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r. Magical Girl RAW novel - Chapter (90)
마법소녀 아저씨 90화(90/671)
90. 나 때는 슬퍼할 시간도 없었어.(2)
“아니지, 복제 괴인이라 불러야 하나? 괴인 뇌신?”
사실 뇌신이라 부르기도 아까운 존재건만, 그 묘하게 눈에 익은 얼굴이 나를 유하게 만들었다.
아직 그녀를 죽인 죄책감이 조금 남은 것일까. 인류의 적이자, 뇌신의 일부 따위에게 이런 태도를 보이다니.
“개인적으로는 그냥 뇌신이라 불러주면 좋겠는데.”
가증스러운 웃음이 얼굴에 서렸다. 분명 본래의 뇌신과 웃음의 모양은 똑같지만, 묘하게 뒤틀린 듯한 웃음.
묘하게 속이 들끓어 품에서 금속 막대를 꺼내 입에 악물었다.
까득.
차분해지는 감촉 속, 가짜 뇌신이 고개를 까닥이며 금속 막대를 손으로 가리켰다.
“그거, 뭐야? 내 기억에는 그런 거 없는데.”
그럴 리가. 뇌신이라면 모를….
….
과연. 어중간한 복제인가.
복제 괴인과 이렇게 차분히 대화를 나눠보는 건 처음인지라 몰랐던 사실이군.
다짜고짜 공격해 오지 않는 것을 보아하니, 아무래도 복제형 괴인은 어느 정도 본체의 성향을 따른다는 말이 맞는 것 같다.
어찌 되었건, 나는 그 말에 답하는 대신, 바닥에 나뒹구는 남자를 발로 툭툭 차며 대답했다.
“진짜 뇌신은 이렇게 사람 안 볶아먹는다. 뇌신이라고 듣고 싶으면 적어도 기억 따라 행동하던지.”
“그렇지만, 그 녀석 애들한테 마약 팔고 있던데? 죽어도 싼 녀석이야.”
그 말을 듣고, 발아래의 남자에게 시선을 돌렸다.
노릇노릇하게 구워져 고기 익는 냄새가 올라오는 피해자.
발로 건드려 보니 꿈틀거리는 것이 죽진 않은 모양이다. 마약 파는 녀석이 멀쩡할 리는 없으니, 죽지만 않을 정도로 발로 차버렸다.
“끄아아아악!”
절망에 찬 비명을 무시하고, 가짜 뇌신을 보자, 그녀는 더더욱 뒤틀린 미소로 입을 열었다.
“그래도 내 말은 들어주네?”
“슬럼가에 사는 녀석이니 대충 맞겠지. 틀려도 뭐, 죽기 전에 치료만 해주면 되는 것 아닐까.”
“이하람답네.”
까득.
짜증 나는군. 묘하게 뇌신다운 분위기를 풍겨서 더더욱.
“목적이 뭐냐.”
“순순히 대답해 줄 것 같아?”
“그럼, 여기서 죽던지.”
쿵.
오른손에서 뻗어 나온 망치가 떨어지며 바닥을 부수자, 뇌신의 얼굴에서 웃음이 사라졌다. 내 말이 진실임을 알아차린 듯이.
“거짓말로 이 상황을 넘기려고 해봐야, 네가 뇌신이라면 충분히 구분 가능하니 솔직히 불어라.”
“….”
그녀가 잠시 망설이기를 10여 초.
나치고는 많은 시간.
“사회에 조용히 숨어든 후, 명령이 오면 전산망을 마비시키고 발전소 습격하라는 명령이 내려졌어.”
“누구에게 받은 명령이지?”
“몰라. 그냥 난 그걸 하기 위해 태어났어. 생각해도 머리만 아파.”
너무나도 평탄하게, 당연하게 열리는 입. 당연히 그래야 한다는 듯.
과연, 이야기의 끝의 존재가 내리는 지배력은 저런 식인가.
미리 정보를 알’시린과 알’셸에게 듣고 온 덕분에 이해하기 쉬웠다.
확실히 린슈아와는 다르군. 린슈아의 명령은 좀 더 추상적인 것에 가까웠는데.
예를 들면, 친구가 되어줘, 맘껏 날뛰어, 똑똑하고 차분하면 좋겠어.
그나마도 명령과 다르게 자란 녀석들이 있는 것을 보면, 린슈아는 명령의 권한은 있지만, 강제력은 없는 모양.
아마, 가짜 뇌신은 저 명령에 스스로 저항하기 힘들겠지.
그렇다면 의문이 생기는데.
“그러면, 왜 여기서 소란을 일으켰지? 조용히 사회에 숨어들라는 명령과 대치되지 않나?”
“짜증 나니까. 영웅으로서 당연한 거 아냐? 나쁜 놈을 죽이는 건.”
영웅이라.
툭. 툭.
다시 발로 몇 번 인간 형상의 쓰레기를 건드려 보자, 여전히 꿈틀거리는 반응이 돌아왔다.
아직 살아있군.
“영웅으로서 민간인을 공격할 권한은 없을 텐데?”
“암살부대에 속했던 이하람이 그러니 안 어울린다.”
저 기억은 있다고? 이 막대에 대한 기억은 없으면서? 구멍 송송 뚫린 스펀지도 아니고.
뭐, 상관없나.
이걸로 필요한 자료는 모였고, 이제 뒤처리를 해야겠지.
오른팔에 대충 걸쳐있던 망치의 손잡이를 잡고, 약간 힘을 불어넣어 허공을 갈랐다.
바람을 가르는 소리를 내며, 어깨 위에 안착한 망치. 그것을 어깨 위에서 흔들어 툭툭거리는 소리를 내며 입을 열었다.
“얌전히 정보를 내어줘서 고맙군. 그럼 너를 위한 선택지다. 얌전히 이계로 사출될 테냐? 머리가 으깨져서 죽을 거냐. 개인적으로는 얌전히 사출을 택해주면 좋겠다만.”
적을 향해 살기를 뿜었다.
그 순간, 적은 곧바로 반응하여 몸을 검은 번개로 변화시켜 내 눈앞에서 사라졌다.
파직. 파직. 파직.
내 몸 근처에서 몇 개나 되는 공격의 전조가 느껴졌다.
뇌신강림이라. 약간 어설프긴 해도, 뇌신의 복제긴 한가.
겉모습은 나이를 먹은 뇌신이지만, 실력은 전성기의 일부분이라. 거기에 기억은 엉망진창. 성격은 나이가 든 뇌신.
“누더기구만.”
아무렇게나 잘라 붙인 무언가.
딱 그 정도 수준의 무언가.
파직.
전조가 느껴지는 방향을 향해 억지로 고개를 틀었다.
등 뒤.
덕분에 상반신이 젖혀지고, 목에 막대한 부담이 가해졌지만. 놀라는 가짜 뇌신의 표정을 보고 있자니 약간 기분이 나아졌다.
자신의 위치가 파악되었기 때문일까, 놀라는 표정을 얼굴에 띄운 그것은 아직 포기하지 않았는지 내 눈을 피하며, 다음 도망칠 장소를 향해 시선을 옮겼지만.
“어설퍼.”
다음 수가 있을 것 같냐? 진짜 뇌신의 속도는 이따위가 아니라고.
어깨에 짊어진 망치를 역수로 회전시킨 후, 등 뒤로 대충 휘둘렀다.
붕. 콰직.
고기가 으깨지는 감촉과 함께, 전투가 끝났다.
괴인은 망치를 피하지 못하게 되자, 데미지를 줄이기 위해서 고개를 뒤로 젖히고 방어용 손을 내밀었지만, 아무 의미가 없었다.
망치는 아무런 저항도 느끼지 못한 채, 괴인의 두개골을 파괴하였다.
한 영웅의 이름을 이은 괴인치고는 너무나도 허망한 최후.
쿵.
허공을 날던 머리 없는 시체가 땅에 떨어지고, 뜯겨나간 목의 단면에서 심장 박동을 따라 피가 솟구치는 것이 시야에 들어왔다.
그 장면을 보자 마침 괜찮은 사진이 나올 것 같아, 핸드폰을 꺼내 포커스를 맞추었다.
나름 아름답다고 할 수 있나.
하수구를 향해 흘러가는 피를 배경 삼아, 시체의 사진을 찍어 관리국에 퇴치증명으로 전송한 후.
키잉. 철컹. 철컹.
망치 뒤편의 애프터버너에서 불을 뿜어내어 시체를 정리하였다.
괴인의 시체는 불에 닿자마자 재로 변해, 애프터버너가 만드는 열풍에 따라 하늘에 흩날려 사라졌다.
“생각해 보니 악취미가 따로 없군.”
뇌신을 죽인 내가, 괴인을 똑같은 방법으로 죽인 후, 화장을 치러준다라. 물론, 이 경우는 시체를 관리국에서 수거하는 것이 불가능에 가까워서 적합한 처리를 한 것뿐이지만, 모양새가 장례를 치르는 꼬락서니라 웃음이 나올 뿐이었다.
그러길 몇 분. 마지막 남은 시체 조각조차 재가 되어 사라지고, 바닥에 눌어붙은 검은 뼛가루를 발로 짓밟아 대충 지워내며 일을 끝마쳤다.
그럼, 이제 다음 일을 해야지. 굳이 할 생각이 들지 않아 놔뒀던 일.
“어이. 살아있냐?”
“으으으으….”
음. 살아는 있구만.
허리춤에 달린 응급약을 꺼내, 대충 혈관이 있는 위치에 박아 넣었다.
어디 보자 진통제, 화상용 도포제, 긴급 세포재생 주사, 저자극 붕대.
정상적으로 하려면, 가위로 천천히 옷을 잘라내고, 경과를 봐야 하지만.
“약쟁이 따위에게는 과하지? 살려주는 걸 다행으로 생각하자고.”
속도를 우선시하였다.
비명을 지르든 말든 피부에 달라붙은 옷을 피부째로 강제로 뜯어내고, 그 위에 진통제를 박은 후, 약을 대충 도포하고, 붕대를 틈이 보일 만큼 얼기설기 감아주었고.
“열심히 살아.”
마지막으로 심장이 위치한 장소에 세포재생 주사를 박아주었다.
본래라면 손상 부위에 조금씩 나눠서 투입하지만, 이렇게 사용하는 것도 가능하다.
부작용을 무시한다면.
재생 시 발생하는 막대한 재생통, 재생 후 피부 아래에서 느껴지는 미칠듯한 가려움, 이후 몇 주간 이어질 부정맥 등을 무시한다면 말이다.
“….”
이미 한참 전에 기절한 그는 말이 없었지만, 깨어난다면 다시 미친 듯한 고통에 몸부림치겠지.
그런 그를 골목길 어딘가 구석진 장소에 박아 넣은 후, 자리를 떴다.
이런 길가에서 나뒹굴다가 속옷까지 털리고 죽을 테지만, 그건 자연사니 내가 관여할 범위가 아니다.
그렇게 뒤처리를 끝내고, 사건 장소에서 어느 정도 거리가 멀어졌다고 느낄 때쯤, 나를 따라오는 미행자에게 질문을 던졌다.
“그래서, 가짜 뇌신을 본 감상은 어떠신가?”
“가짜라고 이름 붙이기도 불쾌해. 난 저따위로 행동 안 해. 범죄자라고 해도 엄하게 타이른다고.”
그러시겠죠. 아마 신경에다가 직접 전기충격을 가해서, 영원히 남을 트라우마를 만들어 주겠지.
“그래서, 결사 애들이랑은 어때?”
“최악이야. 괴인들이 저렇게 사회에서 판치고 다니는 줄 몰랐어.”
그래 알면 좀 충격적인 내용이 많긴 하지. 그렇지만.
“너도 이제 괴인이니 좀 관대해지는 게 어때?”
그녀를 바라보았다. 노란 머리 위로, 살짝 검은 브릿지가 들어간 그녀를.
색을 맞춘 것일까, 옛날에 밝은 분위기의 옷을 입었다면, 요새는 묘하게 칙칙한 검은 옷을 주로 입는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손을 둘러싼 검은 가죽장갑.
“린슈아는 잘 지내고?”
“내가 좋아한 남자가 유부남일 줄은 몰랐어. 이 사기꾼.”
“사기꾼이라니 말이 너무 심하네, 애초에 안 물어본 게 잘못 아닐까.”
파직. 쾅.
시야가 허공으로 들어 올려졌다.
짧은 라이트 잽. 한순간에 일어난 급소 타격.
“누구. 잘못?”
“애. 말 안 한 제 잘못입니다.”
항상 내가 지는 쪽이었지. 거기다 그런 사건까지 있었으니, 앞으로는 영원히 내가 져줘야 할 것이다.
“뭐, 그건 그렇다 치고, 애는 밝아 보이더라. 나한테 계속 아빠 이야기해달라고도 하고.”
“잘 지내는 것 같으니 다행이군.”
잠깐 이야기를 나눈 것만으로는 린슈아가 일방적으로 그녀를 싫어하는 것 같던데.
“다행은 무슨. 안 그래도 요즘 혼란스러워. 걔만 보면 뭔가 이상하게 마음속이 간질간질하다고.”
그건 아마, 린슈아가 그녀에게 건 제약 때문이겠지.
마음이 아파져 그녀의 손을 잡아 이끌었다.
“가자.”
“어딜?”
“여긴 좀 그렇잖아.”
여자와 함께 걷는데 슬럼가라니. 머리에 총을 맞은 미친놈이 아닌 한 나오지 않을 발상일 것이다.
“해외여행 나온 셈 치자고.”
“둘이서?”
“감시라도 붙었어? 아니면 둘이지.”
내가 느끼지 못하는 은신계열 괴인이라도 주변에 있나?
어째서일까. 내 말에 그녀는 고개를 돌리고 입가를 가렸다.
‘멍청이.’
작게 그런 소리가 바람을 타고 들려오는 사이, 나는 그녀의 손을 이끌었다.
오물로 뒤덮인 장소를 지나.
피 냄새나는 시체를 넘고.
역류하는 폐수 위를 첨벙거리며.
그녀와 함께 달렸다.
어두운 슬럼가를 지나.
밝은 햇빛 아래로.
“모처럼의 파리잖아. 많이 쇠퇴하긴 했지만, 그래도 대도시라고.”
억지로 밝은 표정을. 밝은 목소리를. 만들어 보였다.
그녀를 이렇게 만든 것은 나이기에. 이렇게밖에 할 수 없었기에.
그렇다면, 적어도 그녀가, 기쁨은 느끼게 해주어야 하지 않겠는가.
오르막 경사가 느껴지는 좁은 골목길 사이. 한 사람이 간신히 지나갈 법한 그 장소를, 앞서며 그녀를 이끌었다.
“잠깐! 좁아! 천천히!”
묘하게 기쁜 듯 웃음소리가 섞인 투덜거림.
심연에 떨어지고 나서야, 들을 수 있게 된 그녀의 웃음소리를 들으며, 나는 얼굴을 일그러트렸다.
내 잘못이다. 내 죄이다.
어둠을 뚫고, 빛이 보인다. 아름다운 햇빛이 내리비치는 밝은 거리가.
그런 역광을 받으며, 햇볕 아래에서 우리 둘은 서로를 마주 보았다.
억지로 근육을 일그러트려 웃으며, 그녀에게 밝은 목소리를 짜내었다.
“그럼. 갈까.”
주변에 뭐가 있는지는 모르지만. 분명, 즐거운 분위기는 낼 수 있을 것이다. 그녀를 위해.
“그래.”
그녀 또한 답해주었다.
이번에는 그녀가 뒤쫓는 것이 아닌. 내 옆에 서서. 창피한 듯 손을 맞잡는 그녀.
“손 정도는 그냥 잡자고 뇌신.”
“이름 부르지 마.”
우리는, 그렇게 햇볕 속으로 달려나갔다.
* * *
새까만 어둠 속.
뒤틀린 시간선 위의 언젠가의 밤.
일그러진 달과, 점멸하는 별 속.
“아빠. 지금이라면 뇌신을 되살릴 수 있어.”
그녀가 속삭였다.
나는 답하였다.