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r. Magical Girl RAW novel - Chapter (533)
마법소녀 아저씨 532화(533/671)
532. 시점 – 요원지화.
내 이름은 그린그린.
마법소녀이자, 영웅.
한때는 텔레비전 광고에도 자주 나올 정도로 인기가 있었지만, 지금은 그럭저럭 이름만 알려진 영웅.
그런 나는 지금.
“처 죽여!”
“죽으려면 한 놈 죽이고 죽어!”
전장에 서 있다.
그 어떤 때보다도 위험한 전장에.
요즈음 수많은 전투에 참여했지만, 이 정도로 끔찍하고 절망스러운 전장은 처음이다.
온 사방에 죽음이 가득하다.
죽음을 모르는 것은 아니다.
전장에 몸을 던진 이후, 죽음은 예전보다 몇 배나 가까워졌으니까.
그래도, 죽음에 익숙해지진 않는다.
내가 아무리 전장에 몸을 던진다 한들, 다른 사람이 죽는 것을 담담히 받아들일 수는 없을 것 같다.
그런데, 이 전장에는 그런 죽음이 가득하다.
내가 알던 전장의 죽음과는 전혀 다른 죽음이.
주변 영웅들이 힘을 합쳐 서로를 돕기에, 가끔 피어나던 죽음의 향기가 아닌.
최전선에 병사와 영웅이 섞여, 누군가가 죽음으로서 끝없이 피어나는 죽음의 악취가 나를 감싸 안는다.
병사는 죽는다.
그저 또 죽는다.
죽음에 익숙하지 않다면, 강제로 익숙해지게 만들겠다는 듯.
죽음이 끊이지 않고 이어진다.
그렇지만.
“도망치세요!”
나는 죽음에 반항하고 있다.
붕.
바람을 타고 돌진해, 레이피어로 변화시킨 마법봉으로 적을 찔렀다. 총알이 떨어진 것인지 총검으로 적을 찌르는 병사를 내려치려던 괴수를.
다행히도 괴수가 병사를 죽이기 전에 내가 괴수를 퇴치했고.
살아남은 병사는 나를 바라보며 잠깐 고개를 끄덕인 후.
다시 적을 향해 돌진했다.
퍼석.
방금 구한 병사가.
머리가, 터져, 죽었다.
“…아….”
비명을 지르고 싶다.
이 고통을 울부짖고 싶다.
그렇지만, 이를 악물고 다시 적을 향해 돌진한다.
내 고통을 내비치는 사이에도, 누군가가 죽고 있으니까.
내가 아픔을 다스리는 사이에도, 누군가가 죽을 테니까.
고통스러운 죽음에 둘러싸여, 적을 향해 나아간다.
좀 더, 앞으로.
좀 더, 적극적으로.
한순간에 사라질 병사들 대신, 내가 조금 더 많은 적을 떠안기 위해.
그렇지만 누군가가 죽는다.
최선을 다해도, 노력해도.
누군가가 죽는다.
나는 모든 이를 구할 수 없다.
누군가를 구하지만, 그 정도일 뿐.
누가 영웅이야.
과거의 나를 원망한다.
힘을 기르지 않고, 텔레비전 광고에나 나갔던 나를.
누가 영웅이냐고.
내가 조금 더 강했으면, 저 사람은 안 죽었어.
내가 늦게 도착한 탓에, 잘려 죽은 사람을 바라보며 나 자신을 원망한다.
대체 누가 영웅인데.
고통조차 내뱉을 시간이 없기에.
이를 악물고.
인내하며, 돌진한다.
적을 향해. 더 많은 적을 향해.
레이피어를 휘두른다.
그리고, 곧 알아차린다.
아. 이러면 안 되는데.
너무 깊이 들어왔다.
너무 강한 적을 만났다.
다른 영웅과 협공해야 할, 강적.
나 혼자서 쓰러트릴 수 없는 강적.
그걸 알아차린 것은 이미 적을 향해 레이피어를 휘두른 뒤.
캉.
레이피어와 적의 무기가 충돌했다.
쨍그랑.
그리고, 내 레이피어는 파괴되어 빛의 입자로 흩뿌려졌다.
죽는구나.
그 누구도 구하지 못한 채.
무기가 사라지니 쓰러지는 것은 빨랐다.
죽음을 받아들이자 생각이 멈춘다.
“그린그린!”
내 영웅명을 외치는 소리가 들리지만, 난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몸을 움직일 힘도, 새로운 마법봉을 소환할 힘도 남지 않았다.
붉은 불이 피어나지만, 불을 피운 것이 누군지도 보지 못하였다.
그저, 땅에 쓰러졌다.
검은 안개가 서린 그 밤으로부터 달려온 내 삶도.
이걸로 끝난 것 같다.
그러고 보니, 그날도 이랬었지.
압도적인 패배. 체념.
그리고, 땅에 쓰러졌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이 전쟁에 참가한 것? 아니면 그날? 아니면 영웅으로 각성한 날?
아마, 모두 잘못되지 않았을까.
시간을 되돌리더라도, 나는 어떻게 할 수 없어.
나 혼자 어떻게 할 수 없을 만큼 이 전쟁이 잘못되어있으니까.
이젠 정말 끝이네.
그리 체념하고, 눈을 감은 순간.
【시간은 높은 자리에 머물지니】
새로이 내린, 의지가 담긴 목소리가 전장을 지배한다.
하늘이 밤이 된 것처럼 검게 물들고, 땅은 희미한 빛을 밝히며 몽환적인 분위기를 풍기기 시작하였다.
전투가 일순 멈췄다.
새 이계침식을 해석하는 것일까.
아니면, 갑작스러운 사건에 당황한 것일까.
개인적으로는 후자라고 생각하지만.
그렇게 모두가 머뭇거리는 사이.
“가장 강한 자신을 상상하라!”
큰 목소리가 들린다.
방송에서, 전장에서, 자료로 수없이 들어와 익숙한 목소리.
얼티메이트.
가장 뛰어난 영웅의 목소리가.
전장 전체를 뒤흔든다.
“언젠간 도달할 자신의 목표를, 빛을 손에 넣을 수 있는 힘을!”
모호한 이계침식.
해석하기 나름이라는 교육을 이미 받았기에, 이계침식은 각자가 받아들이기 나름이라는 사실은 알고 있지만.
저 목소리로 인해 생각의 방향성이 유도된다.
니므롯이라는 이름을 가진 괴물의 목소리와는 다르다.
그 괴물의 목소리와 달리 확고한 진실이라 느껴지는 기이한 분위기도 없고, 가장 강한 자신이라는 애매한 것을 상상하기는 어렵다.
그렇지만.
그렇지만.
그렇게 해서, 도달할 수 있다면.
마음에 잠긴 이 감정을 벗길 수 있다면.
어두운 밤에 나타난, 검음을 두른 붉은 빛.
칠흑 같은 어둠에 잠겨, 빛나는 두 붉은 안광만을 빛내며 안개처럼 쫓아오던 그 괴물.
내 인생을 파괴하고 짓밟은, 밤의 어둠을 두려워하게 만든, 검은 악몽, 블랙 머라우더를 떨쳐낼 수 있는 자신을 상상한다.
그 괴물보다 강하고 빠르게.
더없이 강해, 누구에게도 지지 않을 자신을.
그리고.
파삭.
상상 속에서, 나 자신의 손발이 짓이겨졌다.
상상 속의 자신은, 한없이 강한 마법을 검은 안개에 날렸지만.
‘좋은 ■■ 하나 ■. 마법■은 ■에게 피해■■. 단순한 ■ 힘■ 수단일 뿐■.’
검은 안개는 붉은 안광으로 자신을 바라보며, 인간이 아닌 목소리로 고한다.
할 수 없다.
나는 저 괴물을 이길 수 없다.
상상은 반복된다.
손은 짓이긴다.
“…살려 주세요….”
발은 짓이긴다.
그리고, 괴물은 이해할 수 없는 소리를 지껄이며.
내게 돌을 쥐여 준다.
자신의 승리를 알리는 기념품처럼.
자신이 만든 예술작품처럼.
무한히 이어질 악몽.
상상에서조차 도달하지 못할 경지.
고개조차 들 수 없을 만큼 지친 나는.
손에 쥐어진 돌을 바라본다.
고개를 돌리고 싶다.
눈을 감고 싶다.
‘고난을 겪지 못한 자는 영웅을 자처하지 말라. 영웅은 스스로의 정의를 보여라.’
손에 쥐어진 악의로 가득 찬 문구는 내 행동을 허용하지 않는다.
자신의 패배를 영원히 후회하게 만들 문구는.
내게 남아 영원한 어둠이 되었다.
그래.
정의를 지키지 않았기에, 내게 내려온 악몽.
강제로 내려온 고난.
그것은 어쩌면 내 잘못일 것이다.
억지로 맡겨진 정의였다.
정의롭지 않다면, 밤의 어둠 속에서 그 괴물이 다시 나타날까 두려워 정의로운 일을 택했다.
그 누구도 하지 않으려는 궂은일을 도맡았다.
힘들었다. 지칠 뿐이었다.
그런데, 언제부터일까.
그런 것을 의식하지 않게 된 자신은.
손에 쥔 돈보다도.
사람 사이에 흐르는 명성보다도.
궂은일을 하지 않아도 되는 우선권보다도.
그저 내가 구해 준 사람이 내게 보여주는 미소 하나가 더 가치 있게 느껴졌던 그 순간은, 언제였을까.
전장에 나서는 것조차, 당연하다고 여긴 것은 언제였을까.
그래.
내가 바라는 미래가 그려진다.
나는 그 검은 괴물을 이기지 못하여도 좋다.
그저, 나는 보고 싶을 뿐이다.
내 주변의 사람들이 웃는 모습을.
지치고 지쳐, 어두운 표정이.
밝게 빛나는 것을.
그것을 위해서라면, 언제까지고 어두운 밤을 두려워하여도 괜찮다.
분명, 그들의 미소가 있는 한.
나는 견딜 수 있을 테니까.
그러니.
속삭인다.
그날의 어두운 밤을.
거기서 얻은 고통을.
뒤틀린 악몽이자, 이해할 수 없는 존재를.
명백히 잘못된 악의를.
그렇지만, 어둠에서도 싹은 핀다.
가장 어두운 밤에도, 새싹은 언젠가 떠오를 태양을 고대하며 기다린다.
이것이 나의 새로운 힘.
발현하기 위한 대가는 손가락 혹은 발가락의 파괴.
힘이 증가할수록 점점 더 대가가 상승할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본능적으로 깨닫는다.
큰 힘에는, 큰 대가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전혀 마법소녀답지 않잖아.”
쓴웃음이 떠오른다.
힘을 위해 자신의 팔다리를 기괴한 방향으로 부러트리는 마법소녀.
더 나아가, 전신이 파괴되고 온 구멍에서 피를 흘리는 대가로 힘을 사용하는 마법소녀.
그런 마법소녀가 어디 있을까.
그렇지만.
“내 꿈은 그런 거야.”
그 무엇으로도 꿰뚫어 볼 수 없을 만큼 어둡고 짙은 검은 안개가 내 왼손을 감싸 안는다.
뿌득.
있을 수 없는 방향으로 손가락이 꺾인다.
꺾여 부러진 것은 셋.
힘의 대가가 바쳐졌으니.
마음에서 우러나는 힘을 외친다.
“푸른 녹음을 자라게 할 녹색의 빛을! 오라! 생육의 빛이여!”
자연스럽게 흘러나온 말이 내뱉어지고, 어둠을 꿰뚫는 녹색 빛의 섬광이 내 주변에 내린다.
태양보다도 밝은, 그렇지만 눈부시진 않은 녹색의 빛줄기는 나를 중심으로 큰 원을 그리며 크게 세상을 감싸 안았고.
치유와 파괴가 피어난다.
“상처가 낫고 있어!”
아군의 힘을 북돋고, 상처를 치유한다.
“그를르륵?!”
적의 피부를 불태우고, 상처를 부패시킨다.
그리고.
숲이 자라난다.
대지로부터 피어난 녹음은, 세계를 감싸 안았고.
그 안에서, 나는 내 앞에 돋아난 나무를 쥐었다.
휘릭. 휘릭.
땅에서 피어난 넝쿨이 나뭇가지를 감싸고, 나무는 스스로 꺾이며 형상을 만들어 나간다.
온 사방의 녹음이 나를 위해 움직이길 십여 초.
내 손에 새로운 무기가 들렸다.
온갖 식물로 장식된 레이피어.
내 새로운 무기이자, 마법지팡이.
“가자.”
붕.
오른손에 들린 레이피어를 휘두르자, 바람을 가르는 감촉이 느껴진다.
꺾여 부러진 손가락의 통증이 날 자극해 오지만.
괜찮다.
지금 내 주변에 있는 사람들이 죽지 않으니까.
그렇게, 뛰쳐나가려는 순간.
“나, 스스로를 태워 삶의 불씨를 남기는 화로일지니. 불은 악을 태우는 힘이 되리라.”
옆에서 목소리가 들린다.
면식이 있는, 전장에서 만난 그녀.
나보다 강하지만, 불을 다룬다는 특성 덕에 가까이하기엔 꺼려졌….
…불?
“잠깐! 불은 안….”
“버닝 베스타!”
화륵.
버닝 블레이즈의 몸이 불타오른다.
고소한, 익숙한 향이 느껴진다.
고기가 구워지는 냄새.
평소라면 기분 좋은 냄새겠지만, 지금만큼은 달랐으니.
…스스로 불타고 있어?
설마, 제어에 실패한 거야?
압도적인 열기 탓에 버닝 블레이즈의 몸이 녹아내리고, 다시 들러붙기를 반복한다.
그 고통 속에서도, 버닝 블레이즈는 웃음 지으며 정면을 바라보았고.
“타올라라!”
“안 돼!”
내가 그리 외침에도 불구하고 붉은 불꽃이 버닝 블레이즈를 중심으로 퍼져나간다.
모닥불에 기름을 던지기라도 한 듯, 순간적으로 치솟은 거대한 붉은 불꽃.
버닝 블레이즈가 타오르는 것처럼, 나 또한 강렬한 불길에 휘말려 타오를 거라 생각했지만.
“…따뜻해?”
예상과 달리 뜨거운 고통은 존재하지 않았다.
그에 놀라 주변을 살폈고.
곧,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게 되었다.
세상이 불타고 있다.
그렇지만, 타오르는 것은 적과 버닝 블레이즈뿐.
타오르는 버닝 블레이즈를 중심으로 수많은 불씨가 은하수처럼 아름답게 퍼져나가고.
작은 불씨가 달라붙은 적은, 불씨를 떼어내려 하지만 아무리 발버둥 쳐도 불씨는 작아지기만 할 뿐, 사라지지 않은 채 끈덕지게 살아남아 결국 적들의 전신을 불태운다.
아군이나 내 식물에도 불씨가 달라붙긴 하지만, 불은 퍼지지 않은 채 순식간에 사그라들고 있다.
설마 저거 불씨 하나하나를 공격 하나로 취급하는 걸까.
분명 공격 한 번에 한 명의 적만 다칠 수 있다는 이계침식이 내려졌음에도, 수많은 적이 불타고 있으니 뭐라 할 말이 없다.
아니, 남 말할 처지는 아니네.
내 생육의 빛 또한 광범위 공격임에도 불구하고 적들을 계속 태우고 있으니 뭐라 할 말은 없는 노릇.
…자연환경으로 취급되는 거려나.
너무 상황에 딱 맞는 능력이 운 좋게 나온 느낌이지만.
아마 새로운 이계침식 덕분이겠지.
버닝 블레이즈도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한 게 아닐까.
힘을 위해 내가 손가락을 바쳤듯.
버닝 블레이즈의 대가는, 자신을 불태운 것이겠지.
사람들을 지키고 싶다.
그 마음가짐 하나로, 새로운 힘을.
지금의 도달하지 못할, 미래의 힘.
이거라면, 사람들을 구할 수 있다.
영웅으로서, 할 일을 할 수 있다.
“가죠.”
“가자!”
전장을 달려 나간다.
그렇게, 적진을 향해 달리는 것은 우리 둘뿐만이 아니다.
비록 우리만큼 특이한 힘을 얻진 못했을지언정, 다른 이들 또한 힘을 얻고 적을 밀어내기 시작한다.
그리고, 병사 중 일부가 각성한다.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자신이 새로 얻은 이능을 손에 두르며.
더 강한 자신을 바라고, 이 상황을 타파하기 위해.
그저, 적을 향해 달려 나간다.
지켜야 할 것을 위해.
“…스스로 타는…것도… 나쁘지 않을지도….”
…환청이 들리는 것 같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