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r. Magical Girl RAW novel - Chapter (610)
마법소녀 아저씨 외전 8화(610/671)
008. 케이스(7) – THE ORIGIN.
지금 이어질 말은 소환의 이야기이며, 아니기도 하다.
지금 이어질 말은 시작의 이야기이며, 아니기도 하다.
자. 망치란 무엇인가.
우선, 나이자 내가 아닌 우리가 있기 때문에 망치가 있는 게 아니다.
그 반대.
망치가 있기에 우리가 있다.
자 이것을 역산해 보자.
내 계획의 주요 골자는 이렇다.
끝. 마(麼)의 이름을 가진 여왕은 스스로 자신과 근본이 같은, 모든 존재를 집어삼켜 끝이 되었다.
그렇지만, 이건 사실 잘 생각해 보면 이론상 불가능한 일이다.
자신과 근본이 같은 존재는 세계의 수만큼, 즉 무한하게 존재한다.
모든 세계가 각각 다르기에 자신과 근본이 같은 존재가 반드시 있다는 이야기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한들 무한한 숫자임은 그대로이다.
그리고 무한에서 무한을 뺀다 한들 남는 건 0이나 1이 아니며, 해당 수식의 답은 정의되지 않는다.
그렇기에 해당 방식으로 온전한 하나가 되는 건 불가능하다.
그렇지만, 여왕은 성공했다.
이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중요한 것은 자신의 인식.
지성체란 하나의 세계.
세계란 작은 하나가 아니다.
세계 안에 또다른 세계가 존재할 수 있으며, 세계 밖에 또 다른 세계가 존재하는 것도 가능하다.
그렇기에 내 추측 상 여왕이 첫 번째로 행한 것은 다른 자신의 얼굴을 뜯은 것이 아닐 것이다.
아마 그녀는 인식했다. 자신의 힘으로 관측 가능한 모든 자신을.
그녀는 단정했다. 나머지는 자신이 아니라고.
그 믿음으로서 무한은 한없이 많은 수의 유한으로 내려왔고, 턱없이 많은 수일지언정 하나로 화하는 것을 가능하게 하였다.
그것이 논리적이지 않을지언정, 그런 방식으로 끝이 탄생한 이상 이제 합리적인 논리는 상관없다.
근본을 하나로 만든 게 아니다.
근본이 하나가 되지 않았지만, 그렇게 되었다는 결과가 생겼기에 나머지가 집어 삼켜졌다.
즉, 세계의 구조 또한 개인의 인식에 영향을 받는다.
심지어 정확하게 어떻게 도달하는 것인지 명확하게 정의되지 않는, 끝으로의 길조차도.
또 다른 예시를 들어보자.
인(人). 특별한 것은 하나도 하지 않았건만, 그저 검을 휘두른다는 행동 하나로 끝의 경지에 오른 존재.
아마, 인(人)이 찾은 길은 진정한 무아가 아니었을까.
수행을 통해 자기 자신조차 잊고, 자신이 존재하는 세계를 잊고, 자신의 근본조차 잊음으로써.
그것은 온전한 하나가 되었다.
뭐, 지금 내가 사실처럼 서술한 내용은 진실과 전혀 다를 수도 있다.
진짜 여왕이 무한의 수만큼 얼굴을 뜯어버렸을 수도 있고.
인은 그저 검의 길에 너무나도 집중한 나머지 우리가 알지 못하는 세계의 규칙을 잘라냄으로써 하늘에 올랐을 가능성도 있다.
그렇지만, 나는 그것을 사실이라 단정하고 믿었다.
그 믿음이 가장 중요한 것이기에.
그렇기에 망치를 만들었다.
아직 정의되지 않은 나라는 존재 증명을 망치를 쥔 존재라고 단정 지음으로써 ‘나’를 정의하고.
그렇게 나라고 모두에게 정의된 내가 다른 ‘나’를 관측함으로써 그것을 유한의 존재로 끌어내린다.
그리고, 그런 모든 나는 사망 후 망치를 쥔 또 다른 나에게 전송되어 힘을 기른다.
일정 시기마다 같은 나를 집어삼킴으로써 수를 줄이고, 모든 조건이 달성될 때 하나가 되기 위해.
뭐, 계획에 오류가 있긴 했다.
영혼만 존재하고 육체가 없다면 힘을 기른다 한들 그것은 의미 없는 행동이 되는 오류라든가….
설령 영혼이 관측 외에는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더라도, 힘이 쌓이다 보니 부담이 막대하여 다음 나에게 망치가 넘어갈수록 계속 힘이 약해지는 오류라든가….
어쩌면 육체 쪽 문제는 힘을 숭상하는 우리이기에 생겨난 오류인 것 같긴 하지만.
뭐 아무튼, 지금 와서 솔직하게 털어놓자면 이딴 계획이 성공한 게 기적이긴 하다.
성공했으니 이렇게 웃으면서 서술할 수 있지, 당사자들은 저 오류를 실시간으로 인지하며 한계가 다가왔다는 위기감을 가졌을 테니까.
끝으로 완성될 시기의 나는 이미 자아를 잃고 힘으로 변환된 상태였으니 그들이 어떤 마음을 가졌는지는 정확히 모른다. 어떤 마음으로 또 다른 나를 계속 관측했는지도.
뭐, 끝이 좋으면 다 좋은 것 아니겠는가.
아무튼, 이 논리에서 한 가지 심각한 문제가 있다.
이 행동이 논리적인가?
나인 우리 모두가 그리 믿었으니 논리적이건 아니건 상관이 없다.
관측이라는 행동이 사상을 결정지을 수 있는가?
사상의 지평은 상대적 무한이니 가능했다.
애당초 우리의 근본이 그러한 것이 특화되어 있기도 했고.
그런 행동을 반복한다 한들 끝의 힘에 근접하는 게 가능한가?
그런 존재의 실존을 이미 알았다.
여왕의 수호대.
단일 개체가 그러한 힘을 손에 넣었으니 복수 개체 또한 가능했다.
그럼 어떤 문제인가.
바로. 그런 일을 행하는 다른 망치가 있다면 이 논리가 성립하는가?
자.
우리의 수는 무한이다.
그리고, 그 무한 중에 나와 똑같은 일을 생각하는 녀석이 존재할 가능성이 있다.
그렇다면 이 계획의 논리는 시작부터 파탄이 나기 시작한다.
같은 일을 행하는 두 존재는 언젠가 서로를 인식할 것이고, 그렇다면 두 집단의 행동이 무의미해진다.
아무리 낮은 확률이라도 무한히 반복하면 그것은 일어나는 법.
나와 똑같은 생각을 한 존재가 있을 수 없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렇기에, 이 계획은 모순에서 벗어날 수 없다.
온전한 하나가 되기 위해서는, 나를 증명할 온전한 하나가 필요하다.
그런데 자신을 증명할 온전한 하나가 있다면 그 존재는 이미 끝에 도달했을 텐데, 그렇다면 이 행동에 무슨 의미가 있는가?
그렇지만 이 계획은 성공했다.
유일무이한 망치가 존재함으로써.
다른 세계에 없는, 하나의 망치.
엄밀하게 따지면 망치는 아니다.
망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코어.
기계 전체에 힘을 공급하는 기계 심장이자 엔진.
그것을 제외하면 나머지는 그냥 그것을 손에 든 나의 취향.
물론 강령술사처럼 코어를 그저 자신의 증명으로 가지고 있던 괴물이나.
코어마저 집어먹어 자기 뱃속에 담아버린 탐식자.
기타 등등 예외가 있긴 하지만.
대부분은 그것을 자기 취향에 맞는 무기로 사용했다.
뭐 대부분은 망치긴 했지만, 일단 총이나 창, 심지어 검도 있었으니까.
자, 중요한 건 그걸 내가 어떻게 만들었냐 하는 것이다.
나에게는 무언가를 만드는 재능과 능력이 있었지만, 아무리 그래도 세상의 법칙을 초월하는 무언가를 만들 능력은 없었다.
그렇지만, 나는 그것을 만들었고.
모든 이야기는 거기서 시작한다.
* * *
지금 이 세상은 망각으로 사라지고 있다.
기묘할 정도로 아름답고, 잔잔하며, 고요한 바다가 하늘 위를 감돌고 있다.
내가 아닌 나들은 끝을 적이며 미치광이이며 차악이라 말한다.
그렇지만 나는 그들의 말에 동의하지 않는다.
끝은 그저 희망을 좇는 이들이며.
우리가 별을 쫓아 하늘에 손을 뻗듯, 희망을 향해 전진하는 이들이다.
그저 끔찍한 길의 고난에 뒤틀려, 망가진 정의로운 이들이라고.
그렇기에 나는 그들. 끝의 뒤를 쫓는 길을 찾았다.
긍정하는 신의 길이 아닌, 부정하는 끝의 길을.
나는 성공하여 여기 도달했다.
다시 하늘을 올려다본다.
언젠가 올 코발트색 바다의 망각에 잡아먹힌 하늘을.
하늘에서 반짝이는 별, 끝조차도 이제 더는 보이지 않게 된 세계를.
이 세계에서 무언가를 이루기 위해 강림한 끝의 본체조차도, 멸망, 구원, 계획, 투자가 아닌.
그저 바다에게 빼앗기지 않기 위해, 하나의 세계를 이루는 것을 어떻게든 빼돌리고, 삼키고, 흡수하는.
적과 아군이라는 경계조차 사라진 파탄 난 세계의 종막에서.
나는 손을 뻗어 심장을 뜯는다.
세계와 바다에 맞서, 온 사방에 흩어진 끝의 살점을 거둬들인다.
세계에 퍼진 무수히 많은 살점과 피가 내 손에 모인다.
각각의 살점과 피는 육신에서 떨어진 뒤에도 불멸성을 지닌 채 자신이 어떤 존재에서 비롯됨을 의지로서 아우성치지만.
내 손에 들린 심장을 중심으로 섞여 나간 곤죽은, 서로를 부정하며, 각자를 집어삼키며 의지 없고 가치 없으며 개성 없는 하나가 되었다.
그것은 혈육을 모은 중심이 된 내 심장도 마찬가지.
그렇지만, 내 손 위에서 하나가 되어 엉망으로 뒤틀렸다 하더라도 이것은 여전히 끝의 혈육이다.
비록 서로를 부정하여 어떠한 존재의 혈육인지는 부정한 망각 저편으로 사라졌지만, 끝으로서의 불멸성과 유일성을 품은, 모든 세계 속에서 유일한 하나.
내가 이것을 손에 넣은 것도 그런 날이었다.
지금 이 세계의 하늘처럼 코발트색 하늘 아래 끝의 본체가 여럿 쓰러지고, 피를 흩뿌린 날.
한차례 여왕을 만났던 나는 끝의 존재에 대해 일부 이해하고 있었다.
유일한 존재.
그렇기에 만들었다.
서로를 부정함으로써 만들어진, 의지 없고 이름 없는 거짓된 끝을.
의지가 없기에 힘도 없는, 그저 홀로 존재할 뿐인 무의미한 물체를.
떨어져 내린 별을, 하나의 희망으로서, 내 손으로 단조하였다.
그때는 내가 이것을 품었다.
그렇지만, 지금의 내게 이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는 물건.
그렇기에 건넸다.
이 세계를 위해 나와 함께 오랫동안 싸워 온 영웅에게.
세계의 끝을 바라보며, 절망에 빠진 영웅에게.
아아, 너는 나에게 애정을 품었지.
은하수처럼 반짝이는 은발과 태양처럼 불타는 눈에.
그렇지만 나에게는 어리디 어린 지성체의 애정을 받아줄 심장의 두근거림이 남지 않았단다.
내 심장에 남아있는 것은, 끝으로서 무한을 걸어갈 책임.
미안하다. 작은 지성체야.
세계의 멸망을 바라진 않았단다.
한 번 자신의 세계를 잃은 나이기에, 네가 어떤 절망을 품고 있는지 이해한단다.
그리고, 이해하는 만큼.
“우티스.”
너를 조종하는 방법을 잘 알지.
“….”
우티스. 그런 이름을 가진 영웅이, 망가진 얼굴로 나를 바라보는구나.
기나긴 고난을 겪어 도달한 이야기의 마지막이 그저 절망뿐인, 실패한 영웅이.
신뢰하는 동료를, 몇 번이고 함께 기적을 일으키고 사선을 넘은, 애정을 품을 동료를 바라보는구나.
그렇지만, 한 번도 그의 감정에 대답하지 않은, 심장 없이 뒤틀린 나는 그에게 손을 내민다.
“이건, 모든 것을 바로잡을 씨앗. 그렇지만, 절망의 길. 성공한다는 보장은 없으며, 영원히 고통받는 무한의 길.”
이것은 배신이다.
긴 시간 이어진 서로의 신뢰는, 이 한 번의 배신을 위해.
거짓은 아니다.
내가 그에게 건넬 이것은 모든 것을 바로잡을 수 있는 씨앗이다.
그렇지만, 그 길의 종막은.
“….”
우티스는 씨앗으로 손을 뻗는다.
신뢰와 믿음으로 이루어진, 질척한 피와 살의 저주를 향해.
동료들 또한 그 결정을 걱정스레 바라보구나.
그렇지만, 신뢰와 달콤함은 걱정을 뛰어넘으니.
의심이 사라진 달콤한 속삭임은, 거부할 수 없는 유혹.
천천히. 천천히.
씨앗을 향해 다가오던 우티스의 손이 혈육에 닿고.
휘릭.
우티스가 촉수처럼 튀어나온 혈육에 붙잡혀 빨려 들어감과 동시에.
투둑.
푸른 비가 내렸다.
하늘의 자리를 대신한 망각의 바다가 쏟아지는 코발트색 비가.
세계가 무너진다.
푸른 망각에 잠긴다.
우티스는 돌아간다, 모든 것을 처음부터, 순환의 굴레 속에서.
그리고 나는 모든 것이 끝나는 광경을 바라보며, 세계에서 떠났다.
이것이 우리의 비밀.
끝에서 비롯된 시작.
새로운 우로보로스가 자신의 꼬리를 물었다.
이 길이 또 다른 기적이 될지는 나도 알 수 없다.
얼마나 많은 무수한 우로보로스가, 자신을 소화하며 죽어가고 있을까.
성공 사례가 하나 존재한다.
무한한 우로보로스 중 하나.
단 하나의 실현 사례로, 이것은 현실의 영역으로 내려왔다.
설령 그것이 세상이 끝날 때까지 단 하나의 성공 사례만을 남길, 다신 없을 유일한 기적이라 하더라도.
우리는 씨앗을 심는다.
끝으로서.
절망한 존재에게 희망을 속삭임으로써.
어두운, 검은 낙인을.
세계를 위해.
* * *
“….”
“….”
“너흰 끝답지 않아.”
“그렇게 되느니 소멸하고 말지.”
“그게 나와 나의 차이.”
“그러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