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r. Magical Girl RAW novel - Chapter (506)
마법소녀 아저씨 505화(506/671)
505. 광신. 믿음. 대적자.
버닝 블레이즈 이야기의 간부를 처리한 것은 좋았지만, 일의 뒤처리 탓에 꽤 시간이 소모되었다.
우선 그 이름도 모르는 간부 괴인이 버닝 뭐시꺵이에 직격당하지 않아 확실히 죽었다는 보장이 없기에.
관리국 탐지반이 간부가 죽었는지 확인하는 데 시간이 걸렸고.
그 뒤로는 내 몸 상태를 확인한다고 한층 더 시간이 소모되었고.
그리고 마지막으로, 알 만큼 아는 사람이 왜 끼어들었냐고 관리국 담당자에게 한 소리를 들은 후, 경위서를 쓰느라 시간이 낭비되었다.
뭐, 한 가지 다행인 점은.
그 시간 동안 몸이 자연 치유되어 불탄 몰골을 옥시모론이나 뇌신, 제자 녀석들에게 안 보여준 점이려나.
후일 어찌어찌 이야기가 흘러 들어가 크게 혼날 가능성이 존재하긴 하지만.
일단 당분간은 붙잡혀 구속당하진 않을 것 같다.
그래도…. 잔소리는 들어야겠지만.
그리 생각하며 바람에 흔들거리는 오른 소매를 바라보았다.
소매 밖으로 튀어나온 것은, 미라의 손처럼 뒤틀리고 바싹 말라붙은 검은 손.
녹아내리고 불탄 피부와 살점은 버닝 블레이즈의 화상 치유 마법과 관리국의 치료, 그리고 내 재생 능력으로 살짝 얼룩 반점이 남은 것을 제외하면 큰 문제 없이 회복되었지만.
간부급에 맞닿아 썩어 문드러진 오른손은, 상대의 모든 힘이 담긴 능력에 직접 접촉한 탓인지 전혀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뭐, 완전히 작살난 것은 아니고.
내 능력 덕분인지 천천히 회복되고 있긴 하지만, 시간이 오래 걸릴 거라든가 뭐라던가.
내 힘이 온전했다면 금방 재생했겠지만, 내 몸도 정상이 아니고.
또 강제 휴식 기간이겠네.
평범하게 몸 상태가 정상이 아니라면 여기저기 뛰어다니겠지만, 지금 이건 아예 손 하나가 작살나 버린 것이니, 아무리 나라 한들 재활 훈련은 도저히 못 하겠다.
전쟁 전까지 회복되면 좋을 텐데.
그리 생각하고, 금속 막대를 물며 관리국 지부를 나선 순간.
‘관리국은 각성하라!’
‘우리 집이 불탔다!’
‘관리국은 정보를 공개하라!’
‘책임자는 당장 나와 사과하라!’
“죄송했어요!”
여러 소리 사이로 누군가가 큰 소리로 사과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여자 목소리라.
누가 또 청춘 드라마 찍고 있나.
그리 생각하고 멍하니 걷고 있자.
“죄송합니다! 크림슨★해머 선배님!”
약간의 울상 섞인 목소리 사이로 들려선 안 될 단어가 들려왔다.
존재해선 안 될 단어를 들은 나는, 곧바로 몸을 180도 회전시키며 목소리가 들려온 장소를 향해 몸을 옮겼으니.
소리가 흘러나온 장소에는 검은 머리지만 겉면에 붉은 광택이 흐르는, 동서양 혼혈인 듯한 10대 중반의 여성 한 명이 서 있었다.
“목소리 낮추고. 누구냐 너.”
곧바로 여성을 붙잡아 사람이 없는 장소로 끌고 가며 그리 닦달했다.
이런 행동으로 시선이 쏠리는 것 자체가 부담스럽지만, 그렇다고 아무것도 안 했다가는 더더욱 시선이 모일 것이기에.
“아. 죄송해요. 변신 전 모습은 처음이시죠…. 버닝 블레이즈예요.”
누구?
버닝 블레이즈?
그 말을 듣고 해당 여성의 얼굴을 찬찬히 뜯어보자, 곧 변신 형태와 몇몇 유사점을 찾을 수 있었다.
지금도 약간 기가 죽은 듯한 모습으로 날 따라오는 모습을 보면, 그 버닝 블레이즈라곤 도저히 생각할 수 없긴 하지만.
2차 변신 전인, 평범한 마법소녀 모드일 때의 성격과는 쉽게 매칭할 수 있었기에, 그녀가 버닝 블레이즈란 사실을 쉽게 납득할 수 있었다.
아무튼, 그녀가 누구건 간에 수많은 시선이 모이는 자리에서 대화할 생각은 없었기에.
나는 그녀를 이끌고 관리국 빌딩 1층에 자리한 카페테리아로 쳐들어갔으니.
주문은.
나에게 아이리쉬 커피 한 잔을.
버닝 블레이즈에게 카라멜 마끼아또 한 잔을.
그런 두 커피를 방금 들어온 임무 보상으로 계산하며 조용히 커피가 나오길 기다렸다.
개인적으로는 더치 페이를 하고 싶지만, 미성년자처럼 보이는 애한테 그러기에는 양심도 찔리고, 내가 카페테리아로 끌고 들어왔으니 하는 수 없지.
뭐, 통장에 새롭게 자리 잡은 수학적 고통은 어쩔 수 없다고 치고.
“그래. 버닝 블레이즈. 무슨 용무지?”
내가 커피를 받아올 때까지 얌전히 기다려준 버닝 블레이즈를 향해 입을 열었다.
“죄송해요! 크림슨★해머 선배님! 저 때문에….”
아까도 들은 것 같은데 이거.
뭘 사과하고 싶은지는 잘 알겠지만, 본론으로 들어가기 전에 해야 할 일이 있다.
“이하람.”
“네?”
“영웅명 말고 이하람이라고 부르라고.”
“그….”
뭐라 하고 싶은 말이 있는 것 같으니, 선수를 쳐야겠다.
“난 내 영웅명 싫어하거든. 그러니까 본래 이름이면 충분해.”
여기서 한마디 더 하자면, 관리국은 얼마 전에 내가 새로 신청한 개명신청을 안 받아 줬다.
안 그래도 바빠 죽겠는데, 그런 걸로 개명 허가를 내주기에는 타당한 이유가 아니라면서.
망할 것들 같으니.
“그러면 개인 정보에… 문제가….”
“아. 난 신경 안 써. 전혀.”
정말 신경 안 쓴다는 어필을 위해 따뜻한 아이리시 커피를 들이켰다.
살짝 흘러드는 단맛에 덧붙여진, 진한 위스키 향과 그 탄내.
커피라기보단 위스키라고 말할 수 있는 그 맛을 느끼며 나는 왼손으로 잔을 기울였으니.
이게 인생이지.
몸이 약해진 덕에 돌아온 몇몇 감각.
불편하기 그지없는 현 상태 중, 그나마 장점이라 말할 수 있는 것.
그래도 취하진 않는 것 같지만 말이다.
감각이 돌아온 걸 깨닫고, 대량의 맥주로 배를 채워 본 적이 있지만.
배만 빵빵해질 뿐, 취하진 않았다.
알코올을 독극물로 판단하여 우선적으로 해독하는 것인지, 아니면 몸이 인간에서 한참 벗어나서 안 먹히는 것인지, 그건 알 수 없지만 말이다.
“…알겠어요. 미스터 리.”
미스터 리는 또 뭐야.
…아. 여기 미국이었지.
그나마 미스터 하람이라고는 안 해서 다행이네.
그나저나 미스터라.
“너 내가 남자인 거 아냐?”
“아…. 처음 찾아봤을 때는 좀 놀랐었어요.”
그래? 쓸데없는 시간 낭비는 안 해서 다행이군.
그럼 본론으로 넘어갈까.
“그래서, 사과하고 싶다는 건 이거 말하는 거냐?”
그리 말하며 나는 팔꿈치 아래론 전혀 움직이지 않는 오른팔을 탁자 위에 올려놨다.
주변 사람들이 신경 쓸 것이 뻔하기에, 소매를 늘려 감춰 두었던 검은 손은 살짝 소매가 들춰지자 말라붙은 손가락 끝을 보여주었고.
버닝 블레이즈는 손가락에서 눈을 떼지 못한 채 말을 이었다.
“이것도 그렇고…. 제가 선배님을 태워버린 것…. 제가 신중했다면….”
반쯤 울먹임이 섞인 목소리로 이어지는 사과.
그것은 아직 뒤에 이어질 문장이 남았다는 듯, 들이쉬는 숨소리와 함께 그 입술이 달싹이고 있었지만.
“됐다.”
나는 그럴 필요 없다는 의지를 담아, 그녀의 사과를 끊었다.
“예? 그렇지만. 그….”
“굳이 따지자면 내 잘못이니 말이다. 근접전을 담당한 주제에 적의 능력을 파악하지 못했고, 능력 파악도 다 끝나지 않았는데 끝내라는 신호를 보내고 말았으니.”
자업자득이지.
그리 말하며, 왼손으로 검게 썩은 오른손을 들어 올렸다.
가볍기 그지없는 오른손은 별 힘이 들어가지 않았음에도 왼손을 따라 허공에 들어 올려졌고.
왼손을 펴자, 가볍게 풀썩하는 소리를 내며 다시 테이블에 놓였다.
“지금은 이 꼴이지만, 난 재생 능력이 있어서 가만히 놔두면 곧 괜찮아질 거다. 네 무기가 완전히 소멸하는 거랑, 잠깐 내 오른손을 못 쓰게 되는 것. 두 개를 비교해 보면 내 오른손이 훨씬 가볍지.”
특히 천칭 위에 올려진 상대가 유망한 후배라면 말이다.
이런 생각을 하는 것도 좀 그렇지만, 곧 전쟁이 일어나기도 하고.
우리 쪽 전력이 약해지는 것은 아무래도 상관없지만.
무기가 사라져 약해진 바람에 유망한 후배가 죽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면 꿈자리가 사납다.
“…정말 그렇게 생각하세요?”
버닝 블레이즈가 내게 말해 온다.
악의적으로 생각하면, 자신의 잘못을 소멸시키기고, 마음의 안정을 찾기 위한 확답을 원하는 것이겠지만.
아마 그녀는 다른 의미로 말하는 것일 것이다.
정말 자신의 잘못을 나 혼자 떠맡아도 되느냐는 질문.
자신을 위로하기 위해 억지로 호의 짜내지 않아도 된다는 질문.
감각이 약해지긴 했지만, 저 정도의 감정은 지금의 나도 읽어낼 수 있으니.
“나 때는 흔했거든.”
그렇기에, 상대가 반박할 수 없는 답을 돌려주었다.
전쟁터에서 살아온 인간이 겪은 기억을.
사람으로서 반박하기 힘든 답을.
그 기억을 꺼내지 않는 편이 좋다는 뉘앙스를 답에 담아.
그런 단호한 답으로, 테이블엔 침묵이 감돈다.
카페테리아 내부에는 사람의 목소리가 흐르지만.
우리가 앉은 테이블 위에는 내가 의도한 침묵만이 남을 뿐.
아마 대화는 이걸로 끝날 것이다.
내가 꺼낸 말로 분위기가 거북해졌으니, 저쪽도 곧 이야기를 끝내고 사라질….
“…하나 더 사과드려야 할 게 있어요.”
하긴 인생은 항상 내 뜻대로 안 되는 법이지.
‘또 뭔데’
그런 느낌을 담아 아직 따뜻한 커피잔을 들어 올리며, 버닝 블레이즈를 쏘아보았다.
관심 없다는 듯.
“사실…. 저는 불을 어느 정도 컨트롤 할 수 있어요.”
그렇겠지. 당연한 이야기 아니냐.
그렇게 생각하기에, 조용히 뒷말을 기다리던 찰나.
“…제가 제정신이었다면, 몸이 그렇게 불타진 않으셨을 거예요….”
흐음?
그러니까. 저 녀석 말은 이건가.
무언가 이유가 있어, 나를 활활 불태워 버리고 말았다?
무서웠나?
사람이 불에 타며 검은 손을 뻗는 것이?
아니면, 예상치 못한 상황에 당황해 자신이 불을 통제할 수 있다는 사실을 잊어버리고 말았나?
그런 거라면 귀엽지.
“그럼 무슨 이유에서 날 그리 태우셨을까.”
대충 뇌에서 답을 정리한 나였기에.
약간의 심술이 일어 그리 농담을 던지자.
“…사람이 불타는 게…. 아름답다고 생각했어요.”
폭탄이 떨어졌다.
위력은 아마 수소폭탄 정도.
미친 연쇄살인범도 증언으로 안 내놓을 만한 물건이.
“…뭐?”
“…예. 이상하게 들리시죠.”
그렇지? 이상하지?
내 귀나 정신 어디 한쪽이 망가진 거 아니지?
“…사실 전 옛날부터 불을 좋아했어요.”
그래 보이더라.
“…그래서 마법소녀가 되고 불을 지르면서도 사람을 지킬 수 있다는 게 정말 기뻤지만….”
어쩌다 난 이 여자에의 인생 상담을 듣게 된 거지?
본 지 하루도 안 된 애한테?
“어느 순간. 마음 한편에서 어두운 소망이 커져 갔어요…. 사람이 불타면 어떨까. 이 불은….”
대체 내가 뭘 듣고 있는 걸까.
“지금까지는 계속 참았는데…. 직접 보니…. 이성이….”
좋아. 멈추게 하자.
이런 이야기는 내 옛날 사이코 부하들한테서 들은 걸로 내 인생 전체의 허용량을 아득히 넘겼다고.
“그래서. 처음이었냐?”
그렇기에, 말을 끊으며 진중한 자세를 보였다.
“…예.”
“감상은?”
“…네?”
“아름답던?”
“….”
버닝 블레이즈의 말문이 막히었다.
그녀가 ‘대체 무슨 말을 하시는 거지?’ 같은 눈빛으로 날 바라본다.
“네가 본 사람이 불타는 장면은, 아름다웠냐고.”
그렇기에, 나는 되물었다.
생략되지 않은 정확한 물음을.
“…아뇨. 끔찍….”
거짓말이다.
“거짓말하지 말고. 넌 아름답다고 생각했어.”
그녀의 말을 붙들었다.
왜곡된 방향으로 나아가지 않도록.
“넌 나를 똑바로 바라보았고, 시선을 돌리지 않았지.”
버닝 블레이즈의 얼굴이 무너진다.
자신의 욕망을 표출하지 않기 위한, 평범한 사람으로서의 갑옷이.
뒤틀린 열기가, 그녀의 얼굴에 붉게 깃든다.
“그렇지?”
“…예.”
그리고, 그녀가 인정했다.
자신의 욕망을, 거무튀튀한 감정을.
그렇기에.
“뭐, 나도 평소에 사람 한둘쯤 짓이기고 싶은 감정이 있으니, 그리 이상한 건 아니다.”
“…예?”
그녀의 인지를 고쳐나간다.
“총이 있으면 쏴보고 싶고, 주먹을 휘두를 수 있다면 휘둘러보고 싶고. 그리 특별한 감정은 아니란 소리지.”
아마, 누구에게나 있을 것이다.
그런 의문과 감정은.
“그러니 굳이 그걸 부정하면서 묵히려고 하지 말고. 네가 그런 욕망이 잘못된 걸 아니까, 지금까지 그런 장면을 눈으로 못 본 거잖아.”
말을 이어 나간다.
버닝 블레이즈. 후배를 위한 말을.
“네 욕망은 특이한 게 아냐. 버닝 블레이즈. 희귀할 뿐이지. 그리고, 넌 그걸 제어할 이성이 있어. 그러니까 별거 아닌 거 가지고 네 속을 태우면서 한탄하지 말라고.”
그리 말하고,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까부터 저 밖에서, 시선을 끄는 것이 있었기에.
“그럼 이만.”
그녀를 내버려 두고 카페테리아를 나왔다.
빠르게.
한발 앞서.
카페에서 이제부터 생각에 잠길 그녀에게 보여주고 싶지 않은 것이 밖에 있었기에.
‘버닝 블레이즈가 우리 집을 태웠다!’
‘영웅이 제대로 할 일을 하지 못하고 있는데, 관리국을 뭘 하고 있는가! 처벌하라!’
요즘 들어, 많이 늘어난.
관리국 비판 시위.
평범한 시위라면 눈감아 주겠지만.
거기서 언급되는 주체가 버닝 블레이즈였기에.
“여기가 너희 집 안방이냐 새끼들아! 우리도 뒤질 맛이라고!”
온전한 왼손에 건틀렛을 씌우며 날아들었다.
흥분을 감추지 않은 채.
먼 옛날처럼.
영웅이 비판받았던 시대의 나처럼.
또 감봉이겠구만.
덤으로 바빠 뒤지겠는데 뭔 일을 저질렀냐고 설교도 들을 테고.
그렇지만, 뭐.
이것도 내가 할 일 아니겠는가.
자기들이 옳다고 믿는 광신도들에게, 한 방 먹여 주는 것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