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r. Magical Girl RAW novel - Chapter (616)
마법소녀 아저씨 외전 13화(616/671)
013. 결사(3) – 파편
“왜 장사가 잘되는 건데!”
나는 입이 있다. 그리고 나는 비명도 질러야 한다.
지금 제 책상 앞에 놓인 산더미 같은 작전 보고서는 이 세상에 대한 희망을 사라지게 만드는 결과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시장 점유에 따른 후발주자의 노력은 어디로 가고 순식간에 기존 불법 향정신성의약품 시장을 대체한 Cabal Drug 01~30 시리즈.
줄여서 CD.01~30이라 불리는 30종의 결사 제작 향정신성의약품은 무시무시할 정도로 잘 팔리고 있다.
얼마나 잘 팔리느냐 하면, 끝 녀석들이 이 계획에 끼어서 즐겁게 설치고 있는 것 아닌가 싶을 정도의 위험한 의심이 들 정도로.
“…설마 정말 그 망할 것들이 관여한 것은 아니겠죠.”
정말, 그것만은 아닐 거라 빌며 중얼거린 순간.
“흥미를 지니고 바라보고 있다. 그렇지만, 관여하진 않았다.”
만들어진 목소리처럼 높낮이와 어투, 감정이 거의 없는 목소리가 제 집무실에 울려 퍼졌습니다.
그리고, 제가 아는 존재 중 그런 목소리를 소유한 존재는 하나뿐.
“언제 오셨습니까. 프라그멘툼.”
블러 님과 퀼프 님이 빠진 결사 13석을 대체한 새로운 13석 중 하나. 프라그멘툼.
현재 결사 내에서 린슈아 님을 제외하고 가장 강한 그 존재는, 제 말에 반응하여 천천히 고개를 기울인 뒤 입을 열었습니다.
“보고서를 읽으면서 비명을 지르고 있을 때다.”
“…문이 열리는 소리는 들리지 않았는데 말이죠.”
“안 열고 들어왔기 때문이다.”
“….”
쯧. 이래서 사회성이 턱없이 부족한 존재란.
탄생 방식부터가 그랬으니 어쩔 수 없는 일이긴 합니다만…. 정체의 금속에게 많은 걸 요구할 순 없는 노릇이죠.
“원한다면, 차단해 줄 수 있다.”
“뭘 말인가요.”
개인적으로는 사회성이 없는 것보다는, 다른 문제가 더 귀찮습니다.
말이나 행동에 대해 아무것도 설명해 주지 않는 것.
그렇기에 프라그멘툼에게 무언가를 묻거나 요구할 때는 몇 번에 걸친 질문과 답이 필요합니다.
“시선.”
물론, 그런 답마저도 대부분은 너무나도 단답형이거나 엉뚱한 소리라 의미가 없지만 말이죠.
“…위 녀석들의 시선을 말하는 건가요?”
“긍정. 끝의 시선.”
팡.
말을 내뱉은 프라그멘툼은 곧바로 손을 뻗어 허공을 후려쳤습니다.
마치, 날벌레가 자신을 향해 날아든 것을 끊어 내듯.
…아마, 그 녀석들을 직접 언급한 대가를 막은 것이겠죠.
그 녀석들의 시선을 차단할 수 있다는 것은 거짓이 아닐 겁니다. 평범하게 생각해 보면 변수와 뒤틀림을 차단하기 위해 해당 제안을 받아들이는 것이 옳겠지만.
두 번은 안 당합니다.
이미 프라그멘툼의 말을 들었다가 피를 본 기억이 눈앞에 생생합니다.
제 마법을 강화시킬 방법이 있다길래 협조했더니, 언급하기에도 불경하며 끔찍하고 혐오스러우며 점액 나오는 얼굴 없는 괴물 화신체가 문을 열고 나와서 그걸 처리하던 과정은 정말 정말 정말 정말로 끔찍했으니까요.
관리국이 탐지하지 못해서 다행이지, 그딴 짓거리를 탐지당하기라도 했다간 그날로 관리국에 의해 결사가 뿌리 뽑혔어도 이상하지 않은 일이었습니다.
문제는 프라그멘툼 본인에게 악의가 전혀 없다는 점입니다.
대체 어떤 사고방식에서 그런 결과에 도달했는지 프라그멘툼과 기나긴 상담을 한 일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프라그멘툼은 그에 이리 답했으니.
‘그 녀석을 쓰러트리고 새로운 지식과 경험을 쌓는다면, 너의’
마법을
‘매우 힘들고 고되며 재수 없으면 모든 것을 잃어버리겠지만 한계를 넘어’
강화시킬
‘왜곡되었으며 뒤틀린 부정한’
방법이 있다.
‘어렵겠지만 나도 도와줄 것이고, 문제가 발생할 확률도 8할 정도로 매우 낮다. 원한다면 도와주도록 하겠다.’
라는 뜻이었다고 합니다.
문제는 저 말이 ‘마법을 강화시킬 방법이 있다.’라고 축약되었다는 점이며, 저 사소한 말을 정확하게 이해하기 위해 수 시간에 걸친 문답이 필요했었다는 것이죠.
사실 저 말도 프라그멘툼 본인이 한 말이 아니라 수없이 많은 정보를 통해 제가 유추한 뜻입니다.
그러니 프라그멘툼의 말에는 숨겨진 수많은 정보가 있어 액면가 그대로 받아들이면 피를 보기 때문에, 기나긴 질답이 필요합니다.
뜻이 이해할 수 없다면 그냥 뭐라 하든 무시한 채 내버려 두면 되는 것 아닌가 하겠지만, 문제는 그럴 수도 없다는 점에 있습니다.
우선 프라그멘툼은 사건을 해결하는 것에 대해 극도로 수동적이기에, 평범하게 돌아다니는 것 외에는 누군가의 요청이 없다면 스스로 나서서 움직이는 경우가 극히 드물며, 그런 와중 프라그멘툼이 스스로 꺼내는 말은 매우 중요한 정보일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이건 또 다른 예시입니다.
프라그멘툼이 갑자기 제 방에 찾아와 잠시 자리를 비우겠다며 허가를 구하러 온 일이 있었습니다.
정확한 문장으로는 ‘잠시 자리를 비우겠다.’라고 했었죠.
당시의 저는 프라그멘툼의 사고방식을 정확히 이해하지 못하였던지라 별다른 문답을 주고받지 않고 허가를 내줬고, 프라그멘툼은 며칠 후에 아무리 봐도 O급 괴수인 시체를 질질 끌며 결사로 돌아왔습니다.
이후 기나긴 취조를 통해, 그 프라그멘툼도 자칫 잘못했으면 질 뻔했다는 정보와 결사의 힘이 있었다면 좀 더 쉽게 잡을 수 있었던 이야기 밖의 침략자라는 사실이 밝혀졌죠.
즉, 그때 제가 뭘 하러 가느냐고 조금 더 심층적으로 물어봤으면 세계 멸망의 위기를 훨씬 쉽게 넘길 수 있었다는 점.
그런데 또 다른 문제가 있습니다.
프라그멘툼의 말이 모두 의미가 있는 말은 아니라는 점이죠.
프라그멘툼이 방금의 예시와 정확히 똑같은 말을 한 적이 있습니다.
이미 이전의 사건을 겪은 저는 긴 시간에 걸쳐 프라그멘툼와 상세한 질답을 했고.
3시간 후에 나온 답은, 오늘은 특별한 게 먹고 싶어서 좀 멀리 점심 먹으러 다녀오겠다는 의미였습니다.
물론, 점심시간은 이미 한참 전에 끝난 뒤였고 말입니다.
이런 상황이니 프라그멘툼과의 대화는 항상 골치 아플 뿐.
그래도, 몇 번 겪고 나니 대략적인 요령이 생겼습니다.
“위의 시선을 막을 경우, 해당 조치를 통해 세계나 결사에 부정적일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높습니까?”
질문은 상세하고 명확하게. 쓸데없는 정보가 끼지 않도록 긍정 혹은 부정으로 답할 수 있는 질문으로.
거기에 더해 가능성이 높다 등의 어구를 넣어 질문이 명확하지 않고 두루뭉술해지도록.
상세하고 명확한 질문이라는 방법과 충돌하는 것 같지만, 꼭 필요한 요소입니다.
이 문구를 넣지 않았을 경우, 확실한 내용이라도 매우 작은 가능성이라도 존재할 시 부정이라는 답을 되돌리는 것이 프라그멘툼이기에.
“긍정. 생긴다.”
“그럼 관두도록 하죠.”
어떤 문제가 생기는지는 묻지 않았습니다. 어차피 알 필요도 없고, 안다 한들 그것이 제가 이해할 수 있는 정보라는 보장이 없으니까요.
자, 그럼 이 건은 넘어가고.
중요한 것은 프라그멘툼이 제 방에 왔다는 점.
사실 이건 특별한 일이 아닙니다.
프라그멘툼은 매일 어딘가를 돌아다니고 있으니까요.
저 외의 다른 결사 13석도 프라그멘툼과 자주 대화하고, 다른 결사 인원들도 프라그멘툼과 대화를 나누는 광경을 종종 목격할 수 있으니.
다만, 린슈아 님과 쿠쿠루루와는 거의 접점이 없습니다.
린슈아 님은 그렇다고 치고, 쿠쿠루루와는 본래 다른 결사 13석처럼 접촉했던 모양이지만, 프라그멘툼을 본 쿠쿠루루가 완전히 맛이 가는 바람에 프라그멘툼 본인이 거부감을 느끼고 다시는 찾지 않는 모양.
그 프라그멘툼의 행동 방식을 사소한 만남 몇 번 만에 바꿨다는 점에서 프라그멘툼에 대한 쿠쿠루루의 광기를 느낄 수 있을 지경.
당장 프라그멘툼에게 긍정, 부정이라는 단어를 주입해서 가급적 해당 단어로 답을 해주는 교정만 해도 수백 일이 걸렸는데 말이죠.
아무튼, 프라그멘툼이 제게 용건이 있어 제 집무실에 왔습니다.
조금 전 있었던 짧지만, 강렬한 대화를 통해 윗놈들의 시선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러 온 것 아니냐 할 수 있지만, 사실 저건 제 혼잣말에 반응하여 답을 해준 것뿐.
즉, 프라그멘툼이 따로 제게 하고 싶은 말이 있어서 왔다는 뜻이죠.
가만히 기다리고 있던 것은, 프라그멘툼 본인이 타인의 일을 방해하지 않고 묵묵히 기다리고 있는 성향에서 비롯된 것.
그렇게 조용히 기다리는 과정에서 조금이라도 인기척이라도 내주면 좋겠지만, 그건 과도한 바람이겠죠.
자. 본론으로 들어갑시다.
“그래서, 무슨 볼일인가요?”
제 질문에 프라그멘툼은 자신이 온 이유를 잠깐 까먹기라도 했던 것인지, 무언가를 생각하는 듯 좌우로 무뚝뚝하게 고개를 흔든 뒤.
“CD.01~CD.30. 각각 하나씩 필요하다.”
“…죄송합니다. 뭐라고 하셨죠?”
아무리 프라그멘툼이라지만 전혀 예상치 못했던 요청이 나옴에, 반사적으로 제가 그리 되묻자.
“CD.01~CD.30. 각각 하나씩 필요하다.”
프라그멘툼은 조금도 달라지지 않은 완벽하게 똑같은 어투로 조금 전의 말을 되풀이했다.
“대체 그걸 어디다 쓰시려고….”
그러잖아도 이 문제에 대해 골치 아프건만, 이런 일에 대해 아무런 관심도 없어 보였던 존재가 갑자기 이런 요구를 하다니.
제발, 조금이라도 의도를 알 수 있는 답변 부탁드립니다…. 제발….
“나중을 위해 필요하다.”
프라그멘툼을 믿은 제 잘못이죠.
문장이 뜻하는 바가 너무나도 광범위해서 이건 몇 시간이 걸려도 진의를 알아낼 수 없을 것 같군요.
하는 수 없군요. 정말 있어서는 안 될 미래만 확인해 볼까요.
“혹시 직접 드실 겁니까?”
“영향받지 않는다.”
“본인이 약의 영향을 거의 받지 않아 자신이 먹을 일은 거의 없을 것이라는 뜻이 맞습니까?”
“긍정. 먹는 용도가 아니다.”
적어도 저 외모로 저걸 우걱우걱 씹는 꼴은 보지 않아 다행이군요.
“다른 이에게 해당 약의 일부 혹은 전부를 전달하실 생각이신가요?”
“긍정.”
…아니 그러면 안 되잖습니까.
“약을 건넬 예정인 상대 중 결사 외부의 존재가 포함되어 있습니까?”
“부정. 포함되어 있지 않다.”
…음?
잠시만요. 뭔가 이상한데요.
“약을 건넬 상대 전부 혹은 일부가 결사 소속입니까?”
“긍정. 대상은 존재 하나다.”
이건 알아내는 게 불가능하군요.
예상과 달리 상대가 한 명이라는 사실을 알려준 건 고맙지만, 결사 인원 전원을 하나하나 집어 보기에는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립니다.
그래도, 믿어야 본전이니 일단 물어나 볼까요.
“저에게 약을 건넬 상대를 알려주실 수 있으신지요.”
알 수 없는 답을 받아도 어차피 손해 보는 시간은 몇 초뿐이니까요.
저는 답에 대해 당연히 정상적인 대답이 돌아오지 않으리라 믿으며 책상에 놓인 커피를 들이켰습니다.
그렇지만, 프라그멘툼은 거의 곧바로 대답이 튀어나오는 평소와 달리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빤히 절 바라보았고.
아직 따뜻한 커피의 목 넘김을 느끼며 답을 기다리던 찰나.
스윽.
천천히 프라그멘툼의 팔이 들어 올려지며, 정면을 가리켰습니다.
“….”
“….”
그저 적막하기만 한 집무실.
저는 커피잔을 손에 든 채 혹시 제 뒤에 누가 있는 거 아닌가 하고 뒤를 돌아보았지만, 퀼프의 유령 같은 것은 보이지 않았고.
제 집무실에 있는 것은 저와 프라그멘툼뿐.
“…저 말입니까.”
“긍정. 대상은 알’셸.”
…이게 대체 무슨 소리죠.
“그러니까…. 저에게 약을 받은 다음, 그것을 저에게 되돌려준단 뜻인가요….”
도저히 무슨 의도와 의미가 있는지 알 수 없는 행동입니다만….
“긍정. 정확하다.”
“정확하다는 단어를 쓰신 건 처음 들어본 것 같군요.”
“처음이다.”
“….”
두뇌가 폭주한다.
생각이 무수히 뻗어나간다.
모든 심력을 생각에 쏟아, 바닥에 놓아두지 않은 커피 잔은 손에 들린 채 그 자리에 고정되어 있다.
시간 감각마저 잊을 정도로 긴 시간 사고를 이어가며 프라그멘툼의 의도를 알아 낼 실마리와 질문을 찾으려 하지만, 도달하는 결론은 몇 번이고 똑같았다.
“뭐죠. 씨발.”
“욕설 금지.”
아니, 이 상황에서 욕설이 안 나오려야 안 나올 수가 없죠.
대체 이런 말도 안 되는 대화에서 무슨 의도를 찾는 스무고개를 하란 말이죠?
지식의 신이라도 내려오셔서 저에게 완전한 진리를 줘도 이 행동의 의도는 알 수 없을 게 분명합니다.
그러니, 하나만 물읍시다.
정말. 하나만.
“해당 행동으로 인해 세계와 결사에 부정적일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높습니까?”
“부정. 필요하다.”
필요하다는 말은 왜 붙는 거죠?
대체 이게 무….
아. 그만둡시다.
생각해 봐야 저만 손해지.
시간 낭비는 이제 지긋지긋합니다.
“내일 이 시간에 다시 오시길. 그때까지 준비해 두도록 하죠. 무언가 요구 조건이 있으신가요?”
“변질이 없도록 개별 진공 포장.”
“그렇게 해드리겠습니다.”
제 답을 들은 프라그멘툼은 무표정한 얼굴로 만족스럽게 끄덕인 뒤, 아마도 이 방에 왔을 때처럼 벽을 뚫고 사라졌습니다.
마치 벽이라는 개념이 자신에게 적용되지 않는다는 듯, 벽에 부딪힐 것에 두려워하거나 벽을 부수는 일 없이 평범하게 걸어서.
그렇게 폭풍처럼 나타나 폭풍처럼 떠난 프라그멘툼의 뒤로.
저는 다시 쏟아지는 보고서를 붙잡았습니다.
프라그멘툼이 행동에 나섰다는 뜻은, 이 계획에 무언가 크나큰 문제가 생길 것임이 분명했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