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r. Magical Girl RAW novel - Chapter (583)
마법소녀 아저씨 581화(583/671)
581. O급 기록(31) – 선한 악마
광기의 대칭점은 뭘까.
이성? 정상? 평정?
모두 아니야.
광기의 대칭점은 또 다른 광기지.
그 말은 뭘까?
“아하하하하! 오랜만이야 애들아!”
간단히 설명하자면, 나도 부활해서 밖으로 나왔다는 거지.
뭐 억지로 나오거나 한 건 아니야.
사실상 내가 세 들어 사는 한아빈과의 합의를 통해 나온 거니까.
정신 생명체가 편하긴 하지? 이렇게 쉽게 다시 나타날 수 있다니.
아, 아무 때나 되는 건 아니야.
그럼 진작에 나왔겠지.
뒤틀림이 극도로 강하거나, 공기중에 마력이 흘러넘치거나.
그리고 지금 세계는 딱 그 꼴이지.
이하람이 자신의 모든 힘을 쏟은 덕에 뒤틀림은 최고조에 달해 엉망진창이고, 육체의 잔해가 마력이 되서 온 사방에 흩뿌려져 있으니까.
음. 뭐. 육체가 없긴 하지.
그래서 저번에 나올 때도 한아빈의 몸을 빌린 거에 가까웠고.
그런데 말이야.
【정신은 곧 육체이니】
육체가 사라진 것만큼 내게 의미가 없는 건 없단다?
“해피니스… 드롭!”
“어라. 날 알아보네. 너, 생긴 거랑 달리 나이 좀 있나 봐?”
그렇게 등장한 나를 알아보는 각성자. 아. 지금은 영웅이지.
어쨌든 그런 애가 있기에.
꿀렁.
몸을 무너트리고, 그 옆에 재생하여 그 아이를 어루만져 주었지.
“음. 행복해? 아. 그럴 리 없지. 지금 세상이 이 꼴인데.”
스윽.
손톱이 피부를 그어 피가 흘러내림에도, 내게 붙잡힌 녀석은 공포에 질렸는지 움직이지도 못하였고.
“공동 전선이야. 공동 전선. 난 너희를 행복하게 만드는 게 목표인데, 저 얼간이는 명백하게 그거랑 거리가 멀잖아?”
그의 피부에서 흘러내린 피를 매개로 하여, 낫을 만들었다.
이것도 죽였다거나, 빈혈을 일으켰다든가 하는 이야기는 아니고.
그냥 피를 첫 매개로 삼았다고.
아무튼, 그 영웅에게 있어 이 상황이 어지간히 무서웠던 것일까.
“….”
“어라.”
기절했네.
낫의 소환 매개체로 삼고자 피를 뽑아낸 애가 기절해 버렸다.
피 몇 방울 뽑았다고 신체적인 문제가 생길 리는 없을 텐데 말이지.
“음. 뭐. 믿기 싫으면 말고.”
설명할 기운도 시간도 없었기에.
낫을 들고 날아간다.
저 멀리, 지금도 패악질을 부리고 있는 얼빠진 녀석을 향해.
“너도! 오랜만이다!”
인사는 중요하지. 그래서 낫과 함께 인사를 던졌지만.
“너도! 날 방해할 셈이냐!”
여전히 멍청한 이하람은 내게도 성을 냈고.
망치와 낫이 맞부딪침에.
마법소녀로서 자존심이….
자. 중간 생략.
여차저차 해서 전투가 있었고.
이러쿵저러쿵.
낫도 휘두르고 피도 빨고.
이것저것 있겠지? 안 그래?
서로 간에 의지를 시험하고.
자. 그런 건 다 좋아.
중요한 건 하이라이트야.
어차피 우리는 무대에서 물러난 녀석들이고, 중요한 건, 다음.
“힘이 필요해.”
더 큰 힘이.
낫을 키웠다. 미쳐 날뛰는 녀석을 한 방에 날려 버리기 위해.
그때처럼.
의지를 쥐어짜도 기나긴 전투로 정신이 피폐해져, 모두가 쓰러질 때.
끝없는 광기는 날뛰고, 또 날뛴다.
육체가 망가진 지 오래건만, 내 이계침식을 통해 정신으로 싸울 힘을 쥐어짜는 영웅들을 쓰러트리고, 자신의 뜻을 관철하기 위해서.
옛날의 나처럼.
역사는 반복되는 거야.
문제가 있다면.
“아하하하하. 턱도 없네!”
그때의 황금빛 망치와 다르게 전혀 힘이 모이질 않는다는 점일까.
내가 저지른 짓이 있으니까 인망이 없는 거야 잘 알지만 말이지.
아무리 그래도 가장 앞으로 나가서 계속 피도 흘리고, 유효타도 여럿 먹였는데 신뢰란 감정은.
음. 생기지 않을 만하지.
그래도.
“제발.”
간절하게 입을 연다.
언젠가의 날처럼.
희생당한 어린이들의 시체 더미 위에서 울부짖었던.
구원과 행복을 바라던 그때처럼.
“제발. 믿어 줘.”
날 저주해도 좋다.
욕해도 좋다.
적어도. 지금 한순간만큼은. 제발.
그런 내 진심이 닿았을까.
힘이 모인다.
그렇지만.
“…그래. 그렇겠지.”
내 진심이 닿은 것은 극히 일부뿐.
내 말은 누구에게도 닿지 못한다.
계속해서 늑대의 거짓말을 하던 양치기처럼, 의미 없이 퍼져나간다.
타락한 나는 이미 누군가를 행복하게 만들지도, 설득하지도 못하게 되어 버렸으니까.
그래도.
누군가는 내 말에 귀 기울여 줬다.
그걸로 충분하다고 믿으며.
내 모든 것을 바치기 시작한다.
세계에 남게 해준 마지막 정수도.
끓어오르는 피도.
아직 나를 나 자신으로 유지해 주는 과거의 신념도.
모두, 이 한순간을 위해.
모두의 행복이라는.
나를 아직 나로서 정의하는 광기를 실현하기 위해.
그렇게 모든 것을 바치더라도, 힘이 모자람을 자각할 때.
‘내가 보장한다! 그녀를 믿어줘!’
이하람의 신념을 무너트리고자 사용했던, 이제는 어떤 의미도 남지 않은 현상을 통해 전장에 울려 퍼지는 어떤 목소리.
그것은, 내 기억에는 없지만.
언젠가 과거, 한아빈에게 들었던 이의 목소리.
내 후배.
새로이 태어난, 언젠간 우리를 뛰어넘을 거라 기대받는 이.
얼티메이트의 두꺼운 목소리.
그의 목소리가 무슨 도움이 될까.
고작해야 각성자 하나의 목소리.
세상을 바꿀 수 있는 목소리는 아니다.
“그래도. 믿어줘서 고맙긴 해.”
나를 모르고 있음에도.
나와 개인적인 인연이 없어 나에 대해 아는 것이라고는 타락한 마법소녀라는 정보 하나일 뿐일 텐데도.
믿어 주는 이가 있다.
사람은 단순하다.
나 역시도.
그것만으로도 힘이 다시 생겨난다.
모든 것을 바칠 각오도.
비록 그것이 모자랄지라도.
과정에는 의미가 있으니까.
그리고, 웃음이 피어난다.
피의 낫이 빠르게 성장해 나간다.
뒤틀리고, 꿀렁거리며, 거품을 일으키며.
더더욱 불길하게.
누가 악인인지 알 수 없을 만큼.
그 불길함은 설령 이 힘을 부리는 나조차도, 함정이 아닐까 하고 생각할 만큼 불길한 모습.
이 형상을 보고도 나에게 힘을 주는 녀석은 내 정신과 자격을 걸고 미친 게 분명해.
아직 유효한진 모르겠지만.
그런데.
얼티메이트의 목소리는.
그가 지닌 신뢰는.
세상을 미치게 만들 힘이 있었던 것 같다.
전달되는 에너지가 끊기지 않는다.
확실하게 미친 옛 인류의 적에게 전달되는, 의심은 있으나 그것을 뛰어넘는 믿음과 함께 전달되는 힘.
“하…하하하…!”
웃음이 나온다.
광기가 멈추지 않는다.
“봐! 이하람! 우리는 틀렸었어!”
사람은 바뀔 수 있어.
각성자의 목소리는 다른 이에게 닿을 수 있어.
“우리가 틀렸어! 우린 틀렸다고!”
답은 돌아오지 않는다.
그는 그저 올려다본다.
거대한 피의 낫을.
언젠가처럼.
작디작은 망치를.
작디작은 낫을.
거대한, 모두의 힘이 모인 무기가 떨어져 내릴 때.
이해자 하나 없이, 홀로 남아.
그저 하늘을 올려다보며.
언젠가의 나처럼 자신이 옳음을 믿어 의심치 않으며.
“우리가! 틀렸어어어어어어어!”
휘두른다.
내리친다.
과거의 황금빛의 망치를.
지금의 거대한 핏빛 낫을.
인류의 적을 향해, 놓아버린다.
미친 이가, 미친 이를 향해.
그리고, 상황은 반복된다.
“이깟 게 날 막을 것 같냐아아아!”
쾅.
검붉게 피어오르는 마력과 그저 짙고 짙은 붉은 마력이.
우주의 공허한 공간에 충돌하여 빛을 흩뿌리며.
“절대로! 절대 쓰러지지 않는다!”
양손으로 쇠 지렛대를 들어 올린 그 녀석은, 자신의 머리 위로 내리박힌 낫을 밀어내고 있다.
전 인류의 힘.
…은 역시 오버고.
그래도, 나 때와 비교해도 막대한 힘이 담긴 낫을.
“너희도! 너희도! 같은 고통을!”
악의와 악의와 악의.
그리고, 광기.
망가져 이 이상 무너지지 않는, 변할 수 없는 정신은.
언젠가의 내가 그러했듯,
하나의 정점.
“그저 행복을 받아먹기만 할 줄 아는 녀석들이이이이!”
쿵.
세계가 울린다.
핏빛 낫이 밀어 올려진다.
그저 한없이 나락을 향해 떨어지는 존재의 절규와 함께.
기억하는 모든 것이 무너지고, 망가지고, 뒤틀려도.
“고행을 알려주마! 모두에게!”
그는 여전히.
홀로 고독하게 전장의 모든 이를 쓰러트린다.
이제는 아무것도 남지 않은, 광야의 왕이 되어.
그는 언제나 고독했다.
각성자와도 인간과도 다르기에.
과거의 모두는 착각했다.
각성자와 인간은 다른 존재라고.
서로 이해할 수 없는 존재라고.
그렇지만, 각성자는 인간이다.
각성자의 삶은, 그저 어떠한 계기에 의해 힘을 얻은 인간의 연장선.
그렇지만.
그에게 과거란 존재했을까?
그에게 각성자가 되기 전의 과거를 들은 사람 있어?
단편적인 정보는 존재할 거야.
학창 시절, 작은 농담, 그리고, 단편적인 에피소드.
그렇지만, 그가 정확히 어떤 존재였는지 답할 수 있을 만큼의 상세한 자료는 그 누구도 들은 적 없어.
모두의 정신감정을 해본 나라서 할 수 있는 말일지도 몰라.
그는 마법소녀가 된 후의 자신과 그 전의 자신에 대한 연속성을 명확하게 인지하지 못하고 있을 거야.
어쩌면, 그의 인지 장애와 감각 상실도 그 연장선이 아닐까.
그가 과도할 정도로 정의와 영웅에 집착하는 것도 마찬가지고.
과거 육체의 편린조차 사라진 완전히 새로운 외모.
그리고, 그런 변신과 동시에 그를 둘러싼 사회도 완전히 뒤흔들렸어.
주변 환경도, 대우도, 외모도.
심지어 성별도 다르지.
턱없이 어린 나이에 자신을 자신이라 인지할 수 있는 모든 요소가 사라진 그는.
자신의 과거를 집착했지만.
모순적으로 자신의 과거를 타인에게 알리지도 않았지.
부정당하는 것이 두려웠을까.
아니면, 자신의 안에서 답이 정의되는 것이 두려웠을까.
자. 이제부터는 모두 추측이야.
내 정신과 의사로서 추측.
답은 아니야.
사람의 마음이 간단했다면, 나도 이렇게 미치진 않았겠지.
그는 필요로 했어.
불안한 자신의 존재를 증명해 줄 것을.
그것은, 영웅.
과거의 자신이 동경하던, 완전무결한 초인.
강한데다가 정의롭고, 올곧으며, 몇 번이고 다시 일어나는.
빛나는 존재.
그리고, 그 투영은 그의 자아를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되었지만.
동시에, 그와 거리가 먼 자신의 과거를 부정하였지.
영웅과 어울리지 않는, 나약한 과거의 존재.
상처받고, 흔들리고, 모두에게 모멸당하는, 비참한 어린아이.
사람의 삶을 잃고.
각성자 사이에서도 어린 나이와 힘의 특수성으로 인해, 동포로 취급받지 못하고 묘하게 겉돌던 이.
그렇기에 그는 각성자에게 집착했던 거야.
이미 평범한 사람에게 벗어난 그는 각성자에게 가까워지기 위해.
각성자들이 자신을 돌아보도록.
자신을 깎아가며.
영웅-철인으로서.
사람을 원망하는 마음을.
고통을 나누어야 마땅하건만, 이 고통을 나누지 못하는 영웅을 원망하는 마음을.
사람의 감정을 버림으로써, 이야기의 주인공에 가까워지는.
영웅으로서, 주역으로서 완성된.
어디에서도 환영받지 못한 아이.
어쩌면, 모두의 잘못일지도 몰라.
모두가 힘들었으니까.
모두가 자기 챙기기도 바빴으니까.
그러니까, 떠넘겨 버린 거야.
보살핌을 받아야 할 어린아이에게.
뭐든 자신이 하겠다고 나서는 아이에게.
누군가는 눈치챘을지도 몰라.
아이는 인정받고 싶을 뿐이라고.
아이는 자신이 속한 집단과 함께하고 싶을 뿐이라고.
그렇지만.
어느새 착각하지 않았을까.
무너지지 않는 아이를 보고.
강한 아이라서 괜찮을 거라고.
놔둬도 알아서 잘할 거라고.
그렇지만, 그는 그 안에 무슨 마음을, 생각을, 품고 있었을까.
비참한, 부모에게조차 버림받은.
사회에게, 친구에게, 사람들에게 버림받은 아이에게 우리는 무엇을 바란 것일까.
홀로 단련되어 완성된 영웅.
그렇지만, 단단한 금속의 안쪽은.
이 세상에 있을 리 없는.
완벽한 영웅-철인은.
토마토를 얻어맞은 금속 조각상은.
우리는. 무엇을 만든 걸까.
“으아아아아아아아!”
쾅.
한 번 더, 충격파가 흐른다.
낫이 밀어 올려진다.
검붉은 마력에.
흘러넘치는 검은 입자에.
솟아오르는 검은 물결은, 붉은 안광에서 흘러넘치는 붉은 액체를 붙잡아 하늘로 이끌며.
자신의 승리를 외친다.
철인을.
어떤 역경에도 패배하지 않는, 이야기 속의 주인공을.
그렇지만.
알잖아.
하람아.
하늘을 올려다보는 사람은.
발아래를 보지 못하는 법이야.
내가 그랬듯이.
꿀렁.
피가 흐른다.
흘러넘치는 이하람의 붉은 마력에 섞여 자신을 숨긴.
미친 마법소녀의 더러운 피가.
그리고, 그 안에서 솟아오르는.
모든 것을 결심한 아이.
지금의 내가 신세 지고 있는.
그 누구도 여기까지 도달하리라 생각하지 못했던 아이는.
“죄송해요. 선배님.”
조용히 붉은 화살을 휘둘렀다.
자신의 스승을 향해.
과거의 재현을 위해.
“미안하면. 하지 말아야지?”
한아빈의 공격이 가로막혔다.
주변으로 검은 입자를 흩뿌리는 탐욕스러운 검은 옷에 의해.
이 흐름에서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는 자신이 가장 잘 알고 있다는 듯.
하늘을 바라보면서도, 자신의 주변을 바라본 이하람은.
묵묵히 자신의 제자를 바라보았다.
붉은 쇠 지렛대를 치켜든 채.
모여든 힘을 밀어 올리며.
기습도 실패.
결국, 패배한다.
응. 그건 아니지.
그건, 재미없잖아?
그러니까.
눈에 잘 띄는 붉은 피거품 뒤에 가려진, 검은 거품의 그림자…. 같은 건 어떨까?
“오랜만이에요! 스승님!”
“뒤져라! 망할 애비!”
쾅.
우득.
두 망치가 이하람을 후려쳤다.
은빛 망치와 은빛 망치.
유밀과 백시현.
그리고, 균형은 무너진다.
과거처럼.
절규하는.
광인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