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r. Magical Girl RAW novel - Chapter (562)
마법소녀 아저씨 561화(562/671)
561. O급 기록(11) – 푸른 거신.
적의 비장의 카드로 나타난, 단 하나의 개체가 전황을 뒤바꾼다.
외부의 간섭 없이 기술의 힘만으로 저 너머에 도달한 이의 참전.
이 세계의 지성체들의 말을 빌려보자면, 이계침식이라 부르는 것을 보유하지 못한, 즉 기준상 O급에 도달하지 못한 존재이지만.
개체가 품은 전투력만큼은 충분히 O급이라는 기준에 준하는 존재이자.
일정한 경지에 도달하지 못하는 이들을 대규모로 수확하는. 학살자.
“우어어어어어!”
포효와 함께, 푸른 거신의 주먹이 휘둘러진다.
거신이라 불릴 만큼 거대한 존재의 팔은 그 덩치에 걸맞은 광범위한 범위를 한꺼번에 휩쓸었고.
날뛰며 골렘과 영웅들을 지우던 십여 명의 검은 망자는 검은 입자만을 남긴 채 그 자리에서 소멸했다.
보이드 러너의 주먹에 휩쓸린 망자들의 힘이 모자랐기에.
의지가 강할지언정, 그 힘과 의지가 현실을 뒤틀 만큼은 아니었기에.
푸른 거신의 현실 조작에 저항할 만큼 의지가 강하지 못했기에.
그러한 선을 넘지 못한 강자를 쓸어버리고자, 다시금 거신의 팔이 전장에 떨어져 내리고.
쿵.
거대한 팔이 땅에 충돌함으로써 생겨나는 소리가 울린다.
그렇지만, 그 소리는 물리적 현상의 부산물이 아니다.
거대한 무언가가 대지와 충돌한다면, 그러한 현상이 발생해야 한다는 보이드 러너의 인지 아래 현실 조작이 만들어 내는 가짜 소리.
몸을 굽힌, 질량이 존재하지 않는 거신은 팔은 뻗어 물리법칙을 초월하는 속도로 팔을 휘두른다.
아군도 적군도 구분하지 않은 채, 폭력적일 만큼 넓은 범위를.
그것은, 얼핏 보면 아군과 적을 가리지 않고 함께 쓸어버리는 행동.
푸른 거신의 그런 행동을 본 많은 이들이 ‘인류의 적이었던 O급을 믿은 것이 잘못이었나.’ 와 같은 생각을 하였지만.
곧, 그들은 알게 되었다.
보이드 러너가 지닌 현실 조작의 정밀함을.
적과 아군이 섞인 난전을 휩쓴 푸른 거신의 팔은, 푸른 오라에 감싸인 이들 중 아군을 무시한 채 적만을 타격하여 적을 소멸시켰다.
푸른 거신의 육체는 그들의 인지와 달리 실존하는 것이 아니기에.
푸른 거신의 육체는 보이드 러너의 현실 조작이 닿는 범위를 시각화한 무언가이기이에.
보이드 러너는 거체를 내던져, 적만을 소멸시켜나간다.
“우어어어어!”
그렇게 이 세계 지성체. 인류의 전황은 호전되어간다.
단 하나의 강자에 의해.
O급 중 가장 약했다고 평가받은, 정치적 이유로 만들어진 강자이자, 본디 인간이었던 거신에 의해.
거신의 그러한 위용은 적 진영에게 불안감을 불러일으켰으니.
“…저건 좀 위험하네요.”
“내가 생각해도 그렇군, 저게 날뛴다면 조금 어려워지겠어.”
“….”
학살을 바라보고 있었기에 본래도 그리 밝은 얼굴은 아니었지만, 조금 전보다 조금 더 어두워진 얼굴로 전장을 바라보는 세 망자.
“곤란한데요. 또다시 그 울보가 전장에 튀어나오면.”
“….”
“….”
성녀의 말에 둘은 입을 닫았다.
그들이 걱정하는 것은, 이 전장의 승패가 아니었다.
이 장소를 바라보는 그것이 저 존재에 반응하는 것 아니냐는 걱정.
“…어찌 되건 승리는 변함없지만…. 이래서야….”
성녀의 말대로, 아직 승산은 망자들에게 있다.
보이드 러너의 참전으로 인해 전황이 크게 뒤바뀌긴 하였지만, 결국 보이드 러너의 힘은 현실 조작에 극단적으로 의존하기에.
험악한 시대를 뚫은 옛 영웅들 일부는, 푸른 거신의 현실 조작에 잡아먹히지 않는 비대한 의지와 함께, 전장에 나타난 비대칭 병기. 보이드 러너에게 달려들었다.
보이드 러너의 푸른 기운, 현실 조작을 거부하며, 거신과 맞서는 존재.
그런 존재가 망자 사이에 여럿 존재하니, 그들의 승리는 변함이 없다.
“전달하세요. 괜한 허세로 꼬라박지 말고, 힘이 모자란 녀석들은 저 파란 녀석을 우회하라고.”
“알겠습니다.”
성녀의 말에, 후방에서 대기하던 괴인들이 흩어진다.
파(破)는 그들의 운용에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으나, 이런 전쟁에 살아있는 존재가 희생될 필요는 없다는 성녀의 자체적인 판단으로, 참전하지 않고 후방에 남은 괴인 부대.
그들을 통해 명령을 전달한 성녀는, 한숨과 함께 하늘을 바라보았고.
“…녀석의 움직임은?”
“아직 조용히 바라보고 계십니다.”
“자잘한 반응을 포함해서?”
“…방금 발을 떨기 시작하셨다고 합니다.”
“…아…. 칫…. 그래.”
괴인 부관의 보고를 들은 성녀의 얼굴이 삐뚤어졌다.
“…어떡하실 건가요?”
성녀는 미인상인 얼굴을 일그러트리며 동격인 둘을 바라보았고.
“난 저 녀석과 상성이 좋지 않아 보이는군.”
“….”
둘이 조용히 거부감을 내비쳤기에.
“…정말 댁들에게 뭘 기대한 제가 잘못이죠.”
쾅.
성녀는 땅을 박차며 내달렸다.
조용히 갈 수 있건만, 의도적으로 땅을 뒤틀어 뒤에 남은 둘에게 대량의 흙먼지를 흩뿌리며.
수녀복을 흩날리며 달리는 성녀는 새로이 투입되어 달려가는 망자들과 아직 세계에 남기를 원해 부활하며 다시 달려가는 망자들을 추월해 순식간에 푸른 거신의 앞에 도달했고.
“처음 뵙!”
대지를 달리던 그녀는, 땅을 박차 곧은 직선을 그리며 날아올랐다.
“겠어요!”
쾅.
일직선으로 날아든 성녀의 주먹이 푸른 기운을 후려쳤다.
실존하지 않는 현실 조작의 덩어리를, 무너트리며.
“우어어어어!”
그 일격에 푸른 거신이 넘어졌다.
본디 실체가 없는 보이드 러너인 만큼, 균형을 무너트리는 행동은 본래라면 아무런 의미가 없겠으나.
성녀의 주먹에는 얻어맞은 보이드 러너 자신이 넘어졌다고 느낄 만큼의 위력이 담겨있기에, 현실 조작은 그 생각을 충실히 재현하였다.
“다들 하던 거 하시죠.”
성녀의 명령에 보이드 러너를 붙들고 있던 망자들이 흩어졌다.
저 일격을 직접 보았으니 자신들이 없어도 충분할 거라 인식하며.
그렇게 일격을 먹인 성녀는 공중에 계속 머무르지 않고, 몸을 곧게 편 채 지상으로 떨어져 내렸고.
퉁.
지면에 착지하기 직전, 대지에 발을 구르며 반동 없이 착지했다.
“일어서시죠. 보이드…음. 이름이 기억이 안 나네요.”
성녀가 그리 도발을 걸어왔지만.
“…보이드 러너다. 성녀.”
푸른 거신은 담담한 목소리와 함께 서서히 몸을 일으켰다.
에너지를 집중해, 굳혀, 조율하여.
거신의 형태로 흩어졌던 몸을, 1/4가량의 크기로 줄인 채.
그렇다고 해도 여전히 거신이라 불릴 만한 크기였지만.
“그렇군요. 보이드 러너. 부디 빨리 쓰러져 주시길.”
팡.
땅을 박차고 가속하여 푸른 거인의 옆에 도달한 성녀의 발차기에 푸른 거신의 머리가 흔들린다.
그렇지만, 쓰러지지 않았다.
버텨야 한다는 믿음 하나만으로.
“어라?”
그에 놀란 듯, 성녀가 감탄사를 내뱉었고.
붕.
거신의 주먹이 어깨 위로 날았다.
의식적으로 현실 조작을 제어함으로써, 막대한 에너지를 담아.
쾅.
두 주먹이 충돌한다.
팔을 늘려 뒤틂으로써 인간 신체 구조의 한계에서 벗어나 강하게 성녀를 후려친 보이드 러너.
그리고, 평소처럼 앞을 향해 주먹을 내민 성녀.
“흐음. 오기가 담긴 주먹이군요. 어디 한번 고해성사라도 해보시겠어요? 무엇을 그리 집착하시길래 주먹이 이리 끈질기실까.”
힘과 힘이 충돌한다.
세계를 바꾸고자 하는 의지를 양쪽 모두가 품은, 상대를 집어삼키는 줄다리기.
“…잘못을 저질렀다. 그렇지만, 고해성사하고 싶진 않군.”
이를 악문 듯, 가까스로 버티는 기색이 가득한 보이드 러너의 목소리.
“어째서인가요?”
여유 넘치는, 성녀의 밝은 목소리.
“잘못이라고 한들, 내 행동이 틀렸다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쿵.
두 번째 주먹이 날아들었다.
인간 신체로는 불가능한 구조의, 남은 손을 뒤로 돌려 앞뒤에서 성녀를 짓무르기 위한 두 번째 주먹.
“그렇군요. 자신의 행동을 죄라고 인식하지만, 행동한 것을 후회하진 않는다. 그렇지만 죄는 죄이기에 죄를 씻고자 참전한 거군요.”
주먹 둘 사이에 끼인 성녀의 여전히 태평한 목소리.
그녀는 주먹 사이에서 양팔을 벌려, 두 주먹을 막아 세우고 있다.
“….”
성녀의 그런 추측에 보이드 러너는 반응하지 않았다.
그렇지만, 성녀는 그의 말을 끝까지 들을 생각이 없었으니.
“그럼, 이제 충분하지 않을까요.”
퉁.
그 말과 함께, 푸른 거신의 어깨 위에 올라탄 성녀는 발을 굴렀다.
성녀의 발구르기에는 그 어떤 힘도 실려있지 않았지만, 그것은 더 큰 힘을 불러오는 신호였으니.
검은 망자와 어울리지 않는 빛이 성녀에게서 피어나고.
“그대. 죄를 죄라 인식하고 앞으로 나섰으니, 그 누구보다 아름다운 시대의 귀감이로다. 그렇지만, 안타깝도다. 자신의 죄 씻을 생각 없나니.”
기기기기기긱.
무언가가 뒤틀리는 소리가 공기의 떨림과 함께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그렇지만, 걱정하지 말라. 아름다운 죄인이여. 그대의 죄.”
퍼져나가는 뒤틀림과 신성력은 성녀의 양손에 깃들었고.
“더 큰 죄에 덮어 사라질지니.”
쾅.
막대한 충격이 성녀의 양손에서 피어났다.
성녀가 내질러 온 모든 주먹이, 성녀의 양 손바닥에서 피어났고.
“우어어어어어!”
이성 없는 포효와 함께, 푸른 거신의 몸이 무너진다.
관리국 빌딩으로부터 막대한 에너지가 주입되고 있지만, 성녀가 내뿜은 힘은 그것을 뛰어넘었기에.
손실된 에너지를 복구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했기에.
‘아니, 모두 내 핑계다.’
보이드 러너는 깨닫는다.
자신의 생각이 틀렸음을.
현실을 바꾸고자 하는 의지.
그 의지가, 더 큰 힘에 꺾어 버렸다는 사실을.
이미 한 번 그랬던 경험이 있기에.
개인이 지닌 힘에 공포를 느끼고 스스로 무너진 경험이 있기에.
또다시 그런 공포를 성녀의 주먹에서 느끼며, 무너지고 있기에.
‘…하지만.’
“아직…! 아직이다!”
“응?”
대지에 내려선 성녀가 돌아본다.
성녀 자신이 끝났다고 생각한, 푸른 기운이 뭉치며 피어난다.
“나는! 아직!”
훨씬 작아진 크기로, 보이드 러너는 다시 한번 도전한다.
인류를 지키기 위해, 자신의 죄를 돌아보기 위해.
꺾일 것 같은 의지를, 평범한 사람의 의지를 다시 붙들며, 앞으로.
한때 인류 최강이라는 칭호를 얻었던, 강자를 향해.
“그 의지는 높게 쳐 드리죠.”
팡.
그리고, 앞으로 뻗은 성녀의 주먹은 그 모든 의지를 무너트렸다.
평범한 주먹. 아무것도 아닌 주먹.
그런 아무것도 아닌 주먹 하나에 보이드 러너가 사그라든다.
이 전장에 많은 영향을 끼쳤지만, 결국 자신의 한계를 넘지 못하고, 강자 한 명에게 스러진다.
의지를 부여잡고 다시 일어서지만.
공포는 보이드 러너를 잠식하여.
더욱더 크기가 작아졌다.
그것이, 승천의 자격조차 없는 보이드 러너의 한계라는 듯.
그렇지만, 그는 다시 일어섰다.
조금이라도 오랫동안 전장에 남기 위해.
공포에 꺾여 무너진 의지가 아닌.
공포 섞인 오기로.
몇 번이고, 몇 번이고.
작아지고, 작아지고.
구부러져도, 부러지지 않은 채.
그리고, 그런 그에게.
‘신호가 들어왔습니다!’
기쁨 섞인 절규가 전달된다.
실패하리라 생각했던 플랜의, 기적과도 같은 호출.
가장 성공 가능성이 작았던 플랜의 조건이 갖추어졌다는 호출.
한때 악용되었던, 광범위 정신 지배를 통해.
푸른 거신은 이어 나간다.
회색 속에 잠들어 버린, 멈춰 있는 인류의 의지를.
또 다른 계획을 위해.
그들의 멈춘 의식을 모아, 하나의 목소리를 만들어 낸다.
모든 것이 멈춘 상황 속에서도 남아 있는, 본능적인 절규를.
“…죽고 싶지 않다.”
“그런 말을 내뱉으실 거라곤 생각하지 않았는데요.”
푸른 거신의 말을 이해하지 못한, 일어선 보이드 러너를 빤히 바라보던 성녀는 그런 말을 내뱉었고.
“…그래, 너희는 모르겠지. 죽음의 주인을….”
관리국이 생산해 내는 무한한 에너지 대부분이 소모되어 간다.
불타는 세계를 품은 존재를 이 자리에 현신시키기 위해.
“…아직, 끝나지 않았다.”
그 말에 맞춰.
“붉은…. 빛이…. 온다.”
“저 너머…. 어둠의 저편….”
“영혼을 태우는…. 불사조가….”
울부짖음이 공명하기 시작했다.
회색으로 변한 이들도, 죽어 나자빠진 시체도.
눈을 붉게 태우며 기도한다.
만들어진 신, 나이 어린 신.
이 세계의 죽음을 지배하는, 저승이라는 불지옥의 지배자.
황왕이라는 봉인에서 풀려난, 죽음을 거부하는 불의 의지를.
“…이건, 도박이다.”
보이드 러너는 알고 있다.
불사조가 자신들의 편이라는 보장은 없다는 것을.
불사조라는 이름의 존재는 자신만의 정의를 지닌, 한때 세계를 멸망으로 몰아간 괴물이라는 사실을.
그렇지만.
“우리는 각오했다.”
모든 것을 사용해서라도.
패배하지 않을 각오를.
어떤 부작용이라도 감내할 각오를.
적어도, 그것은.
우리에게서 태어났으니까.
화륵.
불이 피어난다.
시체에서.
죽음을 거부하는 이들의 절규에서.
회색으로 변한 악몽에서.
불은 솟아올라, 하늘을 붉게 물들이며 피어올랐으니.
죽음이 다시 불타기 시작했다.
죽음의 두려움을 장작 삼아.
꺼진 잔불이, 다시 타오른다.
회색을 지우는, 붉은 불과 함께.
「승자의 계약에 응해. 아이들아. 여가 돌아왔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