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r. Magical Girl RAW novel - Chapter (543)
마법소녀 아저씨 542화(543/671)
542. 관점 – 린슈아.
지성체 대부분은 우리의 시선을 이해하지 못한다.
그들을 얽매고 있는 인과와 시간이란 개념은 잔혹하기에.
그래서 그들은 과거를 바라보고, 현재를 실감하며, 미래를 예측한다.
이것이 정상적인 감성일 것이다.
우리 또한 한때 그러한 속박에 매여있던 존재였으며, 화신체의 현신 또한 그러한 개념에 붙잡히니.
물론, 세계는 다양하니 모든 이가 미래를 아는 세계 또한 존재하지만.
그들은 미래를 지식으로 이해할 뿐, 경험으로 깨우치진 않는다.
그럼 지금부터 상상해 보라.
세계는 나무이다.
높이 솟은 나무.
그리고 지성체는 하나의 생명체다.
나무를 오르는 개미라고 해두자.
그렇다면 개미는 자기가 접한 나무의 줄기를 가장 친숙히 느낄 것이고, 머리 위에 피어난 가지들을 눈에 담으며, 뒤돌아야만 볼 수 있는 흙에 잠긴 뿌리가 있다는 사실을 인지할 것이다.
그것이 지성체의 시선이다.
뿌리는 분명 존재하지만, 흙이라는 망각에 뒤덮여 정확히 파악할 수 없고, 각자의 필요에 따라 꺼낸다.
곧은줄기는 굳건히 뻗어 나무의 온전함을 느끼게 한다.
그리고 앞으로 타고 오를 가지는, 개미가 가야 할 목표이며, 어찌 생겼는지 예측할 수 있는 대상이다. 비록 그것이 개미가 타고 오름에 따라 자라고 부러짐으로써 시간에 따라 형태가 달라질지라도.
물론 이 비유는 완전하지 않으며, 모든 세계에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세계엔 가지 없이 줄기 하나로 이루어진 나무도 존재하며, 뿌리가 이어진 대신 줄기가 여럿인 나무, 지면으로 뻗는 나무도 존재한다.
그렇지만 중요한 것은 그런 사소한 것이 아니다.
개미는 나무를 느끼지만.
우리는 나무를 바라본다.
나무 전체를. 그 형상을.
같은 종인 다른 나무를.
여러 종의 나무가 섞인 숲을.
숲을 품은, 광활한 대지와 세계를.
그러한 장면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은, 적잖게 뒤틀려 있다.
개미의 시선을 아는 지성체.
차라리 몰랐으면 좋았을 것을 알고 있기에.
시선과 감성은 잊어버리려 해도, 망각으로 넘길 수 없는 개념이기에.
우리는 뒤틀려 있다.
개미의 시선과 삶을 알기에, 개미에 감응하며, 개미를 이해하고, 개미를 연민한다.
개미집에 금속을 부어, 그 형태를 본뜰 때.
개미의 비명을 들을 수 있다면.
그것이 마땅히 해야 할 일이라면.
그것을 행하는 이는 언제까지 본래의 자신으로 남을 수 있을까.
물론, 이 모든 설명은 비유이다.
개미와 인간의 차이보다 더 큰 차이가 지성체와 우리 사이에 존재하니.
그렇다면, 그런 감성을 지닌 채 살아가길 결심한 이에 대해 말해 보자.
태어나면서부터 점지된 아이.
확률상으로는 가능하지만, 그 가능성이 너무나도 아득하여, 불가능이라 평가되었던 일.
태어나면서 우리의 시선을 지녔지만, 지닌 힘이 모자라 경지에 아직 도달하진 못한 싹.
삶과 동시에 부정을 품은 불순물.
그러한 불순물을 세계를 이루는 질서이자 긍정이 받아들일까.
태어날 가능성은 존재한다.
그렇지만, 세계가 그것을 용납할 가능성은 없다.
긍정하는 자들은 정의를 실현한다.
질서를 위해 그러한 존재가 태어난 순간 해당 존재의 파멸과 관련된 모든 인과를 긍정한다.
육신을 가진 긍정하는 자라면, 아이를 직접 제거하려 할 것이다.
시선과 개념은 태어날 때 지닐 수 있다.
그렇지만, 힘은 쌓아 올리는 것이기에.
세계 자체가 발하는 악의를 견딜 유생체는 존재하지 않는다.
세계의 의지를 배반하고 아이를 긍휼히 여기는 자가 존재하더라도.
그자 또한 세계에 의해 파멸할 뿐.
그렇지만, 하나 가정해 보자.
그러한 존재가 태어난 순간.
태어난 아이를 마주한 부모가 세계의 의지를 거역할 만큼 강인한 의지를 지닌 존재라면.
대적자로서 서로를 향해 심어진 적의조차 거부할 수 있는, 굳건한 의지를 지닌 존재라면.
아쉽게도, 이 가정은 성립하지 않는다.
부모는 강대한 의지를 지니고 있지만, 세계를 상대할 만큼 강한 힘을 지니고 있지 않다.
힘이 모자라기에, 세계를 상대해 이길 수 없기에.
그렇다면, 또 다른 가정이다.
남긴 의지가 누군가에게 닿았다.
의지를 이어받은 누군가는 아이를 발견했고, 아이는 선택했다.
자신과 같은 향기를 지닌 존재를 전폭적으로 믿기로.
아무것도 모르지만, 아무것도 모르기에 품을 수 있는 순진함으로.
본래라면 그러한 애정을 받은 이는, 그것을 거부할 수 있었으리라.
세계가 그렇게 느끼기에, 지성체의 본질은 부정을 거부하기에.
아이를 인지한 순간 느껴지는 이질성에 대한 혐오감으로.
그렇지만, 그는 아이를 품었다.
그는 의지로 혐오를 집어삼켰고.
그는 힘으로 아이에게 흘러드는 세계의 악의를 거부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 부정을 품은 아이는 세계로부터 자신을 지킬 힘을 얻었고, 세계는 손을 거두었다.
세계 또한 부정과 힘을 지닌 의지와 적대할 생각은 없기에.
그렇게, 싹이 피었다.
물론, 이 모든 것은 실재하지 않는, 단순한 가정이다.
그러한 우연이 일어날 리 없다.
지금 이 아이는, 그러한 가정과 그 어떤 관계도 없다.
한 빌딩의 방 안에서 흙으로 무언가를 만드는 아이.
본디 무언가를 창조하는 아이의 손길에는 독창성과 정밀함, 그리고 과감함이 깃들어 있었지만.
지금 아이의 손길엔 평소와 달리 걱정과 불안이 깃들어 있다.
아이는 흔들리는 마음을 붙잡기 위해 좋아하는 행동을 하고 있지만.
그 행동마저도 지금의 불안한 마음을 붙잡지 못하고 있기에.
아이는 자신의 작품을 한 걸음 떨어져 바라본다.
부분이 아닌 전체를 바라보고자.
예술에는 작은 세심함도 중요하지만, 시야에 들어온 순간 상대를 잡아끄는 전체적 인상도 중요하기에.
“…으음….”
아이는 작품에 실망하고 있다.
무엇 하나 마음에 드는 측면이 존재하지 않는, 단순한 흙덩이.
몇 시간이고 손보았지만, 어떤 경지에 도달하기에는 어려워 보이는 단순한 실패작.
완성에 한 발짝 나아가기는커녕, 뒤로 후퇴한 작업.
아이는 알고 있다.
이 상태로는 작품은 결코 완성에 이르지 못한다는 사실을.
이 상황에서는 자신이 어떤 행동을 하더라도, 결국 아무것도 창조하지 못하리라는 사실을.
아이의 마음에 깃든 불안은, 무얼 하여도 거둬낼 수 없을 만큼 짙고 방대하기에.
그것을 알고 있음에도, 아이는 한 걸음 내디뎌 창작을 계속한다.
아이는 알고 있다.
아직 세계의 미래가 정해지지 않았다는 사실을.
그녀의 눈에 비치는 검은 미래는 확정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눈앞의 작품과 마찬가지로 아직 미완성의 세계라는 사실을.
그렇기에 그녀는 견딜 수 있다.
자신의 부하들, 가족들이, 아버지가 있어 밝은 미래를 향할 거라고 믿을 수 있기에.
아이의 존재 자체가, 이미 하나의 기적을 증명한다고 믿기에.
세상에 빛이 존재함을 믿기에.
그렇기에 아이는 불안을 지우고자 손을 뻗었고.
“…아….”
고개를 들어 탄식을 내질렀다.
미래가 검게 물든다.
아이가 바라지 않던 사상으로 인과가 결정된다.
막고자 했던 미래, 보고 싶지 않았던 미래.
몰랐으면 좋았을, 아이의 시선은.
‘아빠. 미안.’
아이를 움직이게 하였다.
‘분명, 혼나겠지.’
그렇지만, 그것보다.
더욱 중요한 것이 존재하기에.
아이는 자신의 몸에 깃든 힘을 펼치기 시작했다.
자신의 안에 깃든 부정을.
완성된 초월자의 힘을.
세계에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세계를 무너트리는 왜곡을.
동등한 왜곡이 없다면, 동족의 시선을 끌어들일 힘을.
그렇지만, 아이는 알고 있다.
우리가 바라보는 것을.
전장에 깃든 시선을.
아이는 동족이기에.
아직 영원을 겪지 않아, 그 순수함을 간직할지언정.
아이는 우리와 동족이기에.
본능에 따라 이미 일어난 일을, 세계를 고치려 한다.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자신이 할 수 있기에.
부글.
아이의 발치에서 검은 거품이 피어난다.
지성 없는, 그렇지만 이지를 지닌 생물체가 아이의 발밑에 자리하고.
쩌억.
검은 입을 벌려 아이를 집어삼킨다.
아이는 검은 점액을 통과한다.
세상에 존재해선 안 되는, 이치를 뛰어넘은 생물.
아이가 창조한, 특수한 생물.
순간이동, 공간 왜곡, 양면접붙임, 시간 정지, 인과역전.
그 모든 것과 다른 방법.
이계라는 무한한 바다를 건너 도달하는, 시간과 공간을 무시하는 이동.
동족의 편린이자, 필멸자에 손에 들려선 안 될 왜곡의 힘.
그렇기에 아이는 생각했다.
괜찮을 거라고, 하늘에서 바라보는 이들 말고는 그 누구도 이 이동을 눈치채지 못할 거라고.
그리고, 하늘에서 바라보는 이들은 이 전장에 간섭하지 않을 테니, 괜찮을 거라고.
부글.
향기 없는 거품을 넘어, 도달한 결전의 장소.
이어지지 않은 피붙이를 위해, 그녀는 손을 뻗었다.
아이도, 그도 바라지 않은 장소에 그가 닿는 것을 막기 위해.
제 혈연 아닌 아버지에게 섞인, 타인의 무한을 지워내기 위해.
아이의 계획은 성공했다.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여 아이를 이끈 거품은, 아이를 아이의 아버지에게 이끌었고.
아이는 아버지에게 손을 뻗어 흘러넘치는 절대자의 기운을 갈무리했다.
한 절대자의 영겁이 만든 감정과 기억, 품을 수 있는 한계가 존재하는 필멸자의 이성으로는 도저히 견딜 수 없는 짙은 악의는 아버지에게서 빠져나와 아이의 손에 결정이 되어 들렸다.
본래라면 이것으로 완벽한 해피엔딩이리라.
아이의 아버지는 끝의 기록을 얻었지만, 자신의 것이 아닌 무한의 고통과 절규를 짊어지지 않았고.
아이는 자기가 바라지 않던 미래의 줄기를 잘랐다.
이로써 검음이 피어나는 미래는 사라졌다.
누군가는 바라던, 그렇지만 아이는 바라지 않던 미래가.
본래라면, 그럴 것이다.
여기 있는 것이.
극(㘌)이 아니었다면.
본래 우리 사이에 태어난 순서란 존재하지 않는다.
시공간이라는 개념이 옅은 우리는 탄생의 인과가 엮인 순간 그 개체는 태초부터 존재한다고 정해지니.
그렇지만, 인과는 남는다.
지울 수 없는 인과. 탄생의 인과는.
극(㘌)이라는 뒤틀린 존재가 동족에서 가장 오래된 이 중 하나라는 사실을 나타낸다.
멸망의 기수.
극(㘌)은 동족이 지닌 멸망의 인과에서 다수 이야기되기에.
많은 이의 입에 올려진다는 것은, 그 존재가 그만큼 오래전부터 존재했다는 사실을 의미하기에.
기나긴 시간 동안 쌓인 그녀의 인식은, 있을 수 없는 것을 포착한다.
넘쳐흐르는 왜곡 사이에 깃든, 또 다른 왜곡을.
쾅.
그녀는 땅을 밟고 이미 처리가 끝난 마법소녀 앞에 도달하여.
공허에 잠긴 새로운 싹을 발견해 손을 뻗었다.
새로운 전개를 위해.
린슈아. 이 자리에 있을 리 없는 아이를 향해.
아이는 바다의 푸름은 알아도, 그 깊이와 넓음을 모르기에.
그러한 심연을 이해하는 존재가, 어떠한 존재인지 몰랐다.
같은 동족이라 해도, 그 성질에 차이가 있다는 사실을.
지금, 이때까지는.
“유희이자 안식은 끝이다. 애(㱯). 구해짐으로써 피어남이 확정된. 씨앗 없이 피어난 나무.”
극(㘌)은 예측하지 않았다.
극(㘌)은 바라보지 않았다.
극(㘌)은 알지 못하였다.
이 상황을, 이 흐름을.
그녀는 그저 멸망의 과정에서 피어나는 부산물을 부정하지 않을 뿐.
과정이 달라진다 한들 결과가 부정되진 않기에, 그녀는 결과에 이르는 과정에 손을 뻗어 얻을 수 있는 것을 손에 넣으려 한다.
그녀의 본질은 결과에, 끝에, 막을 내림에 있기에.
애드리브는 그녀의 특기이니.
설령 바라보지 못한 과거라 하더라도, 그녀의 행동에 문제는 없다.
극(㘌)의 손길이 뻗는다.
“피어나라.”
그 누구도 일어날 미래를 예측하지 못한 현재의 상황 속에서.
그녀는 극(㘌)이기에.
현재보다 빠르게 손을 움직인다.
극(㘌)의 손길이 살점이 닿고.
우득. 우드득.
초월자라 한들 으깨고 죽일 힘이 담긴 악의의 기운이 극의 손아귀에 붙잡힌 이를 향해 퍼져 나간다.
동족의 혈육을 지녀도, 피할 수 없는 멸망의 기운이.
그리고 그 모든 것이 끝난 자리엔.
검고 푸른 마법소녀의 혈육의 살점이 묻은 절대자의 손아귀만이 남았으니.
또 하나가 죽음을 맞이했다.
싹이 피어나기 위한 거름으로서.
검은 피거품만을 남긴 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