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r. Magical Girl RAW novel - Chapter (77)
마법소녀 아저씨 77화(77/671)
77. 얼굴 없는 자들의 노래(1)
【사람은 얼굴이 없으니】
조금 전 말을 정면으로 부정하는 공포스러운 목소리.
이계침식이 발동된 것만으로도 심각한데, 하필이면 사람이라는 넓은 범주를 포함하는 이계침식. 당장이라도 욕이 튀어나오려 하는 입을 틀어막고, 주변을 둘러보았다.
“둘 다, 괜찮으면 말을 ….”
고개를 돌리자, 할 말을 잊어버렸다. 끔찍한 것이 거기 있었다.
분홍빛 거죽으로 몸을 감싸고, 검은 점이 찍힌 투명한 유리구슬을 몸에 두 개나 박아넣은, 몸 여기저기 구멍이 뚫린 존재.
대략적인 실루엣은 나와 비슷하게 생겼지만, 몸에서 뻗어 나온 육체의 말단이 다섯 갈래로 나눠진 형태는 본능적으로 혐오감을 느끼게 했다.
그 대참사를 보자, 이 이계침식의 성질을 이해하였다.
문장에서의 얼굴은, 사람의 어깨 위에 달린 단순한 부위를 가리키는 것이 아니었다.
‘인간이란 무엇인가?’
그 자체에 관한 질문. 그에 대답할 답이 마땅치 않고, 기분도 나빠 고개를 돌렸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인간은 저리 생기지 않았다는 사실뿐.
애초에 여기에는 인간이 아닌 존재가 있지 않았던가. 그라면 이 정신의 마모를 해결해 줄 수 있을 터.
그를 믿고, 고개를 돌렸다.
꿈틀거림이 보여왔다.
흰색의, 역한 존재들의 꿈틀거림.
그 광경이 나의 장기를 재미있게 뛰도록 만들었다.
차에 치여 길가에서 죽어가는 개의 모습을 본 적이 있는가?
아니면, 방치되어 있던 지성 있는 존재가 죽음으로서 지성 없는 존재의 묘판이 되어, 수십만의 새로운 생명을 만드는 장면은?
손톱만 한 작은 존재가 지성을 뒤덮고, 표면을 감싸, 생물의 과거를 파먹고 검은 안개가 되는 것을.
그러한 양식미를 가진 거대한 존재가, 무너지듯 흐드러진 혼돈의 규칙적 존재성을 보이며 그 흐물거리는 깊숙한 구멍을 열었다.
“애당초 그리 간단한 것이 아님을 알고 있지 않았던가.”
윙윙거리는 소리가 끝없이 겹쳐나가며 그러한 목소리를 만들었다.
괴인이 사람인가에 관한 질문에 대한 답은, ‘예’였다.
겹눈을 가진 부패의 대왕이 소리가 튀어나올 구멍을 엶으로써, 검은 안개가 피어나와 나를 감싼다.
끝없이 겹치며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귀를 아프게 만든다.
까끌까끌한 작은 발이, 지성 없는 존재의 털이 내 피부를 간지럽힌다.
수많은 감각이 나를 뒤덮어나간다. 나라는 존재를 잠식하듯.
그러한 방해 덕분에 뭔가를 생각하려 해도 집중할 수가 없었고, 그 상황을 벗어나고자 오른쪽에 달린 내 중간선상수를 휘둘렀다.
붕.
내 자랑스러운 상수가 붉은 근육을 자랑하며, 검은 안개를 가로질렀다.
작은 존재들이 흩어진다.
그 덕에 생각을 가로막던 무의미한 자극들이 흩어지고, 다시금 생각을 이어나갈 수 있었다.
생각해보자.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난 거지.
다시 나를 쫓아오는 검은 안개를 피하고자, 하반척점막을 스프링 화해서 뒤로 뛰어넘고, 두 인간형 존재를 바라보았다.
하나는 얼굴을 감싸고 이상한 소리로 울부짖고 있었고, 하나는 갈팡질팡하며 어쩔지 모르는 모습.
아무래도 저 인간 형태의 생명체 둘은 적이 아닌 모양이다. 이런 혼란스러운 상황에서도 이쪽을 공격할 기미는 보이지 않으니.
논리적으로 생각해보면 한아빈과 이르아인가.
이상한 행동을 보이는 것은 아마 저 둘도 나처럼 인간 같지 않은 형태를 보고 이성을 잃은 거겠지.
한 발짝 떨어져서 지켜보니 꽤 재미있는 상황이긴 하다.
이토록 순수하게 정신만을 자극하는 이계침식은 처음이니.
저 둘은 사람의 원형을 유지하지 못했음에도, 자신의 몸을 자유자재로 움직이며 몸을 뒤덮고 있는 검은 혐오물의 안개도 없는 것처럼 행동하고 있다.
“그럼 이 유판류들은 환각인가.”
예쁘게 세로로 움푹 팬 입에서 커다랗고 아름다운, 날카로운 소리가 흘러나왔다.
혼잣말의 높낮이도 조절하지 못하다니. 나도 흥분한 모양이다.
나에게 다시 달라붙으려 하는 유판류 떼를 내 말단으로 쳐냈다.
아무리 나 혼자에게만 존재하는 환각이라고 인지했다 한들, 이 정도로 현실적이면 실제로 존재하는 것이나 다름없으니.
생각할 것도 많은데, 계속 달라붙으면 방해되기도 하고.
사방으로 뻗은 단말을 몸에 감아 조이자, 심적으로 안정되었다.
사람이 흔히 취하는, 자신의 굵은 단말로 자기 자신을 구속하는 자세.
그를 통해 잡생각을 지우고, 상황이 흘러가는 것만을 관찰하였다.
* * *
잠시 시간이 지나.
한아빈으로 추정되는, 분홍 거죽을 뒤집어쓴 생명체는 정신을 잃었는지 거죽으로 투명한 구슬을 막으며 행동을 멈추었고.
이르아로 추정되는, 거대한 단백성 더미는 조용히 자신의 군체를 허물며 그 자리에서 움직임을 멈추었다.
두 명 모두 외형이 혐오스러운 그대로이긴 하지만, 적어도 상황이 더 나빠지진 않았다.
계속해서 나를 향해 날아드는 검은 유판류만 제외하면 아무 일 없이 조용한 상황.
이 상황은 너무나도 이상하다.
묘하구만.
왜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지?
계속 기다려보았지만, 뭔가가 더 일어나려는 조짐은 보이지 않았다.
적이 습격해오지도 않았고, 이계침식이 더 심해지지도 않았다.
가능성은 두 가지 정도인가.
첫째, 이계침식을 펼친 이가 전투능력이 없어서, 우리의 정신이 무너지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둘째, 우리를 노리고 이계침식이 생긴 것이 아니고, 어디까지나 우연히 휘말린 것이다.
어느 쪽이든 검증을 위해선 자료가 필요하겠군….
일단 움직여볼까.
아까부터 감각을 넓혀 수상한 것을 찾으려 해보았지만, 묘하게 상태가 좋지 않다.
팔감에 마치 안개가 낀 것 같은 기묘한 감각.
그중 시간 감지와 공간 촉감이 유독 이상하다. 마치 이제야 그 감각의 사용법을 알게 된 것처럼.
오염지대라 그런가.
움직이자고 생각했으니, 천천히 몸을 움직여 점막을 떼어냈다.
생각보다 오래 앉아있었는지 눌어붙은 점액이 뜯어지는 감각을 느끼며, 조금씩 몸을 옮겼다.
윙. 윙.
이놈의 혐오물은 대체.
현실성을 위해서일까. 몇 번 쫓아내자 달라붙는 빈도가 줄어들긴 했지만, 여전히 달라붙는 그것들을 흩어내며 주변을 흩어보았다.
넓게 퍼진 황무지, 저 멀리서 들려오는 흐느끼는 소리.
“너는 사람이라 할 수 있나? 시체 위에 피어난 마법 유체가. 지하에서 한 번 죽었던 주제에.”
윙윙거리는 소리가 자아내는 환청.
그 모든 것을 감내하며, 이 귀찮은 이계침식을 일으킨 원인을 찾아 황야를 떠돌았다.
* * *
햇볕이 강해지고, 시간이 지날수록 잡생각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오염지대가 이리 귀찮은 장소는 아니었는데, 대체 무슨 일인지 원.
뇌신을 만난 것도 그렇고, 요즘 이상하게 내 주변에서 사건이 자주 일어나는 것 같단 말이야.
나 자신에게 크게 문제가 생긴 것이 아니기 때문일까. 다급한 감정은 솟아오르지 않았다.
다른 둘은 아예 형태 자체가 변한 것 같지만, 나는 사람의 모습 그대로인 데다가, 행동에 지장도 없으니.
약간 몸 여기저기가 내 몸이 아닌 것 같은 기분이 들긴 하지만, 그건 이계침식에 흔히 있는 문제고.
“정말, 어디 있는 거지.”
이상할 정도로 몸에 무력감이 감돌고, 전체적으로 찌뿌둥하다.
빨리 원흉을 처리해야 할 텐데.
“넌 사람이 아니기 때문이다. 절망하여 몰락한 옛 영웅의 시체를 뒤집어쓰고 그를 자처하고 있는. 껍질.”
거기에 더해 이놈의 환청은 뭐 이리 시끄러운지 모르겠다. 평소에 듣는 거에 날갯짓 소리만 섞였을 뿐이니 환청이 맞긴 한 것 같은데.
뭔가 레퍼토리라도 다양하면 모르겠지만, 죄다 한 번씩 들었던 말뿐이니 재미도 감흥도 없다. 저런 말로 꺾일 거라면, 애초에 이렇게 버텨오지도 않았으니 말이다.
“이걸로 보고서를 써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어.”
제목은 정신계 이계침식의 문제와 그 귀찮음에 대하여. 내용은 한 번 제대로 당해봤더니 엿 같더라.
꽤 괜찮을 것 같군.
겸사겸사 내 영웅명도 바꿔 달라고 신청하면 될 것 같다.
커리큘럼 자료로 등록되면 성과금도 나올테고.
“영웅명을 더럽힌 자가, 어찌 자신의 이름에 불만을 가지는가.”
환청 성능 죽이네.
이것도 이계침식 영향인가?
마음을 읽고 가장 짜증 나는 부분을 파고드는 것? 그놈의 지하 이야기는 그만 들었으면 하는데.
이미 수천수만 번 듣고 고찰한 환청이며 내면이기에 이제 와서 정신이 이상해지진 않지만, 그래도 괜히 듣고 있으면 짜증이 나는 종류니.
그렇게 아무렇게 돌아다니는 와중, 묘한 감각이 일었다.
‘여기로 가지 마라!’라고 본능이 속삭이는 듯한 장소.
생각에 앞뒤 맥락이 없는 것을 보면, 정신 조작의 영향임이 확실.
“꽤 강한데….”
아마 평범한 사람이라면, 자신이 정신 마법에 휘말렸다는 사실조차 인지하지 못하고 무의식적으로 발길을 돌렸을 것이다.
하지만, 나한텐 별거 아니지.
계속 강해지는 정신 마법을 나침판 삼아 몸을 옮겨나가자, 끝없이 펼쳐질 것 같았던 대지에 변화가 생기기 시작하였다.
발자국, 바퀴 자국.
일직선으로 잘려 나간 풀들.
누군가가 통행을 위해 이용하는 것이 분명한 인위적인 증거들.
머리에 붙어있던 감각기관을 몸으로 내려, 그것이 향하는 장소를 파악하였다.
“저긴가.”
아무것도 없는 장소.
그렇지만, 거기에 뭔가가 있다는 것을 확실히 인지하자, 수상한 점이 확실하게 감각에 잡혔다.
무서울 정도로 아무것도 없다.
냄새도, 공기의 흐름도, 뭔가의 움직임도, 시간도, 공간도.
모든 것과 괴리된 장소.
그렇기에, 저기에 뭔가 있다.
“가볼까.”
이계침식과 관련이 없을 수도 있다. 하지만 단조로운 탐사에서 뭔가를 찾은 것이라고는 이번이 처음.
앞으로 나아갈 수밖에 없다.
그렇게 길을 따라 몸을 움직인 지 몇 분이 지났을까.
퉁.
허공을 향해 단말을 휘두르자, 뭔가에 가로막힌 듯 튕겨 나왔다.
“…여기군.”
보호 마법이나, 결계. 아니면 대충 그 비슷한 무언가로 보호되는 장소.
감각까지 차단하는 것을 보아하니, 꽤 강력한 방어막임이 분명.
그래 봐야 내 일격에는 아무 의미가 없지만.
몸을 뒤로 비틀고, 중간선상수에 힘을 모았다. 촉수는 붉게 달아오르며 자신이 힘을 모았음을 보여왔고.
내부의 근육이 충분히 뒤틀렸음을 인지함과 동시에, 힘을 해방하였다.
쾅.
단말과 보호막이 부딪히며, 거대한 폭음을 만들었다.
당연한 일이다. 세계도 가르는 나에게 이따위 보호막이 무슨 소용이 있을까.
그리 생각하며 먼지가 가라앉음과 동시에 진입하려 하였으나.
“…뭐지?”
보호막은 멀쩡한 그대로였다. 금하나 가지 않고, 처음 그대로.
이럴 리 없다.
내 힘이 먹히지 않을 리가.
이계침식에 삼켜진 이후, 처음으로 격한 감정이 피어났다.
몸을 비튼다.
단말을 휘두른다.
보호막과 충돌한다.
단지 그것의 반복.
그렇지만, 몇 번을 하고, 몇 번을 하여도 결과는 똑같았다.
힘 조절에 실패했다고 생각했다. 이계침식이 뭔가를 작용했다고 생각하여 힘을 끌어올렸다.
그렇지만 결과는 같았다.
내 힘은 이 보호막에 미치지 못한다. 내 힘이 패배했다.
“무슨…일이 일어난 거지?”
“그게 너의 한계다. 가짜 영웅. 사람의 탈을 쓴 괴물. 독선의 정의.”
“닥쳐!”
환청에 소리를 질러봐야 의미 없다는 것을 안다. 하지만, 그리하지 않고서는 견딜 수 없었다.
이럴 리 없다.
나는 크림슨 해머. 정의의 영웅.
힘으로는 절대 패배하지 않는 물리력의 극에 도달한….
…크림슨 해머?
오른쪽의 그것을 내려다보았다.
붉은 근육이 수없이 얽히며, 강인하게 단련된 아름다운 촉수.
지금도 겉으로 드러난 핏빛 근육을 자랑하며 격하게 맥동 치고 있다.
이것은 분명 나의 자랑이다. 인류의 수많은 적을 분쇄하고, 사람들을 지켜온 나의 무기.
그런데 왜. 내 영웅명은 크림슨 해머지? 어째서 해머?
생각이 뻗어나가기 시작한다.
처음부터 잘못된 것이 있었다며.
옛 기억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이계침식 이후에 겪은 위화감과 오류.
왜 팔감이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았지? 왜 행동이 그렇게 불편했지? 왜 나의 이름은 망치지? 이 단말로는 망치를 들 방법이 없는데?
하나씩 하나씩 쌓인 오차는, 조금씩 어떤 방향으로 나아갔다. 내가 처음부터 당연시했던 게 틀렸다고.
“지금 나는 사람의 모습을 하고 있지 않은 건가.”
나는 처음부터 당연히 나의 모습이 사람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것이 틀렸다면?
당연했던 상식을 부정하고 나니, 생각은 빠르게 확장된다.
생각해라, 본래 사람이란 어떻게 생겼는가.
망치를 쥐는 단말은 어찌 생겼지?
휘두르는 방법은?
빠르게 흘러가는 머릿속에서, 누군가의 모습이 떠올랐다.
내가 처음 보았던 혐오물체.
분홍빛 거죽을 뒤집어쓰고, 촉수기관의 말단이 나누어졌던 흉한 생물.
어째서인지 그것이 망치를 쥔 모습을 떠올리자, 빠르게 이해할 수 있었다. 그것이 사람의 형태라고.
금빛 망치를 휘두르며, 밝게 웃는 미치광이.
그것이 나라는 것을 이해했다.
이계침식으로 강제로 변경되었던 몸은 정신이 자신의 모습을 인지함에 따라, 세계의 법칙을 무시하고 본래 모습을 되찾았다.
우드드드득.
이치의 반동을 무시한, 급격한 변화 탓인지 뼈가 부러지고 몸에 존재하는 모든 구멍에서 피가 뿜어져 나왔지만, 기분만큼은 상쾌했다.
머리에 낀 안개가 싹 걷어나간 듯한 해방감.
그에 맞춰 검은 파리 안개들도 모두 사라졌고, 나는 망치를 집어 들었다.
“아. 그래, 이거지.”
익숙한 감각인, 망치의 묵직함이 손을 따라 올라왔다.
어쩐지 촉수는 손맛이 없더라.
눈앞에 빛나는 보호막이 보였다.
“자. 그럼 다시 가 볼까.”
나는 앞으로 발을 디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