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r. Magical Girl RAW novel - Chapter (51)
마법소녀 아저씨 51화(51/671)
51. Γ
영웅이 나타났다.
회색빛 세계를 자신의 색으로 물들이며, 검은 입자를 흩뿌리는 영웅이.
히드라가 뱉어낸 붉은 독 덩어리는 새로운 영웅의 손에 분쇄되었다.
붉은 점액이 사방으로 퍼져가는 와중 그 영웅은 계속해서 망치를 휘둘렀고, 폭발하여 사방으로 흩어지던 점액은 그 존재를 감추었다.
내가 하지 못한 일을 이뤄낸 검은 마법소녀.
“하람 님이 두 명이다. 포요!”
멍청한 마스코트의 말을 배경으로, 나는 입을 열었다.
“유밀?”
“뭘 그리 놀라시나요.”
검은 마법소녀 복장.
검붉은 망치.
내 검은 거울상은 밝게 웃으며 가슴을 펴고 자신의 활약을 뽐내었다.
그러나 내가 놀란 이유는 그러한 것이 아니었으니.
괴인으로서의 유밀과 영웅으로서의 유밀. 두 존재가 동시에 느껴졌다는 사실.
어떻게 괴인이 각성자로 선택된 거지? 그것도 이 타이밍에?
“마스코트는 어디 있지?”
저게 마법소녀라면, 분명 저것을 각성하게 만든 마스코트가 있을 터.
“그런 건 없었죠…?”
“그럼 어떻게 변신한 거지?”
잠깐 내 모습으로 변하는 능력이 있다는 걸 떠올리긴 했지만, 그러면 저런 모습이 아니라 머리카락도 나처럼 흰색으로 변해야 했을 것이다.
저렇게 새까만 색으로 남을 이유가 없으니.
“마음속에서 마법소녀의 모습을 떠올리니까 변신할 수 있더라고요.”
이게 무슨 소리지.
조금 전까지 싸웠던 전투의 열기가 사라질 정도로 어이가 없는 소리였다.
“저게 말이 되냐 운호야…?”
“말도 안 되죠! 마법 지팡이는 오로지 마법 왕국의 특산품. 그보다 쟤는 누구예요?”
특산품이란 말도 어이가 없었지만, 일단 운호의 말대로라면 불가능한 행위.
그럼 쟤 안에 있는 마법 지팡이는 뭐지?
“마법 지팡이? 이거 말이니?”
내 기술을 받아들였기 때문일까, 너무나도 자연스러운 동작을 통해 마법 지팡이가 구현되었다.
유밀의 왼손에 들린 것은….
붉은 빠루.
대체 뭐야 망할.
저게 왜 마법 지팡이인데.
설마 쟤도 영웅으로서 이야기가 있는 건 아니겠지?
이 상황을 설명해 줘야 할 운호도 당황했는지 눈동자가 좌우로 크게 흔들렸다.
그냥. 생각하길 멈춰야겠다.
무슨 의미가 있을까. 애초에 이 세계가 뒤집히고 이상한 일이 한두 가지였나. 영웅들이 살아있으면 아무 문제 없는 거 아닐까.
마음을 가다듬었다.
“싸울 수 있냐?”
“저 붉은 히드라 말이죠?”
“그래.”
천천히 다리를 옮기며 장벽을 향해 다가오는 용암 촉수 히드라.
“저도 저 녀석은 마음에 안 드니 도와드릴게요.”
“그래….”
애초에 내 명령을 듣게 되어있지 않았었던가.
‘도와드릴게요.’ 라니. 이래서야 내 대리로 잘 움직일 수 있을까.
…잘 생각해보면 아무래도 좋지 않을까. 저 녀석을 쓰러트릴 수 있다면, 다음 일은 나중에 생각하자.
그리 생각하며 상처 입은 몸을 돌리며 히드라를 마주 보려 할 때쯤.
귓가에 시끄러운 소리가 들렸다.
“블랙! 머라우더어어어어어…어?”
회색으로 변한 백시현이 공중에서 방패로 계단을 만들고 올라오며 내지른 소리.
백시현은 무척 흥분했는지 허공에서 수많은 무기를 만들어내며 달려들었으나, 뭔가 이상한 것을 눈치챘는지 우리 눈앞에서 멈추었다.
우리 눈앞에 선 백시현은 의문을 가진 표정으로 나와 유밀을 번갈아 가며 바라보았고.
“블랙? 머라우더?”
이 상황을 이해할 수 없는지 이상한 목소리로 되물었다.
이 녀석은 또 왜 여기 있는 거지.
정말로 이 복잡한 상황을 이해할 수 없게 되었다.
나는 유밀을 알고 있지만, 나머지는 그녀가 누구인지 모르는 상황. 유밀에게 이런 상황에 어떻게 해야 할지 알려준 적도 없었다.
이 상황을 벗어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내 대적자? 지금은 나랑 싸울 때가 아닐 텐데?”
유밀이 자신감 넘치는 표정을 지우고, 그 대신 비열하게 웃으며 입을 열었다.
“저기 정의롭지 못한 존재가 있어. 그걸로 충분하지.”
망치를 회전시키며 히드라에게 망치를 겨누는 행동.
자신이 블랙 머라우더라고 위장하고, 그에 걸맞은 행동을 취하는 유밀.
잘했다 유밀!
예상치 못한 유밀의 호응에, 내가 이상한 소리를 할 필요가 완전히 사라졌다.
이제 유밀과 내가 말을 맞춘다면 무난히 넘어갈 수 있으리라.
운호가 나를 의심스럽게 쳐다보는 것이 조금 뼈아프지만, 제자들에게 벌써 의심받는 것은 사양이다.
“내 복제 괴인이랑은 이미 이야기가 끝났다. 저 녀석과 싸우는 데 도와준다더군.”
“그래. 내 판단으로도 녀석은 정의롭지 못하니까.”
나와 유밀이 동시에 내뱉는 말.
저 녀석을 쓰러트려야 한다는 목표 의식.
나 또한 블랙 머라우더로서 매일같이 정의를 입에 담았으니 유밀의 저런 행동은 내가 꺼낼법한 이야기.
“으음…?”
내 회심의 연기에도 백시현은 뭔가가 불만스러운 듯 뚱한 표정으로 블랙 머라우더의 치마를 잡아당겼다.
퉁. 퉁.
“으으으음?”
이어서 블랙 머라우더의 망치를 두들겨보는 백시현.
내 말을 듣긴 한 걸까.
유밀도 그 행동이 당황스러운지 백시현의 손길에 반항하지 않고 가만히 있을 뿐이었다.
시간이 지나, 유밀의 몸을 더듬던 백시현은 마침내 고개를 들고 밝은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완벽해! 이래야 스승님의 복제 괴인이지. 역시 스승님은 저런 옷이 어울리시니까.”
뭐지 이건?
“혹시 이게 진심으로 싸울 때 입는 옷이야? 쇠 지렛대나 검은 드레스는 단죄의 옷이라던가 그런거고?”
“대적자? 저기 좀 떨어져 줄….”
“망치는 이것도 커져? 변형도 가능한가? 건틀렛도 검은색이야? 혹시 검은색 페럿이 있는 건 아니지?”
시현아. 그건 일단은 네가 쓰러트려야 할 블랙 머라우더란다.
네 흥미를 해결할 대상이 아니야.
유밀은 살려달라는 듯 입을 뻥긋거리며 나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얘, 왜 이래요?’
‘몰라.’
‘스승이 모르면 누가 아는데요?’
독순술도 가능하군.
내 기억을 받아들였건, 기술만 흡수했건 나와 비슷한 기능은 다 갖춘 모양이다.
‘알아서 해결해봐. 난 몰라.’
왠지 모르게 마음 어딘가가 쿡쿡 찔리는 기분이 들었다.
피부가 열기로 다 벗겨진 탓일까.
일단 구해줄까.
“시현아. 거기까지 해라.”
“그렇지만 궁금하지 않으세요? 검은색 스승님도 멋진데!”
내 팬이 있는 것도 신기하지만 이리 열광적인 괴짜일 줄이야.
본래 이상한 애인 건 알았지만, 지금 모습으로 백시현에 대한 평가가 더욱 밑바닥으로 떨어져 내렸다.
천재적인 재능을 가진 얼빠진 멧돼지에서. 재능 빼면 아무것도 없는 이상한 괴짜로.
“어차피 네 이야기의 주적이니까 뻑하면 만날 거다. 지금은 저 히드라가 더 중요해.”
회색 세계가 더 이어졌다가는 영웅들이 어떻게 될지 모르니까.
“아. 맞다. 스승님. 사령부에서 전달이에요. 영웅 대다수가 전투 불능. 전투 불능이 아닌 영웅들은 전력을 다해 회색 세계의 진행을 막는 중.”
좋아. 괴짜도 아니고 운호보다 못한 녀석이군.
전령이 자신의 역할도 잊어버리고 취미에 집착하다니.
진행을 막는 중이라.
그러면 최대한 속전속결로 끝내란 뜻일 터.
쓸까.
예언에서 말한 두 명의 때라는 것은 지금을 말하는 거겠지.
나와 유밀.
둘에 관한 이야기.
그렇다면 이걸로 예언이 실행되고 미래가 확정되리라.
“블랙 머라우더, 백시현.”
“뭐.”
“예! 사부님!”
말하는 것 봐라. ‘뭐.’라니.
옆에서 예의를 차리는 운호 미만의 제자가 있어 더욱 비교되었다.
참자.
내 실수를 막아주지 않았던가.
“저 히드라와 싸울 수 있나?”
“….”
고개를 돌려 히드라를 바라보는 두 여성.
분명 두렵겠지.
압도적인 실력 차, 수없이 많은 영웅을 쓰러트린 군세의 대장.
두려운 것이 당연하리라.
그렇다고 해도 이 한계를 넘어서야만 한다.
분명 이후로 더 위험한 일이 일어날지 모르…
“얼마나 견디면 되지?”
“블랙 머라우더 공격도 버텼는데 저런 짐승쯤이야 별거 없어요!”
괜한 걱정이었나.
“30초만 버텨라.”
“그러지.”
“30분도 거뜬하죠!”
망치를 든 두 마법소녀는 그 말만을 남기고, 몸을 돌려 붉은 히드라를 향해 돌진했다.
유밀은 운호가 없어도 하늘을 달릴 수 있는지, 허공을 박차며.
백시현은 아무렇게나 망치를 휘두르며 대지를 질주했다.
마력의 증폭인가.
웃음이 나왔다.
설마 마지막 순간 어린 제자의 힘을 빌릴 줄이야.
이 싸움의 결과가 두 젊은이의 손에 맡겨졌다.
태어난 지 한 달도 되지 않은 괴인.
각성한 지 한 달도 되지 않은 영웅.
비록 마지막 30초지만, 긴 전쟁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것이 두 여자아이라니.
아이러니하구만.
“운호. 리미터 해제. 20초.”
20초.
절대로 실수할 수 없으니까.
“그 몸으로 못 견뎌요! 13초 때도 왼팔이….”
“애들이 나섰어. 나도 그 정도는 걸어야지.”
알고 있다.
전성기 시절에도 18초가 한계. 아직 붙지도 않은 왼팔과 다 익어버린 살로는 절대 견디지 못한다는 것을.
“빨리. 말싸움할 시간 없어.”
저쪽은 벌써 전투가 시작되었다.
아홉 개의 머리를 휘두르며 광선을 쏘고 대지를 갈아엎는 히드라.
두 개의 작은 점이 빠르게 움직이고 있지만, 금방 수세에 몰리리라.
“봐. 벌써 궁지에 몰리고 있잖아.”
히드라의 몸에서 튀어나온 작은 촉수들이 빠르게 움직이며 두 마법소녀의 앞길을 가로막는다.
저걸 피하기 위해서는 압도적인 속도와 판단력이 있어야만 가능하다.
처음에는 피할 수 있을 것이다.
넓은 장소로, 피하기 쉬운 장소로.
하지만 그것은 조금씩 적을 포위하기 위한 촉수의 함정.
마지막엔 결국 잡아먹히겠지.
“…죽지 마세요.”
“안 죽어.”
자세를 잡았다.
모든 것을 끝낼 힘을.
그것을 휘두르고 버틸 수 있는 마지막 의지를.
“20초. 제한을 해제하겠습니다.”
들려오는 운호의 레치타티보.
이야기의 서사를 이어가기 위한 마지막 문장들.
끼리리릭.
망치에서 흘러나오는 기계 소리가 운호의 노래에 끼어들었다.
뜨겁구만.
피부와 살이 모두 익어버려서 신경이 죽어버린 줄 알았건만, 아직 안쪽은 무사한 모양이다.
20초라는 시간 때문일까.
망치는 과하게 많은 공기를 빨아들이며 리미터 해제의 마지막 단계에 들어갔다.
쨍그랑.
무거워진 망치를 견디지 못하고 운호가 만든 발판이 깨져나갔다.
바람이 몸을 때려오고, 중력이 날 잡아끌지만 나쁘기만 한 감정은 아니었다.
차갑구만.
열기를 식혀주는 찬바람.
그조차 순식간에 뜨겁게 달아오른 공기로 변하지만, 정신에 약간의 위안이 되었다.
운호 또한 이것이 나쁘지 않다고 생각하는지 조치를 취하지 않고 그대로 영창을 이어나갔다.
땅이 가까워진다.
내 작은 몸이 지상에 충돌하기 직전.
“여왕의 대리인. 선별자의 권한으로. 이를 승인합니다.”
【힘은 의지를 가질지니】
가속으로 생겨난 힘에 의지를 돌려 몸의 제어에 쏟았다.
몸이 한 바퀴 회전하며 땅에 무사히 착지했다.
지체하지 않고 곧바로 망치를 회전시켰다.
무거운 망치를 휘두를 수 있을 때, 최대한 강하게 만들기 위해.
붕. 붕.
자세를 잡고 몸을 회전시킨다.
거기서 생겨나는 힘은 또다시 회전력으로 변하며 계속해서 망치를 가속한다.
팔이 아프다.
살이 뜯겨나갈 것 같다.
아니, 어쩌면 이미 뜯겨나갔을지도 모른다. 익어버린 살은 뼈에서 쉽게 발라내지 않던가.
붕.
눈을 감고 자신의 육체의 고통을 생각지 않도록 하였다.
회색 세계 덕분일까.
정신을 끝없이 집중할 수 있었다.
고요한 세계 속에서 느껴지는 것은 오로지 손에 잡히는 망치의 무게감뿐.
나는 하나의 중심축.
거대한 별을 만들어내는 하나의 거대한 핵.
“앞으로 10초!”
10초가 지났나.
분명 몸이 다 죽어간다고 비명을 질러야 할 시간대이건만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았다.
몸이 한계를 뛰어넘은 것일까. 아니면 이미 죽어가기 때문에 그런 장치가 작동하고 있지 않은 것일까.
아무렴 어떠랴.
붕.
“궤도제어.”
운호의 목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느껴지는 것은 오로지 망치가 더욱 가속했다는 것뿐.
팔에 걸리는 부담이 약간 적어졌다.
몇 초나 남았을까.
그저, 계속해서 힘을 제어한다.
“#!!$!”
이미 13초는 지나지 않았을까.
그런데도 어째서 힘들지 않은 걸까.
“#!!!”
붕.
이제 잘 모르겠다.
내가 뭘 하는 건지도.
-1초!
운호의 텔레파시에 눈을 떴다.
보이지 않는다.
느껴지지 않는다.
들리지 않는다.
괜찮다. 아직 내 손에 망치가 들린 것은 확실하니까.
하늘을 밝히는 별의 붉은 빛은 내 손에 쥐어져 있으니까.
-0.5초!
그리고, 저쪽에는 거대한 붉은 기운이 보였다. 모든 힘을 놓아줄 때.
“―――――.”
입을 열고 소리를 내질렀다.
둘 다 피하라는 외침.
나는 들을 수 없는 말.
작은 기운 두 개가 붉은 기운에서 떨어져 나갔다.
그것을 인지함과 동시에 나는 망치를 휘둘렀다.
붉은빛이 휘둘러진다.
망치는 열리지 않는다.
망치는 그저 팔의 인도를 따라, 막대한 무게로 세계를 뒤트는 망치는 중성자를 내뿜으며 붉은 기운을 가까워지게 하였다.
아니다. 사실 그것은 아무것도 느끼지 못하는 내가 느끼는 관점일 뿐이다.
실제로는 내가 붉은 기운을 향해 돌진하는 것이리라.
이것이 내가 현재 사용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기술.
바다 위에서 썼던 기술은 이것을 리스크 없이 사용하고자 만들었던 응용기술이며, 이것이 내 진정한 힘.
익숙한 감각에 따라, 머리 위로 치켜든 망치를 내리쳤다.
압도적인 힘이 망치에 쏠리고, 망치 안에 들어 있는 모든 것이 내가 내리치는 방향으로 인도되었다.
망치 안에 든 모든 것이 내가 휘두른 방향으로 튀어 나갈 준비를 갖추었다.
――.
손에 뭔지 모를 감촉이 전해진다.
끈적거리는 무언가를 내리친 감촉.
봉인 해제.
훅.
검은색으로 덧칠되었던 내 시야가 붉게 물들었다.
시작은 볼 수 있는 빛.
이어서 수많은 물리력이 인도에 따라 뛰쳐나간다.
망치 안에 생겨났던 별의 최후.
별이 폭발함과 동시에, 모든 물질이 빠르게 쏟아지며 기묘한 흐름을 만들었다.
마지막 힘이 뛰쳐나갈 흐름을.
이로써 마지막 힘이 열린다.
제어할 수 없다면 막대한 재앙을 불러일으킬 마지막 힘을.
집중된 힘이 쏘아졌다.
눈으로 볼 수 없는 짧은 파장을 지닌, 한 줄기의 광선.
그것이 맞닿은 순간 붉은 기운이 빠르게 작아지기 시작했다.
이걸 뭐라고 부르더라.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하지만, 알고 있다. 이것을 놓아버려서는 안 된다고.
제어할 수 있더라도, 그 파장은 엄청날 것이기에.
1초.
2초.
시간이 흘러간다.
그렇지만 밖에서는 얼마나 지났을까. 0.01초? 0.02초?
압도적인 무게가 만들어낸 공간 속에서 겪는 시간의 뒤틀림.
그 속에서 나는 그저 망치를 붙잡고 견디었다.
의지를 가진 힘도 나 자신에게 가해지는 힘을 상쇄할 순 없기에.
견딜 수 없는 고통의 시간이 흐른다.
10초.
15초.
얼마나 남은 걸까.
아직도 붉은 기운이 남아있다.
아직 견딜 수 있다.
.
..
…
….
…..
망치가 손에서 조금씩 흘러내린다.
무엇 때문일까.
내 힘이 다한 걸까, 아니면 잡아들 손이 사라지기라도 한 것일까.
알 수 없다.
망치가 흘러내린다.
아직 붉은 기운은 꺼지지 않았다.
견뎌야 하지만, 몸의 힘이 다한다.
그만두자.
남은 건 다른 사람에게 맡기자.
망치가 손에서 흘러내린다.
마지막 순간, 작은 가운뎃손가락만이 망치에 걸렸다.
그리고, 난 다시 망치를 쥐었다.
검붉은 이계의 기운.
붉은 마력.
알 수 없는 두 힘이 내 곁에 다가와 망치를 받쳐주었다.
두 기운은 다시 내 손에 망치를 들려주었다.
난 아직 쉴 수 없는 모양이다.
마지막 의지를 담아 망치를 붙잡았다.
시간이 지나 붉은빛이 꺼졌다.
끼리리리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