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r. Magical Girl RAW novel - Chapter (661)
마법소녀 아저씨 외전 58화(661/671)
058. 너를 위한 거란다(42)
여섯 번째.
이번에는 이전 루프처럼 곧바로 행동하진 않았다.
이전 루프에서 여러 행동을 했었으니, ‘혹시나 루프 시작 상황이 달라지지 않을까?’ 하는 추측을 미리 마련해 두었기에.
시간은 조금 전 확인한 것처럼 7시 42분.
시계에 의미가 있는진 모르겠지만, 시계가 걸쳐진 바늘은 여전히 그대로.
방 풍경도, 기억과 크게 다르지 않다.
벽에 붙어서 성질을 돋우는, A4용지를 잘라 만든 것 같은 쪽지도 그대로고.
루프 시작 지점은 변하지 않은 것 같네.
그렇게 결론 내린 나는 변신을 한 뒤, 천천히 문을 열어 방 밖으로 몸을 내밀었다.
직전 루프처럼 문을 부수지는 않았지만, 최대한 당시 상황을 재현하기 위해 벽에 등을 대고 생각에 잠긴 척을 했다.
조금 전 루프처럼, 고개를 내리고.
하지만, 슬쩍 눈을 올려 시야를 정면으로 둔 채.
보고 싶은 것, 바라보고 싶은 것이자.
한번 만나 이야기라도 나누고 싶은, 최악의 상대를 마주하기 위해.
하지만, 내 바람은 이뤄지지 않았다.
자세를 취한 지…. 정확히는 모르겠고…. 마음속으로 숫자 천을 세었으니 10분은 넘었을 시간이 지났지만.
눈을 자극하는 분홍빛 덩어리는, 복도를 지나지 않았다.
복도에 변화가 없는 것도 동일.
“…문을 부쉈어야 했나.”
어쩌면, 문을 부수는 것이 트리거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가설을 증명할 생각은 들지 않았기에.
로그에 남은, 직전 루프에서 분홍빛 박쥐가 들어선 방의 손잡이에 손을 올렸다.
찰칵.
끼이익.
문이 열리는 소리를 들으며, 혹시나 하는 생각과 기대감을 품었지만.
“….”
방에는 아무도 없었다.
감각을 증폭해 구석구석 살펴보아도, 평범한 호텔방 하나만이 있을 뿐.
“어휴….”
그렇기에 한숨과 함께 다음 목표로 향했다.
문 뒤에 붙은 종이쪽지, 이 루프에 대한 힌트가 될 법한….
“…없잖아.”
문 뒤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거기 있는 것은, 평범한 호텔 문.
이전 루프에 분명히 존재했던 쪽지는, 사라진 상태였다.
여기… 맞지?
그런 생각에 몸을 내밀어 방 번호와 로그의 번호를 살펴보았지만.
문에 적힌 숫자는, 로그의 숫자와 동일했다.
여러 가설이 떠오른다.
하나. 로그가 수정되었다.
그렇다면, 이건 로그조차 믿지 못하는 최악의 상황.
둘. 루프마다 특별한 방의 위치가 바뀐다.
이건, 확실하게 골치 아파지는 상황.
셋.
….
왠지 이게 정답이라는 생각이 들어, 허리에 두른 작은 가방을 열었다.
과거에는 약이나 붕대 같은, 치료 수단을 담아둔 가방이었지만.
이제는 그냥 작은 가방이 되어버린 내 힙색.
저번 루프에서 로그에 따르면 나는 종잇조각을 힙색에 넣었고.
…있네.
열린 틈 사이로 흰색 조각이 보여왔다.
손을 넣자, 부슬거리는 자극이 느껴지는 작은 종잇조각.
캠퍼스 노트를 잘라 그 위에 프린트한 것 같은, 정결한 글자가 적힌 쪽지.
쪽지에 쓰여있는 문구는 로그에 적힌 것과 동일한.
【책은 하나의 세계 . 손에 넣음으로써 . 권리를 가진다】
이전 루프의 나도, 지금의 나도 이해하지 못하는 문장.
하지만, 지금 중요한 건 적힌 문장이 아니다.
루프를 무시하는 종잇조각의 존재.
혹시 무언가 특별한 종이인가 싶어, 침을 바르거나, 끝부분을 찢거나, 살짝 구기거나 하는 식으로, 파손되지 않는 선에서 테스트를 해보았지만.
“…그만하자.”
살짝 엉망이 된 쪽지의 모습을 통해, 일반적인 종잇조각과 크게 다르지 않은 내구성이라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루프가 시작된 후, 첫 발걸음.
쪽지는 루프가 회전해도 내게 남는다.
그럼, 루프의 목적은 이 쪽지를 모은다고 생각해야 하나?
조금 게임적 사고방식 같지만.
애초에 이계의 현상은 대부분 그렇게 설계되어 있다.
확실한 목표와 정직한 이야기.
한눈파는 것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방향성.
물론 예외가 여럿 있지만, 일단 일차적인 사고방식으로 생각해도 통계상 95% 정도는 큰 문제가 없다.
오히려, 복잡하게 생각하는 바람에 더 꼬이는 경우가 다수.
복잡한 목표인 케이스에 대한 해결법은, 확실한 정보가 나온 뒤에 생각하면 충분하다.
물론, 만약의 상황에 대비해 여러 생각의 가지를 뻗어놓는 것은 필수지만.
“…그렇다면.”
특별한 이벤트가 일어난다. 거기에 쪽지가 있다.
이렇게 생각해도 좋을까?
그렇다면. 다음은….
종잇조각을 접어서 다시 가방에 담고, 반쯤 생각에 잠겨 문을 넘은 순간.
탁.
소리가.
탁.
두 번 울렸다.
기현상이자, 직전 루프의 내가 로그로 남긴 것.
나는 해당 현상이 발생한 방 번호의 로그가 있으니, 저런 특이 현상이 없어도 지장이 없지만.
…정말 내게 로그가 있다는 걸 모르는 건가?
상대의 목적이 내가 이 종잇조각을 모으게 하는 것이라면, 이벤트가 다음 루프에서 일어나지 않으면 확실히 곤란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묘하게 허술하네.
이 루프의 방식도, 날 다루는 것도, 사소한 변화도.
뭔가 막무가내로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고 있다.
그렇다 한들, 내게 선택지는 없지만.
“차라리, 첫 쪽지는 못 얻었으면 좋았겠네.”
이미 얻은 쪽지에 대한 이벤트는 일어나지 않는다.
하지만, 얻지 않은 쪽지에 대한 이벤트는 반복된다.
그렇다면, 첫 쪽지를 얻지 않았다면 나는 분홍 박쥐, 시안을….
“그만두자.”
이미 다 털어냈잖아.
이제 와 다시 만나서 뭐 하게.
울분이라도 쏟아내려고?
나는 고개를 흔든 뒤.
천천히 조금 전 문이 닫힌 방문을 열었다.
그리고.
쾅.
문을 닫았다.
“….”
생각하고 한 행동은 아니다.
단지, 반사적인 행동.
문 너머에 존재한 것이, 상상 이상이었기에.
마주하고 싶지 않은 장면.
떠올리고 싶지 않은 기억.
하지만, 내가 마주해야 했던 것.
그리고, 지금 마주해야 하는 것.
“…후우.”
그렇기에, 숨을 들이쉬고 마음을 다잡은 뒤.
문을 열었다.
쾅.
거칠게, 빠르게, 강하게.
그때의 나와 지금의 나는 다르다는 마음을 담아.
문 너머는, 어두운 방이다.
빛이 켜져 있던 조금 전 방과는 다른, 불이 꺼진 방.
하지만, 방 안에 있는 것은 확실하게 눈에 들어온다.
거기에는, 두 광원이 있기에.
지금도 기억하는 붉은 눈.
어둠을 휘감고, 흐릿한 안개 속에서 뒤틀린 채, 붉은 쇠지렛대를 든.
붉은 한 쌍의 안광.
모든 게 망가지고, 모든 게 다시 시작된 날의 기억.
그렇기에, 전투를 대비했지만.
“…음?”
상대가 움직이질 않는다.
나에게 반응하지 않는 수준이 아니라, 조금도 움직이질 않는다.
마치, 석상이나 그림처럼.
“…설마.”
의문 속에서 벽을 더듬어 스위치를 눌렀다.
딸깍.
스위치의 소리와 함께, 눈 부신 전등 빛이 방을 비추고.
“하하….”
나는 헛웃음을 내뱉었다.
내가 겁먹은 것은, 허상이었으니까.
벽에 걸린 거대한 액자 한 장.
그것이 상대의 정체.
눈에서 빛이 나는 것이 그림이라기엔 조금 수상쩍지만, 그 정도는 넘어갈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상대가 그림이고, 그림 한가운데 흰색 쪽지가 붙어있다는 것.
“설마 움직이진 않겠지….”
상대가 그림이라고는 하지만, 그 위압감은 진짜처럼 느껴졌고.
나는 조심스럽게 걸어가, 쪽지를 때었다.
그리고, 뒷걸음질 치며 그림에게서 멀어졌다.
공포영화에 나오는, 움직이는 그림을 상상하며.
하지만, 내가 등 뒤에 돌린 손으로 손잡이를 붙잡을 때까지, 그림은 움직이지 않았고.
“….”
나는 살짝 고개를 숙여, 인사하며 방을 나왔다.
찰칵.
방문이 닫히고.
“후우.”
나는 긴장을 풀 수 있었다.
…아직 트라우마가 남은 걸까.
그렇지 않고서야, 그림 정도에 이만큼 긴장하는 건 좀 우습지….
그렇게 옛날처럼 자신을 비판한 뒤.
【대의 앞에서 우리는 고뇌한다】
나는 쪽지를 확인했다.
여전히 문장을 이해할 수 없었지만, 나는 쪽지를 가방 속에 넣었고
자. 그럼… 다음은….
* * *
루프는 계속된다.
쪽지는 늘어난다.
여러 루프로 획득한 쪽지가 있었고, 한 루프에서 여러 장을 얻은 적도 있었다.
도장이 벗겨진 콘크리트 벽.
그 사이에서 새어 나오는 피를 발견하고, 벽을 깨서 발견했다.
【알의 시기 . 세계의 규칙이 새로 쓰여지는 날】
세 장
갑자기 좋은 향기가 피어올라, 의심해 쫓아간 자리에서.
반쯤 열린 방 사이로 해물 뷔페가 보였고.
의심 속에서 음식에 손을 대지 않았지만.
손을 들어올 린 꽃게의 집개 사이에 끼인 쪽지를 발견했다.
【너희의 가치를 증명하라고】
네 장
무작정 길을 걷던 중, 전등이 반짝이기 시작했다.
깜빡이는 전등을 따라가던 나는 비상구를 발견했고.
비상구 문을 열자, 거기에는 새로운 방이 있었다.
또 다른 호텔 방.
비상구에 방이 붙어있다는 것 외에는 특별한 것 없는 방이지만.
쪽지가 있었다.
【너희의 믿음아래 . 새로 창조된다】
다섯 장
아무것도 찾지 못해, 그저 달렸다.
65535 추측을 증명하기 위해.
그리고, 끝을 발견했다.
복도가 루프 하리라는 추측, 방 번호가 음수가 될 것이라는 추측.
그것을 모두 뛰어넘어, 복도는 끊겨 있었다.
우주공간처럼 광활한 공허로.
깨진 그래픽처럼, 조각난 네모들을 남긴 채.
허탈한 상황 속에서, 나는 허공에서 노이즈처럼 지직거리는 네모 발판들을 발견했고.
긴 고민 끝에, 발판들을 몇 번이고 뛰어넘었다.
징검다리의 끝.
거기에는 깨져버린 복도처럼 망가진 방이 있었고.
【언젠가 다시 잃어버릴 것을 되찾았다는 증거】
‘쪽지는 총 열세 장’
두 장의 쪽지를 발견해, 일곱 장이 되었다.
…이 루프는, 잘 모르겠다.
로그는 남았지만, 쪽지를 손에 쥔 순간 로그가 끊겼고.
다시 한번 복도의 끝을 찾았을 때, 공간이 깨진 복도는 그대로였지만, 로그에서 말하는 발판은 찾지 못했다.
다음 루프.
복도를 걷다 뭔가에 의해 잘려 나간 자국에 발이 걸려 넘어졌다.
얼핏 보면 잘 보이지 않는 자국이었지만, 명백하게 잘린 자국은 어딘가로 향하고 있었고.
잘린 자국이 이어진 문을 열자, 거기엔 아무것도 없었다.
조금 더 상세하게는, 현관 너머는 거칠게 잘려 나가, 복도의 끝처럼 허무만이 존재했다.
그런 현관의 한구석에, 한 짝만 굴러다니는 신발.
신발의 안쪽에서 쪽지를 발견했다.
【혼란 속에서 모든 존재는 . 자신의 의지를 문장으로 적어 내려간다】
여덟장
머리에 큰 구멍이 뚫린 채, 피눈물을 쏟아내는 내가 거울 저편에 보인다.
섬뜩한 검은 복장이 내게 차려 입혀지고.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 거울이 깨진 뒤.
그 뒤편에는.
【잊어버린 것을 되찾는 행동은 맹독이다】
아홉 장
피와 기름이 섞인 무언가가 문의 틈 사이로 흘러나오는 방을 발견했다.
문을 열자, 역겨운 기름이 쏟아져 반사적으로 팔로 얼굴을 가렸지만.
기름은 주변 복도와 방을 더럽힐 뿐.
나에게는 조금도 묻지 않은 채 흩어졌고.
기름과 핏자국이 남은 방 안에서, 나는 조금도 더러워지지 않은 쪽지를 발견했다.
【그렇기에 우리는 최후의 심판을 내린다】
열 장.
갑자기 들려온 웅성거림과.
묘하게 귀에 익은, 하지만 누구의 목소린지 기억나지 않는, 열기 넘치는 목소리.
너무나도 온 사방에서 들려왔기에, 찾는 데 시간이 오래 걸렸지만.
나는 결국 그 소리가 어느 방의 텔레비전에서 흘러나오는 것을 알 수 있었고.
마흔여덟의 별과 붉고 푸르며 흰 자국을 본 뒤.
폭발한 텔레비전의 안쪽에서, 새로운 쪽지를 찾았다.
【죄는 죄가 아니었다 되찾기 전까지】
열한 장.
문을 열자, 거기는 전쟁이었다.
살아남는 것만 해도 벅찼다.
그리고 받아낸 훈장 속에서.
【펼치는 것은 소유자의 권리 . 써 내려가는 것은 모두의 권리】
열두 장.
폭발하여 회전하는 우주 속에서.
절규하며 광란하는 자의 내리침 아래.
호텔은 사라졌고, 손에는 쪽지만이 남았다.
【만장일치의 새로운 규칙】
열세 장.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
이 루프는 로그가 크게 손상되었다.
이 루프는… 뭔가 특수했던 것 같다.
그리고, 다시.
* * *
7시 42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