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r. Magical Girl RAW novel - Chapter (601)
마법소녀 아저씨 599화(601/671)
599. 바람이 도달하는 장소(13)
탁. 타닥.
초월자에 해당하는 존재가 평범한 지성체처럼 길을 내달리고 있다.
육체 능력이 뛰어나 달린다고 숨을 헐떡이진 않지만, 저리 급히 달릴 정도면 공간 이동이건 시간 가속이건 할 수 있을 법한 존재임에도, 평범한 지성체처럼, 자신의 발로.
그런 초월자인 그녀가 급히 향하는 장소는, 이 더러운 슬럼가에 어울리지 않는 깨끗한 건물.
흰색을 기조로 삼아, 약간의 장식과 색조를 가미한 그 건물은, 이렇게 불린다.
난지도초중이음학교라고.
해당 학교는 이름과 달리, 초등학교, 중학교뿐만 아니라 유치원과 고아원도 겸하고 있는 통합 학교이며, 정식으로 교육부의 인가도 받았다.
그렇지만, 일반적인 학교와 다른 점 또한 쉽게 찾을 수 있다.
분명 이름은 학교이건만, 학교를 둘러싼 흰 벽돌담엔 철조망과 감시탑이 존재한다. 마치, 교도소처럼.
그렇지만, 그들의 감시가 향하는 방향은 학교 내부가 아니다.
학교라는 담장 외부, 난지도 주민들을 향한 감시.
그들의 감시 덕에, 학교를 향해 달려가는 아이들에게 난지도의 주민은 검은 마수를 뻗지 않는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뒷배나 힘이 없는 아이가 홀로 난지도를 걷는다는 것은 곧 죽음을 의미했다.
난지도뿐만 아니라, 세계 곳곳에 존재하는 슬럼가의 상황도 마찬가지. 그런 슬럼가는 정부는 물론, 관리국조차 관여하지 않는 무법 지대였으니까.
그렇지만, 지금 저 아이들. 꾀죄죄한 겉모습만 보아도 뒷배라곤 있을 리 없는 아이들이 위험하기 그지없는 골목길을 가로질러 학교로 향함에도, 아이의 몸을 가지고 수없이 많은 이익을 뽑아낼 수 있는 악인조차 아이들에게 시선을 주지 않는다.
그것은, 그들에게 아이만큼은 건들지 않는다는 개인적인 선이나, 공동체의 규약이 있는 것이 아니다.
단순한 힘의 논리.
난지도의 최대 세력인 결사와 학교의 치안을 담당하는 관리국의 힘.
그렇기에 난지도의 주민들은 자신의 눈앞을 지나가는 아이들에게 입맛을 다시면서도, 문제가 될 행동을 내보이지 않는다.
도덕심이 바닥인 악당이라 한들, 저 두 거대 세력에게 싸움을 걸 만큼 미친 녀석은 난지도에도 없기에.
그런 아이들을 위한 안전지대, 학교는 결사가 관리국에 대한 협력의 대가로 얻어 낸 것 중 하나.
아이들을 교육하고 보호하는 것은 결사만으로도 충분하다.
그렇지만, 언제까지고 결사가 아이들을 보호할 순 없다.
관리국과 맞싸움이 성립할 만큼 거대한 힘을 가진 결사지만, 조직의 상황에 따라 특정한 슬럼가에는 잠시 영향력이 멀어질 수 있으며.
언젠가 성장해 어른이 되는 아이들을 계속해서 결사의 품에 안고 있는 것 또한 말도 안 되는 일.
그렇다고 교육이 끝난 뒤, 곧바로 결사라는 둥지에서 아이를 떠나보내면, 그들은 교육이 무색하게도 다시금 난지도라는 슬럼가에 물들어 악인이 될 뿐.
그렇기에, 결사는 관리국에게 협력의 대가를 요구했다.
각 슬럼가에 존재하는 학교와 고아원의 공공성에 대해, 관리국이 대신 보증해달라고.
한 번이라도 학교에 나온 이들을 공식적으로 사회에 존재하는 인원으로서 주민 등록시키고, 본인이 원한다면 슬럼가 밖에 있는 사회에 참여할 수 있게 지원해달라고.
당연하다면 당연하지만, 관리국은 결사의 저런 제안을 거절했다.
출신도 불분명한 이들이 그토록 쉽게 사회망에 들어오는 것은 사회 질서 유지를 위해서는 받아들일 수 없는 제안이라고.
설령, 정말로 학교의 아이들에게 아무런 문제가 없을지언정, 악의 집단인 결사가 그걸 이용해 무슨 짓을 할지 알 수 없다며.
뭐, 타당한 이야기이긴 하다.
선학 의도이긴 해도, 악용하려면 얼마든지 악용할 수 있는 제도니까.
심지어 저런 것을 제안한 선한 의도조차, 결사의 대외적인 이미지 탓에 무슨 음모로만 보일 뿐.
그렇기에 두 집단 사이의 협상은 몇 차례 이어졌으며.
결국, 이렇게 결론이 났다.
학교를 운영하는 것은 결사이지만, 관리국은 학교의 운영에 대해 언제든 감찰할 수 있으며, 운영에 대해 일정 이상 개입할 수 있다. 또한, 해당 교육기관의 보안과 경비 상황은 관리국이 통제한다. 그리고, 해당 제도를 통해 주민등록이 가능한 것은 의무교육을 마친 이들에 한한다.
뭐, 그런 것이다.
기본적인 운영은 결사가 하지만, 칼자루는 관리국이 쥐겠다는 것.
그렇게 서로 극적인 합의를 통해 거래를 끝낸 것처럼 보이지만.
모든 것을 알고 있는 제삼자의 입장에서 보면 우습기 짝이 없다.
관리국은 결사의 악용 여지를 모두 차단했다며 만족했지만.
결사는 제도의 악용이고 나발이고 아무 생각이 없었기에, 오히려 관리국이 나서서 각종 행정 처리와 보안 경비를 담당해 준 꼴이 된 것.
의무교육을 마쳐야 한다는 조건도, 관리국으로서는 결사의 스파이가 짧은 시일 내에 사회망에 잠입하는 것을 막고, 스파이 자체를 긴 시간 동안 감시해서 걸러낸다는 생각에서 나온 조항이지만, 애초에 결사는 당연히 의무교육까지 다 시킬 예정이었기에 아무 의미가 없는 조항.
그렇게 겉보기에는 공평하지만 실제로는 결사만 이득을 본 거래가 완성되었고, 학교는 잘 굴러가고 있다.
본래는 학교 건물도 그놈의 결사답게 분위기 칙칙하고, 교육도 내용은 멀쩡해도 뉘앙스가 평범한 사람의 관점에선 음침하기 그지없었지만.
최소한의 관여만 하겠다고 박박 우기던 관리국 높으신 분들께서 갑자기 내면에 잠든 선함이라도 극적으로 깨어나셨는지, 도저히 저 꼴은 못 보겠다며 계속 개입한 결과 저렇게 멀쩡한 학교가 되었다.
아무튼, 그런 학교를 향해 아이들은 발길을 재촉하고 있다.
곧, 첫 종이 울릴 시간이기에.
워낙 이 주변이 막장이기에, 학교의 교사들도 지각이나 결석 한두 번 가지고는 무어라 말하지 않지만, 그렇다고 한들 규칙 위반으로 인한 벌점까지 사라지진 않는다.
일정 이상 벌점이 쌓일 경우, 급식에서 후식이 사라진다거나, ‘여가 지원금’이라고 불리는 식비 이외의 추가 지원금이 삭감되기에.
지금 달리는 초월자는 그런 벌점과 연이 없지만, 다른 아이들처럼 급하게 달려가고 있다.
아이들 한명 한명을 살피며 대문을 지키는 관리국 소속 경비원 한 명, 결사 소속 경비원 한 명을 지나.
빠르게 자신의 반으로.
그녀는 아슬아슬하게 문을 열었고.
“안녕!”
“안녕. 린슈아.”
“안녕.”
딩동댕동.
린슈아의 밝은 인사와 그에 답하는 린슈아의 친구, 담, 연의 인사. 그리고 하루의 시작을 알리는 종소리가 아우러져 울려 퍼졌다.
“오늘은 늦었네.”
“응, 어제 늦게 자버려서.”
“린슈아 너도 기숙사로 오지?”
“음…. 그건 안 될 것 같아.”
아슬아슬하게 지각을 면한 린슈아는 담과 이야기하며 자리로 향했다.
평범한 아이처럼, 시시하게.
교실은 그런 평범한 아이들의 목소리로 시끄럽다.
인간인 아이, 다른 피가 섞였지만 인간에 가까운 아이, 명백하게 인간이 아닌 아이.
그 모든 이들이, 눈에 띄는 차별 없이, 자연스레 이야기를 나누며.
그것은 난지도라는 팍팍한 환경이 영향을 끼쳤으리라.
그렇게 아이들다운.
“…요즘 외곽 관광객들 소매치기가 짭짤하다며?”
“쉿. 걸리면 학교에서 쫓겨나.”
…어. …음.
아무튼, 난지도 아이들다운 거친 소란스러움은.
드륵.
교실 앞쪽에 자리한 문으로부터 두 어른이 들어온 후.
“다들 조용히 하고, 자리 앉아라.”
문을 열고 들어온, 담임 선생님의 목소리에 가라앉고 말았다.
그리고, 문을 통해 들어온 두 성인의 발걸음이 둘로 나뉘었다.
교탁으로 향하는, 인간에 가까운 도마뱀 수인 담임 선생님.
교실 뒤의 의자로 향하는, 관리국 소속 파견 교사.
교사들이 농담 삼아 정치 교사라 부르는, 관리국에서 특수한 교육을 받고 난지도에 파견된 인원.
파견 교사가 이 학교에 있는 이유는 아이들의 교육이 아니다.
개인적으로 학생들과 친해져 나름대로 교사다운 일을 하는 파견 교사도 있지만, 대다수는 결사 소속 교사가 이상한 것을 가르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감시하는 역할.
그런 두 명의 교사로 구성된 학급은 조용히 일과를 시작하였다.
출석을 부르고, 아이를 가르친다.
그 과정에 특별한 것은 없었기에, 교실 뒤편에 앉은 인간 교사는 지루한 듯 하품을 할 뿐이었고.
교사의 가르침 안에서 아이들은 탐욕스럽게 지식을 흡수하고 있다.
비참한 삶을 살기에, 더더욱.
이 난장판에서 벗어나고 싶기에.
그렇기에 그들의 교육은 소란스러움 없이 이어지고, 린슈아는 그들과 함께 가르침을 받아들였다.
그저 한명의 아이로서.
린슈아에 대한 학교의 특별 대우는 존재하지 않는다.
이 교실에 있는 그 누구도, 린슈아가 결사라는 거대 집단의 수장임을 모르고 있다.
심지어, 결사 소속 교사조차도.
그들에게 있어 린슈아는, 같은 종을 본 적 없는 희귀한 괴인일 뿐.
그것은 언젠가 내가 린슈아에게 해주고 싶었던 것.
힘 있는 괴인이 아닌, 한 명의 아이가 되어 평범한 삶을 사는.
내가 이루어 내진 못했지만, 원하던 결과에 도달한 것에 기뻐하며, 그 광경을 바라보았다.
평범한 아이로서, 수업 시간엔 공부고, 쉬는 시간에는 아이들과 노는.
그런 광경을.
“교과서에 따르면, 특정한 처리를 받은 괴인은 인간으로 취급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건 실제와 다르죠. 해당 처치를 받은 괴인 일부는….”
“크룩 선생. 해당 부분은 생략해주셨으면 하는군요.”
“…관리국의 의향입니까?”
“아쉽게도. 그렇습니다.”
“…알겠습니다.”
그사이 조금 떨떠름한 광경이 한 번 있기도 했지만, 대부분은 아무런 사건 없이 흘러갔고.
그리고, 시간이 좀 더 지나.
소란스러웠던 점심시간을 넘어, 5교시가 끝난 시점.
하루 일정의 마지막 6교시만을 남긴 쉬는 시간의 사이.
“담! 연! 이거 줄게!”
린슈아는 친구인 두 수인에게 팔찌를 건넸다.
어젯밤까지 완성하려 했으나, 결국 완성하지 못한 채, 수업 시간 동안 선생님의 눈을 피해 작업하며 완성한, 친구를 위한 선물.
흰색과 푸른색 사이의 오묘한 색을 지닌, 도자기처럼 매끄러운 질감의 작은 팔찌.
“팔찌?”
담과 연은 선물에 의문을 표하면서도, 기쁨이 역력한 기색으로 팔찌를 집어 들었고.
“응! 한번 차 봐!”
그에 린슈아는 기뻐하며 웃었다.
일단, 저 팔찌는 그리 뛰어난 팔찌는 아니다. 린슈아가 만들었다기에는 너무나도 힘이 약한 팔찌.
약하기에 오히려 강한 힘을 지닌 린슈아가 만들기 어려운 물건.
기나긴 시궁창 생활로 망가진 몸을 오랜 시간에 걸쳐 본래대로 되돌릴, 약한 재생 마법이 깃든 장신구.
“…예쁘다.”
수인 외모에 콤플렉스가 있는 연마저도 목소리를 낼 만큼 기뻐했고.
“여자도 아닌데 팔찌는 무슨.”
감히 린슈아에게 선물을 받은 주제에 불평이나 입에 담는 빌어 처먹을 손버릇 나쁜 애새끼 담조차도 툴툴거리며 팔찌를 끼려 한 순간.
“그건, 뭐지?”
그가 끼어들었다.
계속해서 교실 뒷자리에 앉아, 감시만을 반복하던 파견 교사가.
한순간에 교실을 얼어붙게 만든 그는, 담의 손에서 팔찌를 낚아챈 후, 팔찌를 살펴보며 입을 열었다.
“미약하지만, 마법이 깃든 물건이로군. 어디서 났지?”
의심이라는 감정이 피어오른다.
훔친 것 혹은 결사와 관련된 물건이 아니냐는 의심이리라.
그런 의심에, 우리 린슈아는.
“제가 만들었어요!”
그러니까 돌려줘요!
그런 뒷말이 따라붙었을 것이 분명한 말투로, 쏘아붙였지만.
“거짓말이로군. 내일 부모님을 모셔오도록.”
관리국 파견 교사는 담담히 처벌을 입에 담았다.
마법이 깃든 희귀한 물건을 아이가 만들 리 없다는 일반적인 상식을 잣대로 삼아.
이 자리에 담임 교사가 있었다면, 이 상황을 중재했으리라.
린슈아가 가진 힘은 제조 능력이니, 충분히 가능한 일이라고.
그렇지만, 괴인 교사는 자리를 비운 뒤였고.
일은 일어나고 말았다.
“…부모님 안 계셔요.”
“….”
린슈아의 한 마디에 주변 분위기가 얼어붙었다.
파견 교사도 이런 상황은 생각지 못했는지 입을 열지 못했다.
이런 상황이 발생한 일차적인 이유는, 학교의 고아원 소속 아이들이 지정된 복장을 착용한 탓에 그에 대비되는 고급스러운 옷을 입은 린슈아를 난지도 범죄집단의 자제라 착각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그가 아이들 각각의 사정을 알지도 못했으며, 알고자 하던 의지도 없었기에 일어난 일.
파견 교사가 아이들에게 정을 줘버리면 제대로 된 감시를 할 수 없다고 판단한 관리국은, 그들의 담당 학급을 정기적으로 교체했다.
그렇기에 그는 린슈아의 힘을 알지 못하였으며, 가정 사정 또한 알지 못했다.
솔직히 말해서 아무리 감시 역할로 파견되었다지만, 일단은 교사라는 이름을 달고 있는 주제에 아이들 사정엔 관심 없이 온종일 의자에 처 앉아서 월급이나 빨아먹는 버러지가 왜 세상에 존재하는가에 대한 깊은 의문이 강하게 피어나고 있다.
세상엔 수많은 밥버러지가 있는데, 그중에서도 교사라는 직업 딱지를 붙어놓고 어린아이들에게 부모와 관련해 상처를 주는 천하의 개….
“그리고, 팔찌는 제가 만든 게 맞아요.”
얼어붙은 분위기 속에서, 린슈아가 움직였다.
“연아. 잠깐 빌릴게.”
연에게 양해를 구한 후, 그녀에게서 팔찌를 받아.
철퍽.
양손으로 움켜쥐어 팔찌를 진흙 덩어리처럼 짓눌렀다.
“…무슨.”
자신의 상식이 부정되는 광경에 파견 교사는 격한 반응을 보였지만.
린슈아는 그의 반응에 아랑곳하지 않고, 손에 쥔 진흙으로 다시 팔찌를 자아낸 후.
“잘 썼어.”
다시금 연의 손목에 되돌려주었다.
“….”
그리고, 린슈아는 침묵과 함께 파견 교사를 바라보았다.
이 정도면 증명된 것 아니냐는 듯.
그 눈초리에.
“…으음.”
당장 머리끝까지 화가 난 어떤 파괴와 관련된 끝 덕분에, 앞으로의 인생에 마가 껴서 앞으로 넘어져도 뒤통수와 코가 둘 다 깨질 만큼 운명이 망가지기 일보 직전인 파견 교사는, 머리를 긁으며 목을 울렸고.
“미안했다.”
담에게 팔찌를 되돌려주며, 린슈아와 담, 그리고 연에게 명백한 진심이 겉으로 드러나는 사과와 함께 깊이 허리를 굽혔다.
그렇지만, 화가 덜 풀린 나…. 아니 파괴와 관련된 끝은 저주를 내릴 준비를 착실하게 이어 나갔고.
“내 무관심이 이런 상황을 초래했다. 그러니 앞으론 너희에 대해 잘 알아가도록 노력하겠다. 미안하다.”
그는 린슈아를 향해 또 다른 진심 어린 사과를 입에 담았다.
…쯧. 그래. 이번 한 번만 봐주마. 그런데 애한테 사과하면서 그리 딱딱한 태도에 애들이 잘 알지도 못할 어려운 단어를 섞어서 사용하는 게 맞다고 지금 생각하냐 너? 그러니까 관리국이 시간이 지나도 욕을….
“괜찮아요. 아빠는 언제나 저 위에서 날 보고 계실 테니까.”
린슈아는 그리 말하고, 희미한 미소와 함께 시선을 하늘로 향했다.
그에 나는 착하기 그지없는 우리 린슈아에게 미소를 지어주었고.
린슈아는 피어난 미소를 더더욱 짙게 만든 뒤, 고개를 내려 아이들과 이야기를 이어 나갔다.
내가 없어도 괜찮다는 듯.
이어진 파견교사의 질문에 씩씩하게 대답하며.
혼자서 잘할 수 있다는 듯.
린슈아의 말을 오해한 파견 교사는 어린아이가 대견하다는 반응을 보였지만, 크게 틀린 반응은 아니다.
린슈아는 걸어가기 시작했다.
밝은 세상으로 향하는 길을.
과거 내 힘이 모자랐기에 걷게 해줄 수 없었던, 빛이 내리쬐는 밝은 세상을.
린슈아는 내 도움 없이 스스로의 의지로 걸어 나간다.
밝은 빛 아래로.
비록 그 끝이 비극만이 존재하는.
지금 겪는 모든 것이 결국엔 색바랜 작은 추억으로 남게 될 것을 알고 있음에도.
린슈아는 지금, 이 순간을 끌어안고 앞으로 나아간다.
그 앞에 끝없는 영원의 낭떠러지가 있더라도, 행복하기에 낙차가 더더욱 클 것을 이미 알고 있음에도.
린슈아는 지성체로서의 자신을 소중히 여기며, 앞으로 나아간다.
자신에게 운명 지어진 기나긴 영원을 두려워하지 않고, 직시하며.
언젠가 애(㱯)가 될, 린슈아로서.
두려움 없이, 앞을 향해.
미래에 절망해버린 끝이 아닌.
현재를 살아가는 지성체로서.
어쩌면, 우리 끝은, 그렇기에.
그들의 덧없는 이야기를 갈구하는 것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