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r. Magical Girl RAW novel - Chapter (650)
마법소녀 아저씨 외전 47화(650/671)
047. 매직 카르텔(2)
“피곤해.”
사무실로 돌아온 나는 혼잣말을 내뱉으며 의자에 몸을 던졌다.
겉보기에는 딱딱할 것 같지만, 막상 앉아 보면 부드럽고 몸을 단단히 잡아 주는, 사장실 의자라 하면 이미지가 떠오르는 검은 의자.
한마디로 그럭저럭 편안하단 소리지만…. 별로 마음에 들진 않는다.
그 이유는….
“응? 힘들게 있었어? 편한 일이었잖아.”
“앰버….”
혼잣말에 답을 해준 것은, 바디 슈츠에 금속질 장갑이 더해진 형태의 호박색 마법소녀. 앰버.
높은 스피드와 재사용 간격이 길지만 강한 마법을 가져, 히트 앤 런 혹은 기습방식의 전투스타일을 가진 그녀는 이번 작전에서 짐승을 소환하던 적에게 결정타를 날림으로써 이번 사건을 종결시켰다.
앰버의 말처럼, 이번 사건은 편한 일이었다.
관리국이 당황하여 우리를 급히 호출한 것도 구멍 주변이 폐쇄 공간에다가 정보 차단의 형태로 나타난 바람에 정보가 부족해서 그랬던 것이고, 구멍 자체 난이도는 낮은 수준.
아마 우리가 가지 않았더라도 충분히 시간 내에 처리할 수 있었을 것이고, 우리를 호출하더라도 여덟이나 되는 숫자는 필요 없었겠지.
극단적으로 말해서, 옵시디언과 앰버만 있어도 처리할 수 있었을 것이다.
옵시디언이 시선을 끄는 사이 앰버가 달려가서 날려 버리는 식으로.
다만, 그러면 방위대원의 희생이 커졌을 것이니, 어디까지나 구멍의 난이도만…. 이라는 의미지만.
그러니….
“다른 의미야… 다른 의미….”
나는 피곤한 얼굴로 손을 흔들며 앰버에게 그리 대꾸했다.
굳이 이유를 말하고 싶지 않고, 지금 난 피곤하니 여기까지 말하자…. 그런 속내가 담긴, 다 죽어 가는 목소리로.
그리고 그런 내 노력에.
“음? 그럼 뭐가 피곤하다는 거야? 요 근래는 그렇게 바쁘지도 않았는데. 응? 알려 주면 안 돼?”
앰버는 끈덕지게 달라붙었다.
“….”
자신들이 그 피곤함의 원인인지도 모른 채.
그래, 이게, 내 피곤함의 원인.
천천히 눈알을 굴려, 사무실 풍경을 살펴보았다.
검은색을 베이스로 삼은, 모던한 풍경.
그렇지만 곳곳에 수상쩍은 물건들이 눈에 들어온다.
벽면 한쪽을 장식하고 있는, 증명사진풍의 매직 카르텔 멤버 각각의 모습이 담긴 개별 액자.
매직 카르텔의 전원의 이름이 붓글씨 서채로 적힌 쓸데없이 자리를 많이 차지하는 수많은 명패.
벽 한쪽에 호랑이 가죽처럼 걸린 분홍 박쥐의 인조 가죽.
이것만으로는 부족한지, 벽 한쪽에는 캐비넷이 몰려 있고, 그 위쪽에는 ‘연장’이라 부를 만한 것들이 놓여 있다. 저런 무기는 쓰지도 않는 주제에.
이외에도 우리 사무실만의 특별한 장식이라면 여럿 있지만, 이 정도만 해도 어떠한 풍경인지 곧바로 이해할 수 있다.
‘조직폭력배 사무실’이라고.
…처음부터 사무실이 이랬던 것은 아니다.
본래 우리 사무실은 밝고 화사…한 것까진 아니지만 평범한, 어디에나 있을 법한 형태의 사무실이었지만.
‘매직 카르텔? 흐음….’
‘카르텔이 뭔데?’
‘사전적으로는 담합이라는 의미인데, 이 경우는 범죄 집단이라는 의미가 강하겠지.’
‘호오….’
대충 이런 흐름의 대화가 오간 뒤, 저런 분위기의 장식이 사무실을 조금씩 잠식하더니, 결국 이런 꼴이 되어 버렸다.
마치 ‘그런 이름이 붙었다면 그렇게 해줘야지!’하는 느낌으로.
…솔직하게 말해서, 이런 꼴이 되리라곤 상상도 못 했다.
처음 한두 번은 그냥 블랙 조크성 농담인 줄 알았건만, 시간이 지난 뒤, 나를 제외한 나머지 멤버 대부분이 진심이란 사실을 늦게나마 눈치챘다.
어느새 호칭은 보스나 누님으로 변했고, 좀 더 치렁치렁하던 평상복은 검은 양복이나 어두운색의 드레스로 변했으며, 팀을 조직이라 호칭하기 시작했다.
그게 쌓이고 쌓여 지금 와서는 이제 외부 이미지도 조폭처럼 되어 버려서 어떻게 돌이킬 수도 없다. 물론 진짜 조폭처럼 취급되는게 아니라, 그런 분위기의 조직이라고 인지된단 뜻이긴 하지만.
아무튼, 그런 컨셉에 팬들도 많이 생겼고, 본인들도 그런 연극이 마음에 드는 모양이니…. 나로서는 강하게 나갈 수가 없다.
과거의 나한테 알려 주고 싶어….
처음 문제를 일으킬 때, 막았어야 했다고.
하아….
팀원들과 달리 평범한 감성을 지닌 나로서는, 스트레스일 뿐이지만.
“응? 왜 그래. 얼굴색이 안 좋은데. 어디 아픈가.”
스트레스로 얼굴을 찡그리는 내게 앰버가 또다시 말을 걸어왔다.
나는 그에 무어라 말하고자 입을 열려 했지만.
“보스가 아프다 하셨습니까?”
“응? 아빈이가 아프다고?”
“누님이 어쨌다고?”
내가 입을 여는 것보다 빠르게, 사무실에서 자기 일을 하던 나머지 마법소녀가 모여들었다.
“얼굴색이 검긴 한데….”
“조금 전 구멍에 독성 물질이 있었나?”
“아니, 그런 건 없었어. 내가 확인했으니까.”
“그럼….”
서로의 의견을 내며, 왁자지껄하게.
날 조용히 놔두고 싶은 생각은, 조금도 없다는 듯.
그래…. 이것도 있었지.
나도 처음 안 사실…. 아니, 어쩌면 편견일지도 모르지만.
마법소녀는 기본적으로 활발하다.
절대다수가 외향적이고, 소란스러우며, 지칠 줄을 모른다.
그런 와중에, 자신에게 어떠한 컨셉을 붙이고 거기에 맞춰서 움직이는 것을 극도로 좋아한다.
어느 정도냐면, 마음에 드는 컨셉을 위해 자기 성격을 교정할 정도로.
당장 하나 예시로 들어 보자면.
지금 저기서 시끄럽게 떠드는 화이트 펄의 옛 영웅명은, 실버 컨덕터.
그렇게 본래 영웅명이 있는 마법소녀들이지만.
지금 우리는 다른 이름을 사용하고 있다.
옵시디언, 앰버, 화이트 펄, 로도나이트 등등. 보석에서 따온 코드명을.
왜 보석이냐 하면, 이것도 생각하면 웃기는데….
본래는 이런 단체 마법소녀들이 사용하는 보편적인 코드네임인 색상으로 하려 했지만.
‘내가 파란색이야!’
‘난 블루가 아니라 울트라마린이라고!’
‘실버는 내꺼!’
‘플라티나!’
‘실버나 플라티나나 그게 그거잖아!’
‘광택이 다르거든!”
라면서 싸우더니, 어느 순간 마법소녀답게 보석으로 가자는 괴상망측한 합의 속에서 저리 되어버렸다.
놀랍게도 거기에 기권은 있지만, 반대표는 하나도 없는 상태로 통과될 정도.
덕분에 내 코드명은 로도나이트(장미휘석)이 되어 버렸지….
덕분에 내향적인… 아니…. 내가 생각해도 그리 내향적인건 아닌 것 같지만…. 쟤네들에 비하면 확실하게 내향적이라고 말할 수 있다.
본래부터 저런 성격이 마법소녀가 되는 걸까…. 아니면, 마법소녀가 되면 저렇게 되는 걸까.
내가 유난히 특이한 건 아닌 것 같긴 한데….
옵시디언이나 지르콘을 보면 쟤들은 내향적인지 조용하긴 한데….
하나둘이 조용해 봐야 시끄러운 애들이 너무 많아서 별로 도움은 안 된다.
“음. 왠지 표정이 멍한데.”
“정신 계통 공격?”
…몇 번이고 이야기하지만, 이게 싫다는 건 아니다.
처음에는 놀리는 거 아닌가 싶기도 했지만, 몇 번 겪어 보니 진심으로 걱정하고 하는 말이란 걸 잘 알고 있기 때문.
단지…. 정말로, 조금 피곤할 뿐이다.
이런 컨셉에 맞춰 주는 것도, 저 높은 텐션에 따라가는 것도.
그러고 보면, 이런 게 처음이 아니긴 하지.
백시현은 이 녀석들보다 더 텐션이 높았으니까….
그때는 시현이가 이상한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마법소녀들이 일상생활에선 전체적으로 그런 편일 줄이야.
그중에서도 시현이는 유난히 튀는 편이긴 했는데….
“보스. 괜찮으십니까?”
잠깐 옛 생각에 잠긴 내 귓가에 닿은, 약간의 걱정이 담긴 냉정한 목소리.
가까이 다가와 내 안색을 살피는 검은 마법소녀, 옵시디언.
옵시디언. 흑요석이라는 이름의 유례처럼 날카롭고 차가운, 혼자 있길 좋아하며, 냉정하고 이성적인 마법소녀.
그렇지만, 사실 그건 겉모습이나 행동이 그럴 뿐, 실제로는 남을 생각할 줄 아는 따뜻한 성격이다.
누군가가 아프다면, 기운을 북돋워 주기보다는 조용히 약을 준비해 주는, 타입.
그렇기에 저 보스라는 말도, 괜찮으냐는 질문도 모두 진심이 담긴 말임을 알고 있다.
그렇지만.
‘옵시디언…. 너마저….’
오늘은 이상할 정도로 그걸 견디지 못했다.
전부, 그녀들이 날 놀리는 것도 아니며, 일부러 내게 스트레스를 주려는 게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더라도, 참을 수 없을 정도로.
옵시디언이 내 비서처럼 행동하고, 보스라고 부르는 것은, 평범한 일.
이제는 아무런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로, 평범한 일.
그래도, 오늘은 이상하게 신경 쓰인다.
동료들의 행동이, 이 컨셉이.
가장 침착해 보이는 옵시디언마저, 그렇게 움직이는 그 행동이.
그 속에서.
“이 컨셉…. 그만두면 안 될까.”
말이 새어 나왔다.
말하지 않으려 했던, 담아둔 말.
내뱉고, 후회한다.
말하지 말걸.
“응? 어떤 컨셉?”
누군가, 분간하지 못할 목소리가 들려온다.
되돌릴 수 없게 된 말에 대한 답변.
“그…. 있잖아. 조폭… 이나 마피아? 그런.”
그리고 그걸 들은 나는, 흐려진 머리로 이 주제를 이어 나간다.
“우리 영웅명이 좀 그쪽이긴 한데, 남들 보기…. 좀 그렇잖아?”
나조차도 느낄 정도로, 목소리에 힘이 없다.
나조차도 이 말에 아무런 논리가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으니까.
“컨셉이나, 연극풍으로 매번 그렇게 움직이는 것도, 불편하니까…. 자연스럽고. 평범하게….”
지리멸렬하다.
뭘 말하고 싶은 걸까 나는.
“그치만 우리는 마법소녀인걸?”
“팬들도 좋아하고.”
“무엇보다. 이편이 더 즐겁잖아?”
“그렇지!”
각본 있는 연극이라 해도 될 법한, 합이 착착 맞는 발언.
미리 짜고 와도 이것보다는 합이 잘 맞기는 어렵지 않을까.
그런 동료들의 모습을 보니, 스트레스 수치가 치솟기 시작한다.
“팬들 앞에서만 그러면 나도 뭐라고 안 해! 평소에도 그러는 거 가지고 이러는거잖아 내가!”
계속해서 생각이 그대로 입 밖으로 튀어나온다.
한마디 한마디도 깊게 생각하고 말했던 나로서는, 굉장히 드문 일.
“평소?”
“우린 평소대로지?”
그렇지만, 내 진심 어린 외침은 유쾌한 컨셉질 달인 마법소녀들에게 닿지 않았다.
그 모습에, 분노는 아닌, 그렇지만, 속을 끓게 만드는 감정이 스트레스를 불길 삼아 타올랐고.
“….”
나는 의자에서 일어나 날 둘러싼 동료들을 뚫고 사무실을 가로질러, 문 앞에 도착한 뒤 입을 열었다.
“당분간 혼자 있게 해줘.”
정말, 나 자신도 나답지 않다고 느끼는 충동적 행동.
잠깐이라면…. 괜찮겠지….
내가 없더라도 동료들은 충분히 강하니까.
그러니, 조금만 쉬자.
탕.
그리 생각하며, 문을 닫고 사무실을 나왔다.
“자아찾기?”
“늦은 사춘기?”
“애인?”
그리고, 그런 내 뒤로 그런 뒷담 아닌 뒷담이 들려왔다.
놀리거나 하는 의도가 전혀 느껴지지 않는, 진심이 담긴 걱정 반, 호기심 반이 섞인 듯한 목소리가.
정말…. 피곤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