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r. Magical Girl RAW novel - Chapter (497)
마법소녀 아저씨 496화(497/671)
496. 스틱스
시간은 흐르고 언론은 시끄럽다.
얼마나 시끄럽냐 하면, 뭐라고 언급하는 것 자체로도 짜증 날 정도.
제일 가관이었던 것은, 영웅을 인격체로 취급하니 이런 일이 났다고 씨불이던 유럽의 한 언론사였다.
‘과거처럼 전쟁 병기로써 다뤘으면 문제가 없었을 것이다.’라는 역사에 남을 전설적인 망언을 내뱉었고.
그에 격분한 내가 뛰어나가려 했지만, 모두가 말려 내가 뉴스에 나오는 대형 참사는 막을 수 있었다.
뭐, 그 언론사는 결국 터졌다.
나 말고 못 견딘 사람이 다수 있었던 것 같다.
언론에서 발표된 목격자의 이야기를 들어 보면 다들 하는 말이 다르다는 점이 조금 웃길 뿐.
누구는 운석이 떨어졌다고 했고.
누구는 거대한 콘크리트 거인이 밟고 지나갔다고 했고.
누군가는 검은 구멍이 생겨나더니만 소멸했다고 하고.
누군가는 아무런 전조 없이 갑자기 건물이 무너졌다고 하고.
누군가는 위성 포격처럼 두꺼운 번개 줄기가 내리박혔다고 한다.
개인적인 바람으로는 죄다 동시에 일어났으면 좋을 것 같긴 한데.
아무튼, 그 꼬라지가 났음에도 인명피해는 없었다.
저런 상황을 미리 예견한 것인지, 관리국이 미리 피해 대책반을 파견해 둔 덕분이라고 한다.
아무튼, 건물이 깡그리 날아갔지만, 인명 피해가 나오지 않았음에도.
그 정도로 예지를 했으면서 왜 사건 자체를 못 막았느냐느니.
관리국의 자작극 아니냐느니 하며, 시끄러웠던 건 똑같았지만.
아무튼, 저런 압도적인 망언이야 흔하지 않긴 하더라도, 수위가 낮을 뿐 수많은 다른 헛소리에 지칠 때쯤, 한 가지 좋은 소식이 들려왔다.
무슨 신데렐라마냥 잠든 공주가 마침내 깨어났다는 소식.
즉, 한참 동안 의식불명이시던 칼라베라가 눈을 떴다는 소식이었다.
그리고, 눈을 뜬 그가 가장 먼저 나를 찾았다는 이야기도 함께.
* * *
“이번엔 정말로 뒤진 줄 알았다. 얼간아.”
그리 말하며 통장을 짜내 사 온 병문안 선물을 침대에 누워 있는 잠든 공주에게 내던졌다.
유리병에 담긴 피로 회복제 19개.
왜 19개라는 어중간한 숫자냐 하면, 내가 하나 꺼내 먹었기 때문.
솔직히 말해 그냥 19개를 까먹고 하나만 줘도 되었을 것 같다.
눈앞의 칼라베라는 쌩쌩하다 못해, 나보다 안색이 더 좋아 보이니까.
애초에 기술의 부작용이 몸의 건강에 악영향을 안 끼치는 부작용은 아니니 당연하다면 당연하지만.
단지, 언제 돌아올지 모를 뿐.
가사 상태 동안 생기는 여타 신체적 손상은 관리국이 해결해 주었으니, 아마 즉시 출격해도 될 것이다.
그렇지만, 일단 누워있던 것은 맞으니, 날 빤히 바라보는 그의 손에 피로 회복제 한 병을 까 쥐여주었고.
그런 내 행동이 끝나자, 마침내 그가 입을 열었다.
“걱정을 끼쳐 미안했네.”
칼라베라는 그런 내 비꼼에도, 빙긋 웃으며 말을 이었다.
거기엔, 정말 오랜만에 본 칼라베라의 민얼굴이 있었으니.
해골 분장을 지운, 연갈색 피부의 라틴계 미남상의 얼굴.
이렇게 볼 때마다 종종 생각하지만, 이 녀석도 얼굴 분장을 지우고 다니면 인기가 넘치지 않을까 하는 의문이 피어난다.
물론.
“저승의 문턱이 이번엔 너무나도 넓었다네. 돌아옴을 인도하는 다리는 가냘펐으며, 나를 향해 뻗어오는 손길은 단단했지.”
저 녀석의 성격 탓에 죄다 도망갈 테니 의미 없는 생각이란 사실을 매번 다시 인지하지만 말이다.
아무튼.
“그래서 난 왜 불렀냐, 신데렐라 공주님.”
나는 침대 옆에 자리한 의자에 엉덩이를 붙이며, 앉은 김에 피로 회복제 하나를 더 까 텁텁한 입안에 털어 넣었다.
“갑자기 웬 신데렐라인가? 물론, 내가 건넌 다리가 유리 다리나 마찬가지긴 했네만.”
“세상이 더럽게 시끄러웠는데 처 자고 있었으니 그렇지.”
안 그러냐 잠든 공주님?
“그건 백설공주라네.”
“….”
뜻이 통했으니 된 거 아닐까?
안 통했나?
좋아. 한 병 더.
“그런 건 아무래도 좋아. 왜 일어나자마자 날 찾은 거냐?”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자.
이 녀석도 이제부터 해야 할 일이 많을 테니, 시간을 아끼자고.
“자는 동안 누군가가 내게 남긴 말이 있었지. 전해달라 하더군.”
“뭔 병신같은 소리야. 자다 일어나니 정신이 오락가락하든?”
악몽이라도 꾼 건가.
조금 전까지 반쯤 죽어있던 녀석이 만나길 누굴 만나.
그리 생각하고 한껏 비꼬자.
“잊었는가? 내 힘은 저승과 관련이 있지. 그러니, 누군가를 만나는 것은 가능한 일이라네. 국도의 나무 옆에 앉아 누군가를 기다리듯.”
“아니, 그건 잘 알지, 근데 죽은 자는 말을 못 한다며.”
정확히 말하면, 저승으로 떠난 녀석은 무언가를 전하지 못하지.
세상에 남은 영혼인지 잔류사념인지는 잘만 정보를 알려주니 말이다.
“나 또한, 그것이 진리인 줄 알아왔지. 하지만 세상에 절대는 없는 법. 그것을 다시 알게 되었네.”
거, 말 더럽게 비비 꼬네.
결국, 환상이든 망상이든 뭐든 누군와 만난 이야기를 내가 들어줘야 이야기가 진행될 것 같다.
그렇기에 따지는 것을 포기하고, 성난 마음을 단맛이 도는 새로운 피로 회복제로 식히며 입을 열었다.
“그래서, 누구였는데.”
솔직히 전혀 기대하지 않고 그리 입을 열자.
“그자는 자신을 극이라 소개하더군.”
쨍그랑.
깨진 유리의 소리가 울린다.
칼라베라의 말에 놀라, 양손에 쥐고 있던 피로 회복제를 떨어트리고 말았다.
헛소리를 듣는 동안 시간이나 때울 겸, 미리 챙기던 내 선물을.
그 뒤 이어진 잠깐의 침묵.
그것을 깬 것은 나 자신이었다.
“온통 보라색의?”
“그렇다네.”
“남자인 것 같기도, 여자인 것 같기도 한?”
“그랬지.”
“….”
뭐야 미친.
아무래도 정말인 것 같은데.
그렇기에, 바닥에 깔린 피로 회복제에서 풍겨 오는 알싸한 병원 냄새를 무시하며 의자를 더 가까이 붙였다.
“무슨 일이 있었지?”
“많은 것을 알려주더군. 자신이 우리의 적이라는 사실과 내가 잠든 동안 있었던 일부터, 앞으로 일어날 일, 그리고 전언.”
난해하다.
왜 하필 그 녀석이지?
아니, 애초에 화신체가 쓰러졌는데 왜 저승을 간 건데?
뭐야 대체?
아무튼, 내가 혼란에 빠져있는 사이.
“그자가 내게 말한 이야기는 단순한 사실의 열거였지. 마치, 텔레비전에서 본 프로의 내용을 내게 요약해 말하듯. 그렇지만….”
칼라베라의 목소리는 낮고도 엄숙하게 내게 고해 왔다.
“그자의 말은 단순하고 짧았지만, 나는 내가 그 상황을 직접 겪은 것처럼 생생하게 그려 낼 수 있었고, 덕분에 지금 세상에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알게 되었지.”
“그 말이 거짓일 가능성은?”
애초에 그 녀석 말을 어떻게 믿어.
“나도 그리 생각하여, 깬 직후 빠르게 상황을 확인해 보았네. 대체적으로 일치하더군. 약간 오차가 있었지만, 그것은 관점의 차이겠지.”
관점이라.
…적이 본 우리의 상황이라니.
꽤 흥미롭지만, 내가 들어야 할 이야기는 아닌 것 같다.
“사실이라면 이상한 이야기구만.”
“본인 말로는, ‘정보를 얻고자 하는 과정은 지루하니, 결과를 곧바로 준다,’라고 하더군.”
“…그 망할 놈이 할 말이긴 하네.”
그것과 접한 시간이 그리 길진 않긴 했지만, 그 망할 존재가 할법한 말이었기에, 급격히 신뢰도가 올랐다.
정말로, 칼라베라가 극(㘌)을 만났다는 사실에 대해.
화신체가 왜 저승으로 가고, 왜 화신체는 다른 이와 다른 것인지.
그런 건 아무래도 좋다.
중요한 것은, 그 존재가 남긴 것.
“그래서, 전언은 뭐였지?”
“줄여서 이야기하도록 하지. ‘기적을 일으킨 존재에게. 미안하다. 또 다른 자신은 본디 예정되지 않았다. 그것은 이레귤러. 하나이자 둘이며 다수인 존재가 기둥이 되었기에 일어난, 이상 현상.’”
“빨리도 알려줘서 고맙다고 해야겠네 그래.”
진작에 알려졌으면 작전이 달라졌지 망할 녀석.
“‘그 아는 셋의 하나. 과거의 지배자. 아보다 뒤처진 자이자, 아보다 아득히 앞선 장소에 뒤돌아보는 이.’”
“해석해 줄 수 있냐?”
뭐라고 지껄이는 거야.
“나라고 알겠는가. 다만, 셋이라고 하는 것을 보아, 하나가 더 있을지도 모른다는 의미로 보이지. 현재, 과거가 있다면 미래 또한 있을 것이니.”
염병하네 진짜.
여기서 하나 더 튀어나오면 화신체 때문에 내가 죽는 게 아니라, 홧병으로 죽을 것이다.
“셋은 아닐 거야….”
“가능성엔 올려두어야 하겠지.”
하하 미친 학력 위조범 박사 놈들.
죽어서까지 세상에 똥을 뿌렸네.
이 엿 같은 세상에 좌절하여 침대 안전대에 머리를 처박고 있던 찰나.
“아직 전언은 끝나지 않았네. 나는 이해하지 못했기에 되물었지만, 그대로 전해달라고 한 문장 또한 있었지.”
그 말을 들은 나는.
또 뭔데.
그리 생각하며 고개를 들었고.
익숙한 감각에 사로잡혔다.
화신체와 마주쳤을 때의 위압감.
세계가 비틀리는 감각.
그것은, 눈앞의 친우에게서 흘러나왔으니.
‘부정은 없애고자 하는 힘이 아니다. 존재의 부정은 해당 존재를 긍정함에서 일어난다. 그렇기에, 아는 부정하지 않는다. 그저, 인지하지 않는다. 세상엔 너무나 많은 것이 긍정된다. 그렇기에 세상은 아름다우며, 세상은 개인의 인지에서 널리 뻗는다. 과잉의 부패에 썩어 문드러질 때까지. 수확자의 시선을 끌 때까지. 부정은 맞서 잊는 힘이다.’
그 감각 속에서 나는 이해하지 못하는 문장을 뇌리에 깊게 박았고.
나를 바라보는 그것을, 그것을 나는 바라본다.
‘씨앗은 피어난다. 피어야 한다. 그것을 위한, 선물이다.’
그것이 마지막을 이야기한다.
‘잊은 자는 기적을 보인다. 아는 염원한다. 관객으로서. 새로운 기적을.’
위압감이 사라진다.
“….”
칼라베라가 나를 바라본다.
거기엔, 내가 아는 칼라베라가 있었기에.
손바닥에 난 땀을 침대 시트에 닦고.
이마에서 흐르는 땀을 소매로 닦았다.
그런 과정의 끝에서.
나를 바라보던 칼라베라는 아무것도 묻지 않은 채 내가 안정되기를 기다려 주었고.
내가 정상적인 상태로 돌아오자, 다시 입을 열었다.
칼라베라가 극(㘌)과 나눈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중요한 것 같지만, 별것 아닌 이야기들을.
저것까지 굳이 말해야 할 필요가 있었나 싶은 이야기를.
아니꼽긴 하지만, 적의 시점에서 들은, 우리에 관한 칭찬을.
그리고 마지막으로, 한 화신체가 칼라베라의 손을 이끌며 안내해 준.
모든 것을 잊은 프로히비션이 가는 마지막 길을.
모든 것을 잊었기에, 칼라베라를 인지하지 못한 그녀였지만.
그녀는 칼라베라에게 친밀감을 느끼며 마지막 인사를 나누었다는.
적어도 그녀가 마지막 길에, 외롭지 않았다는 이야기를.
몽환과도 같은 이야기였지만.
그것은 긍정하여 믿고 싶은 이야기였기에.
나는 그러한 의문을 입 밖으로 내지 않으며, 모든 것을 받아들였다.
“거 쓰잘데기 없는 것까지 많이도 알려 줬네.”
“‘기적의 구현자에게 경의를. 일어날 파멸보다 앞선 자에게 희망을.’ 이라고 하였지.”
거참.
저 녀석들은 알다가도 모르겠어.
그나저나.
“뒤엣 건 뭐냐?”
“별거 아니었네. 내가 그때 저승의 문을 열지 않았다면, 박사들은 인류 다수를 흡수해서 기둥을 만들 것이고, 세상은 멸망했을 가능성이 있단 이야기였지.”
…별거 아닌 게 아닌데?
그에 멍하니 입을 벌린 채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있자.
“가능성이란, 일어나지 않은 일. 내가 그 일을 행하지 않았더라도 누군가는 파멸을 막았을 것이라네. 나는 내가 행하지 않은 선행을 자랑스러워할 생각은 없군. 내가 한 일은 그저, 위험한 적을 찾고자 무리한 행동을 했을 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지.”
칼라베라는 덤덤히 그리 말하며 미소 지었고.
“그러냐.”
나는 천천히 이제 단 두 병 남은 피로 회복제의 뚜껑을 열었다.
하나는 칼라베라의 손에.
하나는 내 손에.
그리고, 병을 높게 들어 올렸으니.
“뭔가?”
“살아 돌아온 것에 대해. 건배.”
“그런가. 건배.”
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