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r. Magical Girl RAW novel - Chapter (518)
마법소녀 아저씨 517화(518/671)
517. 폭파점.
말하지 않아도 세상은 언제나 엿 같았다.
너무나도 자주 겪어 이제는 진리라 해도 될 법한 수준의 이야기.
다만, 그걸 고려한다고 하더라도 지켜야 할 상대에게 얻어맞는 건 그중에서도 특출나게 엿 같은 이야기일 것이다.
그런 이야기조차도 나에게 있어서는 익숙해질 만큼 익숙해진 이야기인지라 그다지 감흥이 안 생기지만.
내가 저 혼돈 속에서 구출하여 안전 지대로 끌고 온 방위대원들과 영웅에게는 그렇지 않은 모양.
얼굴은 죄다 시꺼먼 색에, 눈은 맛이 갔고, 입에선 한숨을 생산한다.
“어쩌다 이렇게 된 걸까.”
누군가가 혼잣말로 내뱉은 그 문장이 여기 있는 모든 이들의 심정을 대변하리라.
다시 말하지만, 난 빼고.
토마토, 화염병 좀 얻어맞았다고 구시렁대고, 요즘 애들은 빠져 가지곤 쯔쯔.
나 때는 말이다, 시민뿐만 아니라 공권력도 총 들고 설치고 그랬어요.
뭐 이런 식으로 한번 따지고 싶은 마음도 있긴 하지만.
그래도 이 건에 관해서는 나름 공감되는 것이 있었기에 입을 다물었다.
당시의 내 모습을 정확히 기억하진 못하지만, 나 또한 처음 군중의 악의를 마주했을 때 저들과 비슷한 모습이었을 테니 말이다.
그러니, 저들을 내버려 둔 채 주변을 둘러보았다.
내가 이들을 인솔했듯, 나 이외의 다른 여유 있는 이들이 다른 사람들을 인솔하여 이 장소로 인도했다.
구타당한 방위대, 정신을 못 차리고 있는 영웅, 관리국을 옹호하다 적으로 몰린 민간인. 그런 이들이 힘을 잃고 이 장소에 모여 있다.
가까운 관리국 빌딩의 로비.
위험하지만, 가장 안전한 장소.
피난민이 관리국 빌딩으로 모였다는 사실은 모두가 알고 있을 것이다.
저 모두에는 관리국에 반감을 품고 공격해오는 이들도 포함되어 있지만, 그들은 우리가 여기 있다는 사실을 알고도 어떻게 하지 못한다.
텅.
그런 내 생각을 끊어내듯, 관리국 부지 바깥에서 날아온, 관리국을 두드리려는 무언가가 보인다.
불꽃 꼬리를 단 유리병.
도저히 사람이 던졌다고는 믿을 수 없을 만큼 허공에 높게 뜬 칵테일은 관리국 부지 전체를 둘러싼 역장에 막혀 둔중한 소리를 내었고.
펑.
수제 칵테일은 조그만 병에 어울리지 않는 거대한 폭발을 남기며, 반투명한 역장을 두드렸다.
저 새끼도 평범한 놈은 아닌 것 같은데.
그 광경을 본 나는 부지 주변을 둘러싼 군중 사이에서 유리병을 던진 이를 좇았으니.
거리가 있어 100% 확신할 순 없지만, 자연 발생한 특수 능력자인 것 같다.
영웅으로 각성할 수준은 아니지만, 평범한 인간 사이에서는 초인이라 부를 만한 수준의 돌연변이.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늘어나고 있는 새로운 존재.
그런 아이러니한 광경을 보니, 쓴웃음이 피어난다.
평범한 인간이라는 기준에서 어긋난 특이한 존재가, 자신은 이쪽에 속하지 않는다는 믿음으로 테러를 하는 꼬락서니.
뭐, 그런 것은 어찌 되었건.
안전하다는 말은 이런 것이다.
세계 곳곳에 자리한 관리국 빌딩은 기본적으로는 영웅들과 관련된 업무를 하는 행정 기관이지만, 동시에 세계를 지키는 최후 방어선이기도 하다.
불사조 때처럼 내부에서부터 무너지는 상황이라면 모를까, 이런 평범한 소요 사태 정도는 대비할 수 있는 피난처이자 방어 기지라는 것.
그렇기에 장시간 피난민들을 먹여 살릴 식량도 충분히 마련되어 있고, 잠자리가 좀 질이 나쁘긴 해도 시민들의 분노에 방어가 뚫릴 일은 없는 안전한 장소이지만.
“아아아아아!”
절규가 피어난다.
그리고, 그 절규는 파도가 되어 수많은 이들의 공명을 일으킨다.
아까 누군가가 던진 칵테일.
그것은 관리국의 역장에 막혀 물리적으로는 그 어떤 피해도 만들지 못했지만.
한번 마음에 새겨진 공포는, 비슷한 행위만으로도 악몽을 불러일으키기 충분했기에.
한 명이 무너졌다.
그리고, 도미노가 무너지듯.
다른 이들이 무너진다.
시작은 한 사람이었으나.
마음은 이어지는 법.
선의도.
악의도.
가까스로 견디던 이들도, 눈 앞에 펼쳐진 현실을 부정하며, 새겨진 과거를 떠올리며 무너지고 말았다.
그 속에서, 사람은 여러 행동을 보인다.
무너지는 이.
그들을 달래는 이.
덤덤히 바라보는 이.
현실에서 도망치는 이.
분노하며 윽박지르는 이.
혼자만의 세계에 빠져드는 이.
그럼, 그 분류에서 나는 어디에 속하는가 하면.
그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다.
그들은 모두 이 상황에 충격을 받고 무너진 이들이기에.
덤덤함을 보이는 이조차, 충격의 방어기제로서 그리 행동할 뿐.
저들은 모두 이 상황에서 받은 충격을, 각자의 방식으로 갈무리 지으려 하지만.
나는 이 상황에 어떤 충격도 받지 않았기에.
그들에 속하지 않은 채.
적당히 거리를 둔 벽에 몸을 기대며 생각을 정리했다.
평범한 상황은 아니야.
이게 세계 규모라면 더더욱.
평소에도 관리국을 대상으로 하는 시위나 테러 자체는 존재한다.
그렇지만, 이만큼 크게 불타는 것은 확실히 이상한 일.
거기에 더해, 이런 일이 발생하면 각국 정부가 공권력을 동원해 상황을 통제하는 것이 당연하건만, 어찌 된 일인지 각국 정부는 조용한 상황.
핸드폰으로 찾아본 정보에 따르면, 관리국을 옹호하긴 하지만 정부 기능이 마비된 상황이라거나, 시민들이 너무 강경하게 반발해 진압을 포기한 케이스가 있었지만.
일부 정부는 시민의 뜻이라면 그에 따르겠다며 관리국을 비난하는 케이스 또한 존재했다.
상황이 요상하게 돌아간다.
높으신 분들이 관리국을 버릴 리는 없다.
그들은 관리국의 자료를 보는 만큼, 우리가 없어질 때 벌어질 일들을 잘 알고 있으니까.
지지율을 위해 겉으론 관리국을 비판한다고 하더라도, 관리국을 완전히 잘라 낸다는 것이 무엇이 의미하는지 잘 알고 있을 터.
문제는, 그런 이들이 적극적인 행동에 나서지 않는다.
심지어 일부는 관리국을 규탄한다.
이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아마.
“먹힌 거겠지.”
혼잣말이 튀어나온다.
애초에, 그런 상황 아니던가.
알’셸이 딱 맞춰 먹혀 사라졌다.
그리고, 촉수가 먹었던 것들이 일부 돌아왔다.
물론, 그런 정보 삭제 행위 모두에 촉수를 사용하진 않았지만, 상당수 촉수를 사용한 것은 확실.
여기까지만 해도 꽤 심증이 있는 상황이건만.
나는 이런 장면을 본 적 있다.
마법 학회. 관리국 제네바 지부.
봉쇄되었던 그 장소에서, 거기 있던 이들은 성격의 변화를 보였다.
세 번째 촉수.
개방성과 소망을 먹었던.
타인을 믿고 타인과 공유하는 개념을 먹혔던 그 장소는.
자신들의 집단에 속하지 않은 이들을 밀어내며, 자신들의 힘으로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다는 아집을 보였다.
그것은 정신에 직접적으로 간섭하는 힘이 아니었지만.
그 누구도 자신의 행동이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못하였고, 그것을 고쳐보고자 하는 시도도 모두 실패했다.
그렇기에, 이 상황 또한 무언가를 먹힌 결과라고 생각해도 될 것이다.
모든 이들이 폭주하고 있다.
무언가를 먹힌 결과로써.
문제는.
먹힌 것이 무언가를 알아낸다고 한들 무슨 의미가 있단 말인가.
폭주 자체는 네 번째 간부를 해치우면 어떻게든 해결될 것이다.
그렇지만, 폭주가 멈춘다 한들 이 사태의 근원은 다른 것이다.
관리국의 잘못이, 우리가 행한 죄가 이 모든 사건의 시발점.
행동의 폭주는 조금 등을 떠밀어주었을 뿐.
그 검은 촉수 놈들을 해치운다 한들, 지금 저기서 울부짖는 이들과 바깥에서 분노를 표출하는 이들이 웃으며 화해할 가능성은 없다.
설령 촉수를 회수하여 문제의 원흉을 집어삼킨다고 한들.
이 거대한 사태를 일으켰다는 사실 자체는 남을 것이기에.
그것은, 서로의 상처로 남으리라.
…담배 마렵군.
금속 막대가 아닌, 불에서 태어난 따스한 연기로 가슴팍을 달래며, 식어버린 연기와 함께 다양한 것들을 내뱉는 담배 말이다.
물론, 눈앞에 불붙은 막대가 들이 밀어지더라도 피우진 않을 것이다.
그 정도 욕구는 참아낼 수 있기에.
단지, 욕구가 피어나는 것을 막을 수는 없을 뿐.
“…후우.”
고개를 처박아 한숨을 내쉬고, 고개를 들어 천장을 올려다보았다.
로비보다 아득한 위층, 관리국 지휘부는 지금쯤 여러 토론을 하고 있겠지.
이 상황을 유발한 것이 내 이야기의 적일지도 모른다는 추측은 이미 전했다.
평소라면 나 또한 정보 교환에 참여해 이야기를 나누겠지만.
…그다지 참여하고 싶단 생각이 들지 않는다.
어쩐지 내 탓이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일까.
파나티시즘을 놓치지 않았다면.
촉수를 악용하지 않고 완전히 말살했다면.
이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일까.
그래. 지금 나를 사로잡는 것은 다른 것이다.
시민들이 나를 향해 적의를 내뱉는 것은 아무렇지도 않다.
그로 인해 세상이 망가진 것에 대해서도, 의외로 별다른 감정이 피어나지 않는다.
날 사로잡는 것은, 전혀 다른 감정.
오른손을 들여다본다.
무거운 망치를 들고 수없이 많은 전투를 치렀음에도.
굳은살 하나 없는, 깨끗한 손.
왜 나는 강하지 않지.
왜 나는 내게 주어진 역할을 다 하지 못했지.
내 역할은, 인류의 적을 분쇄하는 것이다.
그렇지만 몇 번이고 실패했다.
박사도, 극(㘌)도, 파나티시즘도.
그것은 내가 약하기 때문이다.
내가 더 강했다면, 모든 것을 정말로 파괴할 수 있었다면.
길을 가로막는 모든 장애물을 파괴할 수 있다면.
그 어떤 것에도 의지하지 않을.
적을 파괴할 힘이 나에게 없기에.
…언젠가. 나는 다른 이들의 힘이 모자란다고 생각했다.
그들의 힘이 약하기에 세상을 지킬 수 없다고.
그런데, 이게 무슨 꼴이지?
왜 나는, 나에게 주어진 역할도 다하지 못하고 있지?
내가 다른 이들에게 그런 생각을 품을 만큼 잘난 존재인가?
아니다.
나는, 부족하다.
작은 집단이 아닌, 인류 전체의 힘을 키워야만 하는 것도.
현재의 영웅들이 약한 것도.
그들을 위한 시련이 필요한 것도.
모두 옳은 말이다.
그렇지만, 나 자신도 부족하다.
더 큰 힘이 필요하다.
모든 것을 파괴할.
적을 파괴함으로써 세상을 지키는.
그것밖에 할 줄 모르는 나는.
더욱, 강한 힘이 필요하다.
후욱.
바람이 퍼져 나가는 듯한 소리와 함께 옷소매 언저리가 검게 물든다.
블랙 머라우더로서 옷.
그렇지만, 평소와는 다르다.
푸른 옷이 그대로인 채, 내가 바라보는 오른손 소매 일부만이 검게 물들었다.
“….”
이것이,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천천히 손을 흔들어보았다.
소매가 다시 푸르게 돌아온다.
그렇지만, 거기에 남은 검은 기운은 사라지지 않았으니.
검은 옷은 시야에 보이지 않지만, 거기 있음을 이해한다.
검은 손은 언제나 나와 함께 한다.
보이지 않을 뿐, 블랙 머라우더로서 나는 언제나 나와 함께한다.
그것을 이해했다.
그리고 이해한다.
이게 무엇인가를.
그리고, 어째서 내게 블랙 머라우더의 힘이 내려왔는가를.
그렇구나.
그런 것이었어.
탁.
오른손을 벽에 붙이고, 기대었던 몸을 일으킨다.
그 한순간, 벽을 타고 흐르던 이계의 힘을 빨아들였다.
미약한 힘이지만 그것은 이제 나의 힘이었기에.
먹으려 하는 이는, 먹힐 수 있기에.
내 적이 먹는 이였기에.
나 또한 먹는 이임을.
블랙 머라우더는, 처음부터 내 안에 자리해 있었다.
그저, 내가 그것을 뒤늦게 알아차렸을 뿐.
절규를 향해 천천히 걸어간다.
시간이 흘렀건만, 여전히 고통받는 이들을 향해.
그들 중앙에서 의지를 뻗는다.
검은 이계의 힘은 내 지배에 들어가 사방으로 흩어지고.
절규가 작아진다.
외침이 줄어든다.
가져오는 것은, 그들을 괴롭히는 악의 어린 이계의 힘.
사람의 의지로 뒤틀린 힘을 삼키고.
텅 빈 고요를 만든다.
나는 커다란 무언가를 먹은 게 아니다.
그들을 괴롭히는 기억도, 사건도, 감정도 아니다.
그 모든 것은 여전히 남아 그들을 괴롭히지만.
수많은 이들의 의지가 모여 악의로 뒤틀린 이계의 힘이 잠시 진공처럼 사라진 것으로, 그들은 정적의 시간을 가졌다.
찰나의 침묵이 사람들의 수다를 끊어버리듯.
끝없는 심연으로 향하던 그들의 절규도 잠깐의 정적에 묻혀 사라지고 말았다.
그들은 스스로를 돌아볼 것이다.
내가 모든 악의를 짊어졌음에.
모자란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았기에.
나를 괴롭히는 환청이.
그림자에서 피어나는 환각이.
수많은 악의를 흡수한 것으로 심해진 기분이 들지만.
괜찮다.
나는 틀리지 않았으니까.
힘을 지닌 이는, 의무를 지니니까.
그렇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