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r. Magical Girl RAW novel - Chapter (667)
마법소녀 아저씨 외전 64화(667/671)
064. 매직 카르텔(15)
눈을 뜬 내게 기묘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보스…. 아니. 리더? …대장…. 카포…. 갓파더….”
잠시 누군가의 목소리인지 인지하지 못했지만, 조금씩 정신이 되돌아오며 누구의 목소리인지 알아차렸다.
언제나 냉정 침착한 옵시디언의 목소리.
왜 그런 목소리가 잠든 내 옆에서 들리는지, 시야에 들어온 처음 보는 흰색 천장은 대체 무엇인가에 대해 잠시 혼란이 일었지만.
천천히 머리에 내린 안개가 가시며, 이유가 떠오르기 시작했다.
여기는 영웅의 치료를 위한 특별관리 병원의 집중치료실.
급하게 병원으로 실려 온 나는 일반적인 치료 능력으로는 복구할 수 없을 수준으로 망가진 몸을 치료받았고.
계속해서 잠들다 깨어나며, 지금에 이르렀다.
…살아있어 다행이라는 생각이 우선 스치지만.
지금 내 관심은 옵시디언이 읊조리는 혼잣말에 쏠리기 시작했다.
침착, 냉정, 충성이라는 단어가 삶에 각인된 수준의 옵시디언이니 날 놀리거나 하는 건, 아마… 아니다.
…왜 그런 성격을 가지고 마피아 코스프레를 하는지는 나도 모르겠고, 계속해서 의문스러운 주제지만.
무슨 창작물의 메이드나 집사처럼 날 보필하면서도, 평소에도 여러 서류 업무도 처리하는 옵시디언이니, 냉정, 침착이라는 단어와 걸맞게 이지적이며, 나에게 충성스럽다는 점은 확실하다.
특히, 충성 측면에서는 지금의 마피아 컨셉 이전부터 내 비서나 부관처럼 행동했으니, 더더욱.
내가 옵시디언에게 충성을 받을만한 인물인지는 모르겠지만….
목숨의 은인이라는 면이 있긴 하지만, 딱 그 정도일 뿐 내 인격이나 능력은 옵시디언만큼 대단한 인물의 충성을 받을 자격이 없다고 생각한다.
…왜 난 옵시디언만 생각했는데, 또 부정적인 측면으로 다이빙하고 있는 걸까.
음. 뭐…, 좋아.
이제 내 부정적인 측면도 받아들였으니, 자신을 부정하며 짙어지는 부정 사이클만 만들지 않게 노력하자.
뭐든지 마음가짐부터… 니까.
“읏….”
생각이 끝남과 동시에, 입가에서 비명이 나도 모르게 새어 나왔다.
생각이 마무리되며 자연스럽게 살짝 숨을 내쉬었을 뿐인데, 내달리는 격통.
“…괜찮으십니까?”
“구앤…자나.”
이 정도 고통이라면, 고통이 온다는 사실을 미리 알고 있다면 견딜만하다.
몸의 상태는 무척 심각하지만, 신경까지 다 작살난 상황이라 오히려 고통에 둔해졌다.
…텔레파시도 안된다. 능력이고 몸이고 전체적으로 다 망가진 상황인 정도.
덕분에 말하느라 입을 열어 또다시 고통이 내달렸다.
“힘드시면 굳이 말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살짝 고개를 끄덕이는 걸로도 의사전달은 충분하니까요.”
“아라서….”
내 고통 섞인 답에, 옵시디언의 시선이 가느다래졌다.
“…방금 말씀드린 것 같은데 말이죠.”
…날카로워졌다나 흉포해졌다는 표현이 어울릴지도.
세상에는 절대적으로 충성하는 충신과 간언하는 충신이 있다는데, 옵시디언은 명백히 후자에 가깝지….
“전치 4주입니다. 그것도 일반 의료가 아니라, 관리국 소속 특별치료반이 붙어서 4주입니다.”
…무서워.
옵시디언의 기세에 눌린 나는, 약간의 고통이 이는…. 그렇지만 말하는 것보다는 고통이 덜한 끄덕거림으로 긍정을 표현했다.
“절대안정입니다.”
이해했다.
“아나만. 무러봐도….”
“…짧게 부탁드립니다.”
옵시디언이 째려보는 것이 느껴진다.
…선배님이 이런 기분이었을까.
큰 부상을 입었지만, 나는 나름대로 괜찮다고 생각하는데, 주변 사람들에게는 무리하는 것으로 보여 눈총받는 일.
나도 당시에는 선배님이 미쳤다거나, 자기 몸도 제대로 관리하지 않는 영웅이 어디 있냐고 속으로 욕했지만.
당사자가 되어보니 알겠다.
이건…. 생각보다 많이 불편하다.
죄송해요. 선배님.
역시, 세상 모든 일은 당사자가 되어보지 않으면 모르나 봐요.
“아가 그거는 무어야?”
“어떤 것 말씀이십니까?”
“보스…. 리더…. 가보…. 아던….”
“아. 그거라면….”
내 질문에, 옵시디언은 잠시 고민하듯 입을 다물었고.
잠시 기다리자, 곧 천천히 입을 열기 시작했다.
“보스… 아니, 한아빈님이 고민하시는 것 같아…. 새로운 호칭을….”
말하기 민망한지 살짝 말을 더듬으며 조금 내려앉은 목소리로.
아무래도 옵시디언은 그 일을 나름 신경 쓰고 있었던 모양이다.
아니, 옵시디언 혼자서 저렇게 고민하지는 않을 테니, 나머지 맴버들도.
“거븐새브을… 바구잔 뜻…?”
“일단 유지하자는 것이 대부분 의견이지만, 조금 줄이는 것도….”
역시.
내가 나간 뒤 나름 동료들끼리 이야기를 나눈 모양이다.
“아직 결론이 나진 않았습니다만, 개인적인 수준. …조금 전 말씀하신 호칭과 같은 것은 불편하시다면 변경할 수 있기에.”
결론이 나지 않았다.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는 한마디.
동료들이 나를 위해 서로 적극적으로 의견을 주고받았다는 뜻.
하지만, 동료들도 쉽게 컨셉을 포기하기는 어렵다는 사실.
다만, 그것보다 중요한 사실이 있다.
동료들은 내가 뛰쳐나간 것을 진지하게 생각해 주었고, 그에 더해 무조건적으로 나를 배려해 준다는 선택지가 아닌, 다양한 관점에서 이야기를 나누었을 것이다.
또다시 후회가 쌓인다.
빙빙 도는 나선과 같은, 겹겹이 쌓이는 후회.
하지만, 이제 괜찮다.
이미, 다짐은 끝났으니까.
동료들에게 있어 하루.
나에게 있어, 로그 상 긴 시간.
그렇기에.
“…구대로… 보스… 괘아나.”
“…네?”
“마비아 건셉…. 나쁘지 않다구….”
…지금 내가 이렇게만 말할 수 있는 것이 원망스러울 정도다.
“저희를 위해, 참지 않으셔도.”
옵시디언은 이번에도 내가 한발 물러서 참아준다고 생각하는 모양이지만.
“뛰어나가고…. 이거저거 새각해써. 읏….”
길어진 말에 통증이 일고, 옵시디언은 그런 내게 반응해 입을 열려 하지만.
“…미안. 잘게 할게. 아무든, 이제 괘아나. 너이를 위해 잠는거두 아니고, 무엇보다….”
그보다 빨리 선수를 쳐, 입을 열었다.
말이 길어지며 솟아나는 고통을 참으며.
“그러게 막 바구면… 밴들도 실허아게지…”
사실 팬들은 별 관심 없지만.
상대가 납득할 만한 핑곗거리로는, 이만한 것이 없다고 생각했다.
“…정말로 괜찮으시겠습니까?”
혹시나 마음 쓰는 것 아니냐고 물어보는 듯한, 진심이 담긴 질문.
‘…응.’
나 또한 그에 진심을 담아 답해주고 싶었지만.
옵시디언이 주의를 준 그대로, 고개를 끄덕였다.
내 그런 답에 옵시디언은 천천히 허리를 세웠고.
“알겠습니다. 보스. 혹여, 불편하시다면 언제든 다시 말씀 주시길.”
‘그럴게.’
또다시, 고개를 끄덕였다.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진심을 담아.
아마 나는 곧 이 선택을 다시 후회하겠지.
하지만, 후회야말로 내가 가져야 할 미덕.
예전에 선배님이 말하길, 자신은 감정을 불태우는 것으로 힘을 얻는다고 한 적이 있다.
그것이, 자신이 가진 몇 안 되는 능력이며, 가장 강력한 힘이라고.
나도 그런 능력이 있다면 좋겠지만, 아쉽게도 나는 나에게 겹겹이 쌓인 후회를 힘으로 만들 수는 없다.
단지, 성장의 발판으로 삼을 뿐.
후회에 깔려, 점차 비탄에 잠기는 것이 아닌.
발판으로 삼아, 올라가는 것.
그것이 내 새로운 삶의 방식이자.
새로운 발걸음.
…몇 번이고 다짐했던 것을 재차 다짐한 느낌이지만.
실제 행동으로 옮기자, 마음이 들뜨기 시작한다.
아무튼, 그렇게 이야기가 끝났고.
시간이 흐른다.
부동자세로 문 쪽을 바라보는 옵시디언과.
멍하니 창밖이나, 옵시디언을 두리번거리는 나.
잠깐은 그걸로 충분했지만.
곧 한 가지 사실을 깨닫고 말았다.
…지루해.
정말, 끔찍하게, 엄청나게 지루하다.
사실, 병원에 입원한 적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선배님의 영향 때문인지, 나도 몸을 막 쓰기로 유명하니까.
그걸로 동료들에게 한 소리 들을 때가 자주 있고.
하지만, 이번에는 몇 번의 강제 입원 경험과는 조금 상황이 다르다.
이전까지의 입원은, 그래도 손발이 움직이고, 병원 안을 돌아다닐 수 있는 정도의 부상.
하지만, 지금 나는 침대를 벗어나기는커녕, 손발을 움직이는 것조차 어려운 상황.
가장 간단한 시간 보내기 방법인, 핸드폰조차 사용할 수 없다는 뜻이다.
물론, 그런 사람들을 위해 병실에는 텔레비전이 있기 마련이지만.
…아쉽게도, 이 방에는 텔레비전조차 없다.
집중치료실에 입원한 시점에서, 의식이 있다는 사실이 대부분 이상한 거니까.
의식이 있다고 해도, 금세 정신을 잃는 것이 보통.
하지만, 나는 평범하게 의식이 있고…. 그저 움직이지 못할 뿐이다.
…아마, 나는 어쩌다 보니 정신 계통에 극도로 특화된 바람에, 의식의 회복이 가장 빠른 거 아닐까? 하는 의문이 들기 시작했다.
차라리 고통을 참으며 핸드폰이라도 만지고 싶지만, 아마 그랬다가는 옵시디언이 나에게 계속해서 설교하겠지.
그럼, 차라리 다른 걸 하자.
머리를 굴릴 수 있는 거.
“어기… 오비디언….”
“왜 그러시죠?”
회복을 위해 말을 하지 말라고 했다지만, 자신을 부르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는지, 옵시디언은 무어라 타박하는 기색 없이 나에게 다가왔다.
“입새그… 있지?”
“죄송합니다. 무슨 말씀이신지 잘 모르겠습니다.”
“….”
난 힙색이라 말하려 했지만, 아무리 그래도 이건 알아듣기 힘든 모양이다.
“곡… 챙기라 했던… 어리가방….”
이건 가사 상태로 실려 갈 때, 잠시 정신이 남은 동안 꼭 당부했던 내용이었다.
힙색 가방을 무조건 사수하라고.
관리국이 증거 자료나 정화 등 어떤 이유로 달라고 해도, 무조건.
“이것 말씀이십니까?”
이번 내 말은 이해했는지, 옵시디언은 허공에 손을 넣었다 빼며, 내 피로 더러워진 힙색을 꺼냈다.
내 당부에 따라, 반드시 숨기겠다고 마음먹었는지.
“아내… 봐서?”
“아뇨.”
“그러…. 안네 종이 열세 장… 꺼내서… 볼 수 이게 느러놔 줘…. 쿨럭….”
잠시 기침이 나왔다.
피가 섞이거나 한 것은 아니지만, 목에 뭔가 들끓는 듯한, 나쁜 감각.
그런 내게 더 이상 말을 시키지 않기 위해서인지, 상당히 괴상한 부탁임에도 옵시디언은 천천히 내 명령을 수행했다.
천천히 늘어놓아지는 13장의 종이조각.
‘혹시 피에 더러워져서 읽을 수 없게 되면 어쩌지.’ 하고 걱정했지만, 다행히도 쪽지는 피에 조금 더러워졌을 뿐.
피가 문구를 오염시킨 것은 한 장도 없었다.
마치 그래야만 한다는 듯.
…상당히 부자연스럽네. 역시 저주받은 물건인가.
빌런이 노린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마음의 짐이 사라지진 않는다.
빌런이 직접 노린 것이 아닐 뿐, 이 저주받은 물건이 인과를 꼬아 그런 상황을 만들지 않았다는 증거는 없으니까.
아무튼, 그런 여러 의문을 뒤로 미루고, 나는 쪽지를 살폈다.
조금 전까지의 지루함이 사라질 정도로, 깊게.
내 지식 안에서, ‘무언가 암호나 은유가 아닐까?’ 생각하며.
여러 각도로.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아마, 몇 시간.
그런 긴 시간 뒤.
“괜찮으십니까?”
내 집중은, 옵시디언의 목소리에 끊겨 사라졌다.
“오애…?”
“…실례되는 질문입니다만, 종이쪽지에… 뭔가 적혀있습니까?”
“…웅?”
그 말에, 의식이 날았다.
지금 내가 보는 종이쪽지.
거기엔, 명백하게 문자가 적혀있다.
내가 읽을 수 있는, 문장.
그것은 명백하게 종이 위에 존재하지만.
옵시디언은 종이에 아무것도 없다고 질문했다.
“…안…보여?”
“예. 제 눈에는 피로 더러워진 노트 조각만 보입니다.”
“….”
상대는 옵시디언. 그러니, 장난일 가능성은 없다.
그저 내가 몇 시간이고 집중하는 모습을 보고 있으니, 혹시나 하는 마음에 이제야 질문한 거겠지.
“…지르콘, 쿤자이트, 헬리오도트를 부를까요? 제가 아닌, 다른 이들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옵시디언이 입에 담은 동료들은, 정신 계통의 능력을 보유한 이들.
그것은, 정신 치료를 위한 것이 아니다.
만약 그렇다면, 쿤자이트 한 명이면 충분하니까.
내가 정말로 쪽지에서 무언가를 보고 있다는 확신과.
자신은 도움 되지 않으니, 다른 이를 부르겠다는 제안.
그런 제안은 고맙지만, 중요한 것은 아니었다.
나만이 볼 수 있는 문장.
그것은 한가지 추측에 도달했고.
내가, 다음 말을 입에 담으려는 순간.
똑. 똑.
노크 소리가 울렸다.
“…수므겨.”
“예.”
옵시디언은 빠르게 종이쪽지를 힙색에 담아, 다시 자신의 공간에 집어넣었고.
“누구시죠?”
조용히, 노크 소리에 되물었다.
“관리국에서 나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