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r. Magical Girl RAW novel - Chapter (620)
마법소녀 아저씨 외전 17화(620/671)
017. 결사(7) – 금속의 주인
개인적으로 싸움이란 행위를 그리 좋아하진 않아.
물론, 내가 약해서 그런 의견을 내는 건 아니고.
나는 쿠쿠루루. 고향 세계가 망해 피난 온 강철 요정족의 수장이고, 결사 13석에 이름을 올리고 있지.
워낙 주변에 말도 안 되는 괴물이 많아서 나 자신도 자주 내 약함을 한탄하곤 하는데, 객관적으로 보면 아마 이 세계에서 상위 0.00001%에는 충분히 들걸?
그래도 내가 싸움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하는 건, 내 성격이 전사보다는 기술자에 가깝기 때문이야.
힘을 사용하여 싸우는 것보다, 대장간…. 아니, 여기선 연구실이라 부르지. 아무튼, 뭐든 만들고 연구하는 장소에 틀어박혀 톱니바퀴를 만지작거리고 금속 배합을 연구하는 게 더 흥미진진하고 즐거우니까.
결사 13석 중에 로크리아가 나랑 비슷하긴 한데, 로크리아도 나랑 비교하면 좀 더 흉폭하지.
아무튼, 중요한 점은 뭐냐 하면.
내가 싸움을 싫어하는 기술자 성향이긴 하지만, 약하다는 의미는 아니란 거야.
이런 세상에서는, 더더욱.
* * *
철컥.
너무나도 많이 들어서 이제는 짜증이 솟구치는 소리.
그 소리를 유발한 무기를 든, 빌어 처먹을 정도로 약해빠진 데다가 멍청한 범죄자 새끼들은 학습 능력이 없는 건지 그 작대기나 마찬가지인 무기를 또다시 내게 향했다. 나름대로 조그만 뇌를 굴리긴 했는지 복도 앞뒤를 틀어막으며 협공하는 형태를 취하고 있긴 한데 말이지….
“그렇게 당하고도 정신 못 차렸어? 덩치는 내 몇 배나 되면서 뇌는 더 작기라도 한 건가?”
그리 짜증 내며 나는 적들의 무기에 의지를 집중했다.
요컨대, 제대로 훈련받지도 않고 이능도 없는 얼간이들이 사용하기에는 매우 적절한 개인용 무기인, 총에다가 말이지.
세상에는 플라스틱으로만 만든 총이 있다고 하지만, 지금 눈앞에 있는 것은 프레임부터 시작해 금속이 대량으로 섞인 무기.
즉, 내 힘으로 매우 쉽게 지배할 수 있는 물건이란 뜻이다.
주륵.
플라스틱이나 목제 부품을 제외한, 금속이라 할 수 있는 모든 부분이 액체처럼 녹아 형상을 무너트리며 그들의 손에서 흘러내렸다.
본래 금속이 액체가 될 온도라면 저들의 손은 복원할 수 없을 정도의 상해를 입겠지만, 내 능력으로 인한 것이라 그런 문제는 없지.
그렇게 내게 소유권이 넘어간 금속은 자신의 총이 녹아서 사라짐에 당황하는 본래 주인들에게서 멀어져 내 주변을 둘러쌌고.
본래라면 금속을 내 날개에 더해서 다음 전투에 대비하겠지만.
“아무리 그래도, 이건 너무 싸구려라 섞기 싫네.”
영구적인 배합이 아니고 일시적으로 덧붙이는 거라지만, 아무리 그래도 이건 너무 싸구려지.
그러니까, 돌려줄게.
팡.
물방울이 터지는 것 같은 소리와 함께, 내 주변을 둘러쌌던 금속 막이 폭발했다.
그렇게 폭발한 금속은 하나하나가 구슬이 되어 주변을 강타했고.
“애효.”
나는 참사가 일어난 현장에서 천천히 멀어졌다.
여기저기 피가 흥건하긴 한데, 즉사한 사람은 없을 거다.
최대한 인명 피해를 줄이려고 구슬도 큼지막하게 만들었고, 쏘아지는 속도 대폭 줄였으니까.
구슬이 작고 빨랐다면 쟤들은 잔해조차 찾기 힘들었을걸.
유리 구슬만 한 크기에 난타당했으니 뼈가 부러지고 살이 으깨지긴 했지만, 뭐 죽진 않지. 죽진 않아.
마음 같아서는 저기다가 죽진 않을 정도로 살을 썰어 버려서 울분을 풀고 싶은데…. 내가 참아야지.
“그래. 좋게 생각하자. 적어도 날개에 얼간이들 피는 안 묻혔어….”
관리국 녀석들이랑 싸울 땐 날개를 쓸 수밖에 없었는데.
그 녀석들은 몇 번 싸우고 나니, 내 능력을 완전히 파악해서 장비에 온통 비금속을 도배하고 날 붙잡으러 왔으니까.
음, 아니 관리국 녀석들이랑 싸우고 싶단 건 아니고.
싸우는 건 싫어. 대장간에 틀어박혀서 연구나 하게 해줘.
그리 생각하며, 난 공중을 둥둥 떠다녔고.
대충 한 30분이 지난 시점에서.
“이 빌어 처먹을 새끼들은 대체 어디 있는 거야!”
나는 결국 폭발하고 말았습니다!
이 빌어먹을 놈들이 어디 숨었는지 안 보이는데 어쩔 수 있냐고.
“누가 이기나 보자 무뇌 범죄자 새끼들.”
날개 전개! 모조리 쓸어 버려!
그렇게 내 힘을 통해 실제 부피와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압축된 날개가 해방되었다.
평소에는 내 등에 달라붙은 작은 금속 날개 몇 쌍이지만, 해방했을 경우 몇 층짜리 건물을 순식간에 자를 수 있는, 거대한 날개.
그렇게 날개가 휘둘러지고, 주변엔 원형의 거대한 공간이 생겼다.
잘게 잘려 나간 건물 일부가 돌 조각과 먼지가 되어 주변에 흩뿌려지고, 시야가 확보된 텅 빈 장소.
분노에 휩싸여 저지르긴 했지만.
당연히 아무 생각 없이 한 건 아니지.
주변에 생명 반응이 없다는 건 알고 한 거야.
내가 감지하지 못할 정도로 인기척을 숨긴 녀석이 있었을지도 모르지만, 그건 내 알 바 아니지.
아무튼, 말끔해졌다.
거기에 더해, 방금 주변을 잘게 자름과 동시에 살포한 금속 파편으로 적 위치도 확인했지.
이놈들이 어디 숨어있나 했더니, 빌딩 중심 주변과 층 사이에 빈 곳이 잔뜩 있었지 뭐냐.
그래, 집단을 이끄는 수뇌부라도 좀 똑똑해야지.
금속 능력자한테 총 쥐어서 보내는 녀석인 만큼 별로 머리가 좋은 것 같진 않지만!
자 아무튼 그러니.
파삭.
날개를 휘둘러, 벽을 가루로 만들며 전진했다.
날 향해 무수히 많은 공격이 쏟아지지만, 대부분은 이미 펼쳐진 내 금속 날개를 뚫지 못했고.
그렇게 난 날개로 적의 팔다리를 썰어 버리며 앞으로 나아갔다.
“…결사인가.”
“넌 뭐냐?”
“이 집단의 총통이다.”
“총통? 단어 선택 능력이 우리 쪽 어떤 문어랑 비슷하다?”
단순한 범죄 조직인 줄 알았는데 어디 버러지 집단이신가.
붉은 망토로 몸을 칭칭 감싸서 어떻게 생겼는지 모르겠다는 것도 그렇고 참 재수 없네.
“칭찬인가?”
“당연히 아니지. 염병할 놈아.”
휘릭.
곧바로 날개를 휘둘렀다.
최대한 강하게, 주변 피해를 무시하고.
눈앞의 상대는, 내 전력을 다해야 할 상대.
카가가가가가각.
무수히 많은 날개의 공격이 허공의 역장에 튕겨 나간다.
염동력 계통 초능력.
힘도 강하고, 정밀도도 매우 높네.
단순히 날개를 휘두르는 공격으로는 저걸 못 뚫어.
“제길.”
욕설을 내뱉으며, 바로 날개를 회수했다.
전부는 아니고, 절반 정도.
지금 공격을 멈추면, 바로 공격이 들어올 게 분명하잖아. 절반을 빼낸 것도 아슬아슬한 줄타기라고.
그러니까, 최대한 빨리 절반의 금속 날개를 세공한다.
금속 날개 절반이 사라지자, 점차 가까워지는 뻘건 총통놈을 필사적으로 날개를 휘둘러 막으며, 빠르게 남은 절반을 자아낸다.
티끌만 한 톱니, 가늘고 질긴 와이어, 말단부가 얕디얕아 무엇이든 자를 수 있는 날, 이어질 에너지와 속도를 견딜 수 있는 가동부, 그 전부를 둘러싸 연결하는 균질한 사슬.
적이 계속 가까워지지만, 난 템포를 유지하며 세공을 계속해.
급하게 만들어 완성도가 떨어진다면, 그건 그것대로 문제니까.
한걸음, 한걸음, 적이 다가올수록, 내 금속 세공도 완성되어 가지.
그렇게, 적의 발걸음으로 나와 열 걸음 정도 남았을 때쯤.
“완성이다! 망할 시대착오 빨갱아!”
나는 참았던 목소리를 내뱉으며, 날개를 뻗어 완성된 무기를 곧바로 가동했어.
그르르르르릉.
회전하는 엔진 소리가 크게 울리고, 기계의 에너지원이 되기 위해 세공되지 않고 공격용으로 남겼던 내 날개가 모조리 빨려 들어가.
두터운 토대를 기반으로, 토대를 감싼 사슬에 연결된 날카로운 작은 날이 무한히 회전하는 구조의 무장.
요컨대, 전기톱.
개인적으로는 그리 좋은 무장은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저 초능력 역장을 뚫기 위해서는 극도로 집중된 공격이 연속되어야 하니까.
단분자날 전기톱이 가장 빠르게 떠오른 기계였지.
개인적으로는 이런 난폭한 물건을 휘두르고 싶진 않지만….
“돼져라아아아아앜!”
키기기기긱.
불꽃이 튀고, 또 튀어.
날이 튕겨 나고, 다시 달라붙고.
역장은 버티고, 날은 달라붙고.
이 공방이 그리 길게 이어지진 않을 거야.
분명, 이건 서로의 온 힘을 다한 공방이니까.
그러니까, 분명.
“뚫었다아아아아!”
팡.
날개에 걸리는 무거운 부담이 사라져가.
남은 것은, 적을 향해 단분자날 전기톱이 떨어지는 감각뿐.
그리고.
쾅.
정신을 차린 순간, 내가 나뒹굴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지.
“안타깝군. 요정.”
“…망할.”
“내 보호막을 뚫은 것은 분명 대단하나, 방어를 포기한 게 컸다.”
“거 말 많다?”
빌어먹을 녀석이다.
“승자의 권리라고 해주게나.”
“그래? 그럼 나도 패자의 권리로 좀 떠들지 뭐.”
그 말과 동시에, 나는 남은 금속을 모두 끌어모아 몸을 지키는 금속 보호막을 만들었고.
“당연히 모르겠지만, 내 고향 세계에는 여러 요정이 있었어.”
이야기를 시작했지.
끼익. 끼이이익.
무언가가 뒤틀리는 소리가 온 건물에 울려 퍼지고 있다.
빨간 총통을 포함한 저기 조직 소속 양아치 녀석들은 이게 무슨 소리인지 감을 못 잡고 웅성거리고 있지만, 곧 알게 될 거야.
“일단 나부터가 금속 요정이고, 유체를 잘 다루는 물의 요정, 물질화하지 않은 에너지를 잘 다루는 불의 요정 같은 애들도 있었거든.”
다만, 실제로 그렇게 태어난 건 아니야. 그냥 우리가 잘하던 거에 맞춰서 종족 명이 붙은 거거든.
아마 생물학적으로 우리 요정들의 조상은 다 같았든가 그랬지.
“그리고 수많은 종족이 있는 세계였지. 이 세계엔 판타지 소설이 많던데 딱 그짝이었어. 좀 더 난폭하고 수많은 집단이 서로 죽이기 바빴다는 걸 빼면.”
‘핫하 저기 난쟁이다! 난쟁이를 죽여라!’
나는 모르지만, 우리 조상인 요정들은 기계 마차 타고 저러면서 난쟁이 사냥을 다녔다던가.
내가 태어났을 때는 이미 이계의 침공이 시작되던 시절이라 그런 걸 직접 본 적은 없지만 말이지.
“아, 판타지라 해서 착각할 수 있는데 기술력도 나쁘지 않았어. 여기랑 기술 발전이 좀 다르긴 한데, 평범하게 이 세계의 탱크나 컴퓨터, 비행기 같은 거에 해당하는 기술도 있는 세계였지.”
여기도 그런 비슷한 장르 소설이 있었는데….
고향 생각이 나서 나쁘지 않았지.
“그런데, 그런 기술을 가지고도 특별한 경우가 아닌 한 중요한 건물에 금속을 사용하지 않았었어.”
기기기기긱.
건물의 진동과 함께 더더욱 소리가 커지고.
“지금부터, 너희는 그 이유를 알게 될 거야.”
캉.
뒤틀림에서 생겨난 청명한 소리와 함께.
주변의 모든 것이 잔해가 되어 쏟아져 내리기 시작한다.
이 건물에서 가장 중요한 콘크리트로 둘러싸인 철골 코어 안의 철근이 내 힘에 응답하여 한계를 이기지 못하고 부러진 소리.
우리가 새로 정착한 이 세상은 다들 너무나도 위태롭게 살아가.
여기 사람들은 자신들이 거주하고 있는 건물이 무너질 거라고 거의 생각하지 않아.
설령 무너진다고 해도, 기본 설계에 문제가 있거나 공사할 때 무슨 문제가 있었다고 생각해.
적어도, 가장 기본이 되는 코어가 부러진다고는 절대 생각하지 않지.
사실 나도 그렇게 생각해.
코어에서 이어진 부산물이 못 버틴다면 모를까, 정밀하게 계산된 수많은 금속과 그 주변을 둘러싼 부속 재료들로 만들어진 코어는 어지간한 타격이 아니라면 무너지지 않지.
그렇지만, 그건 사람들이 아직 옛 시대의 상식에 사로잡혔단 소리야.
코어 월은 확실히 단단하지만, 적절한 기술을 가진 존재는 타격이 없이도 내부 구조를 건드릴 수 있지.
그리고, 나는 쿠쿠루루.
이 세계에서 받은 이름은.
금속의 주인.
사실 그 정도까지는 아니니, 굉장히 거창한 이름이지 뭐야.
내가 조작할 수 있는 금속은 어디까지나 내가 인식할 수 있으며, 타인의 의지가 담기지 않았고, 이능을 튕겨내는 성질이 없는 금속.
즉, 이 세계의 거의 모든 금속을 조종할 수 있다는 뜻이지.
“자. 폭싹 무너져. 깔끔하게.”
뭐, 전투는 네가 이겼다고 치자고 총통.
금속이 모자랐다느니, 아까 싸구려 금속도 낭비하지 말고 싹 모았으면 아마 이겼을 거라느니 그런 건 다 변명이지.
실전에 변명이 어디있어.
근데, 내가 다른 건 몰라도 니네 조직은 싹 조지고 갈란다.
“네놈…! 잘도! 우리…!”
무너지는 파편 사이로 뻘건 놈이 뭐라 지껄이는 소리가 들리지만, 파편에 파묻혀 잘 안 들린다.
그렇게 나는 아마 이 정도로는 안 뒤질 빨간 놈을 내버려 둔 채, 날개를 펴 파편을 잘라 내 빌딩을 벗어나며 생각했다.
이런 데서 질 줄이야. 역시 세상은 넓고 강한 놈은 많지.
최대한 인명 피해를 줄이긴 했는데, 이래서야 어쩔 수 없네.
다 문어 탓이야.
저런 강자가 있는데 날 여기 배치한 망할 문어 놈이 잘못한 거야.
역시, 싸움은 별로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