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r. Magical Girl RAW novel - Chapter (547)
마법소녀 아저씨 546화(547/671)
546. O급 괴인 – 니므롯(1)
내가 있어야 할 장소로 돌아왔다.
내 기준으로는 긴 시간이었지만, 이 세계의 시간 기준으로는 1초도 흐르지 않은 짧은 시간.
나 자신도 어떻게 그런 시간 변화를 인지하게 되었는지 자그마한 의문이 솟아오르긴 하지만, 이 또한 끝에 이르며 생긴 변화이리라.
“…아빠?”
아무튼, 그렇게 돌아온 날 맞이해 준 것은, 내 딸. 린슈아.
애(㱯).
이미 존재함이 확정된, 끝.
내. 동족.
“…잘못했어요…. 죄송해요….”
린슈아에게 최악의 결말이리라.
내가 끝이 되는 것을 막고 싶었다.
아니, 막지 못하더라도 그것을 최대한 뒤로 미루고 싶었다.
그렇기에, 내 말을 거스르고 전쟁에 참여했건만.
운호가 죽고, 나는 끝이 되었다.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수많은 우연이 겹친 결과로써.
“….”
이럴 때 무슨 말을 해줘야 할지 알 수 없었기에.
나는 조용히 입을 다문 채 린슈아의 눈물을 닦아 주며, 서서히 일어서 내 적을 보았다.
끝의 화신체. 극(㘌).
모든 일의 원흉.
가장 분노해야 할 상대.
극(㘌)이 린슈아를 죽인다고 린슈아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그녀는 죽지 않는다.
이름을 받아 확정된 인과는, 린슈아가 죽더라도 이 세계에 존재하는 육체를 버리고, 다음을 향해 나아갈 뿐이라는 사실을, 내게 전해 온다.
그렇지만.
그게, 내가 화를 거둘 만한 요소는 아니다.
죽지 않는다고 한들, 사라지지 않는다고 한들.
가족에게 손을 뻗고, 가족을 죽인 죄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기에.
운호가 죽었다.
그것만으로도, 내가 화를 낼 이유는 충분하다.
“…허.”
그런 내 적. 극(㘌)이 보인 첫 반응은, 헛웃음.
이게 대체 무슨 일인가 싶어 내뱉는, 숨이 가득 찬 말.
“파(破)가 되는 건 너이자 네가 아닌 존재였었다. 하지만, 달라졌다.”
그녀가 웃었다.
크게, 더 크게.
“두 번째 기적. 그래, 두 번째. 자, 함께 이야기를 나누자. 파(破). 이야기를….”
한없이 즐거워 보이는, 그녀는.
“필요 없어.”
쾅.
대지를, 아니.
대지라는 개념을 짓밟고 돌진한 내게 짓이겨졌다.
힘을 억제하지 않는다, 힘을 제어하지 않는다.
그렇지만, 대지는 패이지 않았다.
물리적인 작용 반작용이 일어나지 않았기에. 그러한 작용은 이런 전투에 있어 방해가 될 뿐이기에.
그렇게, 힘을 담은 망치는 극(㘌)을 꿰뚫었다.
온전히 극(㘌)을 부정하겠다는 내 의지만을 담아, 주변에 영향을 끼치지 않은 힘이.
그런 내 공격은, 극(㘌)이 화신체로서 이 세계에 내린 이후 가장 강렬한 일격이었으리라.
“커흑…. 컥….”
재생된 그녀가 피를 토하고 있다.
공격을 막고자 들어 올린 왼손은 짓뭉개져 본래대로 돌아오지 못하고, 망치에 꿰뚫렸던 배는 겨우겨우 재생했음을 증명하듯, 거대한 검붉은 멍을 피부에 남겼다.
…얼마 안 걸리겠어.
그리 생각하고, 피를 토하는 극(㘌)에게 공격을 이어가려던 찰나.
“…너. 누구냐.”
귓가에 익숙한 목소리가 울렸다.
그에, 나는 천천히 고개를 들었고.
거기엔, 익숙한 얼굴의 사형이 내게 검을 겨눈 것을 볼 수 있었다.
“…이하람이다만?”
“….”
내 말에 천하일검이 날 노려보았다.
날 향해 겨눈 검을 유지한 채.
그 반응에 의문이 피어, 고개를 돌려 주변을 보았다.
무기를 겨눈 것은, 천하일검만이 아니었기에.
수많은 옛 전우가 내게 적의를 드러내고 있다.
친애가 느껴지지 않는 얼굴로.
각자 그 강도가 다르긴 하지만, 나에 대해 의문을 품으며 날 노려보고 있다.
이건, 뭐지.
절대 내게 적의를 품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던 이들이, 나에게 적의를 내뱉고 있다.
그 안에, 의문, 불쾌함, 두려움 등을 담은 채.
지금의 내 모습이 블랙 머라우더 형태라 그런 것은 아니다.
그들은 내 이 모습에 대해 이미 짐작하고 있거나, 내가 그런 짓을 할 만한 녀석이라고 생각하고 납득했다.
그렇기에, 더더욱 이 상황에 대해 짐작 가는 것이 떠오르지 않던 와중.
“지성체는, 자신과 다른 것에 거부감을 가진다.”
고통 섞인 극(㘌)의 목소리가 울려 퍼진다.
“낯섦이란 곧 배척에 이른다. 이 세계의 철학자조차 그리 말했지. 그럼, 우리와 저들이 무엇이 다를까.”
극(㘌)의 낄낄거림이, 울려 퍼진다.
전우들의 적의는 나와 극(㘌) 모두에게 향해진다.
비록 극(㘌)을 향한 적의가 더 짙긴 하지만, 그건 위안이 되지 못했고.
“저들은 가장 깊은 곳에 존재하는 심연을 공유하지. 그것은 지성체로서 가장 큰 공통분모. 모든 것이 달라도 어우러질 수 있는 익숙함. 그렇지만, 우리는 거기서 벗어난 존재.”
툭.
극(㘌)의 손길이 내 어깨에 놓였다.
손에 묻은 질척한 피의 감촉이 역겹게 어깨에 달라붙지만, 나는 그것을 떼어 내지 못했다.
적의가 느껴지지 않았기에.
말에 섞인 진실이 날 얽맴에.
“둘러보아라. 파(破). 그들을. 스러져 가는, 멸망한 이들을.”
그 말에, 감각이 넓어진다.
날 바라보는 적의.
그에 대해. 나는.
…공감하지 못하였다.
그들의 적의는, 의문은.
그저 서류에 적힌 글자처럼, 단순하게 느껴질 뿐.
그 강렬한 감정에 이끌려 나 또한 무언가 치솟는 게 있어야 하건만.
지금 내가 그들에게서 느끼는 감정은, 그저 잔향처럼 잔잔한 무언가.
그것을 깨닫고, 사방으로 인지를 더욱 넓혔다.
수많은 사람이 죽어 가는 것이 느껴진다.
시체가 널브러진 것이 느껴진다.
그렇지만.
그에 분노가 피어나지 않는다.
널브러진 것은, 그저 개체 하나가 죽었을 뿐.
굴러다니는 것은 그저 시체일 뿐.
역겨움도, 동정심도, 감정도 피어나지 않는다.
아니, 분노는 피어난다.
그렇지만, 좀 더 사람으로서 근본적인 영역에서 무언가가 잘려 나간 느낌이 들고 있다.
사람이 죽었다.
그것은 당연히 분노해야 할 일이고, 큰일이다.
그런, 기본적인 동질감이 사라진.
“지금. 그들의 감정은 어떻지?”
갑작스레 들려온 극(㘌)의 속삭임.
놀라 몸을 살펴보았다.
검은 입자는 계속 들어오고 있다.
그들의 감정 또한 계속해서 내가 삼키고 있다.
그렇지만, 그것에 대해.
아무런 감정이 느껴지지 않는다.
그들의 감정이 내게 섞이지만, 그것은 그저 무의미한 활자처럼 하나의 정보로서 내게 잠길 뿐.
그들의 울부짖음이, 절규가. 내 의식을 혼탁하게 만들지 못하고 있다.
이게. 뭐야.
나는 달라지지 않았다.
나는 나 자신이 달라졌다고 느끼지 않고 있다.
그렇지만, 정말. 나는. 달라지지 않았나?
나는 정말로, 내가 맞는 건가?
나는, 내가. 나라고. 생각하는. 괴물이….
그 혼탁한 자문자답 속에서, 한 가지 말이 떠올랐다.
여왕의 말.
온전한 하나.
진리와 단절된 존재.
그 말뜻을, 마침내 이해했다.
나는 달라지지 않았다.
나는 그저, 잃어버렸을 뿐이다.
아무리 멀리 떨어져 있더라도, 그 어떤 소통도 없더라도.
하나의 집단으로서 날 이어 주던 마지막 연결 고리를 잃어버렸다고.
생리적 공감.
사회적 약속.
유전적 본능.
종족적 동질.
뭐라 부르든 상관없다.
아니, 여왕의 말은 올발랐다.
지성체가 지성체이기에 가지는 것.
어떤 지성체를 만나더라도 공유하는 성질이 존재했다.
예를 들면, 감정.
예를 들면, 소통.
예를 들면, 관계.
비록 그것이 희미하거나, 이해하기 어려울지언정.
같은 지성체와 지성체 사이에 통하는 수많은, 어째서 이런 것이 전혀 다른 존재임에도 공유될 수 있는가 하는 기본적인 연결.
그것이, 끊어졌다는 사실을.
동료들은 내게 무엇을 느끼고 있을까.
몇 번이고 저 아래 의식의 깊은 영역에서 신호를 보내도 답변 하나 없는, 이질적인 존재에 대해.
무엇을 느끼고 있을까.
아마 동료들도 그 감각에 대해 무어라 설명하지 못할 것이다.
나 또한 여왕에게 저것에 대해 처음 들었을 때, 그게 정확히 무엇인지도 정말 내게 연결된 게 맞는지도 의심스러웠으니까.
그렇지만 그것은 확실히 내게 존재했고 모두에게 영향을 끼치고 있었다.
동료는 그것을 기반으로 나를 이질적인 존재라 느끼고 있다.
아마, 이것이 내가 끝이나 화신체를 보았을 때 느낀 위압감이나 혐오감의 정체이리라.
말이 통하지만, 이해하지 못하고 연결되지 못하는 괴물.
그 감각이 내게 느껴진다면.
그렇기에 동료들이 나를 나라고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면.
그것은, 해결할 수 있는 것일까.
사실, 그것만이라면 이리 충격받지 않았으리라.
블랙 머라우더의 모습을 드러낼 때부터, 불명예나 절망은 각오했으니까.
그렇지만, 또 하나의 변화는.
자 나신이 직접 느끼는 변화.
나 또한 사람들에게 느껴지는 동질감이 사라졌다.
머리로는 이해하고 있지만, 그들의 감정을 정확히 이해하지 못하고, 그들과 나 사이에 존재했던 추억의 중요성이 흐려진다.
그런 나 자신을, 사람이라 말할 수 있을까.
사람으로서 가져야 할 당연한 무언가가 사라진 존재를.
내가 가지고 있는 것인 줄 알았건만, 모두가 공유하던 것이 사라진 자신을.
“그래. 무시해. 이제 저들은 너와 관계없는 존재다.”
극(㘌)이 속삭인다, 달콤한.
동족으로서 이어졌기에 느낄 수 있는, 친밀함과 설득력을.
그렇기에.
우득.
손을 잡아챘다.
“…그게 이유는 안 되는데?”
내 손아귀에 잡힌 동족의 손이 뭉개지는 감각이 손을 타고 오른다.
그래. 분명 사라졌다.
인간으로서 중요한 것이, 이 세계를 살아가는 지성체에 대한 친밀함이 모조리.
그렇지만.
“애초에, 나는 사람들이 좋아서 세계를 지키던 게 아니라고.”
모자란 힘을 끌어당긴다.
타인의 감정을 집어삼킨다.
이제는 내게 어떤 감흥도 미치지 못하는 절규를.
“그래 인간이란 것들 대부분은 쓰레기야.”
우리가 세계를 지킬 때, 토마토와 돌을 던졌던 것은 누구인가.
우리가 존재하는 것이 죄악이라 낙인 지었던 것은 누구인가.
“그것들 대다수는 얼굴은커녕 이름을 기억할 가치도 없지.”
그렇기에 그들을 회색으로 보았다.
그들을 집단으로 인지했다.
그리 취급한다 한들, 내 삶에 어떠한 영향도, 의미도 없기에.
“그렇게 쓸모없으면 입이나 다물고 있지, 절대 있을 리 없는 기적을 찾아서 기도나 하지.”
신의 이름으로, 우리는 존재해선 안 될지어다.
지랄 마.
아무것도 못 하는 신이잖아.
“그런 주제에, 자기들이 세계에 한 짓은 잊어버리고, 우리한테 모든 걸 떠넘긴 채 잊어버렸어.”
그들의 원죄.
제물이 된 영웅들.
원치 않은 정의.
그것이 우리이고, 이 세계이며, 인간이란 존재다.
그래도.
“그게 죽을죄는 아닌 것 같거든?”
지금이 되니 알겠다.
그들에 대해, 감정적으로, 같은 사람이라, 그렇게 반응한 게 아니다.
나는 인간이란 존재를 싫어하고 경멸하지만, 그들이 그만큼 잘못했다곤 생각하지 않았다.
그렇기에 지키고 싶은 이들과 함께, 그들도 지키고 있을 뿐.
그것이 내게 남은 정의.
날 이루는, 가장 중요한 것.
이런 정의와 생각이 삐뚤어져있더라도, 보답받지 못하더라도, 괴물이라 듣더라도, 불명예로 남을지라도.
나는 이미 그것을 각오하고 이 검은 옷을 둘렀다.
그 하나가 변하지 않았기에.
설령 동료들이 무기를 들이민다고 하더라도.
“끝장을 보자 극(㘌).”
나는 내 길을 나아간다.
죽어야 할 만큼의 죄 없는 죄인들을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