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r. Magical Girl RAW novel - Chapter (649)
마법소녀 아저씨 외전 46화(649/671)
046. 매직 카르텔(1)
“카르텔…!”
“왔다! 카르텔이다!”
우리를 부르는 소리가 들린다.
한 사람의 영웅으로서 내가 아닌, 우리 모두를 부르는 호칭.
개인적으로 별로 좋아하는 영웅명은 아니지만….
“여기 봐주세요! 매직 카르텔!”
내 개인적인 감상과는 별개로, 영웅명이 불릴 때마다 조금씩 기분이 좋아진다.
왜냐하면 우리의 영웅명이 불림으로써, 그녀들이 인정받고 있다는 실감이 드니까.
마법소녀로서 세계를 위해 싸웠지만, 배신당해 버려진 이들.
죽음이라는 섭리를 거스르는 그녀들은 검은 끈적임과 붉은 흉터로 덧칠된 조금 혐오스러운 외모지만, 우리가 인기를 끌며 그조차도 하나의 개성으로 취급받게 된 동료들.
나 한아빈을 중추로 한, 마법소녀 집단.
매직 카르텔.
그런 우리가 관리국의 요청을 받아, 시민들의 환호성을 받으며 목적지에 내려섰다.
인원은 나, 화이트 펄, 옵시디언, 라피스라즐리, 제이드, 앰버, 다이아, 문스톤. 총 8인.
그 탓일까.
“사진! 사진! 여덟 명이라니!”
“출현 빈도가 낮은 화이트 펄도 있잖아!”
여기저기서 번쩍이며 신경을 날카롭게 만드는 카메라 플래시와 함께 오늘따라 유난히 난리를 치는 팬들이 보인다.
그건 아마, 우리가 이렇게 모이는 일 자체가 희귀하기 때문이겠지.
본래 우리 매직 카르텔은 대부분 셋 이하로 움직이고, 그나마도 대부분은 솔로나 듀오. 좀 큰 일거리가 들어와도 다섯에서 여섯인데, 오늘은 그걸 한참 뛰어넘은 여덟 명 구성.
거기다 인기 순위권인 옵시디언과 라피스까지 끼어있으니, 팬들이 흥분을 안 할 리가 없지.
그건 그렇다 치지만….
“이쪽 봐주세요! 화이트 펄!”
“옵시디언 님! 이쪽입니다! 이쪽!”
…요즘 들어 선배님이 하던 말이 이해되네.
‘영웅은 조용히 제 할 일을 해야지, 인기 좀 끌겠다고 눈꼴사납게….’
확실히, 이 정도로 시끄러우면 좀 신경에 거슬려….
그런 생각을 마음속에 담으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나를 제외한 다른 마법소녀들이 팬서비스라도 하듯 자세를 취하거나 손을 흔들며 인사를 해주는 모습이 시야에 들어온다.
자신에게 쏟아지는 관심이 즐거운지, 그들의 입가엔 웃음이 서려 있다.
그 광경을 보자 두통이 밀려와 한숨을 내뱉었다.
그래…. 난 저렇게 못 하지.
초기에는 나름대로 동료들을 따라해보려고 노력했지만, 지금은 완전히 포기했다.
성격에도 안 맞고, 노력의 결과가 파파라치의 관심 대상이라고 생각하면 의욕도 안 생긴다.
그렇기에 아무 서비스도 하지 않은 채 갈라진 인파를 걷자, 팬 서비스보다 더 중요한 것이 눈에 들어온다.
관리국 긴급 대처 부서가 만든 저지선.
본래라면 더 많은 인원으로 오고 싶었지만, 빠르게 복귀하기 어려운 장소로 파견 나가거나 쉬러 간 사람들이 많아 현장에 도착한 것은 이 여덟.
그래도…. 특별한 문제는 없겠지.
여덟명 넘게 호출한 것도, 내가 예상 인원보다 많은 숫자를 준비하는 것을 선호해서 그런 것이고….
화이트랑 다이아에 옵시디언까지 있으니까.
전투력만 따지자면 한 손에 드는 다섯 중 셋.
그리고, 그중에서도 격이 다른 수준인 옵시디언이 있다.
옵시디언.
나이대에 비해 작은 키를 지니고, 딱 맞는 검은 연미복을 입은, 금발 청안의 여성.
시안이 오염시켜 삼키는 것까지는 성공했지만, 그 시안조차 제어하지 못해 꺼내지 못했던 최강의 마법소녀.
그 강함은, 아무리 약화한 상태라지만, 폭주한 선배님에 맞서 수십합을 주고받을 수 있는 수준.
주 능력은….
“보스.”
잠시 다른 것을 생각하고 있던 내게 아름다운 목소리가 닿았다.
그것은 옵시디언의 중성적인 외모에는 어울리지 않는, 높은 톤의 활발하지만 감정이 절제된 목소리.
“윗옷은 제가 맡겠습니다.”
그런 목소리로 입에 담는 것은, 정말, 정말, 정말, 그만두어 주었으면 하는 호칭.
그러잖아도 매직 카르텔이라는 영웅명 때문에 오해를 자주 받는데, 그 오해를 더욱 부채질하는 동료들의 역할극.
“….”
조금 화가 치밀었지만.
뭐 어쩌겠어….
화를 가라앉히며 하는 수 없이 윗옷을 벗어 옵시디언에게 건네주었다.
옵시디언은 훈련받은 집사처럼 절제된 포즈로 내 윗옷을 건네받았고.
그 순간 밀어닥치는 무수한 플래시 세례.
아마, 팬들은 ‘좋은 장면을 찍었다.’며 기뻐하겠지.
내 심정도 모른 채.
“그럼, 맡아 두겠습니다.”
옵시디언은 옷을 받아 주름 한 점 안 생기는 세밀한 손놀림으로 웃옷을 접었고.
웅.
진동음과 비슷하지만 좀 더 무겁고 흐릿한 소리가 울린 뒤, 칠흑 같은 어둠이 옵시디언의 손 앞에 나타났고, 옵시디언이 어둠 안으로 손을 넣었다 빼자, 내 웃옷과 어둠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진 뒤였다.
저게 바로 옵시디언의 마법.
공간 마법 계통으로, 검은색의 왜곡된 공간을 만들어 낸다.
조금 전 마법은 옵시디언이 가진 고유한 공간을 열어 물건을 자유자재로 수납하는 마법.
저런 유용한 마법 외에도, 전투 등에 응용할 방법이 무궁무진한 강력한 힘.
‘부러워.’
그런 마법을 보자 작은 열등감이 피어난다.
긴 시간 약한 힘으로 고생했던 시절의 감정.
여러 사건을 겪으며 나도 강해졌고, 그런 약한 시절이 있었기에 좋은 인연들을 만나 지금의 내가 있다고 마음의 정리를 끝냈지만.
‘만약, 내게도 저런 힘이 있었더라면.’
오랫동안 품은 감정은 그리 쉽게 사라지지 않고 이렇게 잔불을 피운다.
아마 이 감정은 평생 사라지지 않겠지.
그래도.
발을 내디딘다.
매직 카르텔의 리더답게, 당당히.
마음에 피어오르는 열등감을 부정하지 않고, 양식으로 삼으며.
약한 자신을 인정하고, 더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부정하고 잊으며 마음속 깊은 곳에 감추지 않는다.
품은 어둠은 언젠가 곪아 자신을 망친다는 것을 선배님이 알려 주셨으니까.
지금의 나는 매직 카르텔의 리더.
로도나이트. 한아빈.
…개인적으로 저 이름을 직접 입에 담기는 부끄럽지만.
그 이름에 어울리도록, 이번 작전을 수행하자.
“옵시디언, 화이트 펄. 다이아.”
“예.”
옵시디언이 절제된 자세로.
“응.”
화이트 펄이 자신의 짧은 마법 지팡이이자 지휘봉을 휘두르며.
“….”
조용한 다이아가 자신의 의상을 붉게 바꾸며.
명령에 맞춰 앞으로 나왔다.
나는 크게 숨을 들이켰고.
“미리 건네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금 현장은 중(中)급 구멍이 생성되어, 이계 오염이 진행 중. 생성 시기는 약 4시간 전.”
빠른 어투로 작전에 대한 브리핑을 시작했다.
“관리국은 절차에 따라 출현 패턴을 확인하려 했지만, 투입된 방위대와의 연락이 끊겼으며, 짙은 이계의 힘으로 인해 외부 관측 수단도 차단된 상황.”
과거에 없었던, 새로운 위협.
그 사건 이후로 생겨나는 구멍은 반드시 절망을 노래하는 것이 아니다.
이야기나 자연 발생과 상관없는, 한 지역을 이계화 시키는 소규모 침략 행동.
이 새로운 타입의 구멍에서 튀어나온 이계의 존재들은 이전과 달리 무차별 공격을 하지 않고 구멍 주변을 지키는 것처럼 행동하며, 과거 구멍과 달리 무제한 수준으로 이계의 존재를 뱉어내지도 않는다.
본래의 구멍도 여전히 생성되고 있으니 그와 비교해 피난만 잘되면 피해의 심각성이 낮아 다행이라 생각할 수도 있지만, 문제가 몇 가지 있다.
하나. 구멍이 생성하는 이계 오염 강도가 굉장히 강하다.
둘. 본래 구멍은 매우 특수한 경우가 아닌 한, 사람의 손이 닿지 않는 오지에 생성되었지만, 이 타입의 구멍은 반대로 사람이 집중된 장소에 주로 발생한다.
즉, 가만히 놔두면 안 그래도 이계 침략으로 좁아진 우리 생존권을 더욱 순식간에 줄여버릴 위협인 것.
이렇게만 놓고 보면, 이전 구멍보다도 더 심각한 무언가지만.
“이번 작전의 목표는 구멍의 폐쇄와 연락이 끊긴 방위대원의 구출. 전자가 어려울 시 최대한 많은 정보를 모을 것. 후자는…. 관리국이 따로 언급한 것은 아니지만, 알지? 영웅으로서. 필수.”
이 새로운 타입 구멍이 가지는 특이한 성질이 있다.
구멍이 뱉어낸 이계의 적을 모두 퇴치하거나, 주변의 이계 오염 농도가 일정 이하로 낮아지거나, 구멍 자체에 강렬한 공격을 가하면 구멍이 소멸한다는 것.
과거 타입의 구멍은 일시적으로 생성되거나 생성 직후 발견한 경우가 아니라면 봉인하거나 억제함으로써 대처했음을 생각해 보면, 구멍 자체의 위험도는 상당히 낮아진 상황.
이런 타입의 구멍이 처음으로 나타났을 때는 꽤 큰 사건이 있었다.
관리국은 새로이 출현한 구멍을 확인한 뒤, 우선 방어선을 형성하고 억제하기 위한 기구들을 수배하였으며, 장기전을 각오하며 물자를 모았다.
이전까지의 전투에서 쌓아 올린 데이터에서 나온, 구멍에 대한 적절한 대응.
그렇지만, 그것은 실수였다.
그렇게 전투를 준비할 동안 구멍 주변이 심각하게 오염되어 물리 법칙이 뒤틀려 버렸고, 해당 지역은 완전히 오염되어 인간이 살 수 없는 땅이 되었다.
전체적인 위험도는 이전의 구멍보다 대폭 저하되었지만, 그 대신 진행도가 수백, 수천 배는 빠른 구멍.
즉, 새로운 구멍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이전과는 전혀 다른 것이 필요하다.
바로.
“그럼. 돌입.”
기민한 대처.
전선을 형성하며 적을 틀어막던 힘 싸움이 아닌.
소규모 인원에 의한, 기민한 대처.
그 필요에 맞게, 내가 호출한 셋이 관리국의 차단 라인을 넘었다.
칠흑의 검을 들고, 음표를 흩뿌리며, 붉은 잔상을 남긴 채.
나와 나머지 넷도 그 뒤를 따르지만, 그들보단 느리게.
현재 작전 지역은 이계 오염으로 인해 내부를 관측할 수 없는 상황.
그렇기에, 전투력이 뛰어나고 돌발 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셋을 우선 진입시켰다.
그리고, 경계에서 대기하는 우리에게.
‘여기는 다이아.’
연락이 날아들었다.
마법도, 초능력도 아닌.
하나의 마력으로 묶인 우리는 들을 수 있는 목소리로.
‘폐쇄식. 공간 왜곡-평야. 물리법칙 정상. 오염 농도 중상. 물량 타입. 그리고….’
그리고?
가장 기본적인 정보를 빠르게 전달한 다이아의 다음 말을 우리는 조용히 기다렸고.
‘생존자 확인. 지원 바람.’
그 한마디에.
“돌입!”
우리는 경계를 넘었다.
그렇지만, 내 입은 멈추지 않았다.
“라피스. 부탁드려요. 제이드. 보호를. 문스톤, 앰버는 대기. 자체 판단 허가.”
다이아가 전해 준 정보로 판단은 끝났다.
본래의 지형이 남지 않은 평야에 물량 계통.
그 두 가지라면 라피스의 독무대.
그렇기에 경계를 넘음과 동시에 라피스에게 마력을 집중한다.
건넨 것은 짧은 명령이었지만, 모두는 내 의도를 이해하고 움직였고.
시야가 뒤바뀐다.
감각을 뒤트는 불쾌감, 끈적한 손길이 피부를 어루만지는 듯한 혐오감, 꿈꾸는 듯한 의식의 부유감.
짙은 이계 오염을 나타내는 그 감각을 넘자.
시야가 넓게 펼쳐진다.
푸른 안개가 주변을 집어삼킨, 본래 그 자리에 있어야 할 빌딩이 모두 삼켜진 넓은 공간.
강렬한 폭발음이 귓가를 지배한 정적을 집어삼키며 수없이 울려 퍼진다.
푸른 안개를 꿰뚫는 섬광과 폭염.
구멍에 사로잡힌 방위대원이 만들어 내는, 생존을 위한 포화.
구역에 사로잡힌 그들은 최악의 상황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전력을 다해 적과 싸우고 있었고.
생존자를 포착한 옵시디언, 화이트 펄, 다이아 셋은 몰려오는 적을 가로막으며 도륙하고 있지만.
예상보다 적의 숫자가 많다.
약하지만, 끝도 없이 몰려오는 푸른색이 섞인 검은 짐승들.
앞으로 나아가고 싶지만, 넓은 범위를 공격할 수단이 적은 셋으로서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
다만, 그들이 이걸 대처하지 못하고 있다는 뜻은 아니다.
저들은 구멍이 뱉어낸 존재가 아닌, 적들이 소환한 소환수거나 만들어낸 마력생물.
소환된 짐승은 수만 많을 뿐 강하지 않으니, 셋은 저걸 무시하고 앞으로 나아간 뒤, 저걸 소환하거나 만들어 내는 본채를 퇴치하면 된다.
단지, 그 선택지는 방위대원들의 희생을 동반하기 때문에 선택하지 않을 뿐.
둘을 방어로 돌린 뒤, 옵시디언이 적을 돌파하는 방법도 있지만.
셋은 그 방법을 택하지 않고 방어를 굳히고 있다.
‘믿고 있으니까.’
그런 도박을 하지 않아도 충분하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라피스 라즐리.
하늘을 상징하는 그녀가. 여기.
제이드의 보호를 받으며, 영창을 이어 나가는 그녀가.
진입과 동시에 모든 힘을 영창에 집중한 그녀가.
“…흘러넘치는 별의 눈물을. 여기.”
마력이 폭발한다.
푸른 마녀 복장의 라피스 라즐리가 밝게 발광하는 지팡이를 하늘로 들어 올리고.
“스타 티어 드롭”
들어 올려진 지팡이로부터 시작된 빛은 하늘의 별과 이어지며 선을 그리고, 별은 또 다른 별과 선을 이으며, 무수한 선이 하늘에 퍼져 나간다.
사라졌던 별은 다른 별의 빛을 받으며 아름답게 하늘을 꾸몄고.
이어진 선이 하늘의 고리가 되어 세상을 밝게 비춘 뒤.
핏.
공기가 불타는 소리와 함께.
별로부터 섬광이 쏟아진다.
하나의 별이 만든, 하나의 빛.
적 하나에, 흉성 하나.
개별 화력은 뛰어나지 않지만, 무수한 적을 상대하기에는 적합한 마법.
그 아름다운 섬광 속에서, 길을 가로막던 적들은 모두 빛에 삼켜졌고.
‘여기는 앰버, 문스톤. 적 포착! 지금부터 처리하겠음!’
그 목소리를 마지막으로, 작전이 종료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