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r. Magical Girl RAW novel - Chapter (622)
마법소녀 아저씨 외전 19화(622/671)
019. 결사(9) – 잔드레드
“흠흠. 흠흠흠. 쿨럭.”
콧노래를 부르다 뭔가가 코에 걸려 갑작스레 터져 나온 기침.
흠. 저기 기침에 날아간 건 내 뇌조각 아닌지.
부활약으로 연명하고 있긴 하지만, 점점 몸이 무너져 가고 있어.
저걸 어떻게 해야 다시 멀쩡하게 돌려놓을 수 있으….
“찍.”
“….”
쥐가 내 뇌 조각을 가져갔다.
뭐…. 큰 문제는 없겠지.
어차피 이런 게 처음도 아니고.
사라져 버린 뇌는 잊어버리고, 일이나 계속해야지.
“흠흠흠. 환각제, 감각 반전, 가려움증….”
지금 빌딩 펌프에 투입하는 것은, 소량으로도 효과를 발휘하며 의존성이 남지 않는 비살상 계통 약물들.
그거 알고 있나? 고층 건물의 물 펌프는 너무나도 강력해 순식간에 물을 순환시킨다는 사실?
즉, 거기에 어떻게든 약물을 투입할 수 있다면 순식간에 빌딩 전체에 약을 퍼트릴 수 있다는 뜻이지.
물론 퍼졌다 한들 물에 녹은 약물인 이상 마시거나 피부에 닿지 않으면 효력이 발휘되지 않지만….
“다음은…. 제어 시스템 해킹….”
그것도 다 방법이 있지.
사람들을 강제로 약물이 주입된 물에 접촉하게 하는 방법이.
데이터 스틱을 삽입하고 잠시 기다리자, 결사 특제 해킹 프로그램이 빌딩 관리 시스템을 장악했고.
“어디…. 그 기능이….”
뇌가 빠진 탓인지, 말을 잘 듣지 않는 손을 움직였다. 덜덜 떨리기 시작한 손을 제어하기 위해, 품에서 신경 안정제를 꺼내 심장에 박음과 동시에, 원하는 것을 찾은 나는 마우스를 움직여 버튼을 눌렀다.
모니터 위에 작업 중임을 알리는 모래시계 아이콘이 지나가고.
밖에선 소란이 피어나기 시작한다.
갑자기 발생한 이상 현상에 터져 나오는 욕설, 울려 퍼지는 발걸음.
그리고, 소나기가 내린 것처럼 쏟아지는 물소리.
“그럼. 가보죠.”
작업이 성공한 것을 확인했으니, 해킹 프로그램이 저장된 데이터 스틱을 회수한 뒤, 천천히 빌딩 관리실에서 나왔다.
관리실 밖은 비가 쏟아지고 있다.
제가 직접 제작하고 투입한 약물이 대량으로 섞인 폭우.
빌딩 제어 프로그램을 통해, 전 층에서 강제 개방된 스프링클러가 모든 물을 쏟아내며 만들어 내는 비.
이걸로, 내 약을 피할 사람은 빌딩 내부에 없다.
“넌…. 뭐….”
폭발적으로 쏟아내는 물로 시야가 그리 좋지 않은 와중에도, 절 발견한 사람이 있지만.
“…개…? 개…? 게….”
곧, 흐리멍덩한 눈빛을 한 채 물이 깔리기 시작한 땅바닥에 쓰러졌다.
“약은 문제 없고….”
물의 양이 자료에 적힌 것보다 많아 약이 모자랄 가능성을 생각했지만, 곧바로 작용하여 쓰러진 것을 보니 충분한 것 같다.
“자. 그럼. 계속 가보죠.”
그리고, 눈을 감았다.
찾는 것은, 이런 고급스러운 호텔에 어울리지 않는 것.
모든 것이 물에 씻겨 내려가며 희미해지지만, 내 종족은 찾을 수 있는, 미세한 냄새 알갱이.
찾는 것은 불법 향정신성의약품의 향취가 아니다. 그런 약물도 희미하게 냄새가 존재하긴 하지만, 정제가 끝난 뒤라면 분량이 극도로 적어지는 탓에 빌딩 내부에 퍼질 만큼 냄새 알갱이를 뿌리지 않는다.
그러니 찾는 것은, 약물을 생산하기 위한 용매와 촉매의 냄새.
지속적인 생산을 위해 언제나 요구량 이상을 대량으로 비축해 두기에, 그 냄새가 배어있는 장소.
망가져 제대로 굴러가지도 않는 몸이지만, 여전히 남아있는 종족의 특기는 쏟아 내리는 물 사이에서도 냄새 입자를 포착한다.
“찾았다.”
눈을 뜨고 향취를 쫓는다.
계속해서 쏟아지는 약물이 수많은 생물체와 반응하여 생겨난 뒤틀린 행복의 목소리를 귀에 담으며, 쏟아지는 물을 박자 삼아.
* * *
“…이건 뭐지.”
냄새를 쫓아 찾아낸 풍경은, 생각하던 불법 향정신성의약품 생산 플랜트와 크게 다르지 않다.
원료를 정제하여 유효 성분만 뽑아내는 것도, 밀반입이 용이하게 정제하는 것도, 포장이랍시고 대충 비닐봉지에 완성품을 처박는 것도.
그렇지만, 무언가 다르다.
수십 단계의 과정 중, 무언가 불필요한 과정이 삽입되어 있다.
관련 지식이 없거나 필요한 기술이 없어서가 아닌, 확실한 의도가 있어 삽입된 일반적인 약물 정제에선 불필요한 과정.
“…이것도 너무 깔끔해.”
한 번 의심이 피어나니, 계속 다른 의문이 생긴다.
불법 향정신성의약품을 생산한다기에는, 너무나도 고차원적인 기계와 질이 좋은 원재료.
어차피 이런 걸 복용하는 놈들은 제품의 질에 불만을 표할 리도 없는데, 이대로는 수지타산이 안 맞는다.
…확인해 봐야겠다.
그런 생각에, 막 생산된 완성품 봉지를 손에 들고 안을 살폈다.
조금만 봉지가 흔들린 것만으로도 막대 형태로 잘게 쪼개지는 투명한 결정 덩어리.
효능은…. 인지 능력 상승, 각성 효과, 도파민 증폭.
손에 들자마자 부스러지는 작은 가루를 혀에 올렸다.
감각에 따라오는 것은, 거의 무취에 가까운 향기와 혀를 타고 올라오는 옅은 쓴맛.
질은…. 그리 좋지 않다.
불순물이 잔뜩 섞인 데다가, 극도로 강한 쓴맛이 혀 위를 감돈다.
도저히, 저런 원재료와 생산기기를 썼다고는 생각할 수 없는 결과물.
즉, 제작 과정에서 의도적인 질적 저하가 포함된 약물.
…이건 무슨 의미일까.
싸구려 불법 향정신성의약품이나 생산하는 조직인 줄 알았는데, 이만한 플랜트를 갖출 재력과 기술이 있고, 그런 주제에 결과물은 엉망.
주어진 시간이 얼마 없어 대충 훑어보긴 했지만, 이런 문제가 생길 정도의 제작 공정상의 문제는 보이지 않는다.
그렇다면, 남은 건 하나.
존재하는 이유를 알 수 없는, 불필요한 공정.
어느 정도 개방되어 내부 상황을 보며 관리할 수 있는 다른 기기와 달리, 안을 전혀 살필 수 없는 조금 큰 금속 탱크.
저 안에 무언가가….
“거기서 손 떼. 언데드 수인.”
“….”
조용히 목소리가 들려온 방향으로 시선을 돌렸다.
말을 걸어온 것은, 흰색 가운을 입고 안경을 쓴 여성.
기름으로 떡 진 검은 머리와 심각한 다크서클, 그리고 주변에 음침한 기운이 감도는 것을 보아하니 이 장소의 관리자거나 연구자임이 분명.
급하게 여기까지 달려와 내 약이 섞인 물 폭탄을 맞았는지, 머리에는 둥근 물방울이 흘러내리고, 옷은 젖었으며, 얼굴은 붉게 흥분해 있다.
“…이런 짓을 벌일 줄이야. 미친 것도 정도가 있지….”
그녀는 그리 말하며, 제 가슴팍에 플라스틱 자가 주사기를 몇 개나 박아 넣었다.
아마, 내 약을 중화하기 위해.
“아. 이제 좀 낫네…. 자. 그럼, 네 주인은 어디 있지? 아니면 원격 조종인가? 의식이 있나?”
아무래도 내 정체를 크게 착각하고 있는 것 같다.
“전 언데드도 아니고, 조종당하는 것도 아닌데 말입니다.”
뭐 그거랑 비슷한 거긴 합니다만.
“거짓말 말고. 그럼, 뭐 의식 있는 좀비라도 되나? 그런 병이 있는 것도 당연한 세상이긴 하지만.”
“이런 몰골이지만, 살아있는 존재입니다.”
생명 반응이 없다면 약물도 의미가 없지.
생리 작용도 느리긴 하지만, 분명히 있습니다.
“흐음…. 흥미롭긴 한데….”
퍼석.
소리가 들립니다.
그리고, 매우 미미한 감각이 전해집니다.
죽어 가는 몸뚱이가 알려 오는, 둔화하여 극도로 미미한 고통.
전해지는 통증의 출처는, 배에 뚫린 거대한 구멍.
“내게 주어진 임무는 플랜트를 지키는 거라.”
지적 호기심보다. 임무 우선이라.
연구자 겸 초능력 계통 능력자인 것 같은데….
그리 생각에 잠긴 와중, 버팀목을 잃은 내 몸이 쓰러졌다.
몸에 큼지막한 구멍이 났으니, 당연한 일이지.
그나저나….
“생각보다 훨씬 강하군요. 편견이지만, 옷을 보니 전투에 특화된 건 아니신 것 같은데.”
나는 굴러다니는 몸뚱이를 손을 사용해 그럭저럭 바로잡으며, 상대에게 그리 말을 걸었다.
“…언데드 맞잖아.”
날 지나쳐 금속 탱크를 향해 걸어가던 상대는, 얼굴빛 하나 변하지 않고 고개를 돌리며 입을 열었다.
“아닙니다.”
“…흥미롭네. 시간만 더 있었으면 해부해 보고 싶을 정도.”
“지식을 나누는 거라면 얼마든지 환영입니다.”
“아 그래? 그럼 안 죽는 김에 말 상대나 되어주던가.”
여성은 내 말에 그리 답하며, 금속 탱크에 손을 올렸다.
공간이 진동한다.
대규모 텔레포트.
그렇지만, 바로 발동하진 않는다.
아마, 긴 발동 시간과 강한 집중력이 필요한 것이겠지.
“아. 그래. 왜 강하냐고 물어봤지? 난 간부 중에선 약한 편이야. 그래도 일반 조직원보단 세지만. 기본적으로 힘을 숭상하는 조직이라.”
“그렇습니까? 생각보단 친절하시군요. 굳이 물어보지 않는 것도 알려주시고.”
“너도 뇌 근육 애들이랑 같이 일해봐. 조금이라도 말 통하는 애 찾는 게 얼마나 힘든데.”
갑자기 동질감이 느껴집니다?
“저도 그렇습니다. 이래 보여도 연구자라서 말이죠. 제 숭고한 연구는 이해해 주지도 않고, 뭣만 하면 폭력을 행사하려 하고….”
“아, 우리도 그래. 엿이나 먹으라고 그놈들 점심밥에 몰래 약물을 넣어놨더니만 다시는 안 그러더라.”
여성의 목소리에서 즐거움이 담깁니다.
거짓이 아닌, 정말로 대화가 나눌 상대가 필요했던 모양.
“저도 그런 경험이 있습니다만, 하필 상대가 약물이 잘 받지 않는 종족이라….”
“안타깝네. 난 녀석들이 거품 물고 응급실 실려 가는 거라도 봤는데.”
거품 물고 쓰러져서 발작하는 문어라.
기회가 된다면 한 번쯤은 꼭 보고 싶은 광경입니다.
“그런가요? 그때 기분은 어떠셨는지요?”
“죽여줬지. 내 약 효과 실증도 하고, 미운 놈 엿도 먹이고.”
“듣기만 해도 좋은 느낌이군요. 저도 꼭 한번 보고 싶습니다.”
“그래. 꼭 한번 보면 좋겠네. 그럼 난. 이만….”
눈앞의 광경이 흐려지기 시작한다.
공간 이동의 전조.
그리고, 확신을 얻었다.
전이하는 것은 저 초능력자와 금속 탱크뿐.
훨씬 값어치 있어 보이는 생산 플랜트 기기와 약물보다, 저 초능력자는 금속 탱크를 우선시했다.
내게 최후의 일격을 가하지 않은 것도, 힘을 소모하여 생기는 전이 실패를 두려워했음이 분명.
이해가 끝나고, 그녀에게 말을 걸었다.
“자 그럼. 전이를 멈추시고 입에 거품을 무시죠.”
“그게 뭔…. 끄꺼어걱?!”
여성의 입에서, 끔찍한 소리가 기어 나온다.
강제로 허파가 쥐어짜이고, 위장이 역류함으로써, 거품 섞인 토사물이 입에서 쏟아진다. 당사자라면 트라우마로 남을 법한, 끔찍한 광경.
나야 워낙 많이 봐서 익숙하지만.
“끄걱. 그거걱 으어억.”
계속해서 역류를 일으키는 여성을 무시한 채, 하반신을 찾아 이어 붙인 뒤 신체 재생약을 잔뜩 쏟았다.
몸이 완전히 날아간 덕인지 재생속도가 빠르진 않았지만, 혈관을 도는 현상 유지약과 반응하며 몸을 일으킬 정도는 몸이 재생되었고.
나는 그 와중에도 어떻게든 의식을 붙잡으며 전이하려는 여성 앞에 다가가 말을 걸었다.
“도망칠 거면 빨리 튀었어야지. 고맙다. 내 약이 니 몸에 돌 시간을 벌어줘서.”
여성은 고통과 적의가 섞인 눈으로 날 바라본다.
“내 이름은 잔드레드. 특기는 전염병. 조건만 만족시키면 몇백만 정도는 우습지. 뭐, 별로 좋아하진 않아서 지금은 약물 연구나 하고 있지만, 그렇다고 특기가 어디 가는 건 아니라서.”
아마, 원인이 나라는 걸 눈치채고 염동력을 시전하려는 것 같지만, 쏟아지는 구토와 엉망이 된 호흡 탓에 집중이 끊겨 발현되지 않는다.
“순수한 약물이 아니라 이능이 섞여서 별로 좋아하는 약은 아니긴 한데…. 복종약이라는 약이 물에 섞여 있었거든. 몸에 작용하는 데 시간이 걸리고, 지속 시간도 짧은 데다가, 상대가 흥분해서 혈류가 빨리 돌지 않으면 잘 먹히지도 않는 물건이기도 하고.”
그 말에 여성은 어떻게든 해독하고자 자기 몸을 뒤져서 자가 주사기를 꺼내지만.
나는 천천히 그녀 손에서 그것을 뺏어 들었다.
“의지가 강한 상대한테는 안 통하는데, 네가 약한 건 사실인 것 같네. 뭐, 보조 수단으로 약물을 사용하는 게 아니라, 바로 약물을 빼 드는 애들은 다 약하더라. 나도 그렇고 너도 그렇고.”
내가 약한 건 사실이다.
결사 13석 중에서도 순수한 전투력은 거의 밑바닥이다.
특히나 이렇게 자기 도핑을 할 시간도 없었다면 더더욱.
그렇지만, 상대는 내 덫에 걸려들었다.
약물이 잔뜩 깔린 내 필드를 급하게 내달렸고, 약이 몸에 작용할 시간마저 주었다.
그렇다면, 나는 이길 수 있다.
“자. 그럼. 전부 털어놔. 저 탱크에 무엇이 들어있고, 뭘 하려….”
“퉷.”
붉은 피가 튄다.
구토에 빨강이 섞인다.
그리고, 적의가 강해진다.
나를 내려보는, 여성의 적의.
땅바닥에 큼지막한 분홍빛 덩어리가 떨어진다.
소화되어 남은 잔해가 아닌, 지금 막 만들어진 거대한 살점.
이빨로 뜯어낸 인간의 혀.
그리고, 다시금 눈앞이 흐려진다.
극도의 고통을 통해, 의지와 집중을 되찾은 초능력자의 공간이동.
그렇게, 나는 적을 놓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