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r. Magical Girl RAW novel - Chapter (665)
마법소녀 아저씨 외전 62화(665/671)
062. 매직 카르텔(13)
옵시디언이 나타나, 마력이 회복되기 시작했다.
매직 카르텔의 마력은 일반적인 상황에서 굉장히 풍족하다.
우리는 각자 별개의 영웅이자 하나의 집단 영웅.
개개인의 개별 마력이 따로 있으며, 둘 이상이 가까운 거리에 있다면 함께 사용하는 공유 마력이 있고, 마력은 각자가 따로 회복되는 방식이다.
그렇기에, 주변에 매직 카르텔 인원이 많을수록 회복량이 늘어나고 유용할 수 있는 최대 마력도 함께 상승한다.
조금만 위험하다는 판단이 서면, 최소 둘이 한 조가 되어 함께 다니는 이유.
그렇게, 공유 마력에 담긴 옵시디언의 마력을 촉매로 사용해 마력을 증폭시키자.
“쿨럭….”
마력 증폭의 반동으로 몸이 망가지며 입에서 토혈이 일어나지만, 그 대신 과부하로 멈추었던 마력이 다시 움직이기 시작한다.
…내가 해야 할 일은….
옵시디언이 나타나 피어오르던 분노가 조금씩 사그라들었기에, 주변을 둘러보았다.
검정으로 뒤덮인 전철 내부.
그렇지만, 여전히 색을 가진 이들이 남아있다.
옵시디언이 나타나고 잠깐이 지난 상황이니. 가넷, 비리딘이 메인일 추가 지원이 도착하기까지 약 2분 30초.
짧다면 짧은 시간이지만, 그 짧은 시간에도 사람의 목숨은 크게 움직인다.
그러니.
팡.
양손으로 박수를 치며, 의식을 가다듬었다.
운용에 필요한 동작은 아니지만, 주의를 환기하기 위한 약간의 자극.
‘싸울 때 뿌려진 피가 있어서 다행이네….’
내 행동이 무언가 의미를 지녔다는 사실에, 약간의 위안을 얻고.
팡.
다시 한번 박수를 치며, 흩뿌려진 피와 마력을 연동했다.
이번 박수는, 운용에 필요한 동작.
선배님이 알려주신 것처럼, 마법은 발동하기 위한 명확한 이미지가 필요하다.
기술명을 외치거나, 마법진을 띄우거나, 자신이 정한 루틴을 시작하는 것과 같은, 명백한 마법의 시작점이라 인식할 수 있는 행동은 그 일환.
다만, 마법의 발현에 그런 행동이 꼭 필요한 건 아니다.
기본적으로 발동하겠다는 인식이 있다면, 충분히 발동할 수 있고.
마법소녀로서 기본적으로 주어진 마법은, 그냥 숨 쉬듯 당연하게 사용할 수 있다.
하지만 이것은 템플릿이 마련된, 하나의 기술이라고 내가 사전에 인식한 마법이 아니다.
피의 마법과 치유마법을 연동해서 사용하는, 지금 새로 작성한 마법.
아니, 마법이라 말하기도 민망한, 임시방편.
그렇기에 박수를 치는 것으로 발동 기점을 잡았고.
머릿속에 마력의 흐름이 그려지기 시작함과 동시에, 곧바로 손의 모양을 잡으며 기도하는 자세를 취함으로써.
마력을 흩뿌린다는 이미지를 명확히 하였다.
마법소녀로서의 치유 능력으로는 할 수 없는.
마법사로서의 새로운 창조마법.
흩뿌려진 피를 기점으로 마력을 불어넣는, 광범위 치료마법.
“으….”
나동그라진 전차 내부의 비명이 조금 잦아들었다.
…아니, 사실은 전혀 달라지지 않았을 것이다.
그저 내가 그렇게 소망하고 있어, 그렇게 느꼈을 뿐이겠지.
기도하듯 맞잡은 내 손의 소망처럼.
대량의 마력이 물 쓰듯 비효율적으로 소모되지만.
결국 기반이 되는 치유마법은 내 능력.
온 힘을 쏟아부어도, 치유가 아닌 현상 유지에 가까운 치유 속도.
옵시디언의 마력까지 대량으로 끌어다 쓰고 있으니, 분명 내 선택은 전술적 측면에서 잘못된 것이다.
그럼에도, 나는 멈추지 않고, 마력을 퍼부었다.
2분. 그 짧은 시간을 위해.
우리는 영웅이며.
나는, 옵시디언을 믿기에.
그렇게, 손을 맞잡고, 마력의 제어에 주의하며, 저편을 바라보았다.
옵시디언이 싸우고 있는 모습을.
전철을 습격한 것은 열넷.
그리고, 내가 쓰러트린 적이 여덟.
남은 여섯은, 머리가 조금 차가워진 지금 다시 평가를 해보자면, 일반적인 수준 이상의 강자.
상급 영웅 수준이 다섯. 그리고, 격이 다른 존재가 하나.
그런 수적 우위의 적들 사이로 뛰어든 옵시디언은, 격하게 움직이며 적들과 싸우고 있다.
지금 옵시디언이 보여주는 전투 방식은, 손에 검은 공간을 두르고 실시간으로 공간을 컨트롤하는, 옵시디언 특유의 체술.
옵시디언의 저 기술은 성능과 효율이 좋은 기술이다.
마력 효율을 위해, 공간 왜곡이 적용되는 것은 손 주변으로 한정되지만.
스치기만 해도 주변 살점이 모조리 뜯겨나가고, 공격은 다른 공간으로 흡수되는, 최강의 방패이자 최고의 창.
…다만, 절대적이진 않다.
순수하게 육체로 공간 절단을 이겨내는 선배님이나, 공간 조작에 일가견이 있는 마법사 매직위버처럼, 공간 절단을 버틸 능력이 있다면, 어느 정도 대처가 가능한 기술.
그렇다고는 해도, 버틸 수 있다는 것일 뿐 방어하는 데 힘이 소모되는 것은 분명하기에, 좋은 기술이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단지, 절대적이지 않다는 것일 뿐.
그리고 연계된 숨겨진 기술로, 주변 공간을 순간적으로 소멸시켜 적을 당겨오는 것도 가능하다.
‘지워진 공간만큼, 인력이 발생한다….’ 라는 이론이라고.
지금, 다섯 중 하나를 순간적으로 끌어당겨, 무력화시킨 것처럼.
옵시디언은…. 잘 싸워주고 있다.
비록 가장 강한 한 명이 전투에 참여하지 않은 채 뒤에서 그저 바라보기만 하는 이유는 나도 잘 모르겠지만, 그럼에도 옵시디언이 수적 열세 속에서 힘들어하고 있음은 분명하다.
그것은, 나 때문.
본래 옵시디언의 전투 방식은, 전혀 다른 방식이다.
옵시디언은 선배님과 수십 합을 겨를만큼, 체술 실력도, 본인이 소유한 마법의 능력도 출중하지만.
옵시디언의 진정한 힘은 대규모 공간 조작.
집단과 싸우는 방법 중 대표적인 하나로, 계속해서 새로운 공허를 설치해, 조금씩 조금씩 상대를 갉아먹는 감옥과도 같은 공간을 만드는 플랜이 있다.
하지만, 지금 옵시디언은 체술만으로 싸우고 있다.
그런 대규모 공간 조작이 섞인 전투 방식은 대량의 마력을 요구하며, 옵시디언에게 지금 그 정도의 마력은 없다.
모두 내가 소모하고 있기에.
불만을 품기 충분한 상황 속에서도, 옵시디언은 묵묵히 전투를 이어나간다.
수적 열세 속에서, 공격을 받고, 상처가 생기며, 피를 흩뿌리더라도.
매직 카르텔 사이에 존재하는 텔레파시를 통해 전해지는 희미한 감정에는, 조금의 동요도 없다.
그것이 영웅의 의무 때문인지, 다른 이유 때문인지는 모르겠다.
아직 전투에 참여하지 않은 한 명을 신경 쓰며, 계속해서 고통받는 옵시디언.
적을 하나씩 쓰러트리고 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옵시디언의 숨결은 거칠어져만 가고, 옵시디언의 깨끗한 얼굴에는 멍과 흉이 생겨 나간다.
…여러 감정이 피어나지만,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그저 바라보는 것뿐.
그저, 이를 악물고, 참으며.
내가 불러온 참사임에도,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 고통받은 것에 대해.
아직도 어리숙하고 우유부단한 나를 타박하며.
…나도, 짊어질 각오를 하였다.
로도나이트의 힘을 사용할 각오를.
그렇게 정말 길게 느껴지는 2분이 지나갔다.
빌런 셋이 쓰러지고, 옵시디언의 멍든 입에서 피가 흐르는, 길지만 짧은 2분.
탁. 탁. 탁. 탁.
땅을 울리는 발소리와 함께.
“…뭐야 이거.”
“저 쓰레기들 짓이야?”
“….”
잔뜩 성난 것이 느껴지는 매직 카르텔 맴버들이 주변에 나타났다.
급하게 달려온 것을 증명하듯, 땀을 흘리며.
잔뜩 찌푸려진 얼굴에 기다란 붉은 리본으로 한 갈래머리를 묶고, 정장 위에 붉은 가디건을 두른 가넷.
검은 고깔모자와 털망토를 두른 채, 당황하는 표정으로 흰색 뿔테 안경을 고쳐 쓰는 비리딘.
명백하게 분노가 한계치에 이른, 단추가 잔뜩 달린 레이스 투성이 원피스 위에 반투명한 케이프를 걸친 지르콘.
무표정 속에 분노를 삼킨, 외설스럽다는 평가를 듣기도 하는, 웨딩드레스 기반의 시즈루를 몇 겹이고 두른 복장의 다이아.
진한 회색 점퍼스커트를 차려입은 채, 끝자락이 반투명한 머리카락에 붉은 장신구를 단, 불쾌한 표정의 쿼츠.
그리고, 네펠린까지.
총 여섯 명.
“…나머지는?”
“시간상, 나머지는 더 늦게 도착.”
다이아가 현장을 향해 눈을 가늘게 뜨며, 평소처럼 짧게 답했다.
동시에 텔레파시를 통해 보내준, 짧은 정보.
그것으로 상황을 이해했다.
대부분이 출동했지만, 최우선 순위는 가넷과 비리딘이라고 판단.
그 둘을 우선 보내기 위해, 나머지는 이 여섯에게 마력을 몰아주었다.
치유 능력자인 쿤자나이트가 빠진 것은, 이런 상황에서는 그녀의 힘이 도움이 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내 생각과 동일한 판단.
하나, 조금 예측하지 못했던 것은.
“플로라이트는?”
“…당연히 대기상태.”
다이아는 이런 상황에서 뭘 당연한 것을 물어보냐는 듯, 그리 답해왔다.
…내 생각은 조금 다르지만….
그래도, 어쩔 수 없다.
동료들에게, 내가 겪은 일까지 모두 알아차리고 비밀병기까지 끌고 오는 걸 바라는 건 좀 너무한 일이니.
이 구성은, 치유 능력자와 전투력을 우선시한 결과물.
일반적인 관점에서 이 이상 베스트 맴버는 없다.
옵시디언, 다이아, 지르콘, 쿼츠, 네펠린, 비리딘, 가넷.
기동성이 높고, 상성을 타지 않으며, 치유 능력을 중시한, 내가 지휘하고 있었어도 같은 구성원을 보냈을 구성.
그렇기에, 답도 빠르게 나왔다.
“다이아, 지르콘, 쿼츠. 가서 옵시디언을 도와줘.”
탕.
셋이 달려 나갔다.
다이아는 옷을 푸르게 물들이며.
지르콘은 꺼내든 반투명한 톤파에 마력을 감으며.
쿼츠는 주변에 무수한 수정 역장을 소환하며.
뛰쳐나간 셋은, 난투에 합류했고.
“비리딘, 가넷. 부탁해.”
“그래.”
“응….”
새로운 여섯 동료 중 셋이 전투에 합류함으로써 남은 둘은, 내가 긴말하지 않아도, 민간인들을 향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치유 에너지가 담긴 봉을 휘두르며 민간인을 구타하는 가넷.
수상쩍은 주문을 외우며, 보라색 혹은 푸른 입자와 안개를 뿌리는 비리딘.
…겉모습만 보면, 우리가 악당 같지만.
저 둘은 상급 치유 능력자다.
가넷은 생명체를 타격함으로써 마력 손실이 거의 없이 상대를 치료할 수 있고, 상처의 심각성만큼 가넷 본인의 전투력이 상승한다.
비리딘은 블랙 우드 위치라는 옛 영웅명처럼, 마녀라는 컨셉에 기반한 다양한 마법을 지닌 것이 특징이다.
비록, 주술 컨셉인 만큼 발동 속도가 느리고 겉보기에 여러 문제가 있다지만, 범용성과 효과는 확실.
그렇기에, 나는 둘을 믿고, 계속 소모되기만 하던 치료 능력을 멈췄다.
이제 내가 할 일은, 다른 것.
검정에 휩싸인 감정은, 뒤로 미뤄둔다.
잊지는 않는다.
그저, 지금 필요하지 않기에.
고민거리도, 감정도, 지금부터 시작될 일에서는 불필요한 것일 뿐.
“후우우우우.”
숨을 들이쉼과 동시에
터벅.
눈을 뜨고, 한 걸음 앞으로 걷는다.
세상이 달라진다.
평소 뇌가 불필요하다고 판단해 걸러두던 사소한 자극들이 정보가 되어 쏟아진다.
불어오는 약한 바람 하나, 누군가의 고통 소리 하나.
동료들의 발걸음에 흩날리는 흙먼지 하나.
쏟아지는 정보에 반응도, 감정도 담지 않는다.
사소한 데이터, 필요한 결론에 도달하기 위한 정보 덩어리.
핏.
얼굴로 날아드는 쇳조각에도 반응하지 않는다.
0.5cm. 자상.
약한 통증.
사소한 피해지만.
굳이 상처를 향해 손을 움직여, 손가락에 찍은 뒤.
입가에 발랐다.
피의 비린내.
전철 내에 계속해서 피어올랐던, 익숙해져 느끼지도 못했던 피의 향취와 맛.
터벅.
세상에서 소리가 사라진다.
아직이다.
아직 완전한 각성이 아니다.
조금 더 깊숙한 장소로.
내 가장 뛰어난 재능이자. 장점이며.
터벅.
한 걸음 더 앞으로.
입가의 비릿한 맛도, 가까운 코에 닿는 특유의 향취도.
터벅.
한 걸음 더 앞으로.
색이 사라진다. 시야가 회색으로 물든다.
그 속에서, 나는.
눈을 떴다.
파직.
지금 내 상태는, 어떻게 생겼는지, 나도 모른다.
하지만, 동료들의 말에 따르면, 꽤 끔찍한 모습이라고 할 뿐.
부릅뜬 눈과, 과부하로 온 구멍에서 쏟아져나오는 피.
눈꺼풀이 아닌, 안구를 엶으로서 생겨난 공허한 한 쌍의 검은 구멍.
지금의 나는, 아무런 움직임도, 행동도 보이지 않는다.
이것은 완전한 사령탑이자, 매직 카르텔의 수장으로서의 증거.
내게는 어떠한 장점도 없는.
그저 명령을 내릴 뿐인, 순수한 지휘관으로서의 모습.
시작하자.
【모드 : 로도나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