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r. Magical Girl RAW novel - Chapter (575)
마법소녀 아저씨 573화(575/671)
573. O급 기록(23) – 잊힌 마법사
내 평생 이런 광경을 보리라고는 생각지 못했도다.
지구가 터져 부스러지고, 하나의 개체가 지닌 의지가 온 우주의 법칙을 압도하며 세상을 마음대로 조작하는 모습이 눈앞에서 펼쳐지다니.
이는 오랫동안 꿈꿔왔던 마법의 심연이 아니던가.
언젠가 도달하리라 믿으며 모두와 단련했던 마법의 종점.
그러한 경지에 도달한 것이, 내 사상을 이어받은 마법사가 아니라, 마법소녀라는 사실이 아이러니할지니.
그럼 나는 어찌해야 하는가?
그것을 찾아내고자 퍼져 나가는 의지의 외침을 들으며, 조용히 무중력에 몸을 맡겼노라.
마법으로 만들어 낸 보호막이 사람이 살 수 없는 우주에서도 나의 생명을 붙잡아 주었기에, 그저 생각에 잠겼도다.
먼저 해야 할 것은 무엇이던가.
그것은 선택하는 것이라 한다.
멍청한 꼬마인가.
아니면, 발버둥 치는 인류인가.
그러한 선택에 대한 나의 진정은.
어느 쪽이든 상관없지 않은가.
내가 꼬마의 사상에 일부분 찬성하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라 한들, 믿음의 경지에 이를 정도는 아님에, 그 미래에 손을 올릴 생각 또한 들지 않도다.
그렇다면 반대편의 인간 녀석들 쪽은 어떠한가?
그쪽 또한 마찬가지이니.
이런 수단에 말려들어 개인의 선택을 박탈당했으며, 의지가 억압된 것은 안타까운 일임은 분명하건만.
이것은 결국 그들의 힘이 모자람에 일어난 일이도다.
내가 중구난방이었던 마법을 정립하며 고한 것이 있지 않았더냐.
상대를 이론으로 납득시키지 못하였더라도, 힘으로 압도하는 것이 성공하면, 그건 정당한 것이라는 원칙.
이는 힘이 모든 것을 결정한다고 오해할 수 있는 원칙임이 분명하나.
이것은 내가 과학이라는, 방법론을 이어 온 마법사들에게 믿음이 있기에 만들어진 것이다.
마법의 심연을 탐구하는 자라면 상대의 힘에 굴하지 않고, 스스로의 이론이 올바르다고 믿을 수 있는 의지로, 각자의 믿음을 내걸며 서로 싸우며 성장해 나갈 것을.
마법은 과학과 다를지다.
상대방의 이론을 부정할, 결정적인 증거가 존재할 수 없도다.
모든 이가 하나의 이론을 부정하더라도, 누군가가 진심으로 믿는 한 이론은 현상이 되어 나타날 터이니.
그리고 바람은 틀리지 않았도다.
마법사들은 더 효율적인, 더 말이 되는, 더 이해하기 쉬운, 그러한 이론에 힘으로 짓눌렸음에도, 자신의 믿음을 포기하지 않아 새로이 발전시킨 힘을 통해 자신의 이론을 내보여, 발전이 저해되는 것을 막아 내었지 않았던가.
수많은 마법이 탄생해 소실하며, 그들은 각자의 믿음이 옳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힘을 기르도다.
이는 타인에게 비효율적인 것을, 자신들의 이론에서는 효율적으로 끌어올리며, 혼란스럽지만, 멈추지 않고 나아가는 발전의 과정일지니.
그렇다.
마법에서 힘이 진리란 것은.
힘겨룸으로 사상을 독점하기 위한 것이 아니며, 힘 있는 승자가 진리라 주장하는 문구 또한 아닐지다.
그는 의지의 겨룸이다.
그것이 평범한 이들에게 와닿지 않아, 힘이라 표현했을 뿐이도다.
믿음이 존재한다면 의지는 세계를 바꿀지니, 언젠가 다른 이들에게 했던 추론이 있느도다.
마법, 형(形), 주술, 초능력, 기술.
이는 모두 같은 계통일지니.
성장해 나가며 방식이 너무나도 달라져, 그 형태가 다를 뿐이니.
기술이건, 힘이건, 파해쳐간 근원에 남는 것은 세계를 바꾸려는 의지이며. 계통은 다수의 지성체는 자신에게 세계를 바꿀 의지가 있음을 믿지 않기에, 형식을 통해 믿기 쉽게 만들어진 아키타입일 뿐이도다.
다수는 이것을 허황되다 하였다.
믿음 있는 일부는, 내 이런 이론을 증명하고자 노력하였으나, 대부분의 시도는 무위로 돌아갔으니.
이는 부끄럽지만, 너무나도 당연한 결과이도다.
그런 심연에 도달한 존재가 없었을뿐더러.
추론을 주창한 나조차 마법이라는 아키타입을 버리지 못하였었으니.
기술로는 나보다 더욱 발전된 현대의 마법사 또한 마법을 빌리지 않고서는 세상을 뒤틀 수 없었으니.
그렇기에, 내 추론은 잊혀졌노라.
나의 죽음으로써, 추론을 언급하는 이도 사라졌도다.
다시 세상에 돌아온 이후 미련이 남아 정보를 찾아보았음에도, 추론은 누군가 가십거리로 사용하곤 하였으나, 그 누구도 진지하게 이것을 논하지 않았도다.
재미있는 일 아니던가?
그들은, 내 추론이 증명되는 것을 눈으로 보았노라.
그럼에도, 그들은 나의 추론을 믿길 거부했도다.
이계침식. 나의 죽음 후 처음 발견된, 어떠한 현상의 총칭.
개체가 자신이 품은 세계를 의지로써 외부를 향해 표출함으로써, 세계를 새로이 써 내려가는 순수한 의지로 만들어진, 세계 변질.
이런 증명이 존재함에도, 내 추론은 잊혔도다.
그러한 사회의 흐름 자체는 나쁘게 생각하지 아니한다.
내 추론이 옳다는 것이 일부 증명되긴 하였건만, 결국, 그러한 경지에 도달하는 것은 소수였으니.
이는 자신의 믿음을 넘겨받을 버팀목, 아키타입이 없다면, 사람은 의지가 세상을 바꾼다는 기반조차 믿을 수 없게 됨을 의미하도다.
옛 세계와 똑같노라.
믿음과 의지가 경직된 세계는, 이계가 들어오며 생겨 난 아키타입의 존재와 함께 자신들에게 잠든 가능성을 떠올렸으며, 시작된 작은 믿음은 이리 싹을 틔웠으니.
비록 아키타입이 심연과 진리에 다가가는 방해물임은 달라지지 않건만, 우리는 그것에 의존하며 한 발짝, 한 발짝씩 나아가는 이들이도다.
언젠가 먼 미래, 모든 이가 좀 더 성숙해지는 미래를 향함으로써.
아키타입이 아닌, 각자의 믿음으로, 각자의 의지로 세계를 바꿀 수 있도록 되기 위함을.
“…어쩌면.”
천천히 시선을 돌렸도다.
깊은 사색에 잠기느라 눈을 돌렸던 전투를 향하여.
“저들처럼.”
우주를 달리며, 세계를 접고, 아득히 거대한 이를 파괴하는 자.
행성보다 거대한 늑대를 파괴하건만, 주변을 뒤집는 파괴의 여파도 없이, 무게와 힘의 차이로 인한 반작용도 없는.
그런 주제에, 도저히 그 힘에 어울리지 않는 무언가를 타격하는 소리와 약한 충격파는 퍼져 나가는.
‘무언가를 때린다.’라는 상황에서 쉽게 상상할 수 있는 광경이. 물리법칙을 완전히 무시하며 현실에 표현되는 광경.
꼬마에게는, 우주건, 거대한 적이건 아무것도 다르지 않도다.
인간인 시절 땅을 달리듯 우주를 달리며.
얕은 물웅덩이를 건너뛰듯 깊은 공간을 건너뛰고.
작은 과자를 박살 내듯, 거대한 적을 박살 내나니.
그러한 행동이, 믿음이, 의지를 통해 현실에 나타나노니.
다른 누가 저것이 물리 법칙에 옳지 않다고 말할지라도.
그렇게 거대한 존재가 박살 나면 그 여파는 저 정도의 현상이 아니라고 말할지라도.
꼬마는, 신경 쓰지 아니한다.
그에게는 이것이 진실일지니.
세계를 그의 믿음으로 변화시켜야 하는 것이 아니도다.
그의 믿음에 세계가 맞춰야 하는 것이노라.
“…그리고 그런 꼬마와 싸우는 저 괴생물체도 마찬가지고.”
괴생물은 인간 여성과 닮긴 하건만, 모자이크처럼 깨지고 뭉개진 것은 보고 넘길지라도, 도저히 다른 방면에서 저것이 정상적인 생명체라 인지할 수 없도다.
뻥 뚫린 구멍들로 건너편이 보이는 것을 외면한다 한들, 그 형태와 크기가 계속해서 변하는 것은, 정상적인 존재라 믿기 어렵지 아니한가.
아마, 저 존재 또한 세계가 자신에게 맞추도록 존재하는 생물이리라.
…잡생각이 너무 길어졌군.
결국, 요점은 이것이니라.
나는 의지와 믿음의 가치를 중요시하노라.
나는 선택하지 않을지니, 심적으로는 인류가 이기길 바라는 진심이 있음을 부정할 수 없다 한들.
인류 전체의 의지가 꼬마 한 명에게 패배하는 상황이 온다면, 나는 조용히 그것을 바라볼 것이니.
하나의 의지조차 꺾지 못한다면, 그 정도의 믿음일 뿐이다.
나는 꼬마의 지배가 현실이 된다면, 나는 그의 아래에서 믿음이 하나로 통일되는 것을 막기 위해 움직일 것이다.
거대한 의지 하나에 모든 이가 짓눌려 다른 방향의 믿음이 피어나지 않을 시, 발전은 정체될 터이니.
누군가는 나를 박쥐라 말하리라.
천마처럼 잘못된 것을 바로잡으려 하는 것도 아니며.
성녀처럼 무한한 애정과 믿음을 상대에게 주는 것도 아니다.
기회주의자.
그리 불려도 할 말은 없도다.
그렇지만, 나는 바라노라.
모든 이가 자신을 믿게 되는 것을.
마법의 심연을.
우리 각자에게 잠든 강한 의지가 피어나는 것을.
그것을 위해서라면, 나는 무엇이든 할 수 있도다.
그렇다.
설령 그것이 나의 죽음이라 한들.
정리가, 생각이 끝났도다.
결국, 나도 나약한 겁쟁이다.
아키타입이 어쩌고 한 주제에.
나도 결국 무언가 버팀목이 없으면 견딜 수 없는 존재일 뿐이다.
기나긴 생각은, 믿음을 새로이 지피기 위한 과정.
자신의 죽음과 희생을 납득해 나가기 위한 과정.
그런 다짐이 없다면, 움직일 수 없는 이.
자각하고, 마법진을 그린다.
현대의 마법사들이 본다면, 여전히 이런 형상이 마법이라 할 리 없는, 나만의 믿음을, 내가 의존하는 마법이라는 아키타입을.
마법의 본질 아니, 모든 행동의 본질은 의지 아래 세계를 바꾸는 것.
그렇지만, 이것은 세계를 바꾸는 마법이 아니다.
더없이 약한 마법.
그리고, 누구에게 이득이 될지 알 수 없는 마법.
그만한 힘이 없다고 믿기에, 나는 누군가의 손을 들어주지 않는다.
내 힘으로는 저울을 흔들 수 없다.
한없이 한쪽에 치우친 저울을 흔들 수 없다.
그렇기에, 부른다.
인류의 아군일지 적일지, 알 수 없는 존재를.
긴 시간 동안 관찰하며 생겨난 세계의 뒤틀림을.
일그러진 마법진이 세계를 감싸나가노니.
내 몸을 이루던 검은 입자는 힘으로 변해 마법진에 달라붙어 간다.
모자란 에너지를 채워 닿기 위해.
꼬마조차 숨긴, 인류의 적에게.
그것이 두려움일지.
지금의 자신을 보이고 싶지 않아서인지는 알지 못하건만.
나는 부른다.
변수를.
꼬마의 검은 딸을.
세계에서 추방된 보라색 촉수를.
세상을 감싸는 붉은 안개를.
과거와 변함없는 번갯불의 아이를.
검은 운명을.
꼬마가 만든 봉인을, 차단을 찢어 나가며.
다시 그들을 이 세계에.
내 몸을 갉아 먹음으로써 검게 물든 마법진이 흔들린다.
육체 대부분을 뜯어먹어도 힘이 부족하다는 듯.
내 믿음을 현실에 실현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듯.
그렇기에.
“역시. 마법소녀는 안 된다고 하지 않았더냐.”
녀석들은, 내려받은 마법이라서….
“식이… 어설퍼.”
키잉.
뒤틀렸던 마법진이 수정되어간다.
둥그런 원으로, 곧은 선으로, 세밀한 문장으로, 수많은 도형으로.
이것을 바라보는 이들의 믿음을 흡수하기 위해.
그렇게 완성된, 흠 없는 마법진은 검게 빛난 후.
캉.
깨지듯 부서지며 공간을 열었다.
그리고, 푸른 죽음을 마주하였다.
후회와 슬픔만의 창백한 바다를.
피어난 거품은 내 몸을 감싸며, 나를 다시 끌고 들어간다.
빛이 닿지 않는 심해로.
영원의 시간 동안 물어보며, 나를 갉아먹으며.
나는 결과를 모른다.
내 행동이 어떤 상황을 만들지.
그렇지만.
괜찮다.
나는 이름 없는 마법사.
이 이름과 호칭이, 비록 의도하고 생겨난 것은 아닐지라도.
나는 이 이름에 걸맞은 행동을 할 것이다.
나는 바라지 않는다.
명예를. 영원을. 꿈을. 미래를.
나는 디딤돌이다.
언젠가 먼 미래.
그들이 도달할 수 있도록 자리한 다리 어딘가에 있는.
조그만 작은 돌.
그런 존재에게, 이름은 필요 없다.
그럼. 이만.
이름 없는 망자는, 사라지도록 하겠다.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그 이름처럼.
* * *
시간도, 인과도 없는 공허 안에서, 그저 자신을 구성하는 요소만을 지켜 나가노니.
이 과정은 항상 고통을 수반하니, 푸름이 유혹하도다.
하나로, 경계 없는, 하나로.
단 유혹은, 감미롭거늘.
그것의 향긋함을 알고 있음에도.
나를 유혹을 멀리하고 고통을 선택하나니.
나라는 하나를 잊지 않기 위하여.
비록 그 미래에 나의 존재는 무엇 하나 없을지라도, 나는 나로서 남아있고 싶노라.
그리고, 언젠가.
“너는 아무것도 아니지 않아.”
어떠한 소리가 들려왔더라.
소리는 언젠가의 꼬마와 같았으나, 무언가가 달랐으니.
“나는 너를 그 영원에서 꺼내줄 수 없지만.”
조금 더 질척거리는, 검은 기름과도 같은 소리였도다.
“한 가지는 알려줄 수 있어.”
질척이는 불쾌할 것이 분명한 목소리였거늘, 안에 담긴 것은 기쁨과 자애였으니.
“너는, 미래를 바꿨어. 자부심을 품어도 좋아.”
남겨 떠나는 한마디는 그것으로 족하였도다.
남은 말은 사그라지는 요소 개체를 다시 지피는 불일지니.
나는 견딜지어다.
언제까지고.
나라는 것을 잊을 때까지.
그것이 지성체로서, 사람으로서의 자부심 아니었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