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r. Magical Girl RAW novel - Chapter (593)
마법소녀 아저씨 591화(593/671)
591. 바람이 도달하는 장소(5)
“알’셸아 여기 커피가 부족하다!”
“…알겠습니다.”
눈앞에서 내 상식을 초월하는 이상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망할 문어 대가리가 아무리 머리를 굴려 봐도 누군지도 모를 듣도 보도 못한 잡쫄 괴인에게 명령받고, 문어 대가리가 분노를 삼키긴 하지만 그 말을 순순히 듣는 기현상.
오죽 놀랐으면 곧바로 눈을 떠서 끝의 시선으로 지금 내가 있는 장소가 내가 알던 세상이 맞는가 하고 확인도 해 보았다.
요즘 다른 세계를 나다니는 방랑자 짓이 확 늘었으니, 뭔가의 착오로 한없이 비슷하지만 다른 세계에 온 것이 아닌가 해서.
그렇지만, 이 세계는 내가 목표로 했던 세계가 맞았고, 저 괴인은 듣도 보도 못한 잡쫄이 맞았다.
알’셸 같은 또라이가 세상에 여럿 있을 것 같지는 않으니, 제대로 온 것이 맞으리라는 심증이 있긴 했지만, 끝도 눈앞에서 믿을 수 없는 것을 보면 당황하기 마련이다.
그 녀석들이 기적이 일어나면 그것을 보며 온갖 난리는 다 치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듯이.
뭐, 우리 망할 관음증 동족 놈들 이야기는 그렇다 치고.
눈을 안 떴다면 모를까, 눈을 뜬 이상 정신 조작이나 환영 기타 등등의 인지 관련 효과의 영향을 받을 리도 없으니, 저건 모든 것이 진실.
즉, 알’셸이 별 이상한 놈한테 부려 먹히고 있다는 진실만이 남는다.
과거 시점으로 눈을 뜨면 상세한 사정을 알 것 같지만, 이게 더 재미있을 것 같으니 관두고, 지금 내가 취해야 할 행동은.
“여어 알’셸.”
친근하게 굴면서 이 망할 문어 대가리를 놀려먹는 것이다.
핫-하. 지금까지 네놈이 해온 죗값을 청산할 시간이다.
“또 어떤 새끼신가요?”
어허 새끼라니. 아무리 공손하게 말해도 단어 선정이 그러면 아무런 쓸모가 없어요.
눈을 크게 뜨고 날 노려보는 것이, 알’셸은 지금 자신이 처한 상황에 만족하지 않는 모양이다.
피부색도 검푸르게 그라데이션을 하는 것을 보면 말이다.
자, 그럼 다음으로. 알’셸에게 나는 누구로 보일까.
여러 세계를 방랑해 본 결과, 내 인지 왜곡은 확실히 이런 방랑 생활에는 압도적인 이점을 지닌다.
다른 끝이라면 본체를 보자마자 미쳐 발광하고 죽거나 기절하는 문제가 발생해버리지만, 나는 평범한 지성체처럼 취급당하니까.
문제가 있다면 내가 누구로 보이는지는 눈을 떠도 알 수 없다는 것.
강령술사인 나는 마법으로 어떻게 처리가 되는 모양인데, 내가 사용할 수 있는 마법은 인지니 기억이니 그런 쪽이랑은 영 안 어울려서 원.
아무튼, 이번 슬롯머신에 낙점된 것은 누구일까.
“…쿠쿠루루. 무슨 볼일이죠?”
…아니 아무리 그래도 그 녀석이 걸릴 거라곤 생각도 못 했는데.
대체 난 지금 어떻게 보이는 거야.
분명 지면을 걷고 있으니, 강철 날개를 단 요정이 터벅터벅 땅을 걷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고? 아니면 날고 있는 것처럼 보이나?
아무튼.
쿠쿠루루라면 그나마 편하다.
성격도 평소의 나와 크게 다르지 않으니까.
어투만 조금 교정하면 되겠군.
“갑자기 이상한 취향에라도 눈을 떴나 해서요.”
“…무슨 뜻이시죠?”
아하하. 무슨 뜻이긴.
“자기보다 못난 녀석에게 부려 먹히면서 마조히즘적 쾌락을 취하려는 것 아니었나요?”
“….”
알’셸의 피부가 아득한 심연으로 물들었다.
검정보다도 더욱더 짙은, 빛을 완전히 흡수하는 것 같은 색.
나조차도 처음 보는, 희귀한 색.
진심으로 정색하면 저런 색으로 변하는 건가.
감탄하며 빤히 쳐다보고 있자.
“…못 들으셨습니까?”
“뭘요?”
몰라 임마. 그러니까 까.
힘을 쓰면 알 수 있지만, 네 입으로 듣고 싶다고.
“이번 사태에 대한 강직 처분입니다.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라더군요.”
“…강직 처분이라기엔 좀 많이 센데요?”
참모장에서 말단으로 격하라니.
이놈들 지휘 체계는 모르겠지만, 대체 몇 단계나 격하한 거야?
“그래도 뭐 어쩌겠습니까. 정해졌으니 따라야지.”
알’셸 녀석, 말은 그렇게 했지만.
“…표정을 보니 아닌걸요?”
내가 보기엔 독기를 품고 주변 생명체들을 모조리 갈아버릴 각오를 하는 것처럼 보인다.
아니면 미래의 복수를 위해 내면의 원한 노트에 죄목을 빼곡히 새기고 있던가.
어떤 것이든 알’셸 녀석의 성격상 이대로 끝날 가능성은 없다고 본다.
“….”
녀석의 얼굴에 의심이 깃든다. 그것도, 매우 강렬하게.
“그래도 뭐 어쩌겠어요. 네가 저지른 짓이 짓인데 말이죠.”
그러니, 분위기를 못 읽는 척 알’셸이 화낼 말을 던졌다.
“그렇게 거대한 걸 계획해 놓고 아무 말도 없이 무단이탈에, 자신의 존재도 삭제했죠. 일이 잘 풀려서 다행이지. 아니었다면….”
“저도 반성하고 있습니다. 그러니 가만히 있죠.”
그래?
전혀 아닌 것 같아 보이는데.
“흐음…. 그렇구나아.”
더 재미있는 반응을 기대했는데.
적어도 저 거무죽죽한 피부에 어울릴 정도의 격렬한 걸 말이지.
하는 수 없지. 철수할까.
지금 알’셸에게 이 이상 정보를 끌어내는 건 힘들 것 같다.
놀려먹는 것도 알’셸이 이래서야 허탕이고.
괜히 내 정체를 눈치챌 빌미를 남기느니 이대로 관두자.
“그럼. 갈게요. 몸조리랑 쫄병 생활 잘하세요.”
그리 생각하고, 인사와 함께 떠나려는 순간.
“…쿠쿠루루 님.”
뭔가 남은 듯, 조용히 내려앉은 목소리로 알’셸이 다시 말을 걸었으니.
“왜?”
“이하람 님의 망치 금속 샘플. 평소에 얻고 싶어 하셨죠.”
“…응?”
갑자기 그게 무슨 말이야.
너무나도 놀라 반사적으로 답하고 말았다.
아마 쿠쿠루루 본인도 나와 비슷한 반응을 보였을 것이다.
그 금속 마니아 녀석은 항상 망치 조각을 원했으니까.
다만, 내가 놀란 것은 그런 게 이 세상에 존재한다는 사실과 내가 대화속에서 언급되었다는 둘.
“…그걸 얻으실 기회가 있다면 어쩌시렵니까?”
알’셸의 표정이 일그러진다. 평소처럼 나쁜 짓을 꾸미는 얼굴로.
“좀 더 자세히 부탁해요.”
그런 게 존재할 것 같지는 않지만, 만에 하나의 가능성이 존재한다.
이 세계는 내가 그토록 처절하게 싸운 세계, 그러니 그 난장판에서 무언가를 남겨 버렸을 가능성이 전혀 없다고는 하지 못하겠고.
만약 그런 물건이 남아 있다면 무조건 회수해야 한다. 끝의 힘이 잔뜩 깃든 파편이라니, 주변에 어마어마한 뒤틀림을 발하고 있을 것은 분명하며, 지금은 큰 문제가 없을지라도 언젠가 반드시 문제를 일으킨다.
“간단한 일입니다. 관리국이 새로이 만든 기지 안쪽에 위험 물품을 보관하는 장소를 추가로 만들었죠. 그리고 그 보관 물품 중, 이하람 님의 망치 조각이 있습니다.”
스윽.
알’셸의 피부가 평소로 돌아온다.
평정을 되찾은, 비열하고 냉정한 목소리와 함께.
“지금은 아무 문제도 없지만, 곧 무슨 문제가 생기겠죠. 그 이하람 님의 조각이니, 지금의 관리국 기술로는 완전한 억제가 불가능합니다.”
흐음.
그 말을 듣고 눈을 떠 보았다.
우선 관리국이 새로운 보관 장소를 만든 건 확실하다.
다만, 그 안에 내 망치 조각이 있는지는 알 수 없다.
노틸러스처럼 신의 시체를 사용한 것인지, 시선이 닿지 않는 상황.
아마 알’셸에게 이야기를 듣지 않았다면 존재조차 몰랐으리라.
그냥 시선으로 훑을 때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지만, 듣고 나서 살펴보면 시선이 빈 장소가 존재한다.
너무나도 작아, 듣지 않고서는 알 수 없는 공백.
정보가 없다면 극도로 찾기 어렵지만, 알고 나면 찾을 수 있는 것.
“그래서 어쩌자는 거죠?”
“가져와서 저희가 관리하자는 이야기입니다. 린슈아 님이라면 충분히 억제할 수 있으시고, 일이 잘되면 되돌려 줄 수도 있겠죠.”
“그사이에 저는 연구를 끝마치고 말이죠?”
“그렇습니다.”
과연. 진위 여부는 여전히 불명이지만, 잘 짜여진 이야기다.
다만 이 과정에서 알’셸이 얻을 것이 없다는 것이긴 한데.
그건 아마.
“…일이 잘 풀리면 당신의 복권에 협력하란 이야기겠죠?”
알’셸은 아직 장소를 알려 주지 않았다.
나야 시선으로 볼 수 있으니 이미 찾았지만, 쿠쿠루루라면 아직 알지 못하는 것이 정상.
“글쎄요.”
알’셸의 일그러진 웃음이 돌아온다.
자신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며.
그렇지만, 너라면 뭘 해야 할지 알고 있을 거라며.
“관리국의 시선은 제가 끌겠습니다. 쿠쿠루루 님은 그냥 들어가서 빠르게 필요한 것만 들고 나오시면 됩니다.”
“보안이 있을 텐데요?”
“아직 완전한 보안이 구축되려면 시간이 더 필요합니다. 지금은 억제에 급급해서 제대로 된 보안이 없는 수준이죠.”
흐으으으으음.
이렇게 밥상을 차려 주다니.
이건 어쩔 수 없네.
물론, 알’셸, 쿠쿠루루, 관리국.
모두를 엿먹이는 셈이 되겠지만.
어쩔 수 없잖냐.
그렇기에, 나는 손을 내밀었다.
협력의 증표로서.
그에 알’셸은 비릿하게 웃으며 손을 내밀었고.
우리 둘은 손을 맞잡았다.
끈적했다.
* * *
자 여차저차 해서 그 창고 내부입니다!
보안을 모조리 때려 부숴야 하나 걱정했는데.
애초에 이 보안 시스템 설계 일부는 결사의 위장 기업이 담당했던 바람에, 때려 부숴서 돌파해야 할 장소는 얼마 되지 않았다.
이래도 괜찮은가 관리국.
잠시 그런 생각이 떠올랐지만.
이제 내 알 바 아니기도 하니.
일을 끝마치기 위해 보관소 내부에 들어섰다.
“실례합니다~.”
한 번 털린 관리국 심장부를 대신한, 새로운 보관실.
한 장소에 몰아넣은 덕에 대참사가 일어났단 사실을 인지한 것인지, 이런 장소가 여럿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듯한 좁은 창고.
얼핏 보기엔 그리 중요한 장소처럼 보이지 않는, 캐비닛과 적재 프레임이 잔뜩 놓인 장소지만.
겉모습만이 그럴 뿐, 수많은 마법진과 특수 합금, 기타 기술로 이루어진 보관함은 그만한 위험성을 담고 있는 물건들을 간직하고 있었다.
지금의 내게는 대부분 어떤 흥미도 일지 않는 물건이긴 해도 말이다.
아무튼, 필요한 것을 찾기 위해 걸어 나갔다.
깜빡이는 전등 안, 너무나도 고요한 장소.
내 망치 조각은 어디 있을까.
여기까지 왔으니 알’셸의 거짓말은 아닌 것 같은데.
그렇게 감지 범위를 넓힌 순간.
뭔가 온다.
꽤 강한 힘을 가진 존재.
그리고, 내보이는 힘의 성질을 통해 파악해 보면….
파직.
천장에서 깜빡이던 전등에서 스파크가 튀고.
파직.
허공에 퍼져 나간 전기가 뭉쳐, 힘을 가진 존재를 실체화시킨다.
검정과 금빛이 섞인, 옛 친구.
힘과 능력이 더더욱 성장했음이 분명한 그녀.
자신의 힘을 다른 방향으로 발전시킨 것인지, 아니면 순수한 에너지체가 되면서 발상을 전환한 것인지.
전깃줄을 타고 나타난 그녀. 뇌신이 나를 빤히 쳐다보았다.
…왜 하필 뇌신이지.
그래도 뭐…. 여기서 뇌신을 마주치는 것은 예상치 못한 일이었지만, 문제없다.
나는 당연히 마땅히 여기 있어야 할 존재로 보일 테니까.
단지, 상대가 뇌신이기에 조금이라도 틈을 준다면 인지 왜곡을 뚫고 내 본질을 깨달을지도 모른다는 문제가 있기에.
위화감을 최소화하고, 틈을 줄이기 위해.
“안녕하세요? 무슨 일인가요.”
알’셸 때처럼 어떤 이로 보이는지 판별하기 위해 인사를 던졌지만.
“….”
지금 내가 누구로 보이는지 전혀 판별할 수 없는, 완전한 무반응.
뭔가 말도 안 되게 잘못된 존재로 보이는 건가?
그리 생각하고 조금 기다리자.
뇌신은 품 안에서 핸드폰을 꺼내 내게 내밀었다.
그리고.
‘눈앞의 사람은 이하람입니다. 그럼, 마음대로 하시길.’
뇌신이 치켜든, 반짝이는 핸드폰 화면에 적힌 문구.
“알’셸 너 이 새끼.”
속았다.
저놈은 애초에 날 낚으려고 했던 것이 분명하다.
처음부터 녀석의 눈에는 내가 쿠쿠루루가 아니라, 본래의 나 자신으로 보였으리라.
그러니 이런 작전을 짠 것이겠지.
자. 그럼….
당장이라도 날 쳐죽일 것처럼 노려보는 뇌신에게 나는 무어라 말을 건네야 할까.
깊은 고민을 한 결과 내가 도달한 답은.
“음…. 안녕?”
“죽어.”
파직.
번개가 튀고, 순수한 에너지로 이루어진 일격이 명치에 내리박혔다.
압도적인 힘의 차이로 인해 물리적으로 아프진 않지만.
그 안에 깃든 강렬한 의지로, 정신적 내상을 줄 만큼 강렬한 공격이.
피할 순 있지만, 피해서는 안 되는 공격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