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r. Magical Girl RAW novel - Chapter (671)
마법소녀 아저씨 외전 68화(671/671)
068. 매직 카르텔(19)
내 말에 해피니스 드롭은 반응하지 않았다.
아니, 정확하게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녀는 내 말이 끝나자 빤히 내 눈을 바라보았고.
처음에는 조금 탁해져 있을 뿐 평범한 사람의 눈이었던 그녀의 눈은, 조금 시간이 지나자 어느새 붉은 피가 얼룩처럼 흩뿌려진 검은 허무가 되었고.
뭉쳐 허무를 이루는 그녀의 이성과도 같은 희미한 검은 선 하나하나는, 망망대해에 늘어선 암초와도 같은 붉은 점을 휘감으며 굽이치고 흐트러져, 흐름을 예측할 수 없는 거대한 소용돌이가 되었다.
멀리서 본다면 단순한 허무지만, 가까이서 바라보면 어떠한 형태가 깃든 눈동자.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지만, 그 눈 맞춤은 기이할 정도로 날 매혹했고.
시간을 인지하지 못할 만큼 기이한 선들의 흐름 사이, 나는 어떤 생각을 떠올렸다.
유체역학의 완전한 예측이 가능한가에 대한 명제는 이계의 힘을 빌려도 아직 증명되지 않았다.
지금 상황과 어울리지 않는 쓸데없는 잡학이 떠오른 것은, 우연이 아닐 것이다.
눈앞의 소용돌이가, ‘해피니스 드롭의 정신을 의미하는 것 아닐까?’ 하는, 추측.
단적으로 말해 그녀는 미쳤다.
나름대로 친분이 있고, 두 번째 스승이라 할 수 있는 해피니스 드롭이지만, 이건 나도 부정하지 못한다.
선배님이 정의에 대한 갈망과 애정욕구로 뒤틀렸다면.
그녀는 순수하게 타인에 대한 구원으로 뒤틀렸다.
그리고, 뒤틀림의 밀도는 그녀, 해피니스 드롭이 월등하게 짙다.
행복의 기준은 그녀이며, 상대의 결과를 정의하는 것도 그녀이며, 과정도 그녀에 의해 정해진다.
그녀 앞에 어떤 평범한 소시민이 있다고 해보자.
해피니스 드롭은 그 사람을 보고, 단숨에 죽였다.
피해자가 죄가 있는 것도, 행복하지 않아서도 아니다.
상대의 삶이 불행하다고, 우리가 이해하지 못한 척도로 판단했고, 이해하지 못할 통찰을 통해 미래 상대의 삶에 나타날 고통보다는 죽음이 더 행복하다 판단을 내린 것이다.
그녀의 가치 속에서는 그것이, 구원.
다만, 그 정도로 미친 것은 무언가 전파가 머리에 계속 박혀서 최소한의 인간성도 잃어버려서라고 본인이 웃으면서 해설했고.
지금처럼 전파가 닿지 않는 콘크리트 지팡이 속에서는 평범한 사람보다 조금 미친 정도라고 주장했지만.
결국, 미쳤다는 사실은 동일하며, 그 변명조차 결국 그녀의 주장일 뿐.
나름대로 해피니스 드롭과 잘 해온 나지만.
어느새, 역린을 찔러버린 게 아닐까.
타인은 이해할 수 없는, 그녀만의 어떠한 가치판단 속에서.
유체의 정확한 흐름을 이해하지 못하듯.
그녀의 정신 또한, 거대한 소용돌이와도 같은, 무언가니까.
회전하고, 회전하고, 회전하고, 휘몰아쳐서, 격류처럼 말려드는, 모든 정신을 삼키는 소용돌이.
그런 눈동자에 나는 잡아먹혔다.
생각도, 시간도, 감각도, 판단도.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그저 무수한 생각의 파편들만을 떠올리며, 눈을 마주쳤다.
얼마나 지났을까.
내 모든 흐름을 집어삼킨 허무한 눈동자의 소용돌이는.
“…음. 안 먹히네.”
갑작스러운 말 한마디에 천천히 스러졌다.
고개를 들고 시선을 멀리하며.
눈과 눈 사이의 거리가 멀어지자, 그녀의 눈은 다시금 초점 없는 탁한 눈으로 내 시선에 비추어졌고.
“무슨 뜻이죠?”
나는 되물었다.
그녀의 이해할 수 없는 말에 대해서.
해피니스 드롭은 그에 천천히 고개를 갸우뚱거렸고.
“아? 별거 아냐. 기억 소거 좀 하려고 했지. 실패했지만.”
상당히 끔찍한 이야기를 입에 담았다.
왜.
그런 의문이 머리에 떠올랐지만, 그녀의 말과 행동이 더 빨랐다.
정신이 달아오르기라도 한 듯, 부엉이처럼 인간에게 허용되지 않는 각도로 목과 머리를 꺾으며.
“해 본 적은 없지만, 옛날이라면 쉽게 성공했을 텐데 이제는 힘들겠네. 제대로 각 잡고 하거나, 의도치 않은 정신적 손상을 입힐 각오로 공격해야 한다는 뜻인데. 둘 다 어렵지.”
일상적인 잡담을 하듯, 웃음기와 평범함을 담은 목소리와 어투로.
“이야, 많이 성장했어. 아빈아. 너라면 이 세계 기준 탑 27에 들 거야. 정신계 한정으로. 신청한다면 해피니스 드롭 보장 ‘대단합니다.’ 증서 정도는 줄게. 어떤 기관에서도 인정하지 않겠지만.”
낄낄거리는 목소리가 여러 정보를 흩뿌리지만.
흩뿌려지는 정보에는 중요한 것이 담겨있지 않았다.
“…왜.”
어째서 그런 일을 했는가에 대한 질문.
“왜…? 라. 상당히 재미있는 질문이네. 그건 간단하잖아?”
해피니스 드롭은 그리 말하며 박수 치듯 양손을 부딪쳤고.
우드드득.
박수에서 나서는 안 되는 소리가, 핏빛 공간에 흩뿌려졌다.
맞부딪친 양손의 살점과 뼈가 박살 나는 소리.
양손을 분쇄함으로써 나오는, 광기 어린 박수.
엉망이 된 해피니스 드롭의 손에서, 폭포수처럼 피가 쏟아져나오고.
해피니스 드롭은 피가 흩뿌려진 얼굴에 뒤틀린 초승달과 같은 미소를 그렸다.
“세상엔 모르는 게 더 좋은 정보가 많은 법이란다. 너희 스승이 무덤까지 안고 가려 했던 그 지하처럼.”
해피니스 드롭의 목소리에, 기억이 피드백된다.
선배님이 원죄라 말했던 죄악 중 하나.
지하 깊은 곳의 공장.
그 강력한 피드백에 구토가 일었지만.
“…정신 방벽을 돌파하는 정석적인 방법.”
구토를 참고, 머리를 흔들며 머리에 내린 식은땀을 흩어냈다.
“오?”
“트라우마를 창 삼아, 구멍을 뚫는다. 작은 구멍 하나로도 할 수 있는 일은 많으니까.”
그래, 이건 모두 연출이다.
저 뒤틀린 웃음도.
손에서 쏟아지는 피의 폭포도.
모두, 정신 방벽을 꿰뚫기 위한 술수.
이질적인 환경을 마주한 사람은, 대부분 방어적인 반응을 보인다.
무엇이 일어나는지 알 수 없기에, 긴 시간 동안 유전자가 생존에 유리한 요소를 추린 것처럼, 본능적으로 상황을 파악하고 움직이기 위해.
그것은 밖으로 나오는 육체적 행동뿐만이 아니며, 정신적 행동도 똑같다.
이질적, 기이함, 공포스러운 상황을 마주하고 방벽 안에 틀어박힌 정신은, 고슴도치처럼 가시를 세우며 주변 전부를 경계하고.
완전한 방어 태세의 정신은, 부풀어 오른 풍선처럼 준비된 바늘에 너무나도 쉽게 터져버린다.
이것은 정신 방어의 역설적인 측면을 보여준다.
아무 정보도 없는 상황에서 방어적인 태도로 행동하는 것은, 통계적으로 올바른 행동이다.
성급한 사람은 가장 먼저 희생자가 되기에.
하지만, 정신 방어의 측면에서는 다르다.
정신계의 싸움은 서로가 칼을 들고, 합을 맺어가는 과정이며, 대화의 과정.
상대의 공격에 합을 맞추지 않는다면, 일방적으로 공격을 당할 뿐.
정신계의 싸움이란, 공격해 오는 상대를 향해 움츠러들지 않고 자신의 의견을 설파하는 것을 말한다.
여러 프로토콜이나, 기계, 알고리즘을 통해 방어하는 방법도 있지만.
그것은 보조적 수단일 뿐.
그렇기에, 가장 원초적인 대화의 자세로. 상대에 맞서야 한다.
맞서기 위해 꺼낸 의견이 논리적이거나, 상대의 의견을 논파할 필요는 없다.
그게 더 효과적인 것은 분명하지만, 절대적이지는 않으니까.
누군가는 광기에 빠져 맥락 없는 무수한 말을 내뱉음으로써 나락의 핏빛 늪을 만들었고.
누군가는 어떤 의견에도 ‘꺼져.’라는 말을 돌려줄 정체된 정신으로 철벽의 성채를 만들었다.
그렇기에, 나는 말한다.
“해피니스 드롭, 당신이 저에게 알려준 내용이죠.”
제 의식은 이미 모두 읽고 있겠죠?
이건, 선배님이 알려준 것이 아니다.
선배님은 그 정도로 섬세하지 못하니까.
그렇기에, 상대에게 합을 시작한다.
입으로 낼 필요는 없지만.
“몰라도 될 정보는 없어요.”
모름으로써 인생이 행복해지는 정보가 있다는 의견에는 동의한다.
지하 깊은 곳의 공장처럼.
하지만, 그것은 나에게 몰라도 될 이유가 아니다.
“저는 알고 싶어요.”
많은 것을, 내가 모르는 것을.
고통스러운 정보도, 차라리 몰랐으면 하는 정보도.
후회를 쌓아 올리는 나에게는.
수많은 이들의 목숨을 짊어진 나에게는.
“앎으로서, 더 많은 길이 열리니까.”
지식이란, 다다익선이 아니다.
모르는 자가 행복하다는 말이 있듯.
모르기에 행복할 수 있다는 것은, 이해할 수 있는 논리다.
하지만, 그것에 올바른지 아닌지는 모른다.
바다를 모르는 우물 안 개구리의 행복이 잘못되었다고 우리가 말할 수 없듯이.
부유함을 알지 못해 관심 없는 이의 작은 행복에 대해, 재산이 많은 자의 자랑 이야기가 무의미하듯.
만족감과 지식은 직접적인 연관이 없다.
하지만, 지식은 한가지 힘을 내려준다.
많은 것을 알수록, 선택지가 넓어진다.
퍼져나가는 길이, 간파할 수 있는 길이.
행복이나 고통과 무지와 상관없는, 앎으로서 보이는 길.
그것은, 눈앞의, 그녀가 집착하는 행복과는 거리가 먼 사고방식이지만.
“그러니까. 설명해 주세요.”
휘릭.
공기를 가르는 소리가 세 번 들렸다.
하나는, 저편.
해피니스 드롭이 재생한 손에 들린, 거대한 낫.
둘은, 내 쪽.
양손에 들린, 화살을 닮은 핏빛 단도.
우리는 서로를 마주 보았고.
나는 이해했다.
우리 둘의 이 무구는, 본질적으로 같은 능력이라는 사실을.
가장 기본적인 정신계 이능, ‘접촉’을 압축한 무구.
우리 둘은 서로 다른 길을 걸었지만.
도달점은 동일했다.
누가 가르쳐주지 않았어도, 이것이 정신계 마법의 극의라 생각하며.
“아하하하하하!”
해피니스 드롭이 웃기 시작했다.
뒤틀린 웃음이 아닌, 즐거움이 가득한 목소리로.
등 뒤로 낫을 치켜들고, 나를 향해 돌진하며.
지금 내 표정이 어떨까.
보이지 않지만.
웃고 있다.
결론 내렸다.
내가 취한 표정 근육의 감각이 아닌, 언제부턴가 어긋난 정보습득을 통해.
그렇기에, 나 또한 땅을 박찼다.
턱없이 느리지만…. 상관없다.
이것은 정신의 이야기.
피하는 것이 아닌, 합을 맞추는 이야기.
대화란, 쌍방통행이기에.
탁.
박차는 소리와 함께, 바람이 몸을 타고 흐른다.
생각이 가속되고, 움직임이 느리게 느껴지기 시작한다.
많은 생각이 피어오른다.
상대에 대해, 나에 대해.
지금까지 해피니스 드롭과 나는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인생에서, 세 번째로 많은 대화를 나눈 상대가 아닐지 싶을 정도로.
그녀를 통해 나는 많은 과거의 사실을 알았고, 다른 방식의 사고를 얻었으며, 새로운 재능을 개화시켰다.
서로의 비밀을 나누었고, 작은 일상생활에 대한 스몰 토크를 하였다.
하지만, 그 긴 시간 동안.
우리는 한 번도 진심을 나누지 않았던 것 같다.
나는 내 자신을 내보이기 꺼렸기에, 한없이 상대에게 맞춰주는 것에 익숙했고.
미친 뒤의 해피니스 드롭은, 타인에게 강요가 아닌 설득을 한 적이 없다.
부딪치지 않기에 평화롭지만, 한 번도 맞닿은 적 없는 평행선.
오늘, 짧은 몇 마디 되지 않는 대화야말로.
우리가 어쩌면 처음으로 서로에게 던진 진심 어린 대화.
그리고.
캉. 캉.
무기가 맞부딪친다.
내민 두 자루의 단검과, 휘둘러진 낫.
잠깐은 평행을 유지했지만.
그것은, 찰나뿐.
쨍그랑.
유리 깨지는 소리와 함께, 내 손에서 단검은 조각나 흩뿌려졌고.
서걱.
휘둘러진 붉은 낫은, 내 양 눈을 썰어내며 지나갔다.
패배의 기억이 머리에 새겨지고.
마지막 시선은, 핏빛 그림자를 남긴 채, 서서히 감겨, 붉게 변했다.
* * *
“일어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