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r. Magical Girl RAW novel - Chapter (535)
마법소녀 아저씨 534화(535/671)
534. 시점 – 쥐구멍의 끝.
태생적 차이에 대해 인지하고 있느냐고 묻는다면, 이 세계의 지성체, 인류는 알고 있다고 답하리라.
유명한 말이지만, 아이는 태어나는 환경을 선택하지 못한다.
사회적 위치, 유전적 정보, 성별, 거주지. 그 외 수많은, 이후의 삶에 영향을 끼치는 요소들.
그렇다면, 거기에 종족의 차이가 추가된다면 어떠할까.
처음 이 말을 들은 이는 인종이라는 개념에 대해 떠올린다.
그리고, 알고 있다고 답을 돌려주곤 한다.
심지어 이 세계의 지성체가 아닌, 다른 세계의 지성체, 이 세계의 말로 괴인이라 지정된 존재들조차도.
그들은 알지 못한다.
여러 종류의 지성체가 존재하는 세계에서 종족 차이가 어떤 것이며, 그것이 삶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졸’토.
종막, 끝, 돌아올 수 없는 길, 아득한 심연 등을 의미하는 해당 세계의 공용어.
그리고, 어떤 한 종족을 비하적으로 이르는 말.
세상을 이롭게 하는 마법 문명에 반하기에, 대지에서 살 것을 허락받지 못한, 땅을 파고들 수밖에 없는 우리에게 붙은 비하.
다른 지성체와 비교하여 그 어떤 우월한 점도 없는 존재들.
육체적인 능력도, 마법적인 힘도, 손재주도, 지성도, 수명도, 기술도, 문화도, 종족 번식도, 외모도.
그들의 시점에서 모든 것이 부족한 종족.
말이 통하는 유해 조수.
살려달라 구걸하는 정도의 지성은 있기에 그냥 죽이기엔 찝찝한 존재.
그나마 같은 구성원으로 취급은 해주었던 수인의 국가에서조차, 농노 이상의 가치를 지니지 못하는 계급의 말단에 드는 존재.
그것이 우리였다.
역사상 구심점이 될 만한 신화나 영웅조차 없었다.
개인이 세계를 멸망으로 몰아넣는 것이 가능한 세계였지만.
그것은 마법으로 힘을 쌓을 수 있을 때 가능한 것.
종족 단위로 태생적인 반마법 능력을 지닌 우리는 그조차도 손에 넣을 수 없었다.
그 반마법 능력이 강해 완전히 마법을 무효화하는 수준의 힘이라면 우리에게도 어느 특수한 가치가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우리에게 주어진 반마법 능력이란 몸이 마력을 받아들이지 못하며, 다수의 동족이 모여야 겨우 마법을 왜곡시키는 것이 가능할 정도의 힘.
모여 있다면 문명의 근간을 지탱하는 마법이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게 만드는 정도의, 몰살시키기엔 불쌍한 ‘귀찮은 존재.’였을 뿐.
그렇게 모든 것을 손에 쥐지 못한 존재는 그저 소모될 뿐이다.
40주기라는 태생적으로 정해진 짧은 삶조차도 채 절반을 살지 못한 채, 그저 죽어간다.
고통에 허덕여도 자신 주변의 닮은 이들은 또한 모두 같은 고통을 토하기에, 자신의 삶이 불행하다는 사실조차 인지하지 못한 채. 그것이 일반적인 삶이라 자각하며.
물론, 어디나 이레귤러는 있는 법.
이것은 한 아이의 이야기.
핏줄을 타고 올라도 특출난 것 하나 없고, 특수한 힘도 지니지 못한.
어디에나 있는 평범한 쥐의 이야기.
* * *
그 아이는 땅을 팠다.
아이의 동족이 그렇듯, 땅을 파는 것은 고통스럽지 않은 일이다.
다른 종족은 얻을 것이 없다면 더럽고 비좁으며 어두운 땅이 아닌, 신의 은혜, 마나가 빛이 되어 쏟아지는 대지에 머문다.
그렇기에 어둡고 눅눅한 땅굴은 아이에게 있어 자신을 괴롭히는 이들이 없는 안식처였다.
깊고 넓게 파 숲에 도달하면 뿌리를 갉아 먹거나, 시체를 모아 버섯을 키우는 것도 가능한 아늑한 장소.
종종 농부나 모험가가 땅굴을 보고 불붙은 기름병이나 화염 마법을 쏟아 넣곤 하지만, 그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그들에게 있어서도, 말은 통하는 존재가 내지르는 비명은 반나절 정도 밥맛을 떨어트리는 일이기에 눈에 띄지 않는 처리법을 선호하기 마련.
그것이 설령 일이 아니라 재미를 위한 목적이라 하더라도, 시체를 치우지 않아도 된다는 장점이 있으니.
그것은 아이의 동족에게 있어 너무나도 당연한 삶이다.
아이의 부모가 불타던 와중, 아직 다 완성하지 못한 좁은 굴로 아이만을 필사적으로 대피시켰듯이.
저 멀리 수인의 땅에 도달하면 적어도 땅굴에 불덩이가 떨어지진 않고, 땅을 파느라 손톱과 손가락을 잃어버린 손이 아닌, 쥘 수 있는 돌로 흙을 가다듬을 수 있다곤 하지만, 어디로 가야 그 땅에 도달할 수 있는지 알지 못한다.
그렇기에 아이는 땅을 판다.
부모가 들려준 안식의 장소가 세상 존재함을 믿으며, 몇 번이고 다치고 아물어 뒤틀린 손으로 땅을 팠다.
할 줄 아는, 배운 것은 그것뿐이었기에.
아이는 죽음의 순간까지 그것을 반복할 터였다.
언젠가 불타 죽거나 굶어 죽거나 노리개가 되거나 깔려 죽거나 병으로 죽을 때까지.
그렇지만, 아이는 손을 다쳤다.
날카로운 아픔이었다.
단단한 흙을 파느라 짓무른 아픔도 아니오, 날카로운 돌에 손이 베인 것도 아니다.
그 새로운 아픔에 아이는 의문을 품었다.
그리고, 이 종족이 지성체라는 것을 증명하는 호기심을 품었다.
호기심을 품은 지성은 자신을 상처입힌 원인을 찾아 땅을 팠고.
아이는 시체를 발견했다.
먼 옛날 쓰러진 전사였던 것인지, 너무나도 오래되어 시체의 향취조차 남기지 않은 백골은 잔뜩 녹슨 단검을 손에 쥐고 있었다.
긴 세월 땅에 묻힌 단검은 무기라기보단 폐기물, 쓰레기에 가까웠으나.
아이는 자신의 살점을 떼어간 도구에 흥미를 품었다.
이것이 부모가 말해준 땅을 파기 위한 물건이 아닌가 하며.
아이가 들기에는 조금 커다랗지만 잡을 손잡이도 존재했으며, 날은 비록 녹슬었으나 단단해 땅을 긁어내도 부러지지 않았다.
아이의 부모가 꿈꾸며 만들었던, 부서지기 쉬운 돌 도구와 달리.
아이는 그렇게 단검을 손에 쥐었다. 그것이 본디 무엇을 위한 용도인지도 모른 채.
시간이 지나, 아이의 손에 생긴 상처가 아물었다.
옛 대전의 훌륭한 단검은 그 내구성으로 아이의 좋은 동반자가 되어주었기에, 아이 또한 단검을 다루는 데 익숙해졌다.
비록 그것은 무기를 다루는 방식이 아니었지만, 아이에게 단검은 손의 연장선이나 마찬가지가 되었다.
땅을 팔 때도, 버섯과 나무뿌리를 자를 때도, 높은 나무를 오를 때도 단검은 아이의 손톱이 되어 주었다.
긴 시간이 지났다.
아이는 여전히 아이였지만, 운이 좋은 아이였다.
굴이 발각되어 불덩이가 떨어지는 일도 없었고, 땅을 파다 도시 아래로 파고드는 바람에 중력 마법으로 굴이 무너져 압사당하는 일도 없었다.
그렇지만 행운은 언젠가 끝이 나는 법.
머리 위를 지나는 숲의 향기를 느낀 아이는 굴에서 나왔다.
혀를 마비시키는 달달한 과일은 아니더라도, 입을 적시는 이끼나 씹을 맛이 있는 구근은 숲에 있는 법.
그렇게 숲으로 나온 아이는 푸른 과일을 발견했다.
언젠가 부모님이 따다 주신 과일.
약간 시큼하지만 그걸 뛰어넘는 단맛이 있는, 톡톡 터지는 알 여럿이 뭉친 과일을.
과일에 정신이 팔린 탓일까.
아이는 느끼지 못했다.
숲이 다른 존재가 있음을.
두려운 다른 지성체의 존재를.
“…졸’토 아■? 왜 ■■데 ■지?”
제대로 된 교육을 받지 못한 아이는 공용어를 알아듣지 못한다.
아이의 부모는 그럭저럭 대화라고 할 법한 언어를 사용할 수 있었으나, 그것을 넘기기 전에 불에 타 대지의 비료가 되었다.
그렇지만, 목소리에 담긴 적의만큼은 알아차릴 수 있었다.
아이는 시선을 돌려, 목소리의 주인을 마주 본다.
가느다란 선을 지닌, 푸른 눈과 그 눈의 색만큼 창백한 피부가 특징인 장생종.
육체적 능력은 약하지만, 마법적 능력이 뛰어난 이들.
그리고, 그 내면에 자리한 잔혹함으로도 유명하다.
“마침 ■■해보고 ■■ 마법이 ■■는데 잘■네.”
마법사는 푸른 결정이 빛나는 구리 지팡이를 쥐에게 향한다.
이러한 일은 일반적으로 일어나지 않는 일이다.
아무리 그들이 받는 대우가 열악하다 한들, 일부러 죽이는 것은 뒷맛이 씁쓸하니.
더욱이, 그러한 존재가 말을 할 줄 안다면.
“살려주세요! 살려주세요!”
아이는 부모에게 배운 말을 외친다.
그 말에 담긴 의미를 정확히 이해한 것이 아닌, 그저 배운 대로.
이리하면 높은 확률로 그들이 괴롭힐지언정 죽이진 않는다는 사실을 알기에.
“하하, 그■ 죽이■ ■■지잖아?”
그렇지만, 눈앞의 상대는 일반적인 상대가 아니었다.
양심의 가책이 없는 이.
그녀의 종족이 잔혹하다곤 하나, 사회에 섞여 사는 이상 감춰질 본성이 이성을 지배한 이.
자신보다 약한 상대를 향해, 그러한 본성을 내보일 준비가 된 이.
차라리 말 못 하는 동물이라면, 감정을 이해하기 어려운 존재라면, 괴롭힘을 통해 돌아오는 절망이 없어, 희열을 느끼지 못할 상대라면 이야기는 달라졌으리라.
아이는 언어를 입에 담았고, 공포를 내보였다.
여성의 푸른 눈에 희열이 깃든다.
희열은 열락을 이끌어 내고, 본능에서 피어나는 감정은 행동의 여유를 만들었다.
아이가 뛰어들었다.
본성, 갓 태어난 아이가 상대를 향해 주먹을 휘두르듯, 생명 그 자체에 깃든 움직임을.
당황한 마법사가 마법을 발현하지만, 찰나 동안 마법이 지연되었다.
아이의 종족적 특성에 의해.
그 시간은 정말로 찰나.
평소엔 인지할 수 없는, 덧없이 짧은 시간.
마법사는 자신의 마법이 평소보다 늦게 발현되었다는 사실조차 인지하지 못하였다.
마법사의 반응이 늦은 것은 그녀가 만들어 낸 여유.
아무것도 없다고 생각한 상대가 자신에게 해를 끼칠 수 있다는 것을 인지하지 못한 빈약한 상상력.
자신의 힘에 취해있지만, 일반적인 마법사조차 되지 못하는 덜떨어진 실력.
그렇지만, 그 모든 요소가 있다 한들 마법은 발현되었으리라.
아이를 살린 것은 아이의 종족이 만들어 낸 찰나였으며.
이제는 아이의 발톱이 된 단검이었다.
지금까지 제 역할을 다하지 못했던 무기는, 아이의 손에 들린 뒤 처음으로 제 역할을 하였고.
마법사의 창백한 피부에 어울리지 않는 붉은 피를 피웠다.
따뜻한 피가 아이를 감싼다.
대지에 내리는 빛의 따스함을 느끼지 못한 아이가 느낀, 첫 따스함.
지금은 잃어버린, 부모님이 안아 줄 때와 같은 생명의 박동이 느껴지는 따스함.
아이는 잃어버린 따스함을 되찾는 방법을 알았다.
손에 쥔 희망의 도구로 자신을 괴롭히는 이들을 내려치면 된다는 사실을.
그것이 시작이었다.
작은 우연과 악의가 만들어 낸, 작은 종족의 작은 시작.
작은 시작은 무리를 이루고 힘을 얻었으며, 앞을 향해 나아가기 시작했다.
그렇지만 그들은 사회를 바꾸지 못하였다.
그들이 모인다 한들 그들은 종족의 한계를 뛰어넘지 못하는 약자였으며, 그들 또한 그것을 알기에 세계를 향해 무언가를 바라지 않았다.
그들은 그저 다른 이들에게 우연한 핍박을 받지 않을 집단이 되었을 뿐.
모여 살며 시비를 걸어 올 평범한 악당을 죽일 수 있게 되었을 뿐.
그렇게 아픔을 덜게 된 피가 섞이지 않은 가족은, 어떤 힘도 없었기에 멸망에서 도망칠 수 있었다.
그 누구도 그들에게 위기에 맞서 싸우길 요구하지 않았으며, 외부의 침략자라는 폭풍 속에서 그들의 존재를 인지하지 않았다.
받은 것이 없는 이들은 도망치기를 두려워하지 않았기에.
고향 세계의 멸망 앞에서 그 어떤 의무도 감정도 느끼지 않고 굴을 파며 도망쳤다. 그들이 배운 대로.
가장 가치 없던 존재는, 멸망한 세계가 남긴 유일한 존재가 되었고.
그들은 머나먼 세계를 넘어 안주할 땅을 찾았다.
비록 차별은 있으나, 그들을 같은 생명으로 대우해 주는 땅을.
그들이 바라던 허구의 이상향을.
그것은 작은 단검에서 시작되었다.
밤이 뜬 날, 피를 만들어 낸 작은 단검과 악의에서부터.
그, 내리쳐진 작은 손
녹슨 단검 날은
* * *
“잡았다. 침략자.”
살을 가르는 손맛이, 피의 따뜻함이 느껴진다.
화신체의 몸을 단검이 파고들었다.
이 한 번을 위해 얼마나 많은 죽음을 바라보았는가.
이 한 번을 위해 얼마나 긴 시간 인내했는가.
수많은 나의 죽음이 쌓여, 이 미래에 도달했다.
수없이 뻗은 허무하며 무수한 땅굴은, 결과를 맺었다.
“…뭐야.”
당황한 목소리가 들려온다.
“…또 다른 씨앗? 낙인된 세계의 생존자?”
무슨 소리인지 모르겠군.
그렇지만, 희열과 당황이 함께 깃든 말이란 사실은 이해할 수 있다.
적의 몸에 박힌 단검을 뒤튼다.
그로서 피가 뿜어져 나온다.
여느 때와 같은, 붉고 뜨거운 피가.
그렇지만, 이제 피는 따듯하지 않다.
지금의 나는, 더 따듯한 것을 알고 있으니까.
내가 쌓아온 모든 것을 불태울 가치가 있는, 안주할 땅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