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r. Magical Girl RAW novel - Chapter (517)
마법소녀 아저씨 516화(517/671)
516. 바위의 시시포스.
폭동.
그 한마디에, 난 곧바로 침대에 널브러진 운호를 들어 올리고 방을 뛰쳐나갔으니.
짐이 없어서 다행이구만.
그렇게 생각한 후, 앞서 달리는 방위대원에게 질문을 던졌으니.
“상황은?”
민간인들이 들고 일어섰다는 것에 대한 진위를 묻진 않았다.
농담 삼아 할 이야기가 아님을 잘 알고 있으니, 아무리 믿기 힘들다 한들 정신을 놓고 되물을 만한 주제도 아니니 말이다.
“전 세계 주요 도시에서 동시다발적으로 폭동이 일어났습니다. 문제는 해당 사태에 관리국 협력 조직 다수가 봉쇄되거나 배신하는 일이 발생해 통신이 차단되었습니다.”
어쩐지 핸드폰이 안 울리더라.
저 정도로 긴급 상황이라면 당연히 연락이 와야 했을 텐데 말이다.
그나저나 세계 규모란 말이지.
“복구는?”
“현재 긴급 통신으로 전환 중입니다. 망 복구는 순차적으로 이뤄진다고 하며, 완전 복구까지 1시간 걸릴 것으로 예측하더군요. 또, 경보는 라디오, 텔레비전 등을 통해 긴급 방송을 내보내고 있습니다.”
아하.
그래서 내가 못 들은 거군.
그리고, 이 방위대원은 정보를 얻지 못한 영웅들을 찾아 피난 장소로 이끄는 역할이겠지.
그렇게 생각하며 방위대원의 속도에 맞춰 발걸음을 옮기고 있자.
삐이이이이익.
품에 들린 핸드폰에서 높은 경고음이 들렸고.
방위대원의 말이 옳다는 것을 증명하듯, 현재 통신망 복구 중이며, 영웅 밑 관리국 연관자는 긴급히 대피를 바란다는 긴급 경보 문구가 전송되어왔다.
통신 복구도 안정적인 모양이니, 이쪽은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 같고.
“그래서, 이번엔 또 무슨 일이지? O급이라도 출몰했나.”
보이드 러너 때처럼 말이다.
그냥 일반적인 폭동이라면 이해할 수 있지만, 세계 규모라면….
“그런 위험은 감지되지 않았습니다. 일단 지휘부에서는 외부의 간섭 없이 우발적으로 일어난….”
“…아무리 그래도 말이 되는 소리를 해야지. 세계 규모로 동시에 터졌는데 우발적이란 게 말이 되냐?”
아니 진짜로.
차라리 외부의 간섭이 훨씬 말이 된다고 보는데.
“이 정도의 문제를 일으킬 만큼의 이계의 힘이 대규모로 움직이는 정황은 관측되지 않았습니다. 또, 해당 사건을 유발할 만한 기폭제도 있다고 상부는….”
“…기폭제?”
뭐 얼마나 심한 게 나왔길래 세계 규모로 터지게….
“정신 조작과 정보 말소 정황이 폭로되었습니다. 이계의 힘을 사용해 관리국에게 불리한 사건이나 정보를 지우고 있단 사실이 여기저기서 폭로되는 현상이 발생하여….”
“…예를 들어, 방송을 사용한 정신 조작, 사고 통제라든가 말이지.”
“예.”
제기랄. 이걸 노리고 봉인을 해제한 거였나.
관리국 심장부에 자리한, 수많은 이계의 존재들.
내 적인 촉수처럼, 아직 우리의 기술론 구현할 수 없는 특이한 능력을 사용하는 이계의 존재들.
그런 존재들을 사용해 소거했던 정보를 뿌려버린 모양이다.
그리고, 그런 정보들은 어지간한 사건보다 사람들 사이에 피어나는 영향력이 컸겠지.
특히, 방금 내가 말한 저 사건은 세계 규모의 논란이 있었으니까.
그런 기억이 돌아왔다면 민간인 다수의 관리국에 대한 적개심이 한 방에 치솟았다고 봐야 할 것이다.
쯧. 알’셸이 말했던 게 이거였나.
하필 정신 조작 전문가인 알’셸이 나가떨어진 순간 발동된 걸 보면.
알’셸 그 녀석은 이런 일이 일어날 정황을 미리 읽고 대처하려다가 촉수에게 패배한 건가.
물론, O급이라곤 하나, 세계 단위의 정신 조작 능력을 알’셸이 가졌는지는 알 수 없지만.
지금 이 사태를 해결할 일말의 희망을 보여주지 않았을까.
검은 태양을 지구에 떨어트렸을 때처럼, 정신 조작 빔을 지구 전체에 융단폭격 한다든지 말이다.
…없는 건 없는 거니 어쩔 수 없지만.
아무튼, 나는 나대로 생각할 것이 있어 입을 다물고 방위대원의 뒤를 따라가던 와중.
“…생각보다 침착하시군요.”
갑작스런 질문이 방위대원 쪽에서 날아들었고.
“한두 번 겪은 게 아니니 말이지.”
나는 그 말에 쓴웃음과 함께 답을 되돌려 주었으니.
“관리국이 인류의 적이 된 상황이 말입니까?”
“관리국 설립 전에는 일상적인 일이었으니까. 거기다 지금 상황은 불사조랑 비교하면 양반이지. 불사조 때는 영웅도 미쳐서 날뛰고, 민간인이 눈코입에서 불을 뿜으면서 영웅을 덮치는 지옥도였으니까.”
전 세계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는 폭동이라지만.
솔직히 민간인이 눈코입에서 불 뿜으며 모든 걸 태워버리는 불사조를 겪은 이상 ‘좀 큰일이네.’ 이상의 감정이 생겨나지 않는다.
물론, 그거랑은 별개로 정말로 큰일이긴 하지만 말이다.
그러잖아도 극(㘌) 새끼 때문에 뒤질 맛인데 뭔 이런 대규모 사건이 일어난단 말인가.
“그렇군요. 불사조라는 적은 처음 듣는데…. 혹시 해당 정보에 대해 알려주실 수 있습니까?”
“내 질문에 대답해 준다면.”
“어떤 질문이죠?”
그리 어려운 질문은 아니지.
“너, 날 어디로 데려가는 거냐?”
내 말과 함께.
방위대원의 움직임이 잠시 멈췄다.
“물론, 대피소입니다.”
다시 발걸음을 옮기는 방위대원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말을 되돌리지만.
몸에서 피어나는 적의와 어투에서 품기는 거짓은 감출 수 없었으니.
“다 들켰으니 연극은 때려치우자. 심부름꾼 방위대원이 그렇게 자세한 사정을 안다고? 그리고 우연히 날 노리고 왔다고? 니가 생각해도 너무 작위적이지 않냐?”
그 말이 기폭제가 된 것일까.
앞서 달리던 방위대원은 완전히 발걸음을 멈추고 몸을 돌려 나를 바라보았으니.
“당신은 여기서 죽어야 합니다. 크림슨★해머. 타락한 영웅.”
방위대원의 눈빛은 적을 보는 냉정한 얼굴이었고.
저 너머에서 발걸음 소리가 들려온다.
수많은 사람의 규칙적이지 않은 발걸음.
무절제와 혼돈이 섞인, 불꽃과 같은 사람들의 물결.
아무래도, 관리국이나 방위대가 날 속인 건 아닌 모양이다.
그들이 날 배신하고 죽이려고 마음먹었다면 소수정예로 내 목에 칼을 박으려 했겠지.
그렇다면 남은 선택지는.
“시민 단체의 스파이냐.”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는 시민일 뿐입니다.”
그래, 내가 생각해도 단어가 틀렸었다. 군중에 속하는 방위대원이 어찌 스파이라고 할 수 있겠는가.
단지, 자신이 옳다고 믿는 일을 행하는 시민 한 명일 뿐이지.
그래도 말이지.
“일단은 방위대원인데, 적을 눈앞에 두고 분란을 일으키는 건 좀 그렇지?”
다른 때라면 모르겠는데.
지금은 극(㘌)이랑 전쟁 중인데 말이다.
관리국 개짓거리가 온 천하에 까발려져서 불신 최대치를 찍었다고 해도, 이건 좀 너무한 거 아니냐.
내가 지은 죄가 크지만, 일단 관리국 최대 전력 중 하나인데 말이다.
“썩은 살을 도려내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그런 내 마음속 외침이 무색하게도.
방위대원이자, 정의로운 시민 사회의 일원이신 그는 조금의 고민도 없는 단언을 내뱉었다.
“관리국이 전쟁에서 패배한 것은, 현재의 관리국이 당신처럼 타락한 영웅이 즐비한 썩은 집단이기 때문입니다. 그들을 몰아내고 정의를 바로 세우면, 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겠죠.”
그리고, 그의 사상도 함께.
사람의 발걸음이 가까워지지만, 나는 그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으니.
“아니 관리국이 개새끼는 맞는데, 나도 그 언저리는 되고. 근데 진짜로 우리 없이 이길 수 있다고 믿냐?”
관리국은 절대로 선하지 않다.
그렇지만, 그렇기에 인류를 지킬 수 있었다.
그것은 부정하지 못할 사실이건만.
“관리국은 악이고, 틀렸습니다. 그럼, 잘못된 집단 아닙니까.”
광기가 피어났다.
지금의 대화와.
지금의 질문과 전혀 상관없는.
반론의 기회를 말살하는 낙인.
내가 섬뜩하다고 느낄 만큼, 대화의 여지가 존재하지 않는 쐐기.
“외부의 힘이 작용하지 않았다고?”
거짓말하지 말고, 이건 아무리 생각해도 머리통에 정신 조작 제대로 박힌 것 같은데.
“제가 한 말은 모두 진실입니다. 거짓말을 한다면 바로 알아채셨을 테니까요.”
그래, 실제로 대피소로 간다는 말 빼면 그런 느낌이 전혀 없었지.
중간부터 느껴진 기묘한 위화감에 더해, 아무리 생각해도 대피하러 가는 방향이 아니라서 알아차렸을 뿐.
“…혹시 지금 사고 유도를 당하고 있다는 생각은 안 들고?”
모퉁이 너머에서 들려오는 발걸음이 점차 커졌지만.
나는 질문을 멈추지 않았으니.
일어난 사태에 마주하여 최대한의 정보를 모은다.
지금껏 세계를 지켜온 철칙에 따라.
“그렇다 한들, 저희가 옳은데 무슨 문제가 있습니까.”
그렇구나.
퍽.
곧바로 달려들어 턱을 후려쳤다.
깔끔하게 들어간 펀치는 곧바로 방위대원을 기절시켰고.
“여기다! 여기 영웅이 있다!”
모퉁이에서 튀어나온 민간인과 반대편으로 몸을 던졌다.
저들도 때려눕히고 간다면 일이 편해지겠지만.
저들은 민간인이며, 방금 내가 때려눕힌 이는 방위대원이다.
즉, 지금 나타난 이들은 내가 공격해서는 안 될 대상.
그렇기에, 반대편으로 도망가며 다툼을 회피하려 했지만.
“찾았다! 영웅이다!”
길의 반대편에서도 새로이 민간인이 나타났기에.
직진하며 나아가던 발걸음을 멈추고 커브를 틀었다.
새로이 나타난 복도.
그 장소는 병원의 외벽과 인접한 복도였는지 창문이 늘어서 있었고.
밖이 비치는 창문을 통해 외부의 상황을 확인할 수 있었으니.
정말 폭동이구만.
당장이라도 오디오가 나타날 법한 유혈 사태가 피어나고 있었다.
수많은 시민이 병원을 둘러싼 채 분노를 표출하고 있으며.
병원 앞에 자리한 산책용 잔디밭 중앙에는 불타는 구급차와 붙잡힌 방위대원들이 자리하고 있다.
그나마 병원에서만 그런 일이 일어나고 있다면 어떻게든 대처를 해보겠지만.
…이건 글렀구만.
병원 너머, 도심 지역에서도 불길이 피어나고 있다.
찢어진 깃발과 여기저기서 들리는 고함 소리.
끊임없이 울리는 사이렌과 여기저기 날아다니는 영웅들.
그 풍경은, 대규모 폭동이 일어났다는 사실을 실감하게 해 주었으니.
“저놈 잡아라!”
그렇지만, 그런 사색은 주변에서 들려오는 목소리로 인해 종료되고 말았으니.
흥분으로 가득 차기라도 한 듯, 붉은 얼굴을 한 채 거친 숨을 내쉬며 다가오는 사람들.
이어진 모든 길에서 몰려오는 사람의 불길은 내 퇴로를 막았고.
눈앞의 잔디밭에서 펼쳐지는 방위대원들을 향한 구타는 누구 하나 잡을 기세였기에.
…직접 공격만 아니면 되겠지.
결단을 내리는 것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운호야. 충격 제어 부탁하마.”
“…알겠어용.”
지금 일어나는 사태 탓인지 내가 이야기를 나누던 동안에도 입을 다물고 있던 운호가 반응을 보였고.
쾅.
강화 유리라 그런지, 유리 깨지는 소리보단 벽이 박살나는 것과 비슷한 소리가 크게 울리고.
유리창을 깨부수며 허공으로 뛴 나는 발아래에 마력을 모았으니.
한 걸음.
쿵.
잔디밭 아래에 착지했다.
거대한 충격파와 함께.
최대한 힘을 제어했지만, 그것은 방위대원들에게 몰려오던 민간인들 뒤로 밀치기에 충분한 힘이었고.
이어.
두 걸음.
쾅.
마력이 형(形)과 함께 대지를 짓밟는다.
그리고, 내 의지는 그와 함께 미쳐 날뛰며 사방으로 퍼져 나갔으니.
“…으…아아?”
사람의 숫자가 숫자다 보니 각자가 내지르는 소리는 모두 달랐으나, 대부분 비슷한 소리를 내지르며 게거품과 함께 졸도하였고.
그렇게, 주변이 깨끗해졌다.
물론, 최대한 범위를 좁힌 만큼 병원 여기저기에서 날 보며 외치는 소리는 건재하였고.
도시 전체를 휘감은 혼란의 불꽃이 사라진 것도 아니었지만 말이다.
그래도.
“달릴 힘은 있지?”
“…예.”
맞아 죽을 위기였던 방위대원들을 살릴 정도는 되었다.
“좋아. 그럼 돌파하자. 살아서 돌아가자고.”
그 말과 함께, 우리는 민간인 사이를 내달렸다.
지켜야 할 이들에게 공격받으며.
살아남기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