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r. Magical Girl RAW novel - Chapter (558)
마법소녀 아저씨 557화(558/671)
557. O급 기록(7) – 수색대.
정찰, 혹은 수색이라 함은 무엇을 의미할까.
그야 적의 정보를 얻는 거지.
그럼, 적이 자신의 움직임을 숨기지 않고, 구성도 내보이고 있다면 정보를 얻는 의미가 있을까?
당연히, 의미가 있다.
적이 짐승 집단처럼 마구잡이로 공격해 오는 적이더라도, 일단 이성이 있다면 무언가 비밀은 존재하는 법이고, 우리가 알지 못하는 중요한 정보 또한 있는 법이다.
그건 상대방이 의도하건, 의도하지 않았건 자연스럽게 일어난다.
정보를 공유하는 한 팀이자 아군도 자기들끼리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만 말하기에, 상대에겐 별로 중요하지 않은 것이라 하더라도 이쪽 입장에서는 중요했던 것이라 나중에 왜 해당 정보를 전달하지 않았느냐고 싸우는 일이 자주 일어나니까.
한 팀조차 그렇게 투닥이니 적이라면 당연히 더 빡센 법.
이번 적은 자신들이 침공한 이유를 알려주었고, 이계침식은 아니지만 그와 비슷할 정도로 영향이 큰 괴상한 회색화 현상을 알려주었다.
그리고, 힘을 숨길 생각이 없는지 자신들의 군세가 향하는 장소와 그 구성도 환히 보이는 상황.
그렇지만, 그들은 가장 중요한 것을 잊어버렸다.
바로.
“…그래서 대체 수장이 누군데?”
짜증이 나는 가시돋힌 목소리가 내 입에서 튀어나왔다.
수색병이자, 저격수로서 해선 안 될 일이란 사실은 잘 알고 있다.
그렇지만, 꽃다운 나이의 여고생이 시궁창을 구르며 땅을 기고 오물을 덕지덕지 처바르고 있다면, 좀 짜증 내도 되지 않을까?
내 나이는 거즘 쉰.
그리고 꽃다운 여고생이다.
아니, 나도 이 생각이 매우 이상한 말이라는 건 잘 알지.
인터넷에서 말하는 하와와 군필 여고생이 실제로 존재한다고 말하면 그들은 뭐라 생각할까.
이게 다 내 안에 깃든 유성. 메테오르 덕분이다.
무슨 생각인지, 여자 고등학생의 몸에 깃든 나. 메테오르.
그런데, 그게 나 자신이라는 걸 잘 알아도, 불평이 없을 순 없지.
여고생으로서 인생도, 메테오르로서 인생도. 모두 온전히 섞여 나인 걸 받아들이며 정체성 혼란이 일어나지 않긴 하지만.
“결국, 뭐가 어찌 되었건 이번 인격은 여고생이란 말이지.”
그렇게 투덜거리며, 땅을 기었다.
적의 눈에 띄지 않게, 적에게 발각되지 않게.
당장이라도 더는 싫다고 짜증 내고 싶은 나 자신이 존재하지만.
메테오르로서 정체성이, 단순한 불평불만으로 막고 있다.
그러니, 열심히 땅을 기었다.
아무도 모르는 적의 수장에 대한 정보를 얻기 위해.
그렇지만, 해당 정보에 관해서도 불만이 있다.
적의 수장을 제외하면, 대체로 적의 구성은 다 밝혀졌다.
저번 전쟁에서 아군이었던, 괴인결사라 불리는 집단의 수장들.
그리고.
“…성녀.”
면식이 있는 폭력 무신론자 수녀.
“…천마검신.”
역시 잘 알고 있는 최강의 무인.
“…최초의 마법사.”
영웅명이 없는, 노환으로 죽은 대마도사.
미친 라인업이야.
눈에 띄면 한순간에 군필 여고생이었던 시체가 될 자신이 있다.
나름 상위권 영웅이라 자부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저건 아니야.
그리고 저 라인업을 보면, 하나 더 무서운 상상을 할 수 있다.
대체 저런 존재들을 강령술로 사역하고 있는 수장은 누구란 말인가.
칼라베라도 저런 짓은 불가능하다고 말한 판인데, 대체 얼마나 강한 존재여야 저런 강령술이 가능할지 예상도 되지 않는다.
황왕은 알고 있는 눈치던데….
언제나 그렇듯, 조용히 아무것도 알려주지 않았고.
아아. 싫다. 정말.
무거운 총도, 달라붙는 진흙도.
그리고.
철컥.
핑–.
“원 샷. 원 킬.”
얼굴을 아는 상대를 죽이는 것도.
방금 무음 총알을 사용해 죽인 상대는, 내가 태어나기도 전, 20년 전에 같이 전선에서 싸웠던 동료이다.
나이프가 특기였던 군인인데, 그런 양반도 부활해서 적 진영에 합류한 걸 보니 정말 여러 생각이 든다.
뭐.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죽은 건 죽은 거지.”
나중에 또다시 부활해서 얼굴을 마주할지는 모르겠지만, 어지간하면 안 봤으면 좋겠네.
만약 다시 보고, 그때는 적이 아니라면. 술 한 병은 사줄게.
지금은 미성년자라 같이 못 마셔.
그리 생각하며, 잠깐 스코프를 들여다보았다.
어지간한 피해론 그들이 무력화되지 않는 걸 경험으로 아니까.
팔이 날아가면 곧잘 어두운 기운으로 팔을 만들고, 배에 구멍을 만들어도 곧 메꾸며 달려온다.
내 경험은 아니지만, 피부가 벗겨져도 온몸이 검게 변하며 부활한다는 정보가 있었으니까.
그래도, 머리는 아니다.
머리가 박살 나면, 어지간하면 그 자리에서 무력화된다.
그렇지만, 경험상 모든 존재가 그런 것은 아니었기에 스코프를 들여다보며 적의 상태를 확인했고.
곧, 적의 시체가 검은 입자를 사방에 흩뿌리며 사라지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극락왕생하길.”
무슨 뜻이더라.
이런 상황에 써야 하는 건 알지만, 정확히 무슨 뜻인진 모른다.
동양권 문화라 서양 계통 인생을 살았던 메테오르의 삶도 이건 도움이 안 되고.
뭐, 아무튼.
적은 사라졌다.
흔적 하나 안 남기고.
저렇게, 괴인이 아닌 부활한 영웅은 죽을 때 시체 하나 안 남기고 검은 입자만을 흩뿌리며 사라진다.
온전한 사람이 아닌, 죽은 자는 시체 하나 남기지 않는다는 듯.
“내가 이리 생각하는 것도 이상하지만.”
죽어도 죽어도 계속해서 부활하는 내가 말이지.
하하하.
아무튼.
가는 길을 막고 있던 옛 전우를 죽였으니, 다시 땅을 기었다.
적의 중심부로, 천천히, 앞으로.
죽어도 상관없는 몸을 내던지며, 내가 아니면 그 누구도 할 수 없는 일을 위해.
* * *
“갈수록 기괴해지네.”
점령 구역에 진입하고 꽤 된 지금.
이제 온 사방이 회색이다.
하늘도 회색이고, 대지도 회색이고, 건물도 회색이다.
건물은 본래 그랬던 것 같지만.
아무튼, 여기는 적 점령지 중심부에 가까운 도시이다.
아니, 도시였던 것?
흐음.
아무튼, 지금 도시는 완전히 죽어있다.
공기도 침체하여 흐르지 않고, 풍경은 사진처럼 굳어 움직임이 없다.
올려다보면 해가 몇 시간째 같은 자리에 있는 것이, 이 구역만 시간이 멈추었다고 생각해도 될 정도.
…그런데 태양 빛은 계속 내리쬐고, 호흡에 지장도 없단 말이지.
흐으으음.
뭐 됐나.
고민해 봐야 손해야.
뭐 그래도, 멋진 광경도 있다.
도심 중심부의 관리국 빌딩.
함락당한 관리국 빌딩은, 무너지기 직전에 굳어 버려 초현실적인 광경인 상태다. 떨어지려는 고층 부분에 흩날리는 파편이 허공에 멈추어있는 순간 포착 사진과 같은 장면.
보안상 문제가 없었다면, 저걸 배경 삼아 셀카를 찍고 SNS에 올리고 싶을 정도로 멋진 광경이다.
아삭.
그렇게 생각하며, 마트에서 가져온 사과를 씹었다.
사과도 회색으로 변한 상태여서 씹는데 조금 거부감이 느껴지지만, 맛과 향에는 지장이 없고, 어찌 되건 나도 영양을 섭취해야 하니까.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씹기 직전까지는 아무 느낌이 없었는데 내가 씹은 순간 향이 피어났다.
나와 맞닿음으로써, 다시 사과의 시간이 흐른 것처럼.
…뭐, 그래도 회색이지만.
그걸 떠올리자 입맛이 달아나 씹던 사과를 허공에 던졌고, 내 손을 떠난 사과는 곧 허공에 굳어버렸다.
괴상망측한 현상이야 정말.
이런 정보는 관리국 데이터베이스에도 없다.
온통 회색으로 변한 도시라면 여기 말고 최전선에도 존재하고 거기서 열심히 시가전을 수행하고 있지만 이런 현상은 보고된 적 없다.
회색으로 변한 지 오래되어서?
아니면, 역시 점령 중심지에 이 현상의 원인이 있는 건가?
적의 수장 혹은 이런 현상을 일으키는 메인 시스템.
뭐, 그게 뭐든 그에 관한 정보를 얻으러 온 거긴 하지만.
아무튼, 이 현상에서 그나마 다행인 점은, 내 총알은 총을 떠난 지 오래되어도 평범하게 멈추지 않고 나아간다는 점이다.
사과와 총알이 뭐가 다른진 모르겠지만 말이다.
저 현상을 처음 발견한 뒤, 내 총도 못 쓰는 게 아닌가 하고 걱정했지만, 다행히도 그런 일은 없었다.
자. 그럼 배도 채웠으니….
“…망할.”
키이잉.
곧바로 등 뒤로 무음 처리 마법 수류탄을 내던지며 앞으로 달렸다.
적의 시선을 끌지도 모르지만,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야.
등 뒤를 잡혔어.
내가 눈치채지 못한 사이에.
그래도, 완전히 무방비로 기습당하지는 않아서 다행이다.
죽는 것 자체는 괜찮지만….
아니, 괜찮진 않지만…. 그건 중요한 게 아니고.
죽어 버리면 여기까지 언제 다시 오는데. 그 고생을 했는데!
그렇기에, 전속력으로 달렸다.
모습이 조금 꼴사납지만, 괜찮아!
탁. 탁. 탁.
몸을 골목으로 던지고, 이어 빌딩 벽을 박차며 솟아오른다.
혼란을 일으키기 위해 골목에 연막탄과 클레이모어를 던지고, 위로.
그렇게 위로 솟구치는 도중, 연막 안에 들어온 그림자가 보였고.
“이거나 처먹어!”
쾅.
곧바로 클레이모어를 폭발시키며, 계속 몸을 위로 내달렸다.
내 등 뒤를 순식간에 잡을 실력자가 이 정도로 죽을 것 같지는 않다.
그래도, 기운이 잔뜩 담긴 폭발을 연타로 맞았으니 무사하진 않을….
“이 움직임은 기억에 있구나.”
놀라 고개를 돌렸다.
목표로 하던 빌딩 옥상.
거기에 나보다 한발 앞서 서 있는, 흰 무복을 흩날리는 노인.
“흠. 그렇지만, 내가 아는 그 녀석과 생긴 게 좀 크게 다르군.”
무복에 구멍이 몇 개 생기긴 하였지만, 그 외에는 아무런 피해 없는 모습으로 그가 나를 내려다보았다.
“…천마!”
망했어. 이건 죽었다.
그리 생각하고, 짧은 인생을 돌아보며 주마등에 잠기려는 순간. 메테오르로서의 나는 다른 답을 내었다.
무기가 없어?
흩날리는 무복.
그것은 내 기억에 새겨질 만큼 강렬한 옛 천마의 모습 그대로였으나.
항상 그의 허리춤에 존재하던 검이, 지금 보이지 않는다.
어째서인지는 모르겠다.
무기가 없다고 해도 천마는 천마인지라 약할 것 같진 않지만, 어찌 되었건 이건 플러스 요소.
그렇기에, 마음을 다잡았다.
본래도 그냥 죽을 생각은 없었지만! 좀 더 긍정적으로!
탁. 탕.
벽을 박차 반대편 빌딩으로 뛰어오름과 동시에, 천마를 향해 발사!
이미 클레이모어도 날린 참이니, 무음탄을 버리고 장전한 고화력탄.
그런 탄환이 한 발이라도 맞기를 바라며, 몸을 돌려 착지했고.
“흠.”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으이?”
착지한 나는 그 광경에 얼빠진 소리를 내고 말았고.
에. 설마 빗나갔나.
나도 천마 앞에서는 당황한 건가?
그런 혼란 속에서.
탕.
다시 한번 방아쇠를 당겼다.
혼란스러운 건 혼란스러운 거고, 할 건 해야지.
아무튼, 이번엔 실수하지 않는다.
아까는 곡예 사격이었지만, 이번에는 확실히 발판이 있는 평범한 사격….
붕.
휘둘러진다.
무언가가.
그리고, 총알이 잘려 나간다.
조금 전 몸을 돌리느라 놓쳐 버렸던 광경이, 다시 재생된다.
“…광선검?”
검은 어둠이 모여, 천마의 손에 들렸다.
당연히 그의 손에 항상 들려있던, 장식 없는 굽은 검이, 어둠으로 다시 현신하였다.
검이 없는 것이 아니었다.
필요가 없기에, 들지 않았던 것.
“검은 검일 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라네.”
에. 아무리 생각해도 아닌데요.
탕.
탄에 담는 기운을 교체한다.
폭발이 일도록.
그리고, 곧바로 난사한다.
거리를 벌리며, 빠르게.
“흐음. 역시 눈에 익는구나.”
총알이 격추당하는 것은 같지만, 이번엔 폭발이 남는다.
소실되지 않고, 남아.
적의 접근을 제어하는 역할로.
솔직히 이게 얼마나 도움이 될진 모르지만!
어쨋건 거리를 벌리고, 또 벌리던 와중.
살기.
곧바로 품에 손을 집어넣어, 나이프를 뽑아 옆으로 치켜든다.
카앙.
나이프가 깨져나가긴 했지만, 날 노린 검의 궤도를 바꿀 수 있었다.
한순간에 내 옆으로 도약한, 천마의 일격.
아, 이건 못 이기겠구나.
공격을 한 번 막긴 했지만, 솔직히 이건 우연이다.
잘 가라 내 여고생 인생.
어서 와 다음 메테오르.
다음 메테오르는 못다 한 내 청춘을 대신 살아 주렴.
그리 생각하고, 총을 당겼다.
죽더라도 마지막 한 방을 위해.
그것은, 몸에 익어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움직임이었고.
탕.
쏘아낸 총알은 공격이 튕겨 나가 찰나의 무방비 상태가 된 천마의 허벅지에 박혔다.
힘을 담을 시간이 있었다면, 다리 하나는 날려버릴 수 있었겠지만.
이래서야 힘을 담긴 어려웠지.
이걸로 만족하자.
천마가 떠난 지 얼마나 지났더라.
이 몸의 나이 정도는 되었나?
천마에게 한 방.
긴 시간 단련한 보람이 있었네.
하하.
최후를 기다렸다.
어떻게 죽으려나.
검에 썰려 죽긴 하겠지만, 썰릴 부위는 다르겠지.
머리나 목을 쳐주면 좋겠다.
아픈 거 없이 가게.
그리 생각하고 기다렸지만.
“…가라.”
돌아온 것은, 다른 말이었으니.
“…으이?”
죽음을 각오하고 감았던 눈은, 괴상한 내 목소리와 함께 떠졌다.
“놓아 줄 테니 가란 뜻이다. 메테오르.”
“…?”
고개를 기울였다.
이해할 수 없어서.
“내게 훌륭히 일격을 먹였으니, 눈감아주마.”
여전히 모르겠는데요.
그래도, 그런 말을 입 밖으로 낼 정도는 아니지.
그렇기에 곧바로 내달렸다.
폭발물을 왕창 던졌으니, 곧 적이 몰려올 테니까.
그렇게 달려 나가는 내 등 뒤로.
“실력이 늘었구나. 계속 정진해라. 메테오르.”
그런 말이 들렸기에.
“감사합니다!”
지금의 내 나이대에 맞는, 밝은 감사를 남기며 내달렸다.
저격수 메테오르답지 않은 행동이었지만, 아무렴 어때.
지금은 내가 메테오르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