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r. Magical Girl RAW novel - Chapter (668)
마법소녀 아저씨 외전 65화(668/671)
065. 매직 카르텔(16)
그렇게 상대를 확인한 옵시디언은 천천히 문을 열어주었고.
“감사합니다.”
관리국 직원은 문을 열어준 옵시디언에게 그리 답했지만.
옵시디언은 길을 비켜주지 않은 채, 내 시점에서는 옵시디언에게 가로막혀 상대가 보이지 않는 남성 관리국 직원을 빤히 바라보았다.
…음? 방금 뭔가 이상한데.
“으…무…?”
잠시 무언가 위화감이 들어 자연스레 짜낸 목울음이, 몸에 고통을 일으킨 바람에 생각과 의문이 잠시 끊긴 순간.
“정말 관리국 직원이 맞으신지요?”
옵시디언은 여전히 문을 가로막은 채, 그리 입을 열었다.
잠시 침묵이 흘렀지만.
“그렇군요. 상황이 상황이니. 이해합니다.”
문 앞의 남성은 옷깃을 열어, 자신이 꺼내는 것이 무엇인지 공개하는 방식으로 천천히, 아주 천천히 품속의 물건을 꺼냈다.
“소속 부분은 가려져 있지만, 관리국 공무원증입니다. 이걸로 충분하실까요?”
옵시디언은 상대가 제시한 공무원증을 가져가 확인하거나 하지 않고, 그저 본래의 자세를 지킨 채 다시 한번 입을 열었다.
“무슨 용건입니까?”
딱딱하고 냉정한, 벽돌담과 같은 목소리와 어조.
평소에도 옵시디언의 어투는 건조하다고 느껴지지만, 지금의 목소리에서는 감정의 흔적조차 사라져 버렸다.
“한아빈 영웅님과 잠시 말씀을 나눌 일이 있어 찾아뵙게 되었습니다.”
직원의 목소리에 짜증이 섞이기 시작하지만.
“허가는 받으셨습니까?”
옵시디언은 되받아쳤다.
냉정하게, 담담하게.
“물론, 받아왔습니다.”
‘설마 중태 상태인 영웅에게 관리국 직원이 말을 나누러 왔는데, 안 받았겠는가?’ 같은 의도가 잔뜩 느껴지는 짜증.
“담당 의사분의 소견서는 받으셨습니까?”
“그건 제 소관이 아니라 모르겠군요. 하지만, 허가 절차에 있다면 이미 완료되었으리라 확신합니다.”
이제, 이건 서로 간의 기 싸움에 가깝지 않을까.
그런 대화가 이어진다.
문 앞에서 이어지는, 조금씩 높아지는 목소리의 직원과 계속해서 기계처럼 평탄한 목소리를 내뱉는 옵시디언의 대화.
평범한 병원이라면, 복도를 지나다니는 의료진이나, 주변 병실 사람이 뭔가 하고 보러 올 만큼의 소란.
문답은 내 예상 이상으로 수차례 반복되었지만.
결국, 패배한 것은 옵시디언.
절차상 더 이상의 변명이 생각나는 것이 없는지.
“…지금 꼭 하셔야 하는 이야기입니까?”
최초의 질문에서, 조금 어긋난 방향으로 돌아왔다.
절차와 같은, 정론이 아닌.
환자와 병원에서 일어나는, 의료 활동에 대한 정론.
옵시디언은 관리국 직원에게 그렇게 날 선 태도로 반응했다.
…아마 그것은 지금 상황도 상황이지만, 거기에 더해 옵시디언이 관리국에 품은 반감이 그 원인일 것이다.
옵시디언을 포함한 몇몇 매직 카르텔 동료는, 관리국에 반감을 품고 있다.
결벽증 수준의 정의감을 가져 관리국 수준의 악행도 거부하는 사람도 있고.
관리국이 설립되기 이전 시안에게 잡아먹혀, 관리국을 옛 시대 자신들을 억압한 정부와 동일시해 모든 국가적 사회 구성 단체를 싫어하는 사람도 있다.
또, 시안에게 도망치면서 관리국에 연락했지만, 관리국의 반응이 미적지근해 결국 잡아먹힌 문스톤 같은 케이스도….
이렇듯, 각자 성격도 각양각색인 데다, 살아온 삶이 다르니 관리국에 대한 평가도 제각각.
옵시디언의 경우…. 조금 이유가 다르다.
옵시디언…. 그녀는…. 아나키스트다.
다만, 정부나 관리국의 철폐 같은 이야기는, 현실적이지 않다며 그런 극단적인 방향성을 추구하진 않지만.
‘국가나 관리국 같은 거대 단체는 본질적으로 사람을 억압할 수밖에 없습니다.’
‘아무리 자신의 존재를 역설해도 본질은 변하지 않습니다. 필요악도 결국 악입니다.’
‘설령 집단이 이를 이해하고 억압을 배제하려 노력해도, 거대 집단은 그 존재만으로도 상대를 짓누릅니다.’
‘제가 그들을 적대하지 않는 이유는 단 하나입니다. 그들의 존재로 평범한 사람들이 더 많은 자유를 누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그것은 억압 속의 자유일 뿐이지만, 이런 시대에 완전한 자유를 외칠 만큼 배부르진 않았습니다.’
한번, 왜 그렇게 관리국을 싫어하냐고 물어보자 옵시디언이 거의 처음으로 저렇게 길게 해설했다.
내 충성스러운 비서처럼 움직이는 옵시디언은 기이할 정도로 자기주장을 숨기는 편이었고, 저것이 옵시디언이 자기주장을 드러낸 몇 안 되는 케이스였다.
그래도 평소에는, 옵시디언이 관리국에 대해 굉장히 참아주는 편이지만….
지금 상황을 보면.
1. 내가 집중치료실에서 다 죽어가고 있다.
2. 상대가 관리국의 이름을 내세우며, 자신의 이름도 제대로 밝히지 않은 채 병실에 들어왔다.
3. 그리고 이제, 내게 말을 걸려고 한다.
…이건 마치 보면 옵시디언이 싫어하는 억압과 권위 한 세트라고 해도 될 법한 상황.
“예, 저도 알고 있습니다. 한아빈 영웅님의 상황도….”
뿌득.
옵시디언의 이가 갈리는 소리가 들린다.
평소엔 최대한 감정을 숨기는 옵시디언의, 잔뜩 찌푸려진 얼굴.
“그럼 다음 주에 찾아와 주시는 건….”
점차 옵시디언의 목소리 톤이 높아지지만.
“급한 일입니다. 전철을 습격했던, 빌런에 관한….”
관리국의 직원은 기계처럼 냉정하던 옵시디언의 변화를 눈치채지 못했는지, 계속해서 말을 이어나간다.
“…사정 청취는 저희 멤버가 이미 하고 있지 않습니까?”
“그것과는 별도입니다. 해당 빌런 집단의 정체와….”
절대안정이라는 옵시디언의 말에 따르며, 이 상황을 그냥 지켜보고 있었지만.
정체.
그 한 단어가, 내 이목을 잡아끌었다.
“…오비디어.”
“보스…!”
옵시디언이 빠르게 내게 다가와 입을 열었다.
직전까지의 성난 표정을 완전히 지운 채, 걱정하는 표정만을 담은 채.
“나느괘아나….”
“…보스가 그렇다면.”
옵시디언은 나를 향해 굽혔던 허리를 핌과 동시에, 얼굴을 무표정하게 바꾸며 입을 열었다.
“짧게 부탁드립니다.”
길을 열 듯, 짧게 한 발짝 물러나며.
손님을 응대하는 것처럼, 우아하게.
그렇게 짧은 접대를 받은 손님은.
“흠. 실례되는 말임을 알고 있습니다만, 잠시 자리를….”
“….”
그 순간.
공간이 얼어붙었다.
신경이 망가진 나조차 인지할 정도로, 명백하게.
냉기에 가까울 만큼 저릿한 기운이 병실에 깔린다.
관리국 직원의 방금 말로 옵시디언의 분노 임계점이 돌파해 버린 모양이다.
싸움을 말리기 위해 어떻게든 관리국 직원을 옹호해 주고 싶지만.
추워….
지금의 나는 민간인보다 힘이 약한 상황이기에, 나도 관리국 직원처럼 행동이 얼어붙고 말았다.
“…저희 보스가 어떤 상황인지 아시지 않습니까?”
옵시디언은 자신의 적의에 얼어붙은 상대를 빤히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빌런에게 습격당해, 중태 상태입니다.”
말을 끊고, 답해보라는 듯 상대를 빤히 쳐다보는 옵시디언.
하지만, 모든 게 얼어붙은 이 상황에서 상대는 입을 열지 못했다.
“원래 집중치료실은 보호자도 장시간 머무는 것이 금지됩니다. 그런데도 제가 허가를 받아 이렇게 있는 이유, 알고 계십니까?”
또다시, 질문.
직원의 머리엔 무수한 생각이 오가고 있겠지만.
아쉽게도, 입을 열진 못했다.
“호위입니다. 또 다른 습격에 대비하기 위한 호위. 그런데, 호위에게 자리를 비켜달라니.”
상급 영웅은 기운만으로 상대를 죽일 수 있다.
인터넷에서 그런 말을 들었을 땐, 나도 농담인 줄 알았다.
나도 나름 상급 영웅의 반열에 들었고, 선배님과 여기저기 다니면서 기묘한 경험을 여럿 했지만.
기운만으로 죽는 수준의 위압감은…. 느껴본 적이 없다.
하지만, 지금 그게 사실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한다.
목표가 아닌 나조차 몸이 한기를 느낄 정도인데, 위압감을 정면으로 받아내는 직원은 지금 어떤 상황일까.
“혹시 관리국은 상식이 없는 분들의 모임입니까?”
…아니, 이렇게 분석할 때가 아니다.
지금 막지 않으면,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
“…즈어기요.”
그렇게, 온 힘을 다해 입을 열었다.
아프고 제대로 된 발음이 나오지 않지만, 어떻게든, 말을.
그런 내 목소리에 옵시디언의 위압이 사라졌다.
마치, 자신의 깊은 분노보다 내 행동이 중요하다는 듯이.
“호시 기미리라 그런아요…?”
“…아. 예. 그렇습니다. 한아빈 영웅님은 특정기밀취급 라이센스를 취득하셨지만, 나머지 분들은….”
묘하게 빠른 어투로, 쏟아내듯 말하는 직원.
그의 말로, 대충 무슨 상황인지 이해했다.
…공무원 마인드네.
관리국 기밀은 특정기밀취급 라이센스 소유자에게만 공유된다.
만약 특정 집단이 기밀을 접할 필요가 있다면, 단체로 라이센스를 따거나, 동의하에 여러 겹의 발설 금지 제약을 걸치는 것으로 대응한다.
…그리고 나는 매직 카르텔 이름으로 특정기밀취급 라이센스를 획득했지만.
이건 좀 상황이 복잡해진다.
내가 아는 한, 영웅 여럿이 하나의 영웅 번호를 공유한 케이스는 거의 없다.
설령 같은 이야기를 공유하는, 전대물 같은 형태의 영웅이라도 번호는 각자 별개.
하지만 나 같은 경우, 나에게 나머지 멤버가 귀속되어 부활한 형태이고, 본인들도 각자의 영웅 자격을 다시 취득하는 걸 바라지 않다 보니, 십여 명이 영웅 번호를 공유하는 형태가 되었는데.
이 경우, 나 혼자만 기밀을 다루는 것이 가능한 것으로 규칙을 해석한 모양이다.
사실 이 건에 대해서는, 제대로 생각해 본 적이 없다.
만약 다른 멤버가, 이런 개인 자격 라이센스를 따려면 어떻게 해야 하지?
내가 딴 라이센스도 이런 상황을 염려해서 딴 것이 아니고, 관리국에서 잠시 지휘 교육을 받을 때 필요해서 취득한 것뿐.
이 건에 대한 문의가 필요하다는 것을 이해했지만, 지금은 이 상황을 수습하는 게 먼저.
“…그수 노픈 기미린가요…?”
“…아뇨, 그렇게 매우 높진 않습니다.”
그렇다는 것은, 어겨도 처벌이 높진 않다는 이야기.
…물론, 마땅히 지켜야 할 규칙이다.
특히 기밀은 처벌이 약하다거나, 이렇게 대충 관리해도 된다고 생각한 순간 구멍 뚫린 댐처럼 유출되어 버리는 거니까.
하지만, 나도 나름의 논리가 있다.
잘 따져보면 규칙 위반이 맞지만, 대부분 인지하지 못할 우회 방법.
“그으…. 사여마나, 소완무른…. 사관 업죠….”
“….”
지금 직원의 머릿속은 많은 생각이 지나갈 것이다.
그리고, 개인적으로도 마음이 무겁다.
동료를, 사역마나 소환물이라고 칭하는 것은.
그렇게, 생각이 진행되는 순간.
“예. 전, 보스의 충실한 소환물입니다.”
옵시디언은 담담히 내 말에 응해주었다.
그것이, 이 자리에 남는 조건이라면, 받아들이겠다는 듯.
“미…안….”
“괜찮습니다. 보스. 저흰, 목숨을 빚지고 있으니까요.”
그런 우리의 대화가 끝나자.
한참 눈알을 굴리며 생각에 잠겼던 직원은.
“…그럼, 말씀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이것이 이 자리를 원만히 끝낼 합의임을 이해했는지, 입을 열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