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r. Magical Girl RAW novel - Chapter (625)
마법소녀 아저씨 외전 22화(625/671)
022. 결사(12) – 평화적 소통
잠들어 있는 눈앞의 복합 능력자 빌런은 정말 즐겁게 웃고 있습니다.
누가 보아도 좋은 꿈을 꾸고 있다고 할법한, 정말 행복한 표정.
그렇지만 잠든 그의 표정엔 행복이라 하면 곧바로 연상되는 긍정적인 의지가 아닌, 비틀린 검은 의지가 짙게 피어오르고 있습니다.
아마 지금의 그는 외부 자극이 없다면 장시간 깨어나지 않겠죠.
제 정신 마법 블랙 파라다이스가 제공하는 사회적 규칙과 개인의 도덕심이 억누르던 검은 욕망이 실현되는 달콤함을 맛보고 말았기에, 거기에 온 정신을 내던져 버렸으니.
그렇지만, 제가 그에게 건 블랙 파라다이스 마법은 굉장히 파훼하기 쉬운 마법입니다.
기본적으로 대부분의 정신 마법은 복잡한 마법식과 대량의 마력을 요구합니다.
타인의 정신이라는 복잡하고도 난해한 대상을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바꾸기 위해서는 그만한 기술과 자원이 요구된다는 뜻이죠.
심지어, 정신은 육체 이상의 항상성을 갖추고 있어, 작은 간섭은 금세 본래대로 돌아오기에 그걸 덮을 반복적인 적용이 당연시됩니다.
그것도 모자라 정신 방벽이라는 방어 수단까지 존재하니 적용 난이도는 끝없이 오르기도 하죠.
그렇지만, 블랙 파라다이스는 그와 조금 결이 다른 마법입니다.
블랙 파라다이스는 대상의 정신을 무의식으로 이끈 뒤, 작은 속삭임과 꿈의 시작만을 제공할 뿐.
정신 붕괴 같은 마법에 비하면 조금 많은 마력이 필요하긴 하지만, 의지 조작처럼 대량의 마력이 필요한 것도 아니고, 기억 조작처럼 거대한 구조가 필요한 것도 아닙니다.
심지어 정신 붕괴처럼 긴 지속시간이란 장점까지 존재하죠.
그도 그럴 것이, 이 마법의 시전자는 저지만, 마법을 유지하는 존재는 마법에 이끌려 꿈에 잠긴 당사자이기 때문입니다.
그렇기에 마법을 파훼하는 것은, 본인이 이 꿈에서 벗어나고 싶다고 잠깐이라도 소망하면 될 뿐.
본디 이런 정신 마법은 그러한 의지가 공통적인 해제법이긴 하나, 블랙 파라다이스는 최적화를 위해 대상이 보고 있는 것이 꿈이 아닌 현실이라 호소하는 추가적 장치조차 없습니다.
도리어 지금 보고 있는 게 꿈이라고 인지하는 상태이니, 파훼 난이도는 정말 어마어마하게 낮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마법은 강력합니다.
블랙 파라다이스가 제공하는 검은 꿈은, 그만큼 달콤하기에.
스스로 꿈이라 알고 있더라도, 벗어날 생각조차 들지 않은 만큼.
뭐, 사실 블랙 파라다이스는 극단적인 마법입니다.
잘 듣는 지성체에게는 극단적으로 잘 듣고, 효과가 잘 받지 않는 지성체에겐 쓰나 마나 수준의 마법이죠.
그리고, 결사에 들어온 이후 거의 쓰지 않던 마법이기도 합니다.
대상자를 극도로 따진다는 단점도 있지만, 문제는 두 번째 단점.
이제부터 그 두 번째 단점을 알아볼 시간이군요.
욕망이 겉으로 드러나는, 저 추악한 웃음에도 이제 질린 참이니.
자. 그럼.
퍽.
양손을 뒤로 모은 채, 염동 마법을 사용해 상대의 턱을 후려쳤습니다.
단단한 것에 금이 가는 상쾌한 소리와 함께, 지성체의 작은 비명이 울려 퍼졌으니.
“…읏!”
저는 그렇게 눈을 뜬, 아마 입 안 가득한 피 맛을 느끼고 있을 상대를 내려다보았습니다.
그러잖아도 어두운 조명을, 제 몸으로 가려 상대에게 빛을 닿지 않게 하며.
“안녕하신가요. 크림슨 나이트 소속…. 음…. 죄송합니다. 아직 손님분의 성함을 제가 모르고 있군요. 실례가 아니라면 성함을 알려 주실 수 있으신가요?”
잠에서 깬 사람은, 대체로 상황 파악에 시간이 걸리는 편이죠.
그렇기에 제가 그리 정중한 태도로 말을 걸었지만.
“…결사….”
그는 저를 노려보며 적의로 가득 찬 답을 되돌릴 뿐.
“아아, 죄송합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제가 먼저 이름을 알려드려야 예의인 걸 잊어버리고 말았습니다. 부디 용서하시길.”
상대에게 웃음의 표현을 전함과 동시에, 자기소개를 시작했습니다.
“예, 말씀대로 저는 결사 소속. 그중에서도 참모장을 역임 중인 알’셸이라고 합니다. 짧은 만남이 되겠지만, 부디 잘 부탁드립니다.”
거짓 없이, 친절하게. 이런 제 행동이 플러스가 될지언정, 마이너스는 되지 않기에.
이런 내 행동을 받아들이는 상대는, 어찌 생각할지 잘 알고 있지만.
“그 유명한 옥토문두스로군.”
“예, 맞습니다. 그럼, 제 소개는 끝났으니 손님 차례로군요. 귀인의 성함은 어찌 되실까요?”
그 말과 동시에, 적에게 좀 더 고개를 숙였습니다.
속삭이는 소리조차 놓치지 않음과 동시에, 상대를 압박하기 위해.
“퉷.”
저의 이런 거대한 친절에, 그는 침을 뱉었습니다.
물론, 이런 예측 가능한 모욕 따위에 당할 제가 아닌지라, 피가 섞인 침은 역장 보호막에 흘러내릴 뿐.
“세계의 적에게 알려 줄 이름은 없다.”
당당하시군요. 말의 기세만큼은 그들이 추종하는 모 인격 파탄 마법 중년에 맞먹을 정도에요.
얼굴이 좀 더 멀쩡했다면 나름 그림이 되었을지도 모릅니다.
그렇지만, 블랙 파라다이스에 빠져 피부는 붉은 데다가 동공은 초점이 안 맞아 여기저기 흔들리고, 마른침으로 엉망이 된 입가로는 무슨 말을 해도 헛소리하는 광인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닙니다.
“음. 그렇군요. 손님의 의지는 잘 알겠습니다.”
콰직.
손을 짓이겼습니다.
“…!”
비명이 나올 것이 뻔했기에, 침묵 마법은 이미 발동시켜 두었죠.
“음? 갑자기 왜 그러시죠? 무언가 나쁜 꿈이라도 꾸셨나요?”
천천히, 온몸이 마비된 그를 대신해 그의 손을 들어 그에게 보여 주었습니다.
그의 감각 속에서는 짓이겨졌을 것이 분명한 손을.
“…어떻게?”
“무슨 뜻인지 모르겠군요.”
콰직.
그의 손을 그의 눈앞에서 흔들며, 그의 배를 꿰뚫었습니다.
“…!”
이번에도 당연히 침묵 마법은 빠지지 않았습니다.
“안녕하신가요. 크림슨 나이트 소속…. 음…. 죄송합니다. 아직 손님분의 성함을 제가 모르고 있군요. 실레가 아니라면 성함을 알려주실 수 있으신가요?”
그와 눈을 맞추며, 다시 그에게 말을 겁니다.
조금 전과 전혀 다르지 않게.
“…방금…. 방금….”
그렇지만, 그의 반응은 처음과 다릅니다.
식은땀으로 얼룩져, 크게 뜬 눈으로.
“방금이라니, 무슨 뜻인지 모르겠군요. 손님께서는 방금 일어나신 참인데 말이죠.”
“그게 무슨….”
콰직.
무릎을 뭉갰습니다.
“…!”
반사적으로 그나마 움직일 수 있는 머리를 들어 올려 자신의 무릎을 보려 하지만, 그가 자신의 무릎을 보지 못하게 저는 몸을 움직여 그의 시야를 막았습니다.
“악몽이라도 꾸셨는지요?”
“…너 이….”
콰직.
반대쪽 무릎.
그리고.
“…!”
“블랙 파라다이스.”
그는 고통 속에서 다시 꿈에 휩싸입니다.
꿈임을 알고 있는, 달콤함 속으로.
혹시나 그가 그 유혹을 뿌리칠 수 있을까 조금 기대했지만.
“유감입니다.”
1분이 지나도 그가 일어날 기미를 보이지 않았기에.
콰직.
손을 짓이기는 감각을 그에게 재생하였습니다.
그의 손은 멀쩡하지만, 고통만은 그대로인, 짓뭉개고 재생시키는 방법보다 훨씬 스마트하고 효율적인 방법을.
“안녕하신가요. 크림슨 나이트 소속…. 음…. 죄송합니다. 아직 손님분의 성함을 제가 모르고 있군요. 실레가 아니라면 성함을 알려주실 수 있으신가요?”
그리고, 깨어난 그에게 다시 말을 겁니다.
다시, 처음부터.
“…꿈…?”
“악몽이라도 꾸셨는지요.”
콰직.
“블랙 파라다이스.”
이 과정을 몇 번이고 반복합니다.
그때마다, 그는 생각하겠죠.
무엇이 꿈이고, 무엇이 현실인지.
그 속에서, 그는 무엇을 현실이라 생각할까요.
몇 번이고 반복되는, 쇳내가 물씬 풍기고 어두우며, 축축하기까지 한 회색빛 콘크리트 공간.
꿈임이 분명한, 자신의 뒤틀린 욕망이 현실로 구현되는 장소.
그렇지만, 그는 콘크리트 공간조차 구분할 수 없습니다.
바뀌는 것은 아무것도 없으니까요.
고통과 반복만이 존재하는 콘크리트 지하에서 몸은 처음에 박살 낸 턱을 제외하면 그 어떤 변화도 없으며, 시간의 변화를 짐작할 만한 단서도 없습니다.
그리고, 꿈은 달콤합니다.
꿈이란 사실을 알고 있더라도.
반대편 꿈이 잔혹할수록 더더욱.
“…뭘 알고 싶….”
“블랙 파라다이스.”
정보를 내뱉고 싶어 하는 모양이지만, 저는 별 관심이 없습니다.
어차피 놔두면 내뱉을 테니까요.
중요한 것은 따로 있습니다.
지금 여기는 결사조차 모르는 제가 마련한 좁은 방.
눈앞에 있는 것은 그 망할 진홍색 망치가 얽혀있는, 거대한 문제를 일으킬 집단의 구성원.
빌런이라 부르는, 악당.
그런 존재에게, 자비는 무의미.
“안녕하신가요. 크림슨 나이트 소속…. 음…. 죄송합니다. 아직 손님분의 성함을 제가 모르고 있군요. 실레가 아니라면 성함을 알려주실 수 있으신가요?”
“…알려주면, 난 현실로 돌아갈 수 있나?”
극락에 취해 망가지기 시작했군요.
자, 이게 블랙 파라다이스의 또 다른 단점입니다.
블랙 파라다이스의 세계는 어두운 소망이 모두 이루어지는 장소.
이는 대상자를 옭아매는 족쇄이며, 한 사람의 심성을 무너트리는 맹독입니다.
“예, 물론입니다.”
“…나는….”
평소라면 빠져나오지 못하더라도, 그것이 꿈임을 알기에 본질적인 성향은 긴 시간 접하지 않는 한 어지간하면 달라지지 않지만.
자신의 모든 소망이 이루어지는 풍경이, 그에게 있어 현실이 된다면.
꿈의 페르소나는 깨지기 마련.
그렇기에, 블랙 파라다이스는 사용되지 않았습니다.
정신적인 변질은, 육체의 변질만큼이나 위험하기에.
그는 정보를 늘어놓고 있지만, 아직 도덕에 사로잡혀 있군요.
이대로도 정보를 듣는 데 지장은 없겠지만.
“블랙 파라다이스.”
조금 더 하면, 묻지도 않은 것까지 술술 불 것 같으니 말이죠.
자, 계속해 봅시다.
검은 낙원과 회색 현실의 반복을.
* * *
“이상으로, 친절한 정보 제공자에 의한 크림슨 나이트 정보 보고를 마칩니다.”
제 진심 어린 설득에 친절한 정보제공자분은 필요한 정보를 술술 내뱉었습니다.
그는 간부는 간부지만 말단 수준이었는지 많은 것을 알진 못했지만, 그가 준 정보로도 안개에 감싸여 있던 그들의 실체를 붙잡기에는 충분했기에.
조금 전 해당 정보를 다른 13석 인원분들과 공유하였습니다.
“그래서 그 정보 제공자는? 문어가 처리했다고 하니, 정상적인 꼴은 아니겠지?”
성공적으로 발표를 끝낸 저의 귓가에 쿠쿠루루의 비아냥 섞인 말이 들려옵니다.
“그럴 리가요. 그 선량한 정보 제공자분은 아무런 상처 없이 놓아주었답니다.”
“입만 열면 거짓말이지.”
“거짓말이 아닙니다. 본인이 원한다면 곧바로 조직으로 돌아가 자신이 겪은 일을 보고할 수 있을 정도로 신체적으로 건강한 상태일 겁니다.”
고통이 약간 가해지긴 하였지만, 비가역적인 상해는 없었으니까요.
아무튼, 그런 제 말을 들은 쿠쿠루루는 어이가 없다는 듯 표정을 잔뜩 찌푸린 채 절 쏘아보았으니.
“…그건 그것대로 말이 안 되잖아. 드디어 성격만큼 지성도 망가진 거냐? 망할 문어대갈통? 기껏 잡은 상대를 아무 조치 없이 놓아준다고?”
또 흥분하셨는지, 한 종족의 수장이라고는 도저히 생각할 수 없는 어휘를 사용하는군요.
“예, 물론입니다. 저희 조직은 도덕을 중시하니까요.”
“저거 비꼬는 거지? 엉? 비꼬는 거 맞지?”
쿠쿠루루가 화를 내며 절 공격하려 하고, 주변이 그를 말리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전 그걸 바라봅니다.
거짓은 일절 없었으니 말이죠.
분명, 그는 좋은 꿈을 꾸고 있을 겁니다.
본인이 원한다면, 언제든 벗어날 수 있는 좋은 꿈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