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r. Magical Girl RAW novel - Chapter (637)
마법소녀 아저씨 외전 34화(637/671)
034. 유밀(08) – 하나, 둘, 셋.
“소림 언니 괜찮아?!”
순간이동이 성공하자마자 곧바로 입 밖으로 튀어나온 말.
“난 괜찮아! 유밀 넌?”
다행히 곧바로 답이 돌아왔다.
되돌아온 말에 나는 왼손을 등 뒤로 숨기며 답했으니.
“나도 괜찮아.”
“다행이다.”
내 말에 소림 언니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고.
“여긴 어디야?”
이어 주변을 둘러보았다.
“급하게 순간이동 하느라 나도 잘….”
“흐음….”
소림 언니는 내 말에 고개를 돌려 주변을 살피기 시작했다.
사람 사는 냄새를 맡을 수 없는, 나무만이 울창한 숲을.
그렇게 소림 언니의 시선이 돌아가자, 나는 등 뒤에 숨겼던 왼손을 몸 앞으로 되돌렸고.
살짝 시선을 내려, 뒤로 숨겼던 검게 물든 팔을 내려다보았다.
다행히 소림 언니는 내 팔 상태를 눈치채지 못 한 것 같다.
질퍽.
사용할 수 없는 불탄 손을 안으로 흡수하고, 진흙을 밖으로 흘려 새로운 손을 만들었다.
다행히 물질 수준에서 망가진 것이고, 본질이나 의지 단위로 상태가 망가진 것이 아닌지라 힘이 좀 소모된 것을 제외하면 별 지장이 없긴 하지만….
“방금 그 괴물은 뭐야….”
혼잣말이 자연스레 흘러나왔다.
빈틈을 노려 순간이동으로 도망치는 데 성공하긴 했지만….
순간이동이 완료되는 찰나, 버닝 블레이즈라는 이름의 마법소녀는 자신의 힘을 사용하여 도망치려는 날 향해 불을 발사했다.
죄가 있는 존재를 불태우는 기술과는 다른 능력인지 불은 평범하게 날 불태웠고, 순간이동과 동시에 꺼지긴 했지만, 방어를 위해 불과 직접 접한 왼손은 한순간에 망가졌다.
그래도 뭐, 도망쳤으니 된 거지….
성공적으로 도망치지 못했다면 이번에야말로 잡혔을 것이 분명.
망치를 소환하면 이길 수 있겠지만, 그럼 주변이 싹 날아갈 테고.
순수한 힘의 양만으로 따지면, 승천하기 전 리미터가 걸린 상태의 내 아비보다 더 강하지 않을까.
싸우질 못해 전투 기술이 어느 정도인지는 알 수 없으니 아버지가 진다고는 안 하겠지만, 힘의 총량만큼은 괴물이 따로 없다.
저 정도면 애비 지인인 S급 영웅도 비전투 계통은 때려잡겠는데.
대체 어디서 저런 이름 없는 괴물이 튀어나온 걸까.
물론 세상에는 내가 모르는 말도 안 되는 괴물이 많다는 사실은 잘 알고 있고, 지명도 없는 은거 영웅이 많다는 사실도 잘 알지만, 그런 존재를 실제 눈으로 보는 건 희귀한 일이니까….
아무튼.
팔 재생에 힘을 쓰기도 했으니, 오늘은 정말 좀 쉬….
화륵.
열기가 피어오른다.
재생한 왼손에서 튀어 올라, 아름답게 반짝이는 작은 불꽃.
불꽃은 타오르며 타원을 그렸고.
“찾았다!”
불꽃을 꿰뚫으며,조금 전 괴물 마법소녀가 나타났다.
그것을 인식함과 동시에 나는 곧바로 거리를 벌려 전투자세를 취함과 동시에 분석을 시작했다.
조건부 순간이동?
한 번 불태운 상대를 뒤쫓는?
순수 전투계통 마법소녀인 줄 알았더니, 이런 유틸성이 있다고?
나도 마법소녀지만 이래서 마법소녀는 상대하기 싫다.
저게 다른 분류의 영웅이라면 화염 계통이나 공간 둘 중 하나만 하라며 쌍욕을 내질렀을 것이다.
그래도 다행인 점은, 여기가 숲인 데다가 주변에서 인기척도 느껴지지 않는다는 것.
영웅 주제에 숲을 불태우긴 싫을 테니 화염을 억제할 테고, 나는 힘 조절에 의지를 사용하지 않아도 된다.
이 정도면 할 만해.
소림 언니도 상황을 눈치챘는지 전투 자세.
‘한바탕 하고, 바로 튀자.’
그런 생각으로 소림 언니에게 눈길을 보내자.
소림 언니는 알아들었다는 표시로 고개를 끄덕였다.
“흐음?”
그런 와중, 버닝 블레이즈는 전투 자세를 취하지도 않은 채 주변을 둘러보며 적의가 아닌 의문을 표현했으니.
기회다.
그리 생각하고 공격하려던 순간.
“여긴 어디야?”
마법소녀의 태평함이 가득한 적의 없는 한마디에 전투가 멈췄다.
* * *
“좋아! 숲을 벗어날 때까지 같이 움직이자!”
“싫어.”
전투를 멈춘 뒤, 우리도 여기가 어딘지 모르겠다고 말하자마자 저런 소리를 하다니.
내 생각대로 역시 저 마법소녀는 미친 게 분명해.
“왜? 너희도 여기가 어딘지 모른다며.”
“그렇다고 조금 전까지 치고받던 애랑 같이 다니겠니? 상식적으로?”
“상식인은 빌런 짓을 안 하는데.”
“야! 그걸 말…. 어… 음….”
…음…. 그건 할 말이 없네. 나도 세상에 민폐를 끼친다는 것 정도는 인지하고 있으니까….
다만, 그럼에도 해야 할 일이 있다고 생각하며 움직일 뿐.
아무튼.
“넌 아까 나 따라온 순간이동 있잖아. 그걸로 돌아가든가.”
나도 순간이동이 있지만, 적어도 저 녀석이 안 보이는 장소에서 쓰고 싶다.
아무리 생각해도 저 녀석 앞에서 순간이동을 사용하면 그냥 구워질 것 같으니 말이지….
“못 해! 적에게 남은 불씨를 매개로 전이하는 마법이라.”
“…아. 그러신가요.”
왜 그런 고등 마법을 쓸 줄 아는 녀석이 일반 전이는 못 하는데?
그리 말해주고 싶지만, 상대가 마법소녀니 아무런 의미가 없다.
대상에게 불을 붙이고, 그 불씨가 남아 있다면 해당 불씨 위치로 좌표정보가 없더라도 강제 전이.
아무리 생각해도 불꽃, 공간, 천리안, 정보 취득, 장악이 결합한 최고위 복합 능력이고, 그걸 쓸 줄 아는 녀석이 순간이동을 못 한다는 건 말이 안 되지만, 저건 마법소녀니….
자신의 마법지팡이에 인스톨된 마법은 쉽고 간편하게 전개할 수 있지만, 능력의 응용은 어지간히 노력하지 않는 한 어려운 것이 마법소녀.
저러니 마법사들이 같은 취급 받는 것도 싫어 하는 거지.
내 애비도 마법소녀긴 했지만, 그 양반은 인스톨된 마법이 기초 육체강화밖에 없었으니 별개 이야기.
아무튼….
“무시하고 가도 따라올 거지?”
“당연하지! 너랑 하고 싶은 말도 있고.”
“아…. 그래.”
미친 마법소녀 같으니.
속으로 그리 씹으며, 발걸음을 옮겼다.
소림 언니는 저 미친 마법소녀와 아버지에 대한 화재를 꽃피우고 싶어 입이 근질근질한 모양이지만, 다행히 섣불리 입을 열지 않을 만큼의 자제심은 남았는지 조용히 내 뒤를 따랐고.
“넌 뭐라 불러야 할까? 유밀? 아니면 크림슨★해머가 더 좋아?”
“…유밀.”
미친 마법소녀 버닝 블레이즈에게는 그런 소림 언니 수준의 최소한의 자제심도 없는 것인지 곧바로 쫑알거리기 시작했다.
“음. 그래 유밀. 아까도 말했지만, 빌런짓은 관두고 평범하게 영웅 일 하는 게 어때? 처벌이 무섭다면 나도 같이 옹호해 줄게.”
“싫-어.”
평범하게 영웅짓 하면서 먹고 살 거라면 진작 고집을 굽혔지.
바삭. 바삭.
숲을 걸으며 여러 작은 소리가 울리지만, 그 소리는 마법소녀의 큰 목소리에 묻혀 거의 들리지 않는다.
“왜? 관리국. 좋잖아.”
“무슨 뜻이야?”
너무 말을 함축해서 무슨 의미인지 모르겠다.
“그냥 평범하게 영웅 일을 하더라도 너처럼 사회 고발 정도는 할 수 있다는 거지.”
버닝 블레이즈의 목소리가 낮아지며 말이 조리 있게 변했다.
…설마 능력을 쓰면 열기가 올라서 정신에 영향을 끼치는 건가.
그런 생각이 들 정도의 급격한 목소리의 변화.
“아, 그러신가요.”
물론, 말이 조리 있건 말건 답은 정해져 있으니 상관없지만.
“비꼬지 말고, 영웅이라도 개인적인 정의관으로 행동하는 사람들은 매번 뉴스에 나오잖아. 그래도 관리국은 영웅 재량이라고 놔두니까.”
“그래 봐야 작은 범위에서잖아. 영웅이라는 브랜드 가치는 유지해야 하니까, 돈줄인 거대 기업이나 국가한테는 찍소리도 못하지.”
“글쎄? 외부 공표가 안 될 뿐이지, 국가나 집단 상대로 싸우는 영웅은 항상 있는걸.”
…마음에 들지 않는다.
버닝 블레이즈의 말이 거짓인 것은 아니다. 독재 국가에 대항하는 관리국 소속 영웅도 있고, 사회적인 분란을 일으키는 회사 앞에서 1인 시위를 하는 영웅도 있으니까.
그렇지만.
“그래서 뭐? 그래 봐야 결국 관리국의 목적은 사회질서 유지잖아. 네가 말하는 몇몇 사례도 보편적인 관점에서 용납되니까 관리국도 간섭하지 않는 거지.”
그래, 내가 추구하는 정의와 관리국의 정의는 너무 다르다.
내 아버지는 관리국이 만드는 사회질서에 너무 집착했었다.
과거 이계의 침공으로 인해 사회 시스템이 무너졌던 시절이 너무나도 큰 트라우마가 되었기에.
아버지의 기억을 일부 가지고 있는 나도 관리국의 존재 자체는 부정하지 않는다.
그렇지만, 그게 모든 상황에서 반드시 옳은 행동이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사회질서 유지란, 인원 다수가 공유하는 어떠한 공통적 정의의 유지이자, 보편적인 도덕에 관한 이야기.
그렇지만, 다르게 생각하자.
“아까 괴인 노숙자. 관리국과 사람들에게 있어서는 아까 그 행동이 옳은 거겠지. 무슨 일을 할지 모르는 괴인이 사회에 숨어든 거니까.”
그렇지만, 나는 그런 관점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그러한 행동이 사회적으로 옳으며, 다수가 공감하는 정의에 따른 행동이라 하더라도.
“그런데, 나는 그걸 용납 못 하는 거야. 나는, 아무것에도 얽매이고 싶지 않거든.”
나는 내가 믿는 정의를 따라 움직이고 싶다.
주변 사람도.
사회적 정의도.
나는 얽매이지 않고 싶다.
가령, 여기 한 아이가 있다.
아이는 태어날 때부터 맹독을 품고 태어났다.
그 맹독은, 자라 그녀가 성인이 되었을 때 피어나게 된다.
아이가 만들어 낸 맹독은 거대한 이계의 구멍을 열 것이고, 그녀는 끝에 홀려 화신체를 소환함으로써 수많은 사람을 죽게 한다.
이것이 확정된 미래이며 바꿀 수 없다고 한다면, 관리국은 아이를 죽일 것이다.
그것이 사회질서 유지를 위해 필요하니까.
다만, 도덕적 논쟁의 여지가 있어 사건을 비공개로 처리하겠지.
아버지가 그렇듯, 빛을 위해 누군가는 어둠을 품어야 하는 법이니까.
그렇지만, 나는 다르다.
나는 아이를 지킬 것이다.
내 행동으로 수많은 사람이 죽더라도.
나는 아이를 지킬 것이다.
그녀가 맹독이 되어, 세상과 적대하는 그 순간까지.
지금까지 지킨 아이를 죽이기 위해.
그것이, 내 정의.
“그런가? 난 꽤 자유롭게 행동하는 것 같은데.”
“자신이 원해서 찬 족쇄는 가벼워서 인지하지 못하는 법이니까.”
내 아버지가 수많은 족쇄를 몸에 매달고 있으면서도, 그걸 내버리지 못한 채 계속해서 끌고 가다 결국 망가진 것처럼 말이지.
물론, 아버지가 짊어진 족쇄는 유독 많아서 문제였긴 하지만.
뭐…. 아무튼, 그런 법이다.
나는 자유롭게 살고 싶다.
그 무엇에도 얽매이지 않고.
저 나무 너머, 탁 트인 풍경 처….
“…뭐야 저거?”
“…용?”
“…용 아닐까요.”
그 말대로, 숲 저편에서 용이 날아올랐다.
비행기나, 거대한 참새나, 날아다니는 육전 냉면 같은 거 말고.
“아니, 그런 판타지 생물이 세상에 있을 리 없잖아.”
그렇지?
쿠어어어어어—.
지금 들리는 저 포효 소리도 허상이겠지?
제발 그렇다고 말해줘.
하늘에 뜬 태양 둘아.
미친. 왜 둘이야.
여긴 진짜로 어디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