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r. Magical Girl RAW novel - Chapter (599)
마법소녀 아저씨 597화(599/671)
597. 바람이 도달하는 장소(11)
“들어가시죠.”
린의 언니, 리나는 그리 말하며 길을 내주었다.
저 안에 자신들의 창조자, 얼굴 없는 여왕이 있다고.
그렇지만 난 바로 들어가지 않고, 조금 리나에게 시선을 고정했으니.
“…왜 그러시죠?”
그 시선이 신경 쓰이는 것일까, 정장 차림의 리나는 여전히 무뚝뚝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고.
나는 곧 입을 열어 질문에 답했다.
“아니, 상상 이상이다 싶어서.”
…괴물이네, 괴물.
끝의 피에 눈을 떴음에도 제어가 가능한, 여왕 직속 수호대.
이미 말도 안 되게 강한 건 알고 있었지만, 끝에 오르고 나니 더 확실해졌다.
수호대는 말도 안 되는 존재다.
이건 전투력의 이야기가 아니다.
그들의 존재 그 자체에 대한 의문.
어지간한 화신체에 맞먹는 부정의 힘을 몸에 담고 있건만, 그럼에도 푸른 바다와 맞닿아 있는 지성체.
그 탓인지 부정이 담긴 의지를 주변에 뿜어내고 있지만, 뒤틀림은 거의 발생하지 않고 있다.
가만히 있어도 끝처럼 세계의 규칙을 흐트러트리건만, 자연적으로 발생했기에 세계가 긍정하여 간섭이 일어나지 않는 개체.
아니, 오히려 세계가 그들의 선택을 긍정하고 맞춰 주는 수준.
이렇다면 홈 경기에서 화신체가 아무리 몰려와도 패배하지 않는 것이 이해된다.
어지간히 힘의 차이가 나지 않는 한, 이쪽은 아무런 페널티 없이 힘을 행사할 테니까.
그렇다고 본체로 오면 이제 당연히 여왕 녀석도 본체로 나올 테니.
이걸 이기려면 부정이나 이계의 힘을 통한, 이능에 가까운 힘보다는, 의지나 힘 그 자체로 찍어 누르….
…음. 어라, 나네.
상성 더럽게 좋았구나 나.
물론, 그렇다고 쟤들이 육체적으로 약한 건 아니긴 하지만.
아무튼, 여왕이 생각하는 정답은 저것인가.
“상상 이상이라는 것이 어떤 점에 대해 상상 이상이란 말인가요?”
내 질문이 이해되지 않은 것일까, 리나는 그리 답을 되돌렸고.
“음. 너 강하다고.”
나는 말을 던졌다.
“칭찬 감사합니다. 그렇지만, 지금 중요한 것은 아니군요.”
그런 내 칭찬에도, 리나는 무뚝뚝한 표정을 되돌릴 뿐이었고.
“여왕님이 기다리고 계십니다.”
그녀는 내가 들어가기를 재촉하듯 말을 이었다.
여왕을 기다리게 하지 말라는 듯.
사실 여왕 녀석이 기다리건 말건 나랑 상관없고, 할 수 있으면 최대한 시간을 낭비시키고 싶지만.
리나가 저렇게 무뚝뚝한 이상, 여기서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노려보고 싶진 않았기에, 천천히 방 안으로 발을 들였다.
두 번째로 입장한 여왕의 방.
첫 번째 만남과 다르게, 방은 평범하고 또 평범했다.
불도 켜진 채였고, 이상한 뒤틀림이나, 무한한 공허도 없는.
평범한 방.
이 방에서 이질적인 것은, 얼굴 없이 날 바라보는 여왕뿐.
철컥.
방에 입장한 내 뒤로 문이 닫히는 소리가 들렸고, 이어 20초가량의 눈싸움이 지난 뒤.
나는 천천히 품 안에 손을 넣고, 원하던 것을 찾아 여왕에게 던지며 입을 열었으니.
“선물이다.”
하늘을 나는 흰색 인형.
너무나도 긴 탓에, 인형이라기보단 잘 구부러지는 쿠션이라 해야 할 법한 노란 삼색 고양이 인형은, 하늘을 날아 여왕의 품 안에 착지했고.
“뭐야 이거?”
여왕은 평소의 그녀답지 않게, 악의 없는 목소리로, 고양이 인형과 눈을 마주했다.
“선물.”
“선물?”
“제쓰가 가지고 가라더라.”
“흐음. 그 녀석은 잘 지내?”
“취미로 내 머리통 날릴 정도로.”
“잘 지내나 보네. 선물은 고마워.”
다행히, 지뢰는 아니었던 것 같다.
여왕은 화난 기색 없이 허공에 손을 휘둘러 고양이 인형을 어딘가로 전송했고,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빤히 날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그래서. 뭐 물어보러 왔어?”
자. 여기서부터가 진짜다.
과연, 이 말은 지뢰일까 아닐까.
아니, 애초에 말해 준다 한들 거짓인지 진짜인가에 대한 문제도 있지.
자. 그럼 시작하자.
길진 않을 것이다.
“어디서부터가 네 계획이었지?”
“좀 더 자세히.”
이 질문 자체는 지뢰가 아니다.
다행이로군.
“이계 진입. 아니, 어쩌면 내가 마법소녀가 되는 것 자체.”
“전자는 맞고, 후자는 아니야.”
“…그럼, 운호가 날 택한 게 우연이란 소리인가? 매번 날 택한다고?”
거의 모든 세계에서, 마법소녀 각성이면 내 파트너는 운호였다.
마법소녀가 아닌 다른 것으로 각성한다면 모를까, 마법소녀로서 각성할 경우는 사실상 고정된 수준.
“우연이라기보단 운명이겠지. 운호는 네게 강한 이끌림을 느낄 거고, 그게 반복된 거야. 사실 다른 마스코트도 비슷할걸? 직접 네 눈으로 보면 알겠지만.”
“….”
저 말은 사실이다.
비슷한 세계에서, 마스코트가 보내지는 경우, 절반 이상은 다른 세계와 선택하는 대상이 일치한다.
단지, 비슷한 세계가 아예 존재치 않는 마법 왕국의 특성상, 마법소녀가 존재하는 세계가 너무 적어, 그걸 확정지을 표본이 부족했을 뿐.
그리고, 그나마 존재하는 소수의 세계마저 절대다수는 마(麼)가 세계를 사멸시킴으로써 없던 일로 만들어버려 관측이 어려운 건 덤.
그렇기에, 마스코트가 파견된 세계 모두에 여왕이 관여했다고 추측했지만, 여왕은 그것을 부정했다.
진실인지 아닌지는, 알 수 없다.
그럼. 이제 전자의 이야기.
“…이계의 우연에는 관여했다고 인정했었지.”
“맞아.”
“그럼, 마열차와 내가 접촉할 것도 알았다는 의미인가.”
“마열차를 내가 어떻게 알아. 내가 꾸민 건 네가 이계에서 표류하도록 이질적인 기운이 있던 데에 떨어트린 것뿐이야. 이계에서 맛이 가버리면 전개가 편할 것 같았거든.”
“…방금 뭔가 충격적인 말을 한 것 같은데?”
뭘 어떻게 한다고?
“네가 너무 머리가 꽉 막혀서 진행이 안 되니까 충격을 줘서 머리를 좀 행복하게 만들면 어떨까 싶었지. 아, 그 이질적인 기운이 그림자지기인 것도 몰랐어. 신기해라.”
그리 말하는 여왕은, 휘젓는 손짓과 함께 입을 크게 벌려 웃었다.
마치 자신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듯, 극도로 과장하며.
정말로 여왕의 말 중 어떤 게 거짓이고 어떤 것이 진실일까.
같은 끝이 되었건만, 이 여왕의 속내는 도저히 모르겠다.
미래의 본체까지 불러와 싸우면 이길 순 있다.
그렇지만, 그런 승리에 무슨 의미가 있지.
설령 여왕은 자신이 망가진다 한들 진실을 말해 줄 거라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세계를 가지고 협박하면 뭔가 될 것 같기도 하지만, 여왕의 진실을 듣는데 평화로운 세계 하나는 저울의 균형이 맞지 않으니 논외.
“하아…. 역시 끝이라고 해도 특화된 능력이 다르니….”
“아니, 그냥 네가 멍청한 거야. 파(破).”
“….”
진실을 말해도 좀 돌려 말하는 법이 있지 않을까?
아니, 나 멍청한 거 잘 알았다고.
망할 것들 진짜.
“아, 혹시나 아직도 머리 굴리고 있을까 싶어 말해 주는데, 그 거짓말 있잖아?”
“뭔 거짓말.”
“그, 내가 너한테 말해 주면서 거짓말이 있을 거라고 한 거.”
…그런 게 있었나?
으아아아! 나와라 끝의 시선!
과거 회상!
음. 있었네.
조금 전까지 까먹었지만.
“그래서, 그거 정답이 뭔데?”
“첫 문장.”
“…?”
“
‘아니, 정확하게는, 거짓말을 할 수도 있지. 다만, 거의 대부분은 정확할 거야. 기껏해야 답변 한두 개, 단어 두세 개 정도가 가짜일까. 물론, 네가 얼마나 질문하냐에 따라 다르지만, 98% 정도의 신뢰성이라 말해 줄게. 자. 그럼 다시 시작.’
이라고 한 거.”
“…잠깐.”
그 말뜻은.
“응. 전부 거짓말.”
‘하하! 속았지!’ 같은 분위기로 여왕이 신나게 웃지만.
“아니 잠깐, 지금 한 말도 거짓말이잖아.”
놀라서 시선을 과거로 돌려본 결과, 여왕의 말엔 판단할 수 없는 말도 있었지만, 진실도 섞여 있었다.
그러니, 저건 거짓….
“거짓말한다고 한 말에 그걸 부정하면 어떻게 될까.”
“아니, 그야 거짓말이 거짓이니 진실… 진실… 거짓….”
…음? 어라? 음? 음?
“깊게 생각하면 큰일 날걸.”
이 망할 여왕이.
쌍욕을 던지고 싶었지만, 참았다.
잘 돌이켜 보면, 그녀는 생각보다 날 배려한 걸 알 수 있었으니까.
그녀는 내가 묻지 않으면 도움 되는 정보를 알려 주지 않는다고 했지만, 모든 것을 알고 나서 돌이켜 보면, 생각보다 중요한 정보들을 의도적으로 말을 꼬아 알려 주었다.
그리고, 알아서 안 되는 정보는 사전에 차단하였고, 확실한 진실 또한 내가 명확하게 바라고 있다면 알려주는 것을 주저하지 않았다.
거기 섞인 거짓조차도, 내 행로에 필요했다는 듯.
오히려 그녀의 거짓은, 거짓이기에 진실보다 강한 정보가 되어 날 여기로 이끌었다.
그녀는, 그런 존재다.
모순의 여왕. 마법왕국의 주인.
이야기를 설계하는 광인.
거기에 도달하자.
하나 의문이 피어난다.
조금 전 리나를 보며 피어난 의문.
“하나 물어볼 게 있어.”
“뭔데.”
“네가 끝으로서 정답이라 믿는 건, 수호대 녀석들이지?”
수호대.
부정과 긍정을 동시에 품은, 그럼에도 바다와 맞닿아 있는.
바다와 여전히 연결된 채 온전한 하나에 도달한, 존재할 리 없는 모순을 품은 생명체.
끝처럼 굽히지 않는 정신과, 영원히 남을 이름은 없지만.
저 녀석들이라면 여왕이 없어도 바다에서 스스로의 힘으로 기어 나올 수 있을 것이다.
돌아옴에 필요 없는 것을 부정하고, 자신을 유지하는 것을 긍정하며.
지금 여왕이 그들을 부활시키는 것은, 부활 사이클을 여왕이 극도로 단축시켜 주고 있을 뿐.
언젠가 올 바다가 먼 미래 모든 것을 삼킬지라도, 긴 시간이 지나 다시 바다에서 솟아나 새로운 세상의 씨앗을 심을 이들.
“글쎄?”
확신을 품은 내 질문에, 여왕은 뒤틀린 미소로 답했다.
여왕은 확답하지 않는다.
모든 것을 빈 얼굴 너머에 가려, 진심을 보여주지 않는다.
어쩌면 그것이, 여왕이, 마(魔)이자 마(麼)가 짊어진 아집.
내가 무슨 말을 하더라도, 그녀는 그것이 옳다고 확답해주지 않을 것이 분명했기에.
“이런 내 생각에, 하나 치명적인 의문이 있거든.”
나는 내 생각이 옳다고 믿고 새로이 입을 열었다.
“답은 해 줄게.”
그러시던지.
아무튼, 저 계획에는 치명적인 문제가 있다.
“그 과정에서, 너는 어떻게 구원받고, 어떻게 꿈을 이루지?”
“….”
고요해진다.
인과가 멈춰 나간다.
시선이 맞닿는다.
어쩌면, 저것이 여왕이 지닌, 가장 깊은 비밀이 아닌가 하며.
그녀의 본질, 모순에 대한 질문.
자. 우리 동족인 끝의 목적은 바다를 막는 것이다.
무슨 일이 있어도, 무슨 짓을 해서라도, 모든 것을 바쳐서.
심지어 끝의 자리를 내려놓았다고 우기는 제쓰조차도 그 목적에서는 벗어나지 않았다.
그렇다면, 그건 뭘 위해서인가.
세계를 위해, 모든 것을 위해.
큰 것을 지키기 위해.
이야기를 이어나기 위해.
그리 말하는 이도 있지만, 이러한 행동에 한 가지 중요한 게 있다.
그것은, 끝이기 위해 필요한 것.
영원히 남을, 굳건한 결심.
“바다에서 벗어난 수호대가 새로운 세계를 만든다 한들, 그건 네가 바라는 게 아니야. 네가 바라는 것은, 가장 행복했던 시절의 삶.”
그녀와 맞닿은 나이기에.
그녀의 살을 씹어먹은 나이기에.
그녀와 마음을 겹친 나이기에.
그녀와 같은 꿈을 꾼 나이기에.
알고 있다.
여왕은 광기에서 시작되었다.
될지도 모른다는 작은 이유로 나아간 길에 끝이 있었을 뿐.
그런 그녀는 바다에 관심이 없다.
어쩌면, 끝이 되기 전부터 이미 지성체가 아니었을지도 모른다.
그녀는 그렇게 망가져 있었다.
그저, 잃어버린 자신의 파트너를 되찾고 싶다는 꿈 하나를 위해.
자신의 그러한 행동이 자신의 꿈을 영원히 이룰 수 없는 자리로 인도하는 것을 이해하지 못한 채.
그런 그녀가, 어째서 바다를 이겨내는 데 온 힘을 쏟고 있는가.
내 의문 속에서.
기나긴 영원 속에서.
여왕은 천천히 존재치 않는 눈으로 날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너는 어머니가 된다는 상상을 해본 적 있어?”
“…?”
뭔 쌉소리야.
“진짜로 미쳤냐?”
난 남자였다고.
안 그래도 미쳤던 여왕인데, 드디어 완전히 정신을 놓아 버렸나?
역시 여왕도 영원은 못 버티나.
“과거의 난 그런 상상을 했었지. 그리고, 어느 순간 잊어버렸어.”
“저기요?”
제 말 안 들리시나요?
“전부 목적을 위한 수단이었지. 그렇게 생각했어.”
“….”
“창조물에게 정은 주지 않을 것이다. 그래. 그랬지.”
“….”
“그거 알아? 갓 태어나 두근거리는 피와 살은 따뜻해.”
“….”
“그전까지의 기나긴 추위를 잊어버릴 정도로.”
“….”
“그런 거야. 꿈을 포기하진 않았어, 그렇지만, 결국 수단은 수단이 아니게 되었지.”
이해했다.
그녀가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인지.
왜 그녀가 끝 중에서도 그리 이질적인지.
여왕은 잃어버렸던 지성체의 관점을 이해해버리고 말았다.
“사실 전부 거짓말이야. 우린 끝이잖아. 이 방법이라면 거의 확실하게 이야기는 계속되겠지. 꼭 바다를 이길 필요는 없잖아?”
말이 끝난 자리에서.
여왕이 설득력 없는 말을 길게 말해 왔다.
진실인지 거짓인지 분별할 수 없는 그녀의 말이건만.
나조차도 확실히 이것이 거짓말임을 알 수 있는 문장으로서.
그리고, 그녀는 얼굴을 내밀어 나를 바라보았다.
“난 네가 싫어. 파(破). 지독할 정도로.”
웃음이 사라진 무표정으로.
그녀의 얼굴이 드러난다.
허무 속에 가려두었던 얼굴이.
영원한 웃음으로, 영원한 울음을 가리는 여왕의 얼굴이.
그것은 그녀의 모든 말처럼 거짓일지도 모른다.
텅 빈 안구에서 흘러넘치는 검은 눈물조차도, 모순적인 그녀의 거짓된 카드일지도.
그리고, 다시 그녀의 얼굴은 공허에 잠긴다.
“나도 마찬가지야. 마.”
우리는 영원히 이렇게 함께하겠지.
친구이자. 숙적으로.
그렇지만, 이건 내 진심이다.
언젠가, 그녀의 꿈이 이뤄질 수 있기를.
“자. 그럼. 밥 먹고 갈 거지? 자잘한 건 거기서 이야기하자고.”
“고기 내놔. 좋은 거로. 많이.”
“애들아! 비건식 준비해!”
이 망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