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r. Magical Girl RAW novel - Chapter (545)
마법소녀 아저씨 544화(545/671)
544. 끝에 이르다.
박수 소리가 귀에 거슬린다.
사람은 다섯 있건만, 박수 치는 이는 넷이고, 들려오는 소리는 다섯.
그 박수조차 제대로 박자를 맞추지 못하는지, 아니면 맞출 생각이 없는 것인지, 엉망으로 섞여 들려오는 소리는 신경을 자극했으니.
박수가 시작된 것이 그리 오래 지나지 않았지만, 결국 감정이 치솟은 나는 손을 들며 입을 열었다.
“뭐가 그리 즐거운 거지?”
내가 분노를 숨기지 않고 표출하자, 이어지던 박수가 끊겼다.
“내가 무슨 일을 겪고 여기 온 건지는 너희들도 잘 알고 있을 텐데.”
그 말과 함께 주변을 돌아보았다.
해골 왕좌에 앉아 고개를 기울인 자세로 지팡이를 끌어안은 채, 해골 장식이 섞인 경갑옷을 입은 피폐한 분위기의 강령술사.
질척한 검은 점액 구체에 몸을 맡긴 채 상어 이빨을 드러내며 웃는, 살아있는 옷과 융합된 괴물.
평범한 파이프 의자처럼 생겼지만, 은빛으로 빛나 가치가 드러나는 의자에 앉아, 책을 무릎 위에 올린 채 무뚝뚝하게 바라보는 안경 마법사.
파이프와 고철, 그리고 약물이 잔뜩 흐르는 투명 관으로 이루어진 기계 옥좌에 앉아, 흰 스팀과 소음을 뿜어내는 기계 랜스를 어깨에 짊어진 기계투성이 기사.
넷은 조용히 날 바라보았고.
짝.
마지막 박수 소리가 들리며, 공허에서 그녀가 걸어 나왔다.
얼굴 없는 여왕.
모순의 여왕.
비틀린 미소를 지은, 이방인이자 계획의 설계자를.
그렇게 모든 이가 모인 고요 속에서, 침묵이 흘렀고.
아직 상황을 완전히 이해하지 못한 나는 참을성을 잃어버리며 입을 열었다.
“…이번엔 무슨 볼일이지?”
또 너희가 날 소환했을 거 아냐.
난 지금, 굉장히, 화나 있다고.
빨리 돌려보내.
운호의 원수를, 피의 대가를.
화신체 녀석에게.
“고독(蠱毒)을 알고 있는가?”
피폐한 목소리가 울려 퍼진다.
“고독이란, 저주. 독을 가진 생물을 가둬 서로를 죽이게 만듦으로써, 독과 원한을 응축시키는 과정.”
덜컹. 덜컹. 덜컹. 덜컹.
넷이 일어선다.
의자가 사라진다.
나는 그들을 바라보았다.
조용히 날 바라보는 그들을.
“…다른 녀석들은 어디 있지?”
이미 알아차렸다.
그래도, 되묻고 싶어졌다.
수없이 많던, 의자에 앉아 나를 바라보던, 나와 같은 근본을 공유하던 이들이 어찌 되었는지.
그들에게 직접 확답을 듣고 싶다.
“모두. 죽었지. 아니, 이미 죽은 녀석들이니 소멸이라 해야 하나.”
“무얼 위해?”
“도달하기 위해.”
“…내가 아는 방법은, 모든 관계를 끊어 버리는 것이었는데 말이지.”
프로히비션이였기에 도달할 수 있는 경지.
오로지 의지만이 남아 홀로 설 수 있는 자.
운호 하나조차 버리지 못하는 나로서는 도달할 수 없는 경지.
“도달하는 방법이 하나뿐인 결말은 없어. 저기 저 여왕처럼.”
그 말에 여왕을 돌아보자, 얼굴 없는 여왕이 손을 흔들었다.
남은 반대 손으로 자신의 얼굴을 뜯는 시늉을 하며.
“수많은 세계를 돌며, 자신과 근본이 같은 이를 모두 먹어 치운 광인. 그리함으로써 모든 인과를 끊고 온전한 하나가 된 여왕.”
“바보지. 고작 그깟 소원을 위해.”
처음으로 탐식자가 이야기에 끼어들며 여왕을 비꼬지만.
“말조심하렴. 그깟 소원이라니. 나에게도, 저기 저 마법소녀에게도 실례되는 말이란다.”
그러한 행동은, 정말로 분노를 내비치는 여왕에 의해 차단되었다.
지금까지 여왕이 보여주었던 감정이 모두 거짓말인 것처럼, 막대한 진실미가 담긴 분노에 의해.
“내 알 바인가?”
뿜어지는 분노에 대해 탐식자는 이빨을 갈며 여왕을 노려보지만.
둘 사이에 충돌은 일어나지 않았고, 이야기는 이어졌다.
“우리 중 누군가가 생각했다. 그 방법을 통해, 하늘에 이르자고.”
탐식자를 제외한 모두가 말한다.
모르는, 이야기를. 계획을.
“여왕은 한 개체의 광기였지만, 우리는 달랐다.”
“그 장소에 도달하기 위해, 모두가 승낙했다. 모두가 각오가 되었다.”
“우리 또한, 다른 방향의 광기. 하나를 위해, 모든 것을 버릴.”
“마음에 품은 정의를 위해, 자기 자신도 버릴 수 있을지니.”
“이러한 살육이 처음은 아니었어.”
“죽고 죽여, 한 손만큼 남은 것이 처음은 아니다.”
“이 아득한 계획을 처음 주창한, 세계를 넘는 쐐기가 될 망치를 만든 최초의 우리도 이미 오랜 세월이 흘러 소멸했지만.”
“무언가가 부족했다. 그저 죽고 죽이는 것만으로는 부족했다.”
“그렇지만, 우리는 반복했다.”
“시간이 흘러 이 계획이 파탄 나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했지. 이런 편법으로는 끝에 도달하기 힘들다는 것을 증명하듯, 다음으로 넘어갈수록 개체가 가진 힘은 약해졌으니까.”
그 말에, 하나처럼 움직이던 그들 사이에 균열이 생긴다.
실실 웃는 탐식자.
시체처럼 차가운 강령술사.
그 둘이 지닌 힘은, 어이가 없을 만큼 강대했고.
기계를 품은 기사와.
책을 품은 안경은.
강하긴 하지만, 앞의 둘과 비교해서 모자람이 분명했기에.
“모자란 게 무엇인지, 완전한 방법이 무엇인지. 아무도 알 수 없었다.”
“그렇지만, 멈출 생각도 없었다.”
“달리는 것을 멈추면, 놓아버린 모든 것이 허무해지니까.”
“그렇지만….”
말이 멈추고.
세상이 뒤틀린다.
끔찍한 기운이 서린다.
찍어 내리는, 짓누르는 위압감.
끝의 강림.
그에 놀라, 허공을 바라보았다.
조명이 매달린 무대 너머엔, 한 쌍의 태양이 떠올라있었다.
허무에 떠오른, 붉은 태양.
그것이 무대를 내려다보고.
팡.
농담인가 싶을 웃긴 소리와 함께.
내 몸이 폭발했다.
아니, 정확히는.
내 몸을 둘러싼 검은 옷.
검은 입자가 폭발하여 흩뿌려졌다.
전장에 흐르던 막대한 힘을.
극(㘌)의 힘을.
나 자신의 절규를 담은 힘이.
검은 입자로 무대에 흩뿌려지고.
나를 바라보며 네 귀퉁이에 서 있던 이들은, 입자를 받아 검게 물들기 시작했다.
“우리는 결국 실패한 이들.”
“근본에 기생하는 기생체.”
“실체를 가지지 않는다면 아무것도 아니지.”
“그러니까 그냥 삽질이었다고.”
탐식자도 이야기에 끼어들었다.
검게 물든, 입자로 이루어진 형체들이 다시 솟아오른다.
그들 본래의 모습을 간직한 채.
“이것으로. 한 존재가 탄생하는 인과는 고정되었다.”
거신의 안구에 달린 붉은 태양이 우리를 바라본다.
이 이야기의 종막을 알기 위해.
자신의 탄생을 보기 위해.
“남은 것은, 누가 되느냐 뿐.”
살기가 피어오른다.
서로가 서로를 향해, 입을 벌렸다.
그것은, 나를 포함한 모두.
상황을 완전히 이해하진 못하였다.
그들이 알려주는 정보는 항상 간접적이었고, 어려웠기에.
그렇지만, 지금 그들의 말은 대략적이나마 이해할 수 있었기에.
그들이 원하는 것을 이해했기에.
그들은 결국 모두 나이기에.
누군가는 이 기나긴 길의 끝에 도착함을 기뻐한다.
누군가는 자신의 광기를 표출할 수 있음을 기뻐한다.
누군가는 의미 없던 반복이 결과를 냄에 기뻐한다.
누군가는 그저 자신이 살아남았음을 기뻐한다.
각자가 품은 것을 드러내었다.
서걱.
아그작.
파직.
화르륵.
쾅.
각자의 공격이 서로에게 닿고.
다섯이 죽었다.
불타 죽은 이, 잡아먹힌 이, 짓이겨진 이, 목이 날아간 이, 몸에 구멍이 뚫린 이.
그렇지만, 모두 다시 입에 웃음을 담으며 일어선다.
이 자리에, 한번 죽는다고 포기하는 이는 없다는 것을 증명하듯.
재생하며, 서로를 노린다.
서로를 향해 지닌 악의가 없기에.
서로를 향해 지닌 관계가 없기에.
전략도, 연계도 없다.
그저, 가장 가까이 있는.
그때그때 눈에 띄는 이를 향해, 자신의 전력을 내비친다.
죽고, 죽고, 죽고, 죽는다.
그렇지만 일어선다.
혼돈 속에서, 어쩌면 인생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전투를 즐긴다.
우리는 나이기에.
결국, 하나에서 비롯되었기에.
고개 돌린다 한들, 전투 속에서 끓어오르는 열망을 부정할 순 없기에.
서로가 걸어온 인생을.
각자가 짊어진 짐을.
약속해 이어온 동료의 유지를.
품어온 긍지를.
모두 내버리고, 그저 열망에 몸을 내던진다.
아무도 타인을 원망하지 않는다.
아무도 자신의 꿈이 짓이겨졌음에 저주하지 않는다.
어쩌면, 그렇기에 이 계획은 실패했었으리라.
고독이란, 독만으로 완성되는 것이 아니었으니.
생물이 처절하게 죽음으로서 생겨나는 원망에 기반한 저주.
그러니, 이것은 고독이 아니다.
어떠한, 이름 없는 기적의 체현.
의지를 잃지 않고, 무너지지 않고, 꺾이지 않은 이들이 기나긴 길을 걸어 도착한, 우연이 겹친 무대.
의도적으로 재현하려 하더라도, 다시 만들 수 없는 무대.
그렇기에 우리는 웃는다.
서로가 지닌 지식을, 인생을, 기술을, 꿈을 받아들이며.
서로 섞여 하나가 되며.
원망 대신 열기로 고를 채우며.
서로의 머리통을 교환한다.
어떤 얼어붙을 것처럼 추운 신화에 나오는 천국처럼, 어쩌면 영원히 이러한 싸움이 반복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며.
서로를, 죽이고, 섞고, 잡아먹는다.
그렇지만, 영원은 허상이다.
끝은 찾아온다.
시작은, 한 마법사.
“…허무의 장.”
깨진 안경을 걸친 마법사는, 웃으며 입을 연다.
피로 칠해진 붉은 입술을 달싹이며.
파라라락.
손에 들린 책의 책장이 흩날린다.
낱장 한 장 한 장이 뜯겨나가며, 펄럭이며, 허공에 녹아든다.
막대한 힘이 피어난다.
모두가, 그녀에게 다가간다.
서로를 향한 적의가 없기에, 하나 죽이고 시작한다는 단순한 전략조차 없는, 장난이라 할법한 난투였으나.
모두가 승리를 갈망하기에, 자신이 패배할 생각은 없기에.
그녀가 펼치는 것이 자칫 잘못하면 넷 모두가 날아갈 대마법이라는 사실을 짐작하고, 공격이 집중된다.
그렇지만, 아직 그녀의 구슬 입자가 흩날리는 탓일까.
다섯 번째 죽음을 맞이해 재생 중인 그녀는, 모든 공격을 몸으로 받아내며 계속해서 집중을 이어가고.
“…발현.”
마지막 단어를 입에 담는다.
그녀의 책이 불타오른다.
그리고, 입이 피어났다.
아득한 공허로 이어지는 입.
모든 것을 삼키는, 익숙한 입.
그렇지만, 끝을 혐오하는 우리이니.
그것은 다른 존재이다.
우(愚)의 입의 열화판.
본래의 나는 알지 못하는, 다른 이의 피가 섞이며 알게 된 정보.
그렇지만, 열화판이라 하더라도.
모든 것을 삼키는 입이기에.
우리를 삼킬 수 있는 입이기에.
모두가 도망치며 자신의 소멸을 피하려는 사이.
“…무량심연.”
쿵.
강령술사가 땅을 내리쳤다.
가벼운, 마력의 흐름도 잘 느껴지지 않은 마법의 발현.
그렇지만, 그 결과는 거대했다.
쏟아지는 검은 영혼.
틀어막히는 입.
“과거, 세계의 멸망에서 한번 보았던. 입. 대처법은 알고 있지.”
“…보지 않았었다면?”
“나도 당했겠군.”
“그래.”
서걱.
목이 달아난다.
안경을 쓴 그녀는, 불타는 책을 안은 채 미소와 함께 스러졌다.
첫 탈락자.
그것으로, 전투는 더욱 격해진다.
수가 줄어든 만큼 각자에게 걸리는 공격은 더욱 강해지고, 힘을 이어받은 우리는 더욱 강하게 공격한다.
“고기 내놔아아아아!”
탐식자가 달려든다.
기사를 향해.
쥐어뜯기고, 잘려 나가고, 뭉개져.
엉망이 된 몸이지만 입만은 크게 벌린 채, 새로운 고기를 향해.
영원히 이어진 전투의 결말은 허무한 법이다.
서로의 피부에 상처 하나 내지 못한 채 천일 간 이어진 싸움이, 그사이 자라버린 머리카락 한 올로 인한 단 한 번의 방심에 결판이 나듯.
이 자리에서 육체적으로 가장 강인했던 한 존재는.
쾅.
기사가 온 힘을 담아 쏘아낸 찌르기 한 번에 폭사해 질척이는 육체를 잃어버렸다.
그리 강한 공격은 아니다.
기사 또한 탐식자와 비교하면 약한 힘을 지녔다.
이질적인 것은, 기사가 지닌 창.
각종 기계로 이루어져, 스팀을 뿜으며 엔진소리를 울리는 창.
미래 시대를 그린 SF 게임에서 볼법한, 괴상하게 생긴 창이지만.
나는 저것을 본 적이 있다.
언젠가의 모래사장에서.
언젠가의 열차에서.
끝을 꿰뚫었던, 거대한 창.
오직 끝을 해치우기 위해.
한 명의 승천자가 인생을 담아 벼려낸, 흉물.
탄생의 과정을 통해 끝에 발을 걸친 탐식자는 견딜 수 없는 무기.
그러한 무기를 손에 든, 인생을 바쳐 버려낸 무기를 손에 쥔 기술자이자 대장장이이자 기사는.
조용히 그 과정을 지켜보며, 새로이 자세를 잡았다.
넷은 셋이 되었다.
이제, 전투는 가속한다.
나도, 기사도, 강령술사도.
서로에게 공격을 날린다.
피해가 나뉘지 않는다.
집중된 공격은 서로를 짓이기고.
그저 그것만이 반복된 끝에서.
카강. 우득.
내 망치에 의해 창이 뒤틀린다.
강인한 창이었지만, 그 한계를 다했다는 듯.
창이 꺾임에, 기사는 잠시 행동을 멈추었다.
놀랐다는 듯, 경이롭다는 듯.
찰나의 방심.
서걱.
사신의 낫에 기사의 목이 날아간다.
그리고, 다시는 일어나지 않았다.
창이 꺾였을 때, 자신도 꺾여버렸다는 것처럼.
남은 것은 둘.
서로를 마주 본다.
격돌한다.
아니, 유린당한다.
나는.
죽는다.
죽는다.
한걸음의 대가로 수십 번 죽는다.
강령술사는 나를 차가운 눈으로 바라본다.
이제, 더 이상의 변수는 없으니.
모든 힘을 다하겠다는 듯.
이제 자신의 힘을 숨기지 않겠다는 듯.
그것이 나와 저 강령술사의 차이.
수천 년간 끝에 대항하여 싸워온.
무한한 시간 동안 다른 자신과 싸우며 단련된.
가장 강인한 나.
이길 방법은, 모르겠다.
그렇지만 포기하지 않는다.
내 꿈을, 내 삶을, 내 미래를. 다른 이에게 맡길 생각은 없기에.
죽어가며 멀어지는 이성 속에서도 한 걸음씩.
내 의지가 꺾일 때까지.
앞으로 나아간다.
몇 번이나 죽었을까.
얼마나 긴 시간이었을까.
이제 한 줌밖에 남지 않았다.
꺾이지 않으리라 믿었던 의지는, 영원은 존재치 않음을 증명하듯, 쌓여온 죽음 앞에 가루가 되었다.
남은 것은 손에 남은 한 줌.
이미 가루가 되었지만, 손에 쥐어 모양을 만듦으로써, 아직 남아 있다고 우기는 마지막 잔해.
그 속에서.
“약한 애 말고! 나랑! 놀자고!”
어디선가 탐식자가 튀어나왔다.
고기가 부족했는지, 머리만 남은 탐식자가 강령술사에게 튀어 오르고.
강령술사의 의식이 탐식자에게 향한다.
내게 향하는 집중이 옅어진다.
죽음이 멎었다.
영겁 속의 찰나.
그걸로, 충분했다.
탐식자가 다진 고기가 되는 순간.
망치를 휘둘렀다.
붉게 달아오른 망치.
내 영웅명의 모티브가 된. 필살기.
죽음을 각오했기에, 나를 보아줄 파트너가 없기에, 지킬 것이 남지 않았기에, 수십, 수백. 어쩌면 그 이상의 기나긴 시간 동안 쌓인.
전투의 시작부터 축적된 열기.
이제, 나조차도 휘두르기 어려워진 무게를.
휘두르는 것만으로도 몸이 망가지는 극한을.
“…한계 없는 추락. 저 너머의 도달점.”
중얼거리는 그녀에게 휘둘렀다.
결말은, 잊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