 어떤 반응을 보일까.
나는 일그러진 몸으로, 최대한 많은 정보를 읽고자 감각을 곤두세웠고.
“…아쉽게도. 슬프지만.”
라이브러리안은 가라앉은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기계화는 어쩔 수 없더군요.”
라이브러리안은 무감정하게 자신의 상황을 알렸다.
감정과 생각의 단순화.
기계화의 부작용.
“죽은 이는 죽은 존재일 뿐이라는 생각이, 머리를 지배합니다.”
무감정한 목소리가 이어진다.
나는 그것을 귀담는다.
“그래선 안 되는 걸 알고 있습니다. 그래도.”
라이브러리안이 입을 연다.
“전 나아갈 겁니다. 슬퍼할 수 없는 만큼. 슬픔이라는 감정을 시뮬레이션할 자원 대신. 할 수 있는 한. 잔혹하더라도. 필요한. 기계다운 방법을.”
목소리에 기계음이 섞인다.
자신의 각오가 드러나는 것일까.
“감정이 섞이지 않은, 분란을 감안할, 기계적인 판별을.”
그리 말하며, 라이브러리안은 자신의 가슴을 두드렸다.
텅.
금속음이 울린다.
그의 가슴에 박힌, 폭탄이 울리는 소리가.
그 금속 징 소리에.
나는 입을 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