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r. Magical Girl RAW novel - Chapter (579)
마법소녀 아저씨 577화(579/671)
577. O급 기록(27) – 파괴의 여법황
뇌신에게 이런 꼼수나 다름없는 짓을 한 것에 대해 미안한 마음은 분명히 존재하고 있다.
그렇지만, 그보다 지금은 다른 게 더 중요하다.
나의 생존.
꼬마 녀석의 군단의 생존.
이해할 순 없지만, 우리 군단의 승패가 위쪽에 영향을 주는 이상.
나는 쓰러질 수 없다.
그러니, 이런 분명히 더러운 일도 할 수 있다.
그렇지만, 분명 더러운 일이기에.
만약 죽을 정도로 얻어맞으면 충격파의 재생을 멈출 것이니 뇌신이 죽진 않는다지만, 내가 하는 일이 뇌신에게 강한 충격으로 남으리라는 것은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그러니, 나는 뇌신에게서 눈을 돌리지 않는다.
내가 사용한 더러운 것의 결말을 바라보기 위해.
내게 쏟아지는 뇌신의 원망 어린 시선을 피하지 않기 위해.
저것은 나의 죄니까.
이 악으로 가득한 길을, 성녀라는 이름으로 걷는 내 죄니까.
그리고, 결국 무수히 쏟아지는 충격파가 뇌신을 집어삼키기 시작했다.
뇌신은 모든 힘을 다하여 피해를 막고 있었지만.
결국, 버티지 못했고.
서서히 충격이 뇌신의 몸을 잠식해 나가기 시작할 때쯤.
【마는 모든 것을 가를지니】
몸을 뒤로 내던졌다.
검음이 섞인 은빛 검격이 내려친다.
내가 있던 자리에.
그리고, 뇌신이 있는 자리에.
무슨 짓? 왜 아군을 공격한 거지?
그런 의문이 들었지만.
곧 그 의문이 해소되었다.
은빛 검격과 함께 내려온 천마.
분명, 꼬마 녀석에게 받은 힘이 다해서 진작 목숨이 사라졌어야 할 천마는 강한 의지로 힘을 억누르고 있기라도 한 건지, 몸 여기저기가 텅 빈 상황에서도 그림자처럼 일렁이는 힘을 사용해 자신의 몸을 지탱하고 있다.
그런 그가 벤 것은, 내가 재생시키고 있었던 과거의 충격파.
모든 충격파를 소멸시킨 건 아닌지, 여전히 작은 파열음과 함께 충격파가 울리곤 있지만, 상대에게 치명적인 위협을 가할 정도는 아니다.
…어떻게?
천마의 이계침식은 알고 있다.
그렇지만, 과거의 현상을 베는 게 어떻게 가능한 거지?
그런 게 가능하다면, 옛날의 인과를 베어버려서 현재를 사라지게 하는 게 가능할 정도의 말도 안 되는 힘 아닌가요?
그렇지만 그런 기미는 보이지 않아.
과거 조작이라는 강력한 힘이라면 애당초 전투가 성립되는 것 자체가 이상하기도 하고.
“허허. 과거의 현상을 베어낼 수 있는 게 신기한가?”
질문엔 답하지 않는다.
내가 저지른 죄가 있으니까.
“별것 아닐세. 나는 내 감각을 믿지. 그러니 지금 내 눈앞에서 일어나고 있는 현상이라면 베는 게 그리 어려운 게 아닐 뿐.”
…그러니까.
설령 과거에 일어난 일이라고 해도, 지금 현상으로 존재하니 벨 수 있다는 거야?
상상했던 것 정도로 말도 안 되는 힘은 아니지만.
위험해.
저거라면, 내 힘 다수가 막혀.
내 주먹에 온 힘이 깃드는 그건 쓸 수 있겠지만.
과거 현상의 재생이나, 타격의 재생은 차단된다고 봐야 하는데.
나는 조용히 경계 자세를 취하며 승산을 짜 올렸고.
“괜찮은가? 뇌신.”
“괜찮아요.”
퉤.
그리 답하는 뇌신은, 입가에 찬 피섞인 침을 뱉으며 나를 바라보았다.
친밀감이 서렸던 눈은, 이제 여전히 친밀감이 남아 있긴 하지만, 대부분 적의가 잠식된 눈으로 바뀌었다.
미안.
나는, 그녀에게 결코 닿지 않을 사과를 내뱉었다.
마음속으로.
설령 그걸 전한다고 해도, 의미가 없다고 알고 있으니까.
“자. 그럼. 우리가 권할 차례군.”
날카로운 교환 속에서, 천마가 입을 열어 나간다.
“항복하겠나?”
쓴웃음이 피어난다.
그리고, 그에 답한다.
주먹으로.
재생을 관둔, 일격필살을 담은 주먹으로.
그 일격을 시작으로.
전투가 피어난다.
뇌신과 천마의 협공.
전투 양상이 달라진다.
현상을 쌓아, 장기전이 되면 반드시 내가 승리하는 필승 패턴이.
이제 어떻게든 내 주먹을 적중시켜 끝내야 하는 도박성 짙은 전투로 바뀌었다.
현상의 재생 자체를 포기한 것은 아니다.
확실한 필승 수단은 되지 않더라도, 페인트나 견제 용도로는 충분히 쓸 만하고, 그것을 사라지게 하기 위해 천마가 추가적인 공격을 가해야 하는 것은 변하지 않았으니까.
그렇지만.
점차 밀리기 시작한다.
익숙지 않은 전투 방식도 있는 데다가, 비록 신성력과 재생을 통해 커버하곤 있지만, 기본적으로 내 전투 능력은 천마보다 약하다.
그것만이라면 어떻게든 시간을 끌며 변수를 만들겠지만.
이 전투에 가세한 것은, 나보다도 빠른 뇌신.
이제 충격파로 견제할 수도 없는.
우연과 우연이 겹치지 않고는, 주먹을 명중시킬 수 없는 그녀.
그렇게, 전투가 이어진다.
나의 패배를 향해.
우리 군단의 패배를 향해.
검은 망자들이 인류의 공격을 버틸 수 있었던 것은, 나라는 존재가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
소방수가 사라진 검은 망자들은, 서서히 힘싸움에 밀려 사라진다.
그렇지만, 모두 포기하지 않는다.
꼬마가 내세운 이상을, 충성을, 친분을 믿으며 이 악물고 싸우는 이들은,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했고.
나도 계속 전투를 이어 나간다.
승산이 보이지 않더라도.
그렇지만, 결국.
최후는 다가왔다.
검이 몸을 베어 나간다.
번개가 몸을 꿰뚫는다.
그렇게 무너지고.
자세조차 유지할 수 없게 된 상황에서.
무기와 주먹을 겨누고 다가오는.
“너희의 악행도 끝이다.”
“이제, 전부…. 관두죠?”
천마와 뇌신의 말이 내 귓가를 울린다.
마지막 남은 망자들을 향해 달려오는 영웅의 비판과 고함도.
분명, 모두의 말처럼 나는 잘못된 일을 하였다.
내가 믿는 정의를 따르지 않았다.
이하람, 울보 꼬마의 사상은 잘못되었음은 이미 알고 있다.
올바른 미래도,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미래도 아니라는 것 정도는.
설령 꼬마의 꿈이 이뤄지더라도, 그 뒤에 남는 것은 자기 자신을 갉아먹는 절망뿐이라는 것을.
꼬마는 굳건한 믿음과 의지로 자신이 바라는 세계의 청사진을 그렸고, 실현되리라 믿어 의심치 않지만.
분명 현실과 청사진 사이에는 어마어마한 괴리가 발생할 것이고, 그것을 수정해 나가며 하람이는 미쳐 갈 것이다.
결국, 그 청사진의 일부조차도 온전히 지킬 수 없을 정도로.
보지 않아도 안다. 이하람의 오만은 그 정도로 뒤틀려 있으니까.
그래도.
그래도.
“…배신자에게 그런 이야기를 듣고 싶진 않아요.”
만약, 만약의 이야기다.
천마, 이름 없는 마법사, 나.
셋 중 누구 하나라도 계속 남아 나 대신 이 자리를 지켰다면, 배신한 것은 나일지도 모른다.
그 정도로 내 안에서 남느냐 배신하느냐의 차이는 미미하다.
남은 이유는, 역시 하나뿐.
“저는 그 녀석의 꿈을 제 손으로 꺾고 싶진 않으니까요.”
나조차 떠나면, 울보 꼬마에게 남은 것은 무엇일까.
최소한의 이해자조차 사라진, 고독한 광인은, 어떤 길을 걸을까.
그렇기에 나는 그 아이의 손을 놓을 수 없었다.
설령 나보다 강해졌더라도.
내가 이해할 수 없게 되더라도.
내 안에서는.
여전히 전쟁에 고통받고, 비정한 현실에 고통받아.
남들 앞에서는 울음을 감추는 꼬마니까.
그렇게 작은 아이이기에.
나는 그 녀석을 올바른 길로 이끌어 줄 의무가 있다.
세계가 그에게 자비롭다면.
내가 아니더라도 그를 지탱해 줄 사람이 있다면.
그 녀석의 잘못된 선택을 바로잡아 주기 위해.
설령 어마어마한 힘의 차이가 있더라도, 잘못된 길을 걷는 꼬마 녀석의 머리통을 후려쳐 줬을지도.
그렇지만, 아무도 남지 않았기에.
모든 것에서 절단된 꼬마 녀석은 이제 고독하기에.
나는 꼬마 녀석의 마지막 이해자가 되었다.
설령 세상이 모두 꼬마를 부정하더라도.
나만큼은 꼬마를 지켜 주는 이해자가 되리라고 결심했다.
“…이해할 수 없군. 잘못된 길을 걷는 제자는 바로잡아 주어야 하는 것이 스승의 도리.”
아하하하. 천마. 저도 사실 그렇게 생각해요.
당신에게 말하진 않겠지만요.
하지만 전 이 길을 택했어요.
설령 꼬마가 완전히 잘못된 길을 걷더라도.
그를 마지막까지 지켜봐 줄, 함께 지옥으로 떨어져 줄 선택을.
“그것이, 당신과 저의 차이겠죠.”
미안해. 꼬마.
같이 지옥으로는 떨어져 주지 못할 것 같아.
뭐, 이기면 다시 불러주려나?
그게 언제일지, 과연 불러줄지는 알 수 없지만.
만약 부른다면, 기쁘게 받아 줄게.
함께 지옥까지 떨어져 줄게.
네가 나에게 맡긴 너의 군세를 지켜주지 못해서 미안.
그렇지만.
하나 정도는 해줄게.
가능할진 모르겠지만.
‘듣고 있지? 아도나.’
‘….’
답은 없지만, 분명 듣고 있다.
‘내 마지막 부탁이야. 다만, 부탁인 만큼 들어주지 않아도 상관없어.’
‘….’
답은 돌아오지 않는다.
그 대신, 신성력이 흘러든다.
“또 재생인가. 그건 시간 벌이일 뿐이다.”
“그렇게 놔두진 않아!”
천마가, 뇌신이, 내 넘쳐흐르는 신성력을 보고 그리 판단해 달려온다.
내 모든 것을 잘라 내기 위해.
확실하게 모든 것을 끝내기 위해.
그렇지만, 상관없다.
어차피 이 몸은 끝이니까.
다시 바다로, 그 고통으로 돌아갈 테니까.
아도나조차 나를 지켜줄 수 없는, 푸른 바다로.
그래도.
난 그 죽음을 마주볼 거야.
그러니까.
‘꼬마 녀석을 긍정해 줘. 나 대신.’
‘….’
마지막으로 주먹을 들어 올린다.
신성력의 발현까지 시간을 벌기 위해.
찢어진 옷이 나풀거리고.
뜯겨 나간 피부에서는 끝없이 검은 피가 쏟아지지만.
재생하지 않는다.
조금의 신성력도 아끼기 위해.
발현한다는 보장은 없다.
발현하지 않는다면, 치유에 사용하여 내가 조금이라도 더 오래 살아남는 것이 유리하다.
그렇지만, 만에 하나, 정말 만에 하나.
발현한다면.
조금이라도 더 꼬마 녀석을 도울 수 있다면.
그 녀석의 뜻이 꺾이지 않도록 도울 수 있다면.
다시 얻은 육체의 고통도.
이어질 푸른 바다의 고통도.
견딜 수 있다.
파직.
서걱.
내민 오른팔이 날아간다.
막지 못한, 뇌신의 공격이 내 배를 꿰뚫는다.
검은 입자가 퍼져 나간다.
날 강제로 푸른 바다로부터 뜯어온, 내 죽음을 유예하는 검은 입자가 사라진다.
푸른 바다가 날 이끈다.
그 속에서.
“…여신 아도나의 이름으로 선언하노니.”
내 입은 자연스레 움직인다.
내 의지가 아닌, 다른 의지로.
“파(破). 그대는 승리할지어다.”
신성력이 쏟아진다.
내게 들어온 모든 신성력이, 허공으로 쏘아져 허공에 뭉친 검은 점액으로 향한다.
“…?!”
그와 동시에 뇌신도, 천마도, 놀라 나와 거리를 벌린다.
내 뒤에서 나타난 그 녀석에 놀라.
내 뒤에 나타난 것은 신성력으로 뭉친 은발 녹안의 여신.
그녀는 쓰러지는 나를 무릎으로 받아주었고.
“…바보.”
조용히 날 욕했다.
내가 본래 세계로 돌아가리라고 결심했을 때, 날 비판했던 것처럼.
“…미안.”
네 예언대로네. 아도나.
내 본래 세계로 돌아가면, 나는 악의 길을 걷고, 모두에게 원망받으며 분명 비참하게 죽게 될 거라고.
첫 죽음이 예언과 달랐기에, 예언이 틀린 줄 알았다.
그렇지만, 예언은 틀리지 않았다.
심지어 비참한 죽음 쪽은 두 번이나 되고.
그래도.
후회하진 않는다.
친구가 마지막으로 맞이하러 와 줬으니까.
이 한 번을 위해, 얼마나 많은 신성력을 소모하고, 얼마나 많은 대가를 짊어졌을까.
그것도 모자라.
자신의 본질과 지위조차 위협하는 내 부탁을 들어주었다.
그녀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조용히 날 쓰다듬는다.
그 자애로운 손길에.
조용히, 눈이 감긴다.
푸른 바다가 날 잡아끄는 고통조차 이 순간만큼은 사그라들며.
하람아.
너는 선한 신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하였지.
세계의 선한 의지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하였지.
그건, 틀렸어.
아도나는 분명 네가 생각하는 절대적인 신도, 정의롭고 선하기만 한 신은 아니야.
그렇지만, 세계를 아우르는 선한 의지는 존재해.
만약, 네가 승리한다면.
꼬마 네가 세계를 아우를 의지가 된다면.
널 다시 돌아보지 않겠니?
힘든 건 알아.
어려운 것도.
그렇지만.
그렇지만 말이야.
만약, 이 세상에 그런 게 없다면.
네가 그런 존재가 되면 되는 것 아닐까?
너라면 그런 존재가 될 수 있어.
너는… 내… 자랑스러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