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r. Magical Girl RAW novel - Chapter (521)
마법소녀 아저씨 520화(521/671)
520. 란다우어의 원리.
세상만사는 어딘가 항상 생각지도 못한 방향으로 흐르기 마련이다.
예를 들어보자.
파나티시즘과 촉수들이 무언가의 목적을 지닌 채 자신들이 삼켰던 정보나 개념 일부를 다시 뱉어냈고, 모든 정보는 아니지만 상당량의 소실된 정보가 돌아왔다.
그리고, 그 정보는 대부분 관리국이나 영웅들에게 불리한 내용이라 추측되고 있다.
다만, 돌아온 모든 정보가 그렇다는 확실한 보장은 없다.
저런 정보를 규격화해서 저장해 둔 것도 아니고, 무엇이 돌아왔는지도 판별할 수 없는 상황이니 말이다.
단지 지금 이렇게 난리가 난 걸 보면 관리국에 불리한 정보 위주로 풀었음을 유추할 수 있을 뿐.
여기까지는 상황정보를 들은 누구나 예상할 수 있는 흐름이다.
무슨 짓을 해도 제어할 수 없는 부정적인 정보가 사람들에게 대량으로 풀려났으니, 무슨 짓을 해도 관리국과 영웅의 평판은 나락으로 갈 것이란 사실 정도는.
실제로 내가 아닌, 나보다 훨씬 많이 배우신 관리국 지휘부나 높으신 분들도 그리 생각했던 모양이고.
그런데 놀랍게도 저 정보를 받아들인 시민들 사이에서 관리국을 옹호하는 의견이 자라기 시작했다.
지금 내가 보면서 쓴웃음을 짓고 있는 동영상처럼 말이다.
“…간사한 새끼들.”
화면에 출력되는 것은 얼마 전 내가 투입된 전쟁터를 촬영한 동영상.
관리국의 공식적인 계정은 아니고, 목숨 아까운 줄 모르는 관심병 밀리터리 매니아가 원거리로 촬영한 영상이 동영상 사이트에 업로드된 것.
그 동영상에는 후퇴하는 방위대원들 위로 날아간 헬기에서 푸른 점 하나가 떨어진 직후, 조작된 영상이 아닌가 싶을 만큼 거대한 폭발이 일어나고, 그 뒤 대지가 솟아오른 거대한 크레이터만을 남긴 채 적의 군세가 사라진 장면이 찍혀 있었다.
그리고, 막 생겨난 크레이터에서 망치를 어깨에 걸친 채 태평하게 배를 긁으며 기어 나오는 푸른 복장 마법소녀의 모습도.
그래. 나다.
전술 마법소녀.
이하람.
본래라면 이런 동영상이 올라오자마자 관리국이 정보 통제를 시도했겠지만, 지금 관리국은 그런 걸 신경 쓸 때가 아니라서 이 동영상은 전 세계에서 막대한 인기를 끌며 말도 안 되는 조회수를 찍었다.
영상을 처음 봤을 때의 나는 내 악명에 의해 그러잖아도 엿 같은 여론이 더 끔찍해지리라 생각했지만.
해당 동영상은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결과를 만들었다.
‘저런 힘을 가진 애들이 졌다면 관리국은 할 일 다한 거 아닌가?’
‘왜 저런 애가 정체를 숨기고 살았지? 그전까지 거의 무명인 거 보면 의도적으로 관리국이 정보를 통제한 거잖아.’
‘너무 강한 힘이 공포를 불러일으킨다고 판단한 거 아닐까?’
‘아니면, 저 정도 힘이 있어도 고전하는 적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숨기기 위해서? …아니 나 상상하니까 좀 무서워졌다. 토하고 올게.’
해당 동영상에 달린, 인기 코멘트.
모두 다른 언어였지만, 자연어 해석기는 그 경계를 뛰어넘어 그들 모두가 의견을 나누게 해주었고.
적어도 해당 동영상의 시청자들은 관리국에 관해 옹호. 아니면 중립적인 의견을 내비치고 있다.
이것은, 관리국의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흐름이었고.
저러한 동영상이 인기를 끈다는 사실을 알아차린 수많은 관심병 종자들이 전쟁터로 나가 영상을 찍어오기 시작했다.
물론 그러다 뒤지는 놈도 한둘이 아니었지만, 조회수에 목숨을 건 바보들은 어디선가 끊임없이 생겨났고.
여태까지는 그런 관심병 종자들을 최대한 통제해 온 관리국도 일손이 부족한 탓에 그런 존재를 모두 잡지 못하고 있다.
아니, 어쩌면 이 흐름을 보고 의도적으로 놔두고 있을지도.
높으신 분들 생각을 내가 어찌 알겠는가.
“…쯧.”
순간 감정이 험악해진 나는 혀를 차며 다음 동영상을 보았으니.
이번엔 관리국이 패주하는 장면을 담은 영상이었다.
원거리에서 찍어 사람 한 명 한 명이 죽는 장면은 보이지 않았지만.
도망치는 보병들을 짐승의 모습을 한 이계의 적이 덮치는 장면은 거기서 무엇이 일어나고 있는지 충분히 상상할 수 있게 만들어 주었으니.
상상력을 자극하며 이어지던 영상은 본디 보병들이 있던 자리에 무수한 포격이 쏘아지는 것을 마지막으로 끝을 맺었다.
그것을 보고, 코멘트를 훑었다.
슬ᄍᅠᆨ 보아도 정신 건강에 악영향을 끼칠 것 같은 코멘트가 많아 세세한 문장을 읽진 않았지만.
절반 정도의 코멘트가 방위대가 저렇게 비장하게 싸우고 있다고 놀라워하는 내용이었고.
절반 정도는 그래 봐야 패배한 채 도망가는 관리국이라는 비판.
극히 일부의 사람 목숨을 돈벌이로 쓰는 촬영자라는 욕설.
뭐, 어찌 되었건 저들에게 전쟁터의 참상을 인지시킨 것 자체는 확실한 것 같지만 말이다.
대부분의 코멘트에 ‘이렇게 전쟁이 처참할 줄은 몰랐다,’ 같은 내용이 들어있었으니까.
다만, 저런 코멘트에 대해서도 약간의 씁쓸함이 피어난다.
특히 내 시선을 잡아끄는 것은, 왜 방위대원만 보이고 영웅들은 보이지 않느냐는 코멘트.
보병 사이에서 사라지는 색색의 점이 모두 영웅이란다.
그렇게 코멘트를 달아주고 싶은 마음이 솟구치지만, 그런 욕구를 참아내며 영상을 껐다.
이 이상 코멘트를 본다면, 키보드 워리어의 영혼 혹은 감정을 주체하지 못해 폭주하고 말 것 같으니까.
아무튼, 이런 상황이다.
나를 위시한 잊혀진 영웅들 다수는 자신들의 정보를 담은 인터넷 위키 항목이 초 단위로 수정될 정도의 인기인이 되고 말았다.
라이브러리안은 지형이 바뀔 수준의 현실 조작이 촬영되었고.
미샤는 터벅터벅 방위대원 사이에서 걸어 나와 번개의 비와 함께 적을 구워 버리는 장면이.
천하일검은 검을 한 번 휘둘러 적의 척후대를 전멸시킨 뒤, 천천히 몸을 돌려 드론 카메라와 눈을 마주친 후, 손을 뻗어 무언가를 날려 드론을 박살 낸 장면이 찍히고 말았다.
물론 저 셋만 찍힌 건 아니고, 다른 이들 또한 촬영되었으며, 구 S급 영웅 외에도 그에 준하는 수많은 A급 영웅의 활약들이 촬영되었다.
이어, 저런 괴물 같은 영웅들과 같은 급수로 단기간 만에 올라선 얼티메이트는 대체 무엇인가 하는 여론과 함께 뜬금없이 얼티메이트의 주가도 폭발했다.
이런 예상치 못한 인기는 관리국에 대한 부정적인 감정을 상쇄시켜주었으니.
얼마 전까지만 해도 통계적 오차 제외 만장일치 수준으로 관리국에 부정적 평가였던 여론 조사를 이제는 그래도 1:9. 아니, 2:8 정도는 나올 수 있게 만들어 주었다.
물론 숫자로 보면 얼마 안 되는 이들이지만, 중요한 것은 그들의 존재 그 자체.
부정적 평가 만장일치 수준일 때는 한도 끝도 없이 우리에 대한 평가가 악화되었다.
‘관리국 인원 전부를 총살해라.’ 같은 혐오 발언이 공공연히 나돌 정도로 말이다.
그래도 이제는 그런 발언에 대해 ‘심정은 이해 가지만, 아무리 그래도 그런 말을 입 밖으로 내기에는 조금 그렇지 않으냐,’ 하는 정도로는 악의가 약화되었다고 해야 할까.
결국, 교수형이든 총살이든 우리가 죽어야 할 놈들이란 사실은 그대로인 것 같지만.
그리고, 각국이 군대를 파견해주는 것은 여전히 소식이 없다.
전쟁의 참상을 모두가 깨달은 것 자체는 나쁘지 않지만, 그것이 대해 세계를 지킨다는 인류 공동체적 결론이 아닌, 30년 전 막 구멍이 열렸을 때처럼, 우리가 살아야 한다는 인식으로 치달은 게 큰 문제.
즉, 어차피 질 전쟁터에 가서 병력 낭비하지 말고, ‘우리나라’나 잘 지키자는 의견이 커졌다.
그 결과가 각 국가의 군비 증강과 그래도 관리국 방위대원을 그냥 죽게 놔두는 건 조금 찔리니 장비 일부를 지원해주겠다는 의사 표명 정도뿐.
“결론이
지옥
같구만.”
그렇게 또 다른 국가가 탱크 몇 대 좀 보내준다는 뉴스를 바라보며 혀를 차는 찰나.
“저도 그 의견에 찬성해 볼까요.”
“#$@$@%!”
등 뒤에서 갑자기 들려온 목소리에 놀라 비명과 함께 핸드폰을 내던졌다.
누군지는 이미 파악했다.
단지, 몸이 머리가 인식한 것보다 빨리 반응했을 뿐.
그렇게 나는 내 등 뒤에 자리한 반투명한 소년에게서 시선을 돌린 채, 벽을 향해 빠른 속도로 날아가는 핸드폰에 시선을 맞추었으니.
아, 저것도 박살 나겠구나.
벽을 부술 정도의 힘이 담기진 않았지만, 정밀 기계인 핸드폰은 박살 나기에 충분한 힘이 담긴 속도.
그렇게 내가 내 핸드폰에 대한 명복을 빌던 찰나.
아무런 전조 없이 시야 속의 핸드폰이 사라지고.
“소중히 다루시죠. 이하람 님 월급으로는 비싼 물건이니까요.”
소년의 목소리와 함께, 조금 전까지만 해도 공중을 날던 핸드폰이 내게 들이밀어졌다.
“…아. …응. 고맙다.”
나는 멍하니 말을 내뱉으며 핸드폰을 건네받았으니.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는 알고 있다.
눈앞의 반투명 소년.
즉, 공간계 마법의 스폐셜리스트인 세이니가 내 핸드폰을 구원해 주었을 뿐인 이야기.
물론, 지식으로 이해했다 한들 몸과 뇌에 피어나 버린 당황이 사라진 것은 아니었기에 내 반응이 어정쩡한 건 그대로.
당황의 원인은 역시 ‘왜 세이니가 내 방에 있지?’라는 의문.
그렇지만 그런 내 당황이 무색하게도.
“바쁘신 와중에 죄송합니다만, 알려드릴 정보와 여쭤볼 질문이 있네요.”
세이니는 내 당황한 표정과 어투에도 어떤 반응을 보이지 않은 채, 제 할 말만을 내뱉기 시작했다.
아니 그야 당연히 용무가 있어서 왔겠지.
적어도 날 놀래키려고 온 건 아닐 거 아냐.
중요한 건 그게 아니잖아.
“…아니 그건 알겠는데, 그런 일에 왜 니가 왔냐.”
평소라면…. 알’셸이….
…아.
“음? 무슨 말씀이신지 모르겠네요. 평소에도 제가….”
“아니, 미안. 내가 착각했다.”
내 실수를 자각한 나는 곧바로 세이니의 말을 자르며 사과했다.
그래. 세이니가 대신인 거구나.
알’셸의 존재가 사라졌으니, 그나마 말이 잘 통하는 데다가 공간 마법으로 신출귀몰하게 움직일 수 있는 세이니가 내 연결책이었다고 덮어 씌워진 것 같다.
“그런가요? 그럼 저희도 바쁘니 곧바로 본론으로 넘어가도록 하죠.”
세이니는 그런 내 반응에 너무나도 쿨한 반응만을 남긴 채 말을 이어 나갔으니.
“우선, 알려드릴 정보입니다. 결사는 이번 전쟁에도 총 전력을 동원할 생각입니다.”
음. 그건 고마운데….
그래서 뭐?
“…그건 내가 아니라, 관리국 지휘부 놈들한테 알려야 하는 게 아닐까.”
아니 진짜로, 내가 그 정보를 지휘부한테 전달이라도 하라고?
“당연히 여기 오기 전에 그분들에게도 그리 알려드렸죠. 그런데 영 안 믿는 눈치니 이하람 님에게도 따로 말씀드리는 겁니다.”
아, 그러시군요.
그런데 별로 도움 안 되고 관심 도 없는 정보인데 말이지.
솔직히 저 녀석들은 성격상 이런 전쟁에서 힘을 아낄 애들이 아닌지라 당연히 그리 행동할 거라고 당연시 주제이기도 하고.
사실 완전한 전력을 아닐 것이다.
한 70~80% 정도 아닐까.
저 녀석들이 이계 출신치고는 인류에게 친화적이긴 하지만, 자신들을 모두 갈아 넣어서까지 인류에게 승리를 안겨주고 싶진 않을 테니까.
전쟁터에서 전멸하더라도 조직이 남을 정도의 인원은 남기겠지.
물론 내 추측일뿐더러, 실제로 그렇게 움직인다고 하더라도 그리 틀린 판단은 아닌 데다가, 그 정도면 충분히 전력이라 해도 될 수준이니 따로 태클은 걸지 말도록 하자.
상대가 알’셸이었다면 이걸로 말싸움하며 문어 대가리의 속을 긁은 후 한두 방 때려 주겠지만 말이다.
내 그런 떫은 생각이 표정으로 드러난 것일까.
“별로 관심이 없으신 눈치시네요. 하긴, 중요한 건 다음 질문이죠.”
세이니는 속을 긁는 것 같으면서도 아닌 것 같은 수준의 말을 내뱉고는, 내 반응을 무시한 채 입을 열었다.
“자. 그럼 질문, 아니 허가라 해야겠군요. 이하람 님은 린슈아 님이 전장에 나가서도 괜찮으신가요?”
“뭐?”
그리고, 그 질문은 내 뇌를 일순간. 아니, 장시간 정지시켰으니.
“말 그대로의 의미입니다. 이번 전쟁에서 린슈아 님은 자신이 전장에 나가지 않으면 힘든 전투라 판단하셨습니다. 그렇지만, 저희 또한 저번처럼 특수한 상황도 아닌데 참전하시는 것을 반대했습니다만….”
정지한 내게 목소리가 들려온다.
말이 머리에 들어오긴 하였지만, 어떤 반응도 표출하지 못하였으니.
“…린슈아 님은 이번만큼은 어떤 일이 있어도 참전해야 한다고 하시더군요. 그래서 저흰 이하람 님께 허가를 받는다면 괜찮다고 말씀드렸고, 린슈아 님도 동의하셨습니다.”
말의 끝자락에서 이성이 돌아왔다.
마치, 이 결정을 내리기 위해서는 흠 없이 온전한 이성을 지니고 있어야만 한다고 하기라도 하듯.
그렇지만, 답은 이미 정해져 있다.
거부.
그 이외의 답은 없다.
강한 힘을 가졌다곤 하나, 린슈아는 아직 아이.
당장 눈앞의 세이니도 내가 거부할 것이라 확신하고 린슈아에게 저런 조건을 내걸었을 것이다.
그렇기에.
“당연….”
말이 멈췄다.
정말로 괜찮은 것일까.
인류의 위기 앞에서, 강대한 힘을 가진 이를 아끼는 것이.
심지어 본인도 참전을 바라고 있다.
당장 전장에 참여하는 영웅 중에는 자원해 참여한 미성년자도 종종 있는 판인데, 나는 내 딸이라고 린슈아를 특별 취급….
말이 멈춘 것은.
고민한 것은 그리 길지 않았다.
0.1초가 채 되지 않은 찰나.
그렇지만.
…내가, 고민했다고?
그것이 심각한 충격으로 다가왔고.
“…안 된다고 전해 줘.”
그 충격을 떨쳐내기 위해, 재빠르게 거부를 입에 담았다.
“예, 그리 전하도록 하죠.”
세이니는 그 말을 듣자 나를 슬쩍 쳐다보곤, 왔을 때처럼 순식간에 사라졌으니.
방에 남은 것은, 핸드폰을 손에 든 충격받은 아저씨 하나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