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r. Magical Girl RAW novel - Chapter (60)
마법소녀 아저씨 60화(60/671)
60. 부자든 뭐든 총알 한 방이면(2)
“도착했습니다.”
자신을 후앙이라고 소개한 괴인은 어떤 집 앞에 차를 세웠다.
그리고는 재빠르게 움직이며 차 문을 열고 차렷 자세를 취했다.
드라마에서나 보던, 부잣집의 운전기사다운 절도 있는 모습.
나름대로 인상 깊은 모습이었다.
겸사겸사 내가 아는 괴인들도 저 정도로 절도있게 움직이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도 피어올랐고.
그렇지만 단 한 가지 문제 때문에 그런 장점이 모두 가려졌다.
저 근육이 하니 그냥 조폭이네.
적어도 양복이라도 좀 크게 입던지.
쫙 달라붙어서 근육이 다 드러나는 옷으로 뭘 하겠다는 걸까.
자세를 취하기만 해도 옷이 찢어지면서 근육이 드러날 것 같은 모습으로 절도있게 움직인다 한들 협박으로밖에 보이지 않으리라.
주변의 집들을 보아하니 나름 부자들이 사는 동네 같은데, 이런 수상쩍은 사람이 돌아다니면 당장 경찰이 출동하지 않을까.
그런 모습임에도 운전기사로서 소임을 다하겠다는 것인지, 내가 차에서 내림과 동시에 집의 대문으로 달려가 문을 열어주었다.
“차는?”
“제가 알아서 할 테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그러고는 웃으며 허리를 굽히는 그.
하지 마라. 진짜 어디 깡패 같다고.
괴인이라는 종족들은 죄다 저런 행동을 취하는 것에 매력을 느끼나?
결사 소속 라이가도 그러더니, 이 녀석도 이러고 있는 꼴을 보자니 머리가 아파진다. 라이가는 그나마 얼굴이라도 호랑이였지, 이 녀석은 정말 인간과 똑 닮았으니 원.
신경 쓰지 말자.
오늘은 데인저 라이플과 유밀에게 빌붙으러 온 것이 아닌가.
이런 녀석에게 신경 쓸 만큼 정신력이 남아돌진 않는다.
파직.
“?!”
그리 생각하며 집 대문을 넘으려는 순간, 스파크가 발생하며 몸을 찔러왔다.
그 따끔한 감촉에 나도 모르게 한 발짝 뒤로 물러서고 말았다.
“아. 그걸 깜빡했군요. 미리 알려드려야 했는데.”
“반발역장이냐.”
“예. 요즘 부잣집에는 집마다 한 대쯤 갖춘 물건이죠.”
집마다 한 대쯤 갖춘 물건이라. 그런 것치고는 좀 반발이 강한데.
이계의 힘을 밀어내는 것으로 그치지 않고, 연약한 이계의 존재라면 그대로 튕겨 나갈 수준의 방어력.
관리국에서 신기술이라도 가져다가 적용했나.
“지금 풀어드릴 테니 잠시만 기다려주시….”
그리 말하는 후앙의 얼굴은 미안한 표정이 드러나 있었다.
목소리에서 웃음이 묻어나온 시점에서 아무런 의미가 없지만.
다 알고 한 짓임이 분명했다.
겉보기와 달리 장난기가 많은 성격이군.
분명 내가 오는 것을 알고도 일부러 끄지 않은 것이 분명하다.
다 알면서 의도적으로 출력을 올렸을 가능성도 있고.
그렇다면 장난을 받아줘야겠지.
“필요 없다.”
그대로 역장을 향해 몸을 던졌다. 몸 여기저기에서 스파크가 일어나며 피부가 갈려 나갔지만, 이 정도는 별것 아니다.
애초에 D급 괴인이나 겨우 막을 수 있는 수준의 보호막. 이 정도 자극에 무슨 의미가….
과연. 이거였나.
내 머리를 향해 공격이 내질러졌다.
깡.
두 개의 빠루가 충돌했다.
경쾌하게 울리는 금속음.
그 뒤를 이어, 무언가가 나를 향해 쏘아지는 것이 느껴졌다.
공기를 가르며 날아오는 작은 탄환.
내게 총을 맞추기 위해서인지, 머리 위의 빠루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내 빠루가 총알을 막지 못하도록 붙잡는 절묘한 힘 조절.
내가 빠루를 사용해 총알을 막지 못하도록, 총알을 막고자 하면 빠루에 당하도록.
둘 중 하나는 반드시 명중시키기 위한 협공.
나쁘지 않군.
완벽하게 합이 맞는 건 아니지만, 나름 괜찮은 움직임을 보여주었다.
끌어들이고자 일부러 빈틈을 보여주었건만, 그에 눈을 돌리지 않고 빠루를 막는 역할만을 충실히 수행하는 근접계.
근접계의 움직임을 알아차리고, 상대가 최대한 거북한 장소를 노려 저격하는 저격수.
두 명의 호흡은 잘 맞아떨어졌다. 서로 합을 맞춘 지 한 달도 안 되었다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파트너를 신경 쓰지 않고 미친 듯이 날뛰는 백시현에 그를 뒤에서 보조하는 한아빈을 변칙 구성이라 본다면, 이쪽은 정석적인 조합.
물론 한쪽은 한아빈이라는 천재가 있기에 가능한 구성이고.
이쪽은 무기술의 극에 도달한 노련한 존재가 있기에 가능한 일이지만.
“그럼 나도 하나 보여주지.”
내 기억을 가지고 있다면 알겠지만, 이런 상황에서도 사용할 수 있는 방어도 있는 거란다. 알고 있다고 해도, 아마 막진 못하겠지.
깡. 깡. 깡.
총알이 다가올수록 상대의 빠루는 더욱더 빨라졌다.
내가 행동을 나서지 않자 조급함을 느낀 것이겠지.
역시 아직 애다.
조금만 생각해 보면 내가 뭘 할지 이해할 수 있을 텐데.
지식과 무기술이 이어졌다고 해도 전장 전체에 그걸 적용하긴 아직 실전경험이 부족하다.
총알이 다가온다.
마지막 순간까지 상대는 방심하지 않은 채 빠루를 더 빠르게 휘둘렀고, 금속의 충돌음은 끝없이 이어졌다.
그리고, 내가 총알을 피할 수 없음이 확실히 결정된 순간.
쿵.
한순간의 리미터 해제.
곧바로 다시 리미터를 걸긴 했지만, 처음부터 힘으로 상대를 찍어 누를 생각은 없었다. 필요한 것은 리미터를 해제함으로써 생겨난 충격파.
몸에서부터 생겨난 충격파에 휩쓸린 총알은 급격히 속도를 잃었고.
기껏해야 어린애가 던진 돌 수준으로 변한 총알이 몸에 닿았다.
이 정도겠지. 강화가 안 된 총알이라면 무기가 없다고 해도 막을 방법은 얼마든지 있으니.
“만족하냐?”
나는 공격을 멈추고 빠루를 돌려보내며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렇게 막을 거라고는 생각 못 했지만요.”
검은 드레스를 입고 어깨에 빠루를 짊어진 그녀가 입을 열었다.
“근접전은 비슷했던 것 같은데….”
그녀는 내게 졌다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는지, 빠루를 휘두르며 땅에 박힌 잔디를 파내기 시작했다.
못 본 사이에 너무 달라졌군.
감정이 부족하고, 무뚝뚝했던 유밀은 어린 여자아이의 외형에 걸맞은 감정을 드러내었다.
지금도 입을 빼죽 내밀며 이번 전투가 마음에 들지 않음을 표현하고 있지 않은가.
“유밀! 사과드려야지!”
어느새 다가온 데인저 라이플.
그녀는 그리 소리치며 유밀의 뒤통수를 잡고 강제로 머리를 숙이게 했다.
“죄송해요! 죄송합니다! 선생님! 전 말렸는데 유밀이 자기가 다 책임질 거라면서!”
계속해서 위아래로 왕복하며 머리카락을 흩뿌리는 검은 장발.
그에 대비되는, 강제로 머리만 숙이고 구시렁거리는 작은 여자아이.
이래서야 뭐라고 할 수도 없겠군.
“변명 안 해도 된다. 실전훈련이라고 치지.”
나름 재미있었으니.
“저 근육 괴인도 한패….”
그리 말하며 돌아본 대문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끼익 거리며 경첩을 울리는 대문만 있을 뿐.
남자 놈이라도 두들겨 패며 끝내려 했건만, 자동차도 근육 덩치도 사라졌다.
도망쳤군.
하는 수 없지.
“고개 들고, 아마 너희들이 강화된 총알을 썼으면 한판은 따낼 수 있었을 거다.”
내 말을 듣고 고개를 들어 올리는 두 여성에게 칭찬의 말을 건네었다.
일반 총알이니 충격파로 막았지, 저번 총알처럼 2차 추진에 폭발마법까지 새겨졌으면 나로서는 방법이 없었다.
물론 리미터를 풀지 않았을 때 이야기. 리미터를 풀면 압도적인 힘으로 이기겠지만, 그건 의미가 없는 경지니.
순수한 기술로 한판을 따낸 그들을 칭찬해줘야 하지 않겠는가.
내 말에 미소를 띠는 총소림.
무뚝뚝한 표정으로 입꼬리를 미세하게 들어 올리는 유밀.
제자도 아니고 이게 무슨 짓인지.
“다 끝났으면 집이나 안내해라.”
* * *
“가족과는 떨어져서 살고 있나?”
“예? 어떻게 아셨어요?”
어떻게 알긴.
거실 꼬락서니가 이따위인데.
총. 총. 총. 기계. 총.
아니, 저건 대전차 미사일인가?
저건 오토바이고. 저건 총이고.
이건 어디서 훔쳐 온 고물 딱지 무전기야.
총소림에게 안내받아 들어온 거실은 참으로 초현실적이었다.
벽 여기저기에 총기가 걸려있고, 천장에는 오토바이가 매달려있으며, 방구석에는 대전차 미사일이 걸쳐져 있는 괴상한 거실.
“총에 흥미가 있으세요?”
내가 총을 빤히 바라보고 있자, 그녀가 다가와 내게 말을 걸었다. 조금 전까지 벌벌 떨던 그녀답지 않은, 적극적인 행동.
좋아하는 것이 연관되면 말이 많아지는 타입인가.
“그다지.”
그저 많이 봤기에 대처법을 아는 정도일 뿐.
총기의 모델명을 기억한다거나 하진 않는다.
그녀는 내 말에 시무룩한 표정을 지으며 나에게서 멀어졌다.
그렇게 하나씩 총기를 살피던 와중, 작은 액자가 눈에 띄었다.
벽에 걸린 싸구려 액자. 그 안에 든 이상한 사진.
수많은 사람이 모여있건만, 사진 속 사람들은 가만히 있을 생각이 없는지 서로에게 주먹을 날리고 있고, 카메라의 초점도 맞지 않아 얼굴을 알아볼 수 없었다.
그런 이상한 사진이건만, 묘하게 신경 쓰이는 사진.
“이건?”
“아. 그건 저희 삼촌이 주신 영웅들 사진이에요.”
그 말에, 조금씩 기억이 살아나기 시작했다.
관리국이 설립될 무렵, 모여서 사진 한 장 찍자는 이야기.
각성자와 비각성자. 그리고 우리의 사상에 찬동하는 사람들이 모인 단체 사진.
“삼촌이 이 사진을 건네주며 이야기를 해주셨어요. 옛 영웅들이 어떻게 세계를 지켰고, 왜 그 기록이 남지 않았나에 대해서….”
역사에서 지워질 영웅들을 위한 마지막 기록이라며 찍은 사진.
그조차도 서로 싸움이 일어나 제대로 찍지 못했건만. 지금 이 자리에 남아있었다.
사진에 찍힌 반이 죽었다.
그리고 남은 반이 은퇴했다.
남아있는 것은 우리뿐.
“그렇군.”
감정을 숨기고, 조용히 거실 중앙에 있는 소파에 몸을 맡겼다.
“사진 보셨나 봐?”
소파에 앉아 과일주스를 퍼마시던 유밀이 입을 열었다.
그녀는 이 집에서 생활했으니, 이미 저 사진의 정체를 알고 있겠지.
“그래.”
단순한 대답이었지만, 유밀은 더는 입을 열지 않았다.
그녀 또한 내 기억을 가지고 있는 존재. 이미 나와 크게 달라졌다지만, 내가 무슨 감정을 느끼고 있는지는 잘 알고 있겠지.
쭈뼛거리는 총소림도 소파에 앉고, 그로부터 더 시간이 지나 내 감정이 진정될 때쯤.
“유밀.”
“왜?”
“총소림에게 내 정체는 이미 알려줬냐?”
“아직. 어차피 숨길 거 아닌가요?”
“행동 방침을 바꿀까 한다.”
나와 유밀 사이에 흐르는 분위기를 감지한 것일까. 쭈뼛거리며 앉아있던 총소림도 고개를 들고는 나와 유밀 사이로 고개를 왕복했다.
“블랙 머라우더 님의 정체…? 그냥 블랙 머라우더 님 아닌가…?”
총소림이 작은 소리로 그리 말하고 있는 것을 보니, 저 녀석도 꽤 둔하군.
“유밀. 하나만 묻자.”
“….”
그녀는 내가 할 말을 눈치챈 듯 입을 다물었다.
그렇다고 해도 내가 말을 멈출 필요는 없지만.
“데인저 라이플. 총소림은 완전히 믿을 수 있는 영웅이냐?”
유밀에게 있어서는 잔인한 질문일지도 모른다.
총소림과 유밀 사이의 정확한 관계는 나로서는 알 수 없다.
그렇지만 어느 정도 친분을 가진 것은 확실. 그렇지 않다면 이렇게 같이 다닐 리 없으니까.
어쩌면 친구일지도 모른다. 유밀이 태어나서 처음으로 가진 친구.
그럼에도 나는 물어봐야 한다.
그녀는 마지막까지 믿을 수 있는 존재냐고.
내 기억 속의 수많은 친구가 배신한 것처럼, 그녀가 나를 배신하지 않겠느냐고.
유밀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나처럼.
험악한 표정을 띤 유밀은 계속해서 고민하더니, 마침내 답을 내었다.
“괜찮…을 거야. 아마… 그녀는 배신하지 않아.”
“그럼. 총소림. 아니, 데인저 라이플에게 묻지.”
“예? 예! 준비되었습니다.”
자신이 지목될지 몰랐는지, 쭈뼛거리던 그녀는 허리를 곧게 펴며 나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굳은 표정과 흘러내리는 식은땀. 명백한 긴장의 징후.
“지금부터 우리는 관리국과 부딪히기 시작할 거다. 어쩌면 관리국과 적대할지도 모르지.”
“….”
입을 꾹 다물고 내 말을 귀담아듣는 그녀를 향해 계속해서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물론, 유혈사태를 바라는 것은 아니다. 필요한 것은 새로운 영웅 파벌. 지금처럼 안이하게 풀어진 영웅이 아닌, 옛 영웅들처럼 고난을 겪고 자신을 새로이 제련할 영웅이 될 것을 주장하는 파벌.”
“….”
“그런 파벌을 만들어 관리국을 흔들 거다. 어느 쪽이 이기든 상관없어. 그 흔들림으로 영웅들은 고난을 겪을 테니까.”
총소림의 얼굴이 점차 몽롱하기 변하기 시작했다.
마치, 내 말이 진리라도 되는 양.
“너는 그 이야기 속에서, 날 배신하지 않을 수 있나?”
“예! 물론입니다! 전 처음부터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엇나간 대답.
내 질문에 대한 답변이 아닌, 사상에 대한 충성심.
그녀의 얼굴이 밝게 빛났다.
자신이 해야 할 일을 찾은 것처럼.
“그럼, 내 정체도 알려주지.”
금빛 망치가 허공에 소환되었다.
“금빛 망치…?”
“쯧.”
혀를 차는 유밀.
멍하니 빛을 쫓는 총소림.
오른손에 망치가 들리고, 몸을 물들였던 검은색이 빠져나갔다.
그리함으로써 나타난 것은 내 마법소녀로서의 모습.
은발 적안. 금빛 망치.
“크림슨 해머. 옛 영웅이다.”
내 입으로 자칭하는 영웅명.
그녀에게는 이걸로 충분하다.
그녀를 향해 손을 뻗었다.
완전히 매료된 그녀 또한 나에게 손을 뻗었다.
동경하던 옛 영웅이 말하는, 자신의 입맛에 맞는 정의.
짜 맞춘 듯한 이런 상황에. 속지 않을 사람이 누가 있을까.
“쯧.”
유밀은 이 상황이 마음에 들지 않는 듯 혀를 차고 있지만, 내 행동을 방해하진 않았다.
총소림과 내 손이 맞닿았다.
이로써 한 명의 장기말이 태어났다. 블랙 머라우더의 수족으로, 관리국에 쐐기를 박을 장기말이.
* * *
“끝났으면 집에 가시죠?”
“자고 갈 거다.”
“침대 하나밖에 없는데?”
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